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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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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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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글자수 :
408,729

작성
18.06.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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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간’ 대 인간

DUMMY

‘인간’이 마력의 해일을 불러일으키던 시각, 별기군 주둔지 가장 깊숙한 곳, 가장 안전한 곳.


그러나 연대장 김현수 대령이 아니라 소위 찌끄래기가 머무는 방에서, 황연호 소위가 이를 악물었다. 밖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조선인들과 마찬가지로 마력을 느낄 수는 없지만 관측개문- 아주 작은 문을 열어 먼 곳을 엿보는 술수는 이미 익숙했다. ...남자아이인걸요.


그가 바라보는 숲은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마력의 폭풍이 몰아칠 때마다 생물의 생명이 육신에서 밀려나 흩어지고, 풀이 누렇게 마르고 나무가 부스스 잎을 떨구며 미처 도망치지 못했던 새들이 이제야 날아올랐다가 공중에서 굳어 툭툭 떨어진다.


<< 바, 방어마법 전개! >>


별기군에 편입된 엘프들은 이미 인원수가 별기군 전군을 몇 배나 넘어 있었고, 전원이 마법사용자였다. 8할 이상이 공황에 처해 전투력을 상실했다지만 그 나머지가 허둥지둥 전개한 마법이 병사들을 지켜주었다. 그들은 삽시간에 주변 숲이 죽어버리는 광경에 기겁을 하면서, 아직 숲 바깥에 있는 ‘인간’을 대비해 대기중이었다.


“아악!” “미안, 해요...! 마력이...!”


하지만 엘프들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기에 황연호의 눈에는 이제 곧 참극이 일어날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간신히 대편성된 포반 몇 개가 포탄을 쏟아붓고 있지만 인간 형태의 빛 덩어리는 하늘을 받쳐들듯하는 방어막으로 그것을 막아내고는, 재반격을 날린다. << 용서, 없다! >> 서로 위치를 알면서 상대방의 방어력이 바닥날 때까지 공격을 퍼붓는 치킨레이스였다.


그리고 황연호에게는 보였다. 엘프의 방어력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이대로 두면 엘프의 방어마법이 붕괴한 뒤 저 이상한 마법 포격이 주둔지에 직격으로 떨어진다.


“연대장님...! 뭐하는 거에요...! 빨리 명령해요...!”


황연호. 조선제국에도 단 두명뿐인 개문능력자이며 남자로서, 조선에 있는 동안 특권계급이 될 여지가 충분했던 소년. 관측개문을 넘어 눈 앞에 펼쳐지는 난장판에 자신이라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개문사에게는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다.


그러나 착실하게 기초군사훈련에 임한 그는 지휘관의 지시 없이 뛰어들 수가 없다. 애타게 라스트 앤서를 기다리는 그의 눈앞에서 엘프들의 방어마법이 마법적인 비명을 남기며 붕괴했다!


<< 죽어, 라. >>


‘인간’의 방어는 여전히 건재하다. 연속적으로 떨어지는 포탄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반격이 계속되어, 엘프의 방어를 잃은 인간들의 머리 위로ㅡ


“제기라알!”


위기감이 어른 말씀을 어긴다는 부담감을 치워버렸다. 황연호는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며 문을, 열었다.


***


<< 뻐억! >>


<< 크, 윽!? >>


‘인간’은 느닷없이 자신의 눈앞에서 폭발한 마탄에 경악했다. 영혼을 날려버리는 마력파가 허공에 확산되며 ‘인간’을 구성한 마력 응집체를 뒤흔들고,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방어마법이 붕괴되었다.


- 쾅! 콰쾅!


그리고 당연히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던 포병대의 포격이 주변에 착탄해 폭염을 일으킨다. 파편 하나만으로도 죽일 수 있는 인간에 비하면 효과가 떨어지지만 포탄이 폭발할 때마다 ‘인간’의 찬란하게 빛나는 육체가 일렁일렁 흔들렸다.


<< 무, 슨! >>


잠시 후, 다시 방어마법이 전개되어 포격을 방어하고, 재차 공격을 시도한다. 그러나 마력탄을 쏘아보낸 잠시 후, 그것이 사라지더니 이번엔 ‘인간’의 등 뒤, 방어막 안에서 폭발했다!


<< 커, 헉! >>


이번엔 하늘만을 막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를 감싸고 있던 방어막이었기에 그 안에서 폭발하자 폭발력이 최소범위 안에 응집되었다. 그 충격으로 방어막은 물론 ‘인간’의 하반신 자체가 소멸해버린다. 마력 응집체이기에 쓰러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상반신만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은 인간이라고 칭하기에는 너무나 달랐다.


<< 나의, 것...? >>


‘인간’은 인간의 적을 말살한다는 사상이 응집된 존재다. 인간의 적들이 자신의 마력을 돌려보내는 술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간’은 포격이 쏟아지는 그 자리를 벗어나 인간의 적을 죽이기 위해 날아올랐다. 저 공격이 날아오는 방향에, 인간의 적이 있었다.


***


“라스트 앤서를 발동한다! 엘프들을 빨리 구조! 포반 재편성은? 대공전투 준비!”


김현수 대령은 기관총처럼 명령을 퍼부었다. 황연호 소위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개입한 이상 저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효과가 있었다! 정찰기구는 끈질기게 표적 일대를 관측하여 날아오르는 순간마저 포착했고, 빛이 조금 흐릿해진듯한 그것이 나무보다 높이 솟아오른 순간 수십 발의 소형 대공미사일이 퍼부어졌다.


“쏴라, 쏴! 방어마법은 힘으로 뚫을 수 있다!”


“레인저가 무슨 마법화살 있지 않았어!?”


“연락이 안돼! 힘으로 눌러!”


음속의 2배 속도라지만 최대사거리까지는 10초 이상 걸리기에 반대로 느긋해보이는 투창들이 불꼬리를 끌고 날아가는 것을, 50구경 중기관총 탄환이 추월해 쏘아진다. 다섯 발마다 한 발씩 섞인 예광탄의 흔적이 마치 영화 속의 레이저 같다. ‘인간’은 얼마 전 용기사들이 보았던, 그 강철의 폭풍에 휩쓸렸고ㅡ


- 터터터터터텅! 펑! 펑! 콰쾅!


<< 죽, 음...! >>


강력한 방어마법으로 그 모든 것을 막아내며 커다란 한 발이 아니라 수천 개의 작은 마력 응집체를 공중에 형성했다. 어디 돌려보내 보라!


<< 의, 비! >>


수천 개의 죽음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다. 그리고 별기군 진지를 향해 쏟아지는 폭우 앞에 커다란 구멍이 열렸다. “흐읍!” 닫혔다.


<< 인간의, 적. >>


수천 개의 마력탄은 황연호가 있는 힘껏 펼친 거대한 개문을 지나 ‘인간’을 수천 번 두들겼다. 그러나 그것은 폭발하지 않고 다시 ‘인간’에게 흡수될 뿐이었다.


“아놔, 일났네.”


별기군 주둔지의 가장 깊은 곳, 가장 안전한 곳에 숨어 개문으로 적의 공격을 돌려보내던 황연호는 더이상 카운터가 안 통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리고 ‘인간’이 자신을 포착했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인간’이 무수히 많은 포격과 탄환을 뒤집어쓰면서도 손을 들어올렸다. 그 위에 거대한 마력이 응축된다...!


황연호가 공중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순식간에 사라져 숲 바깥에 나타났다. 처음 12군이 진을 마련했던 시체밭까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조금 떨어진 장소였다.


“여기다 임마!”


엘프들도 뻗어버린 판에 주둔지에 저게 떨어졌다가는 다 죽는다! 그 사실을 짐작한 황연호가 몸을 던져 공격을 빈 공간으로 유도하자 ‘인간’은 즉시 방향을 바꾸어 응집된 마력을 << 스파아아앗! >>


“가메O메파!?”


빔 형태로 쏴보냈고,


<< 파창! >>


황연호를 향해 날아오던 빔은 개문에 걸려 ‘인간’의 아래에서 위로 쏘아올려졌다. 그것에 휩쓸린 ‘인간’의 방어막이 깨져나가자 별기군의 포반과 대공반은 지금이 그때다 하고는 있는대로 퍼부어댔다. 지금까지도 최대화력을 동원하고 있었는지라 기분이 좀 더해졌을 뿐이었지만.


“야 이건 좀 심하잖아! 벌써 사단 단위로 죽었겠다!”


“포탄 가져와 새꺄들아!”


만약을 대비해 방어개문과 동시에 전이개문으로 빔의 방향에서 피해 자리를 옮겼던 황연호도 그 쏟아지는 화력을 몸으로 버티다가 다시 방어막을 펼치는 꼴에는 질려버렸다. 그래도 빛이 많이 약해진 것으로 보아 이대로 가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 상대방이 패턴대로만 한없이 공격하는 게임상의 몬스터라면 그랬겠지.


<< 적. 살해. >>


게임의 제2페이즈인지 아니면 인간의 것과는 다른 전투지성의 발현인지, ‘인간’은 공격이 잘 통하지 않는 적은 내버려두고, 발밑에 있는 다수의 적을 말살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공격을 돌려보내지 못하도록 수천 개의 마력탄이 이번에는 일단 사방으로 흩어진 뒤 별기군 진지 전역을 향해 쏟아졌다.


“아... 안돼...!”

마력을 다 소모하고 비몽사몽한 엘프들의 눈에는 하늘에서 빛이 쏟아지는 듯했다. 그 빛에 닿으면 죽는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인간이 이 정도의 힘을 지녔다는 것을 알았다면 진작에 무릎꿇었을 것이었다.


마력이 없는 인간들의 눈으로도 마력응집체는 볼 수 있다. 하늘에 또 하나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빛나고 있던 그것에서 광탄이 확 퍼져나갔다가 쏟아지는 그 광경에, 젊은 병사들이 모 탄막슈팅게임을 떠올렸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날아다니는 정도의 능력 따위는 없다.


“모두 엎드려어어어엇!”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덩어리 앞을 인간의 그림자가 가로막았다. 황연호가 탄막 앞을 가로막는 순간 김현수 대령이 비명을 지르고, 요안나 여사가 눈을 빛냈다. 저 사람이다! 저 사람이 라스트 앤서...!


빛나는 탄환들은 드넓은 별기군 주둔지 전역에 흩어져 있는 병사들 하나하나를 노리고 쏟아지고 있다.


그 범위는 넓고 넓어서, 돌아보아도 시야 안에 다 들어오지조차 않아서,


황연호는 전력을 다해, 최대한의 크기로 수십 개의 문을 동시에 열었다.


<<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앗! >>


수천 발의 광탄이 하늘로 허무하게 난사되었다. 하나하나 출구 방향을 조절해 발사점으로 돌려보내는 것 따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이 그냥 아무데로나, 힘껏 노력해 모두 하늘 쪽으로 돌려보낸 것이 황연호의 한계였다. “허억, 허억...!” 숨이 가쁘다. 원래 개문은 수십 개 정도 한꺼번에 열어도 힘들거나 하는 것은 없었거늘 무리한 크기에 집중에 긴장까지 더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전신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지경이었다.


잠깐 공중에 떠있던 몸이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기 전에 알아서 문을 열어 땅 위에 내려놓는다. 올려다보면 하늘에 떠 있는 두번째 태양은, 빛이 약해졌다 싶은 게 착각이라는 듯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 죽을, 때까지. >>


다시 탄막이 퍼부어진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2부 시작하고 약 두달만에 주인공 등장... 이래도 좋은걸까(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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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거인의 전장 +1 20.06.27 87 3 13쪽
65 포격전 20.06.26 92 2 12쪽
64 작은 것들의 전장 20.06.26 69 2 15쪽
63 (2년만에) 전쟁, 재개 +1 20.06.26 84 2 17쪽
62 세계수 +4 18.10.28 210 4 11쪽
61 중장기사, 마탑에 서다 +1 18.10.14 290 3 11쪽
60 개문강습 +1 18.09.26 200 5 9쪽
59 첩보전 +5 18.07.09 255 4 12쪽
58 이종간 연애의 곤란함 +1 18.07.07 2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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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외전~지금 중원에서는~(2) +4 18.07.03 201 4 13쪽
55 외전~지금 중원에서는~(1) +1 18.07.01 217 3 11쪽
54 외전~지금 일본에서는~ 18.06.30 235 3 16쪽
53 지금 조선에서는 18.06.25 26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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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이성적인 판단 18.06.17 196 3 10쪽
47 숲과 나무와... 18.06.16 160 3 10쪽
46 속이고 사랑하고 먹고 18.06.15 172 4 13쪽
45 유혹하는 꽃 18.06.10 196 4 8쪽
44 콘택트 18.06.09 192 4 12쪽
43 전투가 끝난 뒤 +1 18.06.03 22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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