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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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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55
추천수 :
283
글자수 :
408,729

작성
18.09.2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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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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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개문강습

DUMMY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엘븐하임을 공격하려던 세 번의 시도가 대참사로 끝난 나머지 인류동맹 안에서 대대적인 권력투쟁이 벌어졌다던가, 그 와중에 엘븐하임 부근을 정찰하던 모험가 파티 여러 개가 주인 잃은 엘프를 발견해 7분의 4박자 룸바를 추며 팔아넘기고 팔자 고칠 돈을 받아 술퍼마신 그날 밤 뒷골목에서 칼맞아 죽었다던가, 포기하고 네오조선을 건국하려던 2연대 지휘부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던가.


그 결과가 지금의 난장판이다.


인류동맹의 수도 카이세리아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거대한 황궁, 그리고 그 우편의 중장기사단 본부가 넓고 거대하다면, 좌편에 당당하게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마탑은 높고 위대하다. 엘븐하임 왕궁을 능가하는 거대한 건축물은 여의도의 63빌딩에 자부심을 지닌 2연대 병사들조차 놀랄 수밖에 없는 높이와 크기였으니...


건축학도 철근콘크리트도 없는 중세 기술수준 국가에서 어떻게 마천루를 세웠는지까지 생각이 닿을만한 병사는 없지만.


지금 그들은 관광이 아니라 약탈을 하러 왔기 때문이다.


***


“준비되었습니까?”


“후우... 네. 지금 합니다.”


황연호는 다시 한 번 깊게 심호흡을 했다. 지금부터 사람을 죽인다. 어차피 별기군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 게다가 공격목표인 마탑에서는 붙잡혀간 엘프들은 물론, 같은 인간까지 납치해서 인체실험을 하고 있었다.


자기합리화를 완성한 순간 그의 눈앞에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지면에 수평으로, 눈앞에 놓인 2천파운드 폭탄의 바로 아래에. 도착 지점은 마탑 내부, 폭탄은 ‘떨어짐’과 동시에 신관이 당겨져 폭발했다.


- 콰쾅! 쾅! 퍼어어엉!


인류전쟁 이래 승리하고 승리해 온 인류동맹이 겪어본 일 없는 참극이었다. 황제의 왼팔이자 심장인 마탑 안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고 사방으로 쏟아지는 파편이 황궁 정원에까지 닿아 정원사들의 피땀어린 화원을 박살냈다. 수백 명의 정원사들을 지휘하는 정원백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할 사태다.


“처, 천벌이다!” “도망쳐라! 도망쳐!” “세상에! 이 무슨 일인가!”


지위와 충성도에 따라 황궁에서의 거리가 정해지는 카이세리아의 특성상, 황제에게의 충성심이 높은 귀족들의 저택에 거대한 마탑의 파편이 우박처럼 퍼부어졌다. 부상자와 사망자가 무수히 발생했으며, 카이세리아의 제3성벽 너머에 자리잡은 평민들은 성벽 위로 언제나 그 위엄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마탑에서 거대한 폭음과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에 당혹해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우측 이상무!” “좌측 이상무!” “문 안쪽에서 마력 반응이 있습니다!”


“날려버려!”


인간들이 흔히 볼 수 있는, 음란한 의상을 걸치고 다소곳하니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활과 검을 든 엘프들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들이 본 적 없는 얼룩덜룩한 옷을 입은 야만족들이, 문 옆에 서서 하나 둘 셋 손가락을 꼽다가 동시에 안으로 작은 돌멩이 같은 것을 던져넣었다. 제대로 맞출 생각도 없는 듯하다.


- 콰쾅!


파편커버를 제외하여 살상범위를 줄인 공격용 수류탄이 폭발하면서 반사적으로 펼친 마탑 제 9좌의 방어마법에 심각한 충격을 가했다. 마법진 전체가 중장기사의 1톤짜리 철퇴에 후려맞은 듯이 떨리고, 그것은 그대로 시전자에게 충격이 되었다.


“커헉!” - 파칭!


방어마법이 깨졌다. 더 시간을 들여 준비하였다면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탑에 침입한 별기군 2연대는 상대방이 준비 못한 시점에 습격하는 것을 금과옥조로 삼는 현대군인 조선군의 일부였다.


- 타앙!


폭발에 뒤이어 방 안으로 들어온 병사들은 쓰러진 마법사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조선의 공장에서 자동화된 기계가 한 시간에 수천 발씩 찍어내는 한 발 500원짜리 총탄, 5g도 안되는 코팅한 납덩어리 하나에 마법사의 스승의 스승의 스승으로부터 수백 년을 이어져내려온 귀하디귀한 지식이 소멸했다.


“확인, 죽었습니다.”


“소이탄 설치해! 서둘러라, 놈들이 정신차리기 전에 코어에 도착해야 한다!”


별기군 2연대에서 주의깊게 선출한 병사들과, 그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석달간 맹훈련을 받은 엘프들. 인간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마탑의 마법사들이 눈치챌 것을 각오하고 마탑 안에 직접 조선제 2천파운드 폭탄을 처넣은 뒤 바로 뛰어든 강습부대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방마다 수류탄을 던져넣고 뒤에는 점점이 부비트랩을 설치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삐거덕, 9.11테러와는 비교도 안되는 타격을 받은 마탑이 불길하게 뒤틀리며 울었다.


“다음!” “수류탄!” 쾅!


거침없이 전진하는 침입자들은 마탑의 코어를 향하고 있었다. 용을 타고 최상층에서 날아든 것도, 갑옷을 입고 옆에서 들어온 것도, 가장 낮은 아래층에서 올라온 것도 아니다. 예고 없는 강대한 폭발로 마탑의 방어체계를 뒤흔들고 느닷없이 코어 부근에 나타난 침입자들이었기에 그 위치는 코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


삐거덕, 삐거덕, 삐거덕.


마탑 자체가 불길하게 뒤틀리며 울었다. 동체 상층과 하층,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에 의해 메인 샤프트가 손상되어 있다. 마탑 전체를 순환하는 인공 마력회로도 절단되어 마력이 허공으로 소실중이다. 마탑 주변은 심대한 마력농도 증가가 일어나는 참이다. 내부의 마법사들은 혼란해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하여-


“통로가 좁아진다!?”


섬세하게 침입자만을 배제할 방법이 없었다. 자기보호의 명령에 따라, 코어는 마탑 안의 마법사들을 무시하고 침입자를 배제하기 위해 우선, 통로를 압착해 짓누르려 했다. 강습부대보다 먼 곳에서 통로에 연관된 방들 다수가 일그러지고 찌그러지면서 그 안에 있던 모든 가구와 연구설비와... 인체가 으스러진다.


“밀겠습니다!” “수맥을 끊어! 쏴!”


그러나 강습부대는 이것을 위해 준비해 왔다. 엘프들이 잠시 마력으로 버티는 사이, 별기군 병사들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마력회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댔다. 조정간 자동, 사격! 투타타타타탕!


삐걱, 삐걱, 우르르르르!


활동중에 충격을 받아 더욱 손상이 심했다. 통로부가 흔들리며 압착하려던 움직임이 멎어버리고, 대신 사방에서 작은 구멍이 열리고는 잉잉거리며 벌떼가 쏟아져나왔다.


“버, 벌이다!” “엘프들한테 붙어! 수류탄!”


화염방사기라도 있으면 쓸어버리겠지만 애초에 그 무거운 것을 들고 오는 것은 무리다. 대신 별기군 병사들은 엘프의 방어마법 안으로 피하면서 공격용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수류탄 투척!”


있는 힘껏 내던지고 방어마법을 사용하느라 움직이지 못하는 엘프 소녀의 부드러운 몸을 끌어안아 엎드린다. 쾅! 폭음이 귀를 멍멍하게 하고, 통로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수류탄의 폭풍이 날뛰며 벌들을 공중에서 으깨버린다. 후드득, 벽의 파편이 조금 떨어지면서 폭풍이 가라앉자 잠시 정적이 깔렸다.


“됐다, 일어나! 내부 감지?” “...전방 이십미터, 마력회로가 회복 중에 있습니다.”


***


엘프들의 감지 결과는 즉각 엘븐하임의 2연대 지휘부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듣는 지휘부 안에는, 조선제국 최강의 전략타격수단인 황연호 소령이 포함되어 있다.


‘1초, 1초만 간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생각만으로 일으키는 것보다 동작을 끼워넣는 것이 상상하기 편하다. 황연호는 두 손바닥을 마주쳐 합장하고 있다가- “단절개문.” 두 손을 힘주어 비틀었다.


***


우르르릉! 콰직, 콰직!


마탑이 비명을 질렀다. 그렇잖아도 위아래가 끊어진 메인 샤프트에, 감지할 수 없는 충격이 가해진 것이다. 그 일격에 샤프트 중간이 비틀려 끊어지고 내부 통로는 물론 동체 전체가 몇 도 비틀리면서 외벽에 증식시킨 대리석 표피가 산산히 부서져 쏟아진다. 가까운 곳에 있는 황궁이나 귀족가에서는 마치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몰아치는 먼지폭풍에 휩쓸렸지만, 보다 멀리 떨어진 평민들은 제3성벽 너머 보이는 마탑이 흔들리고 휘청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하얀 대리석 외벽이 떨어져나가는 아래, 무어랄까 나무로 만든 내벽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안쪽에 있는 강습부대원들은 그것을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통로가 뒤틀리고 비비꼬이면서 얇은 대리석같은 표피가 떨어져나가자 어디로 보나 나무인 내벽이 드러난다. 아니다. 내벽이 아니다.


인간 마법사들은 세계수를 지배해, 그것을 인간이 돌로 쌓아올린 탑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 엘프가 답했다. “숲이 세계인 것이 아니다. 세계가 숲이다.”


심각한 충격을 받은 세계수의 자기방어기능이 정지했다. 코어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그, 그게... 눈 깜짝할 사이에 4.5초가 지나가 버렸습...(총살)

변명을 하자면, 원래 이 글은 국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글의 원천이었습니다. 즉...

...지금 상황에서는 인스피레이션이 없어져 버렸어요... 제길 싸게 팔아치울 이유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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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거인의 전장 +1 20.06.27 87 3 13쪽
65 포격전 20.06.26 92 2 12쪽
64 작은 것들의 전장 20.06.26 68 2 15쪽
63 (2년만에) 전쟁, 재개 +1 20.06.26 84 2 17쪽
62 세계수 +4 18.10.28 210 4 11쪽
61 중장기사, 마탑에 서다 +1 18.10.14 290 3 11쪽
» 개문강습 +1 18.09.26 200 5 9쪽
59 첩보전 +5 18.07.09 255 4 12쪽
58 이종간 연애의 곤란함 +1 18.07.07 242 2 12쪽
57 외전~지금 중원, 그리고 일본에서는~ +1 18.07.03 228 4 16쪽
56 외전~지금 중원에서는~(2) +4 18.07.03 201 4 13쪽
55 외전~지금 중원에서는~(1) +1 18.07.01 217 3 11쪽
54 외전~지금 일본에서는~ 18.06.30 234 3 16쪽
53 지금 조선에서는 18.06.25 268 4 14쪽
52 합리와 비합리 18.06.24 187 5 13쪽
51 ‘인간’ 대 인간 18.06.23 18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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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나무와 나뭇잎 18.06.18 167 3 11쪽
48 이성적인 판단 18.06.17 196 3 10쪽
47 숲과 나무와... 18.06.16 160 3 10쪽
46 속이고 사랑하고 먹고 18.06.15 172 4 13쪽
45 유혹하는 꽃 18.06.10 195 4 8쪽
44 콘택트 18.06.09 191 4 12쪽
43 전투가 끝난 뒤 +1 18.06.03 22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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