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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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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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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글자수 :
408,729

작성
20.07.0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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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창 대 총

DUMMY

한편 숲 외곽에서도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참이었다. 인간 군대의 무장은 창과 방패. 방금 전 숲속으로 들이밀었던 소환수나 골렘, 정령 따위는 쓸 수 있는 것을 다 썼는지 보이지 않았으므로 방어진지의 별기군 병사들은 자신이 충만했다. 엘프 레인저 상당수가 후방으로 돌려졌지만, 그래도 병사들의 곁에는 사랑스런 엘프 소녀들이 오물오물 비상식량을 씹어 마력을 보충하면서 그들을 도울 준비를 하고 있었으므로 더욱 그랬다.


“아직 대기! 대기! 근거리까지 끌어들여서 한꺼번에 쏟아붓는다!”


황제군은 서로 어깨가 눌릴 정도로 단단히 밀집하고 방패를 겹겹이 맞추어 쌓아 거대한 방벽을 만든 채 그 뒤에 숨어있는 지휘관의 구호에 따라 한 발짝씩 전진해오고 있었다.


“제길... 그냥 쏴버리면 뚫릴 것 같은데.”


“조금만 참으세요♡”


유효사거리 2킬로미터에 근거리에서는 어지간한 장갑차에 구멍을 숭숭 내고 안에 탄 병력을 피바다로 만들 수 있는 M2 중기관총 사수가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투덜거렸다. 당연히 같은 참호에서 그와 몸을 꼬옥 맞대고 있던 엘프 소녀가 귓가에 소근소근 속삭여준다.


엘프들은 황제군의 팔랑크스가 얼마가 강력한 방어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이미 보고했고, 별기군은 밀집한 인간 수만 명의 본능적인 마력에 의한 방호효과는 소총탄 정도는 튕겨낸다고 확인했다. 인간은 무리지을수록 강해지는 생물인 것이다.


할 수만 있었다면 저 위에다가 박격포를 쏟아부어 박살을 냈겠지만 그 포대가 역으로 공중강습을 당한 상태였다. 저벅저벅 다가오는 거대한 대열은 인간이라기보다는 마치 성이 움직이는 것 같았고, 촘촘하게 긴 창을 내민 성이 한 발짝씩 다가올 때마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장교들도 심장이 두방망이질쳤다.


그리고 마침내, 미리 거리를 재어서 표시해 둔 라인을 지나친 순간.

“대기, 대기...! 점화!”


“점화!”


- 콰콰콰쾅!


폭파병이 명령을 복창하며 전자식 점화기를 세 번 연속으로 클릭하는 순간, 땅 속에 묻어둔 대형 항공폭탄들이 폭발했다. 최소 250파운드, 100킬로그램, 안에 든 화약량은 그 절반 정도인 50킬로그램. 박격포탄 열 발에 가까운 폭발이 다섯 개, 황제군의 전진대열 발 아래에서 폭발했다.


“아자!”


“제대로 먹였다! 현대과학 맛이 어떠냐 새끼들아!”


원래는 황연호 소위의 개문으로 하늘에서 떨어트릴 작정으로 보급받은 항공폭탄들은 써먹기가 애매해지자 황제군이 도달하기 전, 야간을 틈타 숲 밖에까지 매립되었다. 조선 세계에서 이 짓을 하려면 중국인 백 명을 동원해 몇 시간씩 삽질을 해서 구덩이를 파고 폭탄을 밀어넣고 메꾸는 동안 해가 떴겠지만 여기서는 엘프 두 명만 있으면 흙 골렘을 일으켜 폭탄을 들고가 매립지점의 땅을 열고, 폭탄을 넣고, 골렘을 역소환해서 매질인 흙을 덮어버리면 끝난다. 게다가 끝난 위에 잔디나 덤불을 덮어 위장도 순식간이다. 그렇게 깔끔하게 매립되어 있는 폭탄들이 딱 알맞은 위치에서 일제히 폭발한 것이다.


병사들이 귀를 먹먹하게 하고 아랫배를 찌르르하게 울리는 충격에 놀라면서도 환성을 질렀다. ...가 조용해졌다.


나란히 대열을 갖춘 사각 방패와 그 틈새로 빽빽하게 튀어나온 창날들. 거대한 팔랑크스를 감싸고 있는, 눈에 보일 만큼 과부화된 둥근 방어결계. 그것은 황제군 병사들이 마법을 익힌 것이 아니라, 오직 살아남겠다는 본능만으로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이었다.


폭탄이 폭발한 곳마다 몇 미터나 될 법한 수영장같은 구덩이가 패이고 수많은 황제군 병사들이 나가떨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시체가 되어 있었지만, 황제군은 아직 대열을 유지하고 방패와 창을 치켜들어 별기군의 방어진지를 겨누고 있었다.


“이따위 속임수를 쓰다니 비겁한 새끼들...!”


황제군 병사들은 온갖 더러운 속임수를 써 대는 유사인간종 괴물들과의 싸움에 익숙했지만 적진에 접근하기 직전, 발 아래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폭발이 일어나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나마 폭발 직전 팔랑크스로 하나가 된 전원의 위기의식이 위험을 인식했기에 방어결계가 간신히 버텨주었지만 대열 일부는 아예 땅이 무너져서 병사들이 나가떨어지거나, 그러지 않은 대열도 상당수의 병사들이 마력의 역류를 견디지 못하고 눈이나 코에서 피를 터트리며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들은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전우들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책임을 걸머진 병사들은 이를 갈며 쓰러진 전우들을 뒤에 남겨두고 한 걸음 더 전진해, 공간을 좁혔다. 어깨와 어깨가 다시 맞닿고 핏발선 눈으로 이를 가는 병사들의 흥분에 의해 방어결계는 눈에 보일 정도로 파직파직 떨리기 시작했다.


마법을 배운 것도 아니고 기사들처럼 마력을 사용하는 자격을 타고난 것도 아닌 병사들이, 오로지 평소의 엄격한 집단훈련과 그리고 순수한 전우애를 통한 분노에 의해, 마치 마탑의 대마법사들과 같은 강력한 방어결계를 형성했다. 이것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것은 중장기사 정도는 나서야 할 것이다.


“얼씨구, 니들은 니들 나름대로 판타지다 이거지? 대전차반! 로켓!”


“준비됐습니다!”


인간 군대로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황제군의 병사들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맞추기만 하면 중장기사도 박살내는 밀집된 화력이었다.


“쏴라!”


- 뻥! 뻥! 퍼엉!


후방으로 카운터매스를 방출하며 튀어나간 로켓 탄두들은 이름과 달리 불꼬리를 끌지는 않았다. 추진제의 배합 비율을 주의깊게 연구에 얻어낸 수치대로 공장에서 만들어진 로켓들은 불량도 없이 쏘아져나가 황제군 팔랑크스의 방어결계에 충돌해 폭발, 폭발력을 집중시켜 두께 반 미터짜리 철판을 꿰뚫는 메탈제트를 전방으로 사출했다. 화살이나 총탄, 심지어 대형 폭탄의 폭압마저 막아내었던 방어결계였지만 철판이라기보다는 쇳덩어리라 불러야 할 법한 것을 뚫기 위해 만들어진 메탈제트는 간단히 그것을 관통했다.


“끄악!”


“존!”


그나마 폭발에 의한 충격과 파편이 대열에 쏟아지지는 않고 로켓이 명중한 자리의 병사만 방패에 큼직한 구멍이 뚫리면서 몸뚱이가 위아래로 찢어져 단말마를 내뱉으며 나가떨어지는 것이었다. 팔랑크스의 방호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병사들의 발걸음이 더디어진다.


- 타타타타탕! 타탕!


- 웅웅웅웅웅웅웅!!!


게다가 로켓과 함께 퍼부어진 각종 총탄들이 방어결계를 두들겨 진동시켰다. 화살이나 투석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충격이 전해져 병사들이 가벼운 마력 역류로 구역질에 두통, 내출혈 따위의 증상을 일으키고, 로켓이 맞아 대열이 깨진 부분으로는 총탄들이 뚫고 들어와 또다시 방패를 뚫고 병사들의 몸을 쑤시기도 한다.


“컥!”


“아악! 살려줘!”


결국 적의 진지에서 백 걸음도 남겨두지 않은 위치에서 팔랑크스는 멈춰버렸다. 더이상 전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로 더더욱 단단히 뭉쳐서 견디면서, 한 병사가 울분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 비겁한 자식들아! 앞으로 나와! 창으로 싸워!”


그것은 폭음과 총성에 파묻혀 자신의 귀에조차 들리지 않았다. 또다시 로켓이 날아들었다.


oo0oo


“적 기병대가 팔랑크스 후방에서 전진중!”


“화력 일부를 분할해서 예비대를 편성한다. 서둘러!”


한편 나무 위에서 엘프들의 시야로 보고를 받은 별기군에서는 황제군 후방에서 이번엔 기병대가 움직인다는 소식에 긴장했다. 아무튼 뭐가 나올지 모르는 세계인 것이다. 그나마 그들의 방어진지는 숲 외곽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 형태였으므로 측면을 타격당할 걱정은 적었다. 측면에도 전방과 마찬가지로 폭탄이 매설되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전진하던 보병 팔랑크스가 심대한 충격을 받고 못박혀 있는 동안 그 후방에서 대열을 갖춘 중기병대는 우회기동 따위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이미 반역자들(엘프 편을 든다는 이유로, 별기군을 부르는 비칭)의 속임수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수백 기에 지나지 않지만 운용비용은 1만 명의 보병 이상으로 드는 중기병들은 투구에 딸린 얼굴 가리개를 내리고 긴 창을 꼬나쥐어 내밀었다. 보병대의 등을 향해서나 마찬가지였다.


“친애하는 전우들이여, 저 앞에서 느리고 멍청한 땅개들이 적의 함정에 빠져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느리고 멍청하고 냄새나고 가끔은 꼴보기 싫은 것들이지만, 반역자들에게 농락당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겠지?”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기병단장의 연설은 투구의 마도구를 통해 기병들의 귓가에 직접 울려퍼진다. 그것은 단순한 연설이 아니라 기사들, 그리고 군마의 몸 안을 순환하는 마력을 증폭시키는 트리거이기도 하다. 지금은 전멸당한 용기사들처럼 선천적인 마력 생물인 와이번만큼은 아니지만, 주의깊게 교배되어 품종개량된 군마들의 마력은 인간 병사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리고 기병들은 그 마력을 다룰 수 있다.


“자아, 모두들! 가자!”


“오우!”


백 명의 기병들은 한 사람의 외침처럼 딱 맞추어 구호를 외치고는 창날을 세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돌파력. 기병단장을 최선두로 그의 뒤에 쐐기꼴 대형을 갖춘 기병들은 우선 애마를 경보로 가볍게 걷게 했다. 잠시 걷다가 다각 다각 발굽 소리를 울리며 뛰는 트룹, 그와 함께 거창.


“거ㅡㅡㅡㅡ창ㅡㅡㅡㅡ!”


“스피어ㅡㅡㅡㅡ!!!!”


묵직한 군마가 점차 가속하기 시작한다. 세워들고 있던 긴 창끝 푸르스름한 한기를 흘리고 있는 창날을 전방으로 겨눈다. 여전히 그들의 앞에는 아군 보병대의 등이 있었다. 가속, 가속, 가속!


“Chargeeeeee!!!”


“Gogogogogogo!!!!”


별기군의 사격에 꼼짝도 못하고 있는 아군 병사들을 짓밟고 지나갈 기세로, 중기병대는 돌격을 개시했다.


oo0oo


“저새끼들은 또 뭐야!? 미친 거 아냐? 그냥 애들 밟고 돌격해?”


“사격각이 안 나옵니다! 팔랑크스에 가려서...!”


당연하지만 엘븐하임에 중기병대가 투입된 적은 없었고, 엘프들도 그들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인간들의 노예로 침투해 있는 엘프들에게 얻어낸 정보로도 싸워서 아인종들을 짓밟았다는 프로파간다성 홍보 뿐. 그렇기에 돈좌된 팔랑크스를 방패막이삼아 달려오는 적 중기병대의 전투방식은 상상과 상식에 의해 예측하여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것은 예측에 없었다.


“길을 열어라라라라라!”


“길을 열어라라라라라!!!”


기병단장의 외침을 동시에 백 기의 기병들이 복창하는 순간, 중기병대의 군마들은 대지에서 발을 떼어놓고 허공을 박차며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팔랑크스를 뛰어넘어, 쐐기꼴 대형을 이룬 중장기병들이 공중을 단단히 디디고 달리면서 보병 이상으로 맹렬하게 마력을 순환시켜 창끝과 기병과 군마까지 한 덩어리 파르스름한 창날이 되었다. 그리고 백 기의 기병이 한 덩어리 창날이 되어, 별기군의 방어진지를 향해 내리꽂혔다.


“씨발.”


그 어이없는 꼴에 별기군 병사들은 총구조차 늘어트린 채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주중에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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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2년만에) 전쟁, 재개 +1 20.06.26 84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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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개문강습 +1 18.09.26 200 5 9쪽
59 첩보전 +5 18.07.09 25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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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외전~지금 중원에서는~(1) +1 18.07.01 217 3 11쪽
54 외전~지금 일본에서는~ 18.06.30 235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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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콘택트 18.06.09 192 4 12쪽
43 전투가 끝난 뒤 +1 18.06.03 22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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