퀵바

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359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0.01 18:35
조회
28
추천
1
글자
13쪽

살았니? (1)

DUMMY

(대근건설 - 근골격부서 - 근육과 운동팀)



WBC가 황대근의 목건강을 지켜준 다음 날, 황대근이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을 때였다.


"아이고~ 귀엽구만!"


모처럼 여유를 되찾은 근골격부서 직원들은 어린 페르소나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 아이의 재롱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둡고 외로워보였던 어린 페르소나의 표정은 한결 밝아진 상태였다.


"자! 이것도 해 봐라!"


누가 근골격부서 직원들 아니랄까봐, 직원들은 하나같이 어린 페르소나에게 이 운동, 저 운동을 시키며 난리를 피웠다.

어린 페르소나는 직원들의 반응에 신이 난 나머지 팔굽혀펴기나 윗몸 일으키기 등을 하며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애기 대근이, 이리 와봐라!"


방금 막 운동을 마치고 나왔는지 물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며 프로틴이 어린 페르소나에게 말했다.

프로틴은 어린 페르소나를 '애기 대근이'라 불렀는데, 그것은 왕근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삼촌!"


애기 대근이는 프로틴을 삼촌으로, 왕근을 대빵삼촌이라 부르며 짧은 시간에 그들과 친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혜윰은 옆에 서 있는 황대근에게 물었다.


"대근씨, 그런데 어린 페르소나는 어떻게 구해준 건가요? 무슨 짓을 했길래 애가 저렇게 달라진 거죠?"


황대근이 말했다.


"별 거 안 했습니다. 그저 얘기를 들어줬을 뿐이죠."

"대근씨가 애기 대근이 머리에 손을 올리는 순간 대근씨는 기절했어요."


혜윰의 말에 황대근은 깜짝 놀랐다.


"기절했다고요? 제가요?"


혜윰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흔들고 흔들어도 깨질 않아서 그냥 내버려 뒀는데, 이러다 영영 깨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니까요."


황대근은 생각했다.

내가 기절했었다고? 물론 평택 살인사건 당시 현장으로 내 몸이 이동한 것 같기는 하지만, 기절을 했었다니?


"그러고 보니까 혜윰씨, 어린 페르소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당시 사건 현장으로 이동했었습니다."


황대근의 말에 혜윰이 대답했다.


"그렇다는 건, 무언가를 통해 기억 속으로 들어간 거네요."

"그 '무언가'가 뭘까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기억 속으로 들어간 건 맞는 것 같네요. 문제는 '어떻게' 들어갔느냐죠."

"대근군!"


애기 대근이를 위한 어린이용 헬스 기구를 잔뜩 가져온 왕근은 기구들을 바닥에 늘어뜨려 놓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황대근에게 다가왔다.


"대근군, 자네 덕분에 애기 대근이를 구할 수 있었네! 잘못했다가는 헨리에게 흡수당했을 것이야."


황대근은 고개를 저었다.


"별 것 아닙니다."

"그거 알고 있나, 대근군?"


왕근은 목소리를 한껏 낮춘 채 말했다.


"대근군이 애기 대근이를 구한 덕분에, 인간 황대근이 피해자들의 얼굴을 기억해 내도 혼란스러워 하지 않을 수 있었다네."


황대근은 깜짝 놀랐다.


"황대근이 피해자들 얼굴을 기억해 냈단 말입니까?"

"그래, 어린 페르소나가 자유를 되찾은 덕분에 꿈 속의 지워졌던 피해자들 얼굴이 드러나게 되었지. 범인 얼굴은 아직까지도 복구 되지 않았지만 말일세."

"그럼.... 황대근은 그 피해자들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겁니까?"


왕근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자신의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니, 모르는 것 같네. 피해자들 얼굴은 훼손이 많이 된 상태거든. 이게 다행일지, 아니면 불행일지는 모르겠어. 어쩌면 모르는 게 나을 지도 모르지."


바로 그 때, 애기 대근이가 왕근을 향해 달려왔다.


"대빵 삼촌! 비행기! 비행기!"


그러자 왕근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이 몸이 비행기를 태워주도록 하지!"


왕근이 자신의 우람한 한쪽 팔로 애기 대근이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는 경이로운 장면을 보며 황대근은 생각했다.


'어린 페르소나의 한을 풀어준 건 좋은데...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만약 인간 황대근이 피해자들이 누군지 알게 된다면, 그것만큼 곤란한 것도 없을 테지. 평택 살인사건에 대한 건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점심시간, 밥을 다 먹은 황대근이 양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꺼끌꺼끌—


양치를 다 마친 황대근이 혓바닥으로 오른쪽 아래 사랑니를 건드리느라 입술을 씰룩거리자, 옆에서 양치를 하던 백경민이 물었다.


"뭐하냐 아까부터? 입 안에 뭐 있냐? 저번에도 그러더니?"


황대근이 말했다.


"사랑니 난 것 같어."

"사랑니?"

"어. 저번에 잇몸 뚫고 나오더니 최근에 좀 많이 자랐더라고. 조금 욱씬거려."


가글을 하고 양치를 마친 백경민이 자신의 왼쪽 볼을 감싸 쥐더니 말했다.


"네 사랑니는 누워있냐? 나는 저번에 이쪽 아래 사랑니 하나 뺐었거든? 내껀 누워있었는데, 아 겁나게 아팠다. 의사가 내 턱 부숴 놓은 줄. 일반 병원에서 치료 못한다고 대형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

"나도 누워있나?"

"치과가서 사진 찍어봤어?"

"사진?"


사용한 칫솔을 통에 담으며, 백경민이 말했다.


"일단 치과를 먼저 가 봐. 오늘 학교 끝나고 당장 가서 사진을 찍어. 사진 찍으면 가증스럽게도 숨어 있는 사랑니 놈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 물론, 운 좋으면 없을 수도 있고."

"...누워 있으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뒤지는 거지."






(대근건설 - 뇌부서 - 뇌파추적팀)



황대근이 어린 페르소나를 자유롭게 한 후, 헨리는 7이사들과 함께하는 골프모임을 마치고 사장실로 돌아왔다.

사장실로 돌아와 불을 켠 그는 그 즉시 분노했다.


'어떤 쥐새끼가 내 물건을 훔쳐갔나?!!'


헨리는 대근건설이 무너져라 소리를 지르며, 즉시 브레인과 페로 그리고 리콜을 호출했다.


'어떤 놈이 훔쳐갔는지 당장 알아내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헨리는 어린 페르소나를 훔쳐간(?) 범인을 알아내지 못했으며 지금까지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 그는 릴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는데, 리커버의 훌륭한 고자질 덕분에 릴리는 헨리의 음모를 방해하려는 용의자 중 하나로 의심 받기 시작했다.


'주이사님께서 말씀해 주셔서 상황 파악은 됐는데, 헨리가 나를 의심하는 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라는 거지... 앞으로 행동을 좀 조심해야겠어. 리커버에게는 다시는 부탁 같은 거 하지 말아야지.'


와글와글—


릴리가 리커버의 목을 따버리는 망상을 하고 있는데, 마침 리커버가 동료 직원들과 함께 분홍색 커피를 마시며 뇌파추적팀으로 돌아왔다.

리커버를 포함한 직원들은 자리에 앉아 있는 릴리를 흘깃 보더니, 마치 없는 존재 취급을 하며 자기들끼리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좀 눈감아줄 줄 알아야 하는 거거든. 사실 우린 누구나 실수를 하는 죄인이잖아? 융통성 없게 이렇네, 저렇네 하면서 태클 거는 건 좋은 게 아니야. 윗선에서도 그런 직원은 얼마나 싫어하는 줄 알아?"


리커버의 의견에 그의 동료 직원들(그들은 릴리의 동료 직원들이기도 했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 중 몇몇은 릴리를 힐끔거리며 그녀의 눈치를 보긴 했지만, 리커버를 말리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커버는 쉬지 않고 입을 나불거렸다.


"어제 사장님하고 7이사님들께서 골프모임이 있으셨잖냐."


리커버의 말에 군인처럼 머리를 바싹 깎은 남자 직원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사장님과 7이사님들의 골프모임이 있단 말입니까?"


리커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희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대리님은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남자 직원이 궁금한 표정으로 묻자 리커버는 뿌듯한 목소리로, 한편으로는 거만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그분들 골프장까지 가는 데 운전해서 데려다 드렸거든! 사장님과 7이사님들께서 얼마나 나를 아끼시면 그런 일을 시키겠나?"


바로 이 대목에서 릴리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사장과 7이사들이 리커버를 정말 아낀다면, 정말 특별하게 생각한다면 그를 골프 모임에 초대했을지도 모른다.

분명 리커버가 뺀질나게 브레인과 강도윤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어거지로 정보를 얻었음이 분명하다.

7이사라는 지위에 유별난 자부심이 있는 강도윤은 끈질긴 리커버의 구애(?)에 질렸을 것이고, 결국 골프장까지 운전을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을 터다.


"그분들이 집에 오실때도~ 내가 운전을 했다~ 이 말이야~"


릴리는 생각했다. 저건 거짓말이라고.

그녀는 골프모임이 있던 바로 어젯밤 야식거리를 사기 위해 매점에 들렀었는데,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차를 끌고 뇌파추적팀으로 오는 리커버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는 사장과 7이사들의 골프모임이 끝날 때까지 골프장 입구에서 죽치고 기다리다 결국 밤까지 기다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떠났다는 걸.


'불쌍하고 멍청한 녀석. 사장과 7이사들에게 넌 그저 장난감 삐에로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는 거야?'


더 이상의 헛소리를 들어주기 싫었던 릴리는 아까부터 의문스러웠던 것에 대해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외부의 소리를 차단할 수 있도록 일회용 귀마개(이비인후팀에서 가져온 것이다)를 착용하려다 손을 멈칫하고는 중얼거렸다.


"아니지, 여기서 찾아봐야 나오지 않을 텐데. 거기로 가야겠어."


벌떡—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리커버의 헛소리를 들어주던 직원 몇몇의 어깨가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릴리는 의자에 걸어두었던 귀여운 뇌 모양 그림이 그려진 분홍색 가운을 어깨에 걸친 채 뇌파추적팀을 빠져나갔다.


"흐음...."


리커버와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걸어왔을 때, 그녀는 중얼거렸다.


"아니다, 그냥 내일 가지 뭐. 어차피 쟤들이 뇌파 사진 잘 찍어둘 테니까, 난 매점이나 갔다 올까. 일일복권이나 사러 가야지."






(경기도 평택시 - S치과)



하교 후, 황대근은 백경민과 함께 치과로 달려갔다.

S치과는 시내에 있는 치과였는데, 황대근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다닌 단골치과다.


"아.... 나는 치과 냄새가 싫어."


접수를 한 후 황대근이 대기실 의자에 앉으려는데, 백경민이 말했다.


"이 냄새는 정말 본능적으로 싫어하게 되는 냄새야. 이 냄새 좋아하는 인간이랑은 상종을 안 할 거다. 이 냄새 좋아하면 솔직히 인간 아냐. 미친놈이지."


백경민의 한 서린 말에 동의를 표하며 황대근은 대기실을 둘러보았다.

대기실에는 황대근과 백경민, 딱 둘 뿐이었다.


'아, 대기실에 사람 많았으면 했는데....'


황대근이 속으로 다른 사람들이 좀 더 자주 치과에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야속하게도 간호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황대근님~ 들어가세요~"


대기실에 앉아있는 백경민에게 가방을 맡긴 후, 황대근은 터벅터벅 진료실로 걸어갔다.






(대근건설 - 심장부서 - 심장팀)



쿵쾅쿵쾅—


"어어? 시, 심방아! 심방아악!"


심장팀 직원 심실이 심방을 애타게 찾자, 뭉친 팔 근육을 마사지 하던 심방은 헐레벌떡 그에게 달려왔다.


"왜?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인데 그래? ......아~ 또 그 모양이구만?"


자신도 모르게 북을 치는 심실을 보며, 심방은 무슨 일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심실은 그런 심방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왜 나 혼자만 이러는 건데? 엉? 빨리 원인 찾아봐! 저기 전서혈에 뭐 왔나 좀 봐봐!"

"알겠어~"


곧 심방은 전서혈을 확인하더니 순식간에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헐.... 야.... 심실아....."


여전히 북을 치는 심실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 뭐 떄문이래?"

"아, 안구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뭐라는데?"

"그 인간 만났대!"






(경기도 평택시 - S치과)



애꿎은 심실과 심방이 북을 치고 있는 동안, 황대근은 소식 한 가지를 들을 수 있었다.

치과 의사 석허용은 황대근의 치아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으음~ 이거... 뿌리가 너무 깊은데? 제법 힘들겠어. 이렇게 깊으면..."


굳이 석허용이 말을 하지 않아도, 황대근은 알 수 있었다.

치아에 관한 의료지식 하나 없어도, 황대근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음~ 내일 이 시간에 예약 잡아줄 테니까 사랑니 뽑으러 오세요. 안 뽑고 그냥 두면 썩어요."


X됐다는 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어둠의 주인 (2) 21.10.09 26 1 13쪽
59 어둠의 주인 (1) 21.10.08 25 1 13쪽
58 혜윰의 선물 (2) 21.10.08 26 1 13쪽
57 혜윰의 선물 (1) 21.10.07 28 1 11쪽
56 특명! 머리카락을 지켜라 (2) 21.10.07 24 1 12쪽
55 특명! 머리카락을 지켜라 (1) 21.10.06 27 1 12쪽
54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2) 21.10.06 23 1 13쪽
53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1) 21.10.05 25 1 13쪽
52 그림자 (2) 21.10.05 23 1 13쪽
51 그림자 (1) 21.10.05 21 1 13쪽
50 마님은 왜 돌쇠에게 쌀밥을 주었나? (2) 21.10.04 37 1 13쪽
49 마님은 왜 돌쇠에게 쌀밥을 주었나? (1) 21.10.04 32 1 13쪽
48 우연 혹은 필연 (2) 21.10.03 26 1 14쪽
47 우연 혹은 필연 (1) 21.10.03 25 1 13쪽
46 살았니? (3) 21.10.02 21 1 13쪽
45 살아있니? (2) 21.10.02 22 1 13쪽
» 살았니? (1) 21.10.01 29 1 13쪽
43 급성상기도염 21.10.01 25 1 13쪽
42 시간이 멈춘 아이 (5) 21.09.30 26 1 12쪽
41 시간이 멈춘 아이 (4) 21.09.30 27 1 13쪽
40 시간이 멈춘 아이 (3) 21.09.29 25 1 13쪽
39 시간이 멈춘 아이 (2) 21.09.29 26 1 12쪽
38 시간이 멈춘 아이 (1) 21.09.28 27 1 13쪽
37 모의고사 (2) 21.09.28 27 1 12쪽
36 모의고사 (1) 21.09.27 28 1 13쪽
35 리콜(recall) (2) 21.09.27 27 1 12쪽
34 리콜(recall) (1) 21.09.26 30 1 12쪽
33 내 안의 또 다른 나 21.09.26 33 1 12쪽
32 미제 사건 (2) 21.09.25 29 1 13쪽
31 미제 사건 (1) 21.09.25 31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