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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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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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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59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09.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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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시간이 멈춘 아이 (4)

DUMMY

(경기도 평택시 - H아파트)



'아... 이거 뭐지? 입 속에 뭐가 난 건가?'


황대근과 혜윰, 리콜이 혈관 정류장에서 여전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또 다른 황대근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혓바닥으로 오른쪽 아래 어금니 옆에 있는 단단하고 수상한 무언가를 톡톡 건드렸다.


'사랑니... 사랑니인가? 설마? 난 사랑도 안 하고 있는데 왜 사랑니가?'


그 이름은 분명 예쁘지만, 결코 예쁘지만은 않은 사랑니를 혀로 톡톡 건드리며, 황대근은 부디 사랑니가 게으르게 누워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대근건설 - 소화기부서 - 구강팀)



톡톡—


황대근이 혓바닥을 이용해 사랑니를 건드리자, 사랑니 근처에 있던 구강팀 직원들은 하마터면 혓바닥에 치여 세상을 하직할 뻔했다.

인간에게는 그저 신체의 일부분일 뿐이지만, 구강팀 직원들에게 혓바닥이란 바다의 고래와도 같은 존재다.

황대근은 살짝 혀를 놀려도, 구강팀에게는 둔기, 아니 탱크를 휘두르는 것과 같으니까.

그러니 '톡톡'이 아니라 '쾅쾅' 이라고 표현해야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팀장님, 어떻게 할까요? 저 녀석 때문에 대근이가 이를 닦을 때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몰라가 날아오는 혓바닥을 피하느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뽑아버리는 게 어떨까요?"


그러자 마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뭐? 뽑기는 뭘 뽑아? 우리 힘으로 뽑을 수 있는 게 아냐. 그리고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아직 완전히 나오지 않았어. 우린 대근이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대근이의 구강 건강을 위해 일하는 것이야."


몰라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말이 바로 그거예요, 팀장님! 구강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저 사랑니 녀석을 뽑아버려야죠! 잘못하다가 제가 맡은 어금니가 썩으면 큰일 나는 겁니다! 예전에 신경치료 했을 때 기억 안 나세요? 어후, 진짜.... 그 때 생각하면.... 정말 그때는 구강팀이 멸망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감정팀에 호러랑 새드(sad)가 여기 구강팀으로 와서 난장판을 만들어 버렸잖아요!"


언제쯤이었을까? 황대근이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무렵이었을까?

어린 시절을 겪어본 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충치치료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충치치료 자체는 크게 괴롭거나 힘든 일은 아니지만, 이 과정에 신경치료라는 어마무시한 존재가 개입을 하면 얘기가 조금은 달라진다.


감정팀의 페이션patience) 덕분에 황대근은 마구 밀려오는 공포를 겨우 참아내고 신경치료에 임할 수 있었다.

허나 사춘기도 오지 않은 어린 아이가 공포라는 존재를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감정팀의 호러와 새드는 한창 신경치료 때문에 개고생을 하고 있던 구강팀으로 달려가 깽판을 치고 말았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신경치료는 무사히 끝났고, 구강팀 직원들은 그 일이 있은 후 구강팀에 뇌부서 감정팀 직원들, 특히 호러와 새드는 절대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을 붙여버렸다.


"자, 어서요 팀장님! 저희 직원들은 아주 잘 훈련된 직원들이에요. 그 어려운 구강팀 입사 시험도 통과한 직원들이란 말이에요! 사랑니를 뽑게 허락해 주세요!"


마우스는 결국 몰라의 요청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사랑니와 맞닿아 있는 어금니가 썩기라도 한다면, 그로서도 그런 골치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좋아, 그럼 아랫니 담당 직원들만 데리고 작업을 시행하도록 해."


몰라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팀장님!"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애매하게 튀어나온 사랑니를 혀로 건드리면 까끌까끌하고 거칠거칠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황대근은 현재 그 까끌거리는 묘한 감촉에 중독이 되었는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혓바닥으로 사랑니를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아악!"


하도 사랑니를 건드려 혓바닥의 끝이 조금 거칠어졌을 때 쯤, 황대근은 사랑니가 난 부분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꼈다.


"아오, 이게 갑자기 왜 이래?"






(대근건설 - 소화기부서 - 구강팀)



황대근이 갑작스러운 통증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몰라와 아랫니 담당 직원들은 힘을 합쳐 사랑니를 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은색빛의 금속 장비들로 사랑니 주변을 콩콩 내리찍었다.

몰라의 지시에 따라 사랑니 주변을 내리찍던 직원 하나가 소리쳤다.


"사랑니에서 이상한 현상이 보입니다!"


몰라가 물었다.


"이상한 현상이라니?"


직원이 대답했다.


"사랑니가, 사랑니가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근건설 - 근골격부서 - 헬스장)



겨우 근골격부서 행 혈관 버스를 타게 된 황대근과 혜윰, 리콜은 근골격부서 직원 전용 헬스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어린 페르소나를 구출하는가에 관해 토의하던 세 직원은, 혜윰의 아이디어를 듣고 괜찮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혜윰의 아이디어는 바로, 왕근의 힘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허나 처음에 혜윰의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리콜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왕이사님을 믿어도 괜찮을까요? 물론 주이사님도 저희와 함께 움직이고는 있습니다만, 왕이사님과는 일해본 적이 없어서요.'


그러자 혜윰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근육에 미친 놈들은 믿어도 괜찮아요. 뇌도 근육으로 만들어 졌는지, 아는 게 근육 밖에 없거든요.'


벙찐 표정의 리콜을 뒤로 한 채, 황대근과 혜윰은 제 7건물, 머슬에 있는 지도를 자세히 관찰한 끝에 근골격부서 직원 전용 헬스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헬스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황대근은 자기가 회사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선수촌에 있는 것인지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흐아압! 흐압!"


식스팩 모양으로 만들어진 헬스장 자동문을 지나면 황대근의 말마따나 이곳이 헬스장인지 선수촌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풍경이 펼쳐지게 된다.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카운터에는 황대근의 작은 머리를 한 다섯개는 얹어 놓아도 충분해 보이는 어깨를 가진 트레이너가 앉아있었다.


원래 메모리아부서출신인 세명은 이곳에 와서는 안 되지만, 오래 전 왕근이 주었던 특별한 헬스장 출입 카드 덕분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근골격부서 직원들은 보디빌딩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황대근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으니, 문제될 것은 없을 터다.


"왕이사님 어디 계시는 지 알 수 있을까요?"


황대근의 질문에 어깨가 태평양처럼 넓은 한 여자 트레이너가 친절하게도 왕근이 있는 곳까지 함께 동행해 주었다.

트레이너의 안내에 따라 얼떨결에 헬스장 관광투어를 하게 된 황대근과 일행들은 난생 처음 보는 기구들과 험악하게 생겼지만 나름 따듯해 보이는 헬스광인들을 구경하며 신세계를 경험했다.


"자, 그럼! 언제든지 궁금한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언제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왕근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준 친절한 트레이너가 떠나자, 황대근과 일행들은 열심히 하체 운동을 하고 있는 왕근에게 다가갔다.


"마지막 세트일세, 대근군! 마지막 세트까지 확실하게 해야 근육이 자라는 거라네! 오늘은 고중량 하는 날이야, 집중에 집중을 가해야 하니 잠시만 조용히 해 주게나!"


본인만 입을 좀 다물면 조용할 것이다.


"좋아... 벨트도 잘 찼고.... 후우.... 후우...... 흐압!"


몇 번의 심호흡 끝에 왕근은 무수히 많은 원판이 꽂힌 바벨을 승모근 부위에 얹었다. 그러더니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황대근은 너무 무거운 나머지 휘기 시작한 바벨을 보며 왕근은 괴물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18! 19! 20! 후아!"


스쿼트를 마친 왕근은 허리에 찼던 벨트를 풀더니, 근처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1L정도 되는 물을 단숨에 들이킨 왕근은 입가에 묻은 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날 찾았다고?"


왕근의 경이로운 근력을 구경만 하고 있던 황대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네!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황대근의 말이 끝나자마자 왕근은 두 손을 펴 보이더니 말했다.


"오! 잠깐만 기다리게! 이것만 먹고 부탁을 들어주지."


그러면서 왕근은 운동가방에서 쉐이크통 하나와 '쿠키앤 크림맛'이라고 적힌 프로틴통을 꺼내 들었다.

그는 쿠키앤 크림맛 프로틴 두 스푼을 쉐이크통에 넣고 물을 넣은 후 위 아래로 힘차게 섞었다.


"운동 후 30분 안에 먹어줘야 근합성에 효과적이거든. 나는 언제나 단백질 파우더를 두 스푼씩 넣어서 먹는다네! 대근군 자네는 마른 편이니 한 다섯 스푼은 넣어 먹어야 할 것이야! 게이너도 잘만하면 나쁘진 않지!"


아무래도 근육과 결혼한 것이 틀림없는 왕근이 단백질 파우더를 몽땅 비우는 동안, 황대근과 일행들은 그에게 그를 찾아온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헨리의 음모부터 시작해서, 어린 페르소나를 구출하는 것까지 모두.


"크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페로 녀석이 사고를 쳤었거든. 바퀴 달린 차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네. 놈을 데리고 사장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이상한 것을 봤다네."

"무엇을 보신 거죠?"


황대근의 질문에 왕근은 대답했다.


"바닥에 핏자국이 있었다네."

"핏자국이요?"

"그래. 내가 핏자국을 봤다는 걸 눈치챘는지, 헨리는 급히 나와 페로를 밖으로 내보내더군. 리콜 자네가 한 말을 들으니까 생각이 났어. 헨리의 몸 속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는 말 말일세."


리콜이 물었다.


"정말 헨리의 몸 속에 누가 있는 걸까요? 있다면 누구일까요? 누구를 흡수한 걸까요?"


왕근은 수염에 묻은 단백질 파우더 잔해를 닦으며 말했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네. 하지만 언젠가는 알아낼 수 있겠지. 우선 어린 페르소나를 구출하고 보자고."






(대근건설 - 혈관정류장 - 제1건물 브레인 행)



헬스장을 빠져나온 황대근과 일행들은 혈관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황대근은 왕근이 알려주었던 계획 같지 않은 계획을 되새겼다.


'오늘 오후 4시쯤에 헨리와 7이사들이 함께 골프를 치러 가기로 했다네. 일 년에 몇 번씩 사장과 이사들끼리 모여 골프를 치고는 하거든. 분명 비서 쉐도우도 함께 동행할 것이라네. 그때를 노리게.'


그 전에 헨리가 어린 페르소나를 흡수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황대근의 질문에, 왕근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걱정 말게. 누군가를, 그것도 혼란스러운 자아를 흡수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고 벅찬 일이야. 게다가 헨리의 나이도 제법 많지 않은가. 그는 분명 골프 모임이 끝난 후, 자정이 되기 전 밤에 일을 거행할 것이야. 지금이 오후 3시 정도니까 제 1건물 브레인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게나.'


하체 운동의 여파가 컸는지, 왕근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프로틴 팀장에게 부탁해서 든든한 직원들을 두어 명 정도 붙여 주도록 하지. 도움이 될 걸세.'


직원들은 왜 붙여주느냐는 황대근의 질문에, 혜윰은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방해하는 놈들 호떡처럼 납작하게 짓눌러 버리라는 뜻이시겠죠~ 와플기계처럼.'


왕근은 혜윰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지. 그 두 직원들이 있으면 방해하는 놈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네.'

'하지만, 사장실을 지키는 놈들이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들어갈 수나 있을까요?'


걱정 때문에 눈 밑 다크서클이 심해진 리콜에게 왕근이 대답했다.


'걱정 말게. 내가 붙여줄 직원들은 아주 베테랑이니까! 날 믿게! 그리고 어린 페르소나를 아는 직원들은 페로와 리콜 그리고 아마도 브레인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를 걸세.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헨리는 텅 빈 사장실을 지키고 있으라고 명하지 않을 것이야. 만약 어린 페르소나의 존재를 들키기라도 한다면, 자기 입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까 말일세!'


황대근의 회상이 끝나고, 마침 타이밍 좋게 저 멀리서 혈관 버스 하나가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제 1건물 브레인 행 혈관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자마자, 혜윰이 웃으며 말했다.


"왕이사님의 작전말이에요, 욕 나올 정도로 허술하지만 단순하고 무식해서 맘에 드는 작전이네요."


황대근이 사회생활은 저 여자처럼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그들은 제 1건물 브레인에 도착했다.


현재 시각, 오후 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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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특명! 머리카락을 지켜라 (1) 21.10.06 27 1 12쪽
54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2) 21.10.06 23 1 13쪽
53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1) 21.10.05 25 1 13쪽
52 그림자 (2) 21.10.05 23 1 13쪽
51 그림자 (1) 21.10.05 21 1 13쪽
50 마님은 왜 돌쇠에게 쌀밥을 주었나? (2) 21.10.04 36 1 13쪽
49 마님은 왜 돌쇠에게 쌀밥을 주었나? (1) 21.10.04 32 1 13쪽
48 우연 혹은 필연 (2) 21.10.03 26 1 14쪽
47 우연 혹은 필연 (1) 21.10.03 25 1 13쪽
46 살았니? (3) 21.10.02 21 1 13쪽
45 살아있니? (2) 21.10.02 21 1 13쪽
44 살았니? (1) 21.10.01 28 1 13쪽
43 급성상기도염 21.10.01 25 1 13쪽
42 시간이 멈춘 아이 (5) 21.09.30 25 1 12쪽
» 시간이 멈춘 아이 (4) 21.09.30 27 1 13쪽
40 시간이 멈춘 아이 (3) 21.09.29 24 1 13쪽
39 시간이 멈춘 아이 (2) 21.09.29 26 1 12쪽
38 시간이 멈춘 아이 (1) 21.09.28 27 1 13쪽
37 모의고사 (2) 21.09.28 26 1 12쪽
36 모의고사 (1) 21.09.27 28 1 13쪽
35 리콜(recall) (2) 21.09.27 27 1 12쪽
34 리콜(recall) (1) 21.09.26 30 1 12쪽
33 내 안의 또 다른 나 21.09.26 33 1 12쪽
32 미제 사건 (2) 21.09.25 29 1 13쪽
31 미제 사건 (1) 21.09.25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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