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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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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글자수 :
40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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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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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에필로그

DUMMY

인류동맹이 싸악 물러가고 엘프와 병사들이 함께 엉망진창이 된 숲을 정리하는 와중, 황연호는 마음을 다잡았다.


세계수의 주변에서 맹렬하게 불고 있는 마력류의 한가운데에 문을 열어, 끌어모아 회전시킨다. 그러면 그 가운데에는 좁지만 확연한 마력의 진공 공간이 발생한다. 그리고,


“개문開門.”


문을 열었다. 지아 누나를 떠올리면서.


깔끔하게 열린 작은 ‘문’은 조선을 향해 이어진 것이었다. 지금껏 열었던 것은 언제나 조선에서 이쪽 엘븐하임으로만 올 수 있고 반대로 갈 수는 없었기에 돌아갈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조선 세계의 얼마 없는 마력을 모세관 현상처럼 빨아들이는 느낌이 없었다.


반대편에서 지아 누나가 웃고 있는 것이 보였으니까.


황연호는 황제와 싸울 때보다도 더 긴장해서 숨을 들이쉰 다음,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위험 감지 본능은 작동하지 않았고 손은 무사히 문을 지나 조선 세계로 도달했다.


‘됐다...!’


전투보고를 보낸 것보다 돌아갈 수 있을 듯 하다는 보고에 더 놀랐던 조선에서도 환호성이 울렸고, 황연호의 손을 따뜻한 손이 맞잡았다. 지아 누나의 손이다. 왠지 일레나 공주의 감촉이 떠올라서 조금 당황했는데, 어... 그 정도 난장판을 같이 헤쳐나오면 그, 흔들다리 효과라고 해서...


그런 황연호의 생각이 얼굴에 나오고 있었는지 문 건너편에서 지아 누나가 입술을 귀엽게 삐죽이며 화났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개문사가 직접 전투에 끼어든 보고를 안 할 수가 없었고, 그 와중에 그를 지켜준 일레나 공주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도 없었다.


‘혹시 빨리 돌아오라고 하고서 문 닫아버리면 여기 엘프들 난리난다고.’


눈치 빠른 엘프들도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재차 유혹을 강하게 하는 중이었다. 특히 황연호가 일레나에게 여러 번 도움을 받으면서 마음이 끌렸다는 사실을 이용해 엄청나게 공격중이다.


- 만약 돌아가신다면 저도 데려가주세요.


- 어머, 사모님이 계신데 분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답니다. 곁에서 시중드는 하녀로만 삼아주시면 내키실 때 몰래...♡


...그거 레인저리더 누님이 쓰던 방법이잖아! 공주님은 이런 타입 아니었잖아! 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었지만 공세가 약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단독 공격도 아니고 레인저리더인 요안나 미레임 여사를 비롯, 별기군 애인이 없는 엘프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한 포화 공격이었다.


- 물컹.


“누, 누누누누누나!?”


그랬으므로 2년이나 만나보지 못한 낭군님이 문 너머로 손을 잡은 채 딴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진이 화가 난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연하의 낭군님 손을 이끌어 자신의 젖가슴에 가져다 댄 것은 충동적이었지만.


“...///”


그래서 손에 느껴지는 오래간만이고 행복한 감촉에 화들짝 놀랐던 황연호는 지아 누나가 얼굴을 붉히면서 살짝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고 있는 귀여운 모습에 머릿속에서 엘프 소녀들과 누님들의 감촉을 파도에 쓸린 모래성처럼 지워버렸다. 당장 넘어가고 싶었다가, 반대편에 지아 누나만 있는 게 아니라 이진의 아버지뻘인 별기군 총사령 이강훈 소장까지 있는 것을 언듯 보았으므로 화들짝 놀라 손을 떼려고 했지만 이진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도 놓아 주지 않았다.


왠지 이강훈 소장이 허리춤에 찬 권총집을 만지작거리는 것만 같아서, 손은 행복한데 개문사의 위기감지능력이 미친듯이 경보를 울리는 것이었다.


***


황연호가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도 조정은 엘븐하임에서 손을 뗄 생각은 없었다. 중요한 개문사인 황연호가 엘븐하임 쪽에 있어야 왕복할 수 있는 문을 열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특히 마법은 장래 예측되는 대한민국 세계와의 접촉에서 큰 효과가 기대되었다.


덤으로 개문사와 개문 능력에 대해 좀 너무 많이 알아버린 별기군 2연대 병사들에 대한 관리도 중시되었다. 개문사를 직접 호위하고 관여하는 병력은 별기군 중에서도 극소수였건만 이 사건으로 2연대 전원이 진실을 알아버렸다.


그렇다고 중국처럼 숙청해버릴 수야 없어도 그들을 사회에 풀어놓았다가는 어떻게 소문이 퍼질지 모르는 판이다.


“ㅡ해서, 돌아간다면 엘프들은 놔두고 가라는 걸로...”


“형 그건 아니지! 우리한테 얘들 붙여준 게 형들이잖아요!”


“아 분명 꽃뱀이니까 속지 말라고 했다?”


“어느동네 꽃뱀이 목숨걸고 지켜준댑니까!?”


해결책은 단순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물자와 정보를 공급하고 조선 세계로 휴가도 보장하며, 다만 돌아올 때 엘프를 데려올 수 없다고 통보하자 병사들 대다수가 엘븐하임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사람 마음이란 게 묘해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 버림받고 고립된 듯했으나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딱히 급하지 않은 것이다. 어차피 다들 고아원 출신들이고, 조선과 연결되어 참전수당과 훈장이 쏟아지자 그간 폭락했던 충성심이 새록새록 부활한 것이다.


무엇보다 상냥하기 그지없는 엘프 소녀들을 버리고 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건 이거대로 문제였지만 조정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현지인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현지 주둔군은 좋은 일이다.


여담이지만 인류전쟁 중반쯤까지 남자들이 엘프들에게 (인류동맹측 관점에서 표현하자면) 속아넘어가서 내분을 일으킨 끝에 멸망한 인간 세력이 꽤 많다. 엘프들이 딱히 의도적으로 서큐버스짓을 한 게 아니라는 게 함정. 그렇게 멸망한 게 대부분 황제의 반대파였다는 것도 함정.


이렇게 엘븐하임이 숲을 재건하며 구석구석에서 일을 치르는 번식기를 맞이한 한편, 인류동맹 영역은 예상대로 대혼란에 빠져 있었다. 인류동맹의 12 제후 중 세 개가 완전히 분쇄되었고 마탑이 무너졌으니 중장기사의 잔여전력도 곧 정비를 받지 못해 힘을 잃을 것이었다. 황제는 아예 돌아오지 못했다.


처음에는 황제가 느닷없이 돌아오지 않을까 눈치를 보던 제후들이었지만 누군가 한 명이 괜히 콜록대더니 감기를 핑계로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버리자 빗에서 이빨이 빠지듯 물러나는 것이었다. 별기군의 세계수 탈환작전에서 난장판이 된 수도 카이사레아는 그대로 버려졌고, 제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은 폭력집단들의 각축장이 되었다. 그 와중에 엘프 노예들은 각 제후들이 이전의 주인들로부터 강제로 빼앗아 끌어모았는데, 이유는 당연 엘븐하임에 동맹을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유사인종 노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접근은 없었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의 네트워크를 통해 인류동맹이 붕괴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알음알음 반란이나 탈주를 준비했다. 심지어 일부는 엘븐하임에까지 도움을 청하는 연락책을 보내는 것까지 성공했는데, 그 상당수는 황제의 유명한 비밀조직에서 벗어난 다크엘프들이 획책한 것이었다.


“...저희들은 도움이 될 겁니다.”


엘븐하임에 틀어박혀 있는 엘프들과 달리 인류동맹의 영역 전체에 정보망을 펄치고 있는 다크엘프는 분명 별기군과 조선에게 매력적인 동맹상대였다. 엘프와 마찬가지로 별기군이 힘을 가지고 있는 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충성하리라는 보장도 있다. 그리하여 일레나를 비롯한 엘프들이 싫은 얼굴을 감추고 이성적으로 환하게 웃으며 환영하는 앞에서, 다크엘프들은 가장 아름답고 요염한 미녀들을 연락책이자 인질이자 노예로 제공했다.


“얘들 주특기가 암살과 파괴공작이라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 저희들이 감시하겠습니다♡”


엘프는 이성이 강한 것이지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감정이 이성보다 강하게 작동하기도 한다.


정보전의 전문가인 다크엘프들은 순식간에 별기군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냈고, 그리고 황연호에게 접근하는 미녀들이 두 배로 늘었다고만 해 두겠다. 이 꼴을 문 저편에서 보고만 있어야 하는 이진이 확 이쪽으로 와버릴까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 물론 조정은 제발 참아달라고 펄쩍 뛰었지만, 개문사는 무엇으로도 묶을 수 없다.


황연호로서도 지아 누나의 눈빛이 무서워서 한시바삐 영구적인 마력 진공 공간을 만들고 그 자리에 문을 열어 자신이 없어도 조선과 엘븐하임의 왕복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엘프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흐음♡ 마력을 이렇게 순환시키면 될까요? 으응...♡ 잘 모르겠으니까 다시 한 번 제 몸으로 마력흐름을 느끼게 해주세요...”


풍만하기 이를 데 없는 엘프 마법사들이 황연호가 보여준 마력 진공 형성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중이다. 황연호와 함께.


밤낮으로. 황연호와.


이진이 폭발할 날이 멀지 않았다.


<끝>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2부 완결입니다. 일단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무책임하게도 연중했던 글을 기다려주신 독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며, 3부로 예정했었던 대한민국과 조선의 교류는 기획 당시와 상황이 너무 변해서 쓸 수가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지금 하는 꼴로 봐서는 또 쓰고 싶어질 수도 있겠지만요.


차기작으로 예정중인 글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스낵 컬쳐를 지향중입니다. 가칭 < SSS급 공룡 헌터 >. 평범한 헌터물 세계에서 능력을 각성한 평범한 주인공이 꿀빠는 내용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배운 것들을 살려 캐릭터성을 중시하려 합니다. ...전함 나와서 대포질하는 < 전함 백두산 >도 생각했었지만 이번에야말로 좀 조회수를...!


비축분 좀 짱짱하게 채워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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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정면격돌 +2 20.07.12 79 4 12쪽
70 '열려' 버린 남자 20.07.11 69 3 12쪽
69 개문 +1 20.07.07 69 2 13쪽
68 창 대 총 +1 20.07.05 74 2 11쪽
67 세계수의 가장 높은 곳에 20.07.05 66 2 11쪽
66 거인의 전장 +1 20.06.27 87 3 13쪽
65 포격전 20.06.26 92 2 12쪽
64 작은 것들의 전장 20.06.26 69 2 15쪽
63 (2년만에) 전쟁, 재개 +1 20.06.26 84 2 17쪽
62 세계수 +4 18.10.28 210 4 11쪽
61 중장기사, 마탑에 서다 +1 18.10.14 290 3 11쪽
60 개문강습 +1 18.09.26 200 5 9쪽
59 첩보전 +5 18.07.09 255 4 12쪽
58 이종간 연애의 곤란함 +1 18.07.07 242 2 12쪽
57 외전~지금 중원, 그리고 일본에서는~ +1 18.07.03 228 4 16쪽
56 외전~지금 중원에서는~(2) +4 18.07.03 201 4 13쪽
55 외전~지금 중원에서는~(1) +1 18.07.01 217 3 11쪽
54 외전~지금 일본에서는~ 18.06.30 235 3 16쪽
53 지금 조선에서는 18.06.25 268 4 14쪽
52 합리와 비합리 18.06.24 188 5 13쪽
51 ‘인간’ 대 인간 18.06.23 182 4 10쪽
50 조각, 영혼의, 미친. 18.06.22 204 5 10쪽
49 ...나무와 나뭇잎 18.06.18 168 3 11쪽
48 이성적인 판단 18.06.17 196 3 10쪽
47 숲과 나무와... 18.06.16 160 3 10쪽
46 속이고 사랑하고 먹고 18.06.15 172 4 13쪽
45 유혹하는 꽃 18.06.10 196 4 8쪽
44 콘택트 18.06.09 192 4 12쪽
43 전투가 끝난 뒤 +1 18.06.03 22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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