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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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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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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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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3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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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외전~지금 일본에서는~

DUMMY

Q. 현대 일본에서 가장 큰 도시는?

A. 장기포.


당연히 황연호는 거기가 어딘데요!? 를 외쳤지만 나가사키의 조선어 발음이다. 조선에 무기한 할양된 항구도시로, 조-일 무역의 중심이기에 주로 농산물과 광물 수송용 항구가 정비되고 그 주변에 선원들을 상대로 하는 소비도시가 형성된 환락의 낙원. 도쿄? 관동대지진을 안 좋은 곳에 맞아서 그만...


숙부님 인맥으로 낡은 연안용 여객선을 타고 북해도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 미나는 이 거대한 도시의 찬란한 야경에 눈이 멀 뻔했다. 선원들이 이용하는 값싼 술집부터 접대용의 고급 룸까지, 서로 질까보냐 하고 네온사인과 일루미네이션을 퍼부어대는 승부의 장이었기에. 하룻밤 숙박비가 일본인들로서는 가족을 팔아도 턱도없는 호젓하고 은은한 고급 요정은 지역이 다르니 패스한다.


짐 가방을 끌어안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미나의 모습은 장기포의 밤을 지배하는... 이라기보다는 총독부에서 관리하기 귀찮으니 눈감아주고 있는 범죄조직들에게는 절호의 먹잇감이었다. 그러나 숙부로부터 미리 연락을 받은 아가씨들이 심부름꾼을 보내 놓았기에 아슬아슬하게 목숨은 건졌다. 북해도의 작은 마을도 밤이면 아이들끼리 모여서 귀가해야 하는 실정이었지만, 장기포의 밤은 훨씬 더 위험하고 잔인하다. 북해도에서 위험한 것이 네 발 달린 짐승들이었다면 장기포에서 위험한 것은 두 발 달린 짐승이기에.


“네가 큰오빠가 말한 걔?”


“네, 네! 미나입니다! 적게 먹고 열심히 일하겠으니 무엇이든 시켜주세요!”


타무라 키요코는 긴 곰방대를 짙은 립스틱 바른 도톰하고 윤기나는 입술로 물었다. 평생 북해도의 시골구석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나로서는 상상도 못할만큼 진한 화장과 어깨며 가슴에 다리를 거의 다 드러내는, 반짝반짝 물고기 비늘같은 빨간 드레스. 더없이 음탕하고 음란한 모습을 한 도시의 매춘부는 시골에서 올라온 처녀애의 턱을 들어 어두운 조명 아래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평가했다 - 미나는 그것이 가축을 평가하던 마을 아저씨들의 눈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파산한 오기노 가의 사람들을 평가하는 업자의 눈과 더 닮았겠지만.


‘큰오빠 부탁만 아니었어도 그냥 팔아치우는건데.’


그럭저럭 반반하긴 하지만 시간 들여서 가르칠 정도는 아니다, 라는 것이 타무라 키요코의 판단이었다. 그래도 큰오빠, 즉 미나의 숙부가 보내오는 여자애들 중에 정말 비싸게 올려보낼만한 아이가 간혹 있으니 무조건 싫다 할 처지도 아니었다. 게다가 큰오빠라고 하지만 매춘부와 포주의 관계였던 자신과 달리 진짜로 큰오빠의 혈연에, 나중에 몇 명 수당 없이 보내주겠다고 할 만큼 신경쓰고 있는 여자애라면 더더욱.


후우.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그 행동에 어찌나 색기가 묻어나는지 미나는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TV에서 보는 조선 연예인들의 풋풋한 매력과는 단위가 다른 원초적이고 육욕적인 색기였다.


“너.”


“...네!”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대답이 늦었다. 당황하고 있는 미나의 턱밑에 곰방대가 들이밀어지자 뜨거운 열기가 태양빛도 잘 닿지 않던 약한 피부를 자극한다. 하지만 이미 위압감에 짓눌려 있던 미나는 뻣뻣하게 굳은 몸인지라 도망도 가지 못한 채 고개만 한껏 들어올렸다. 그러자 짙게 아이섀도우를 바른 키요코와 눈이 마주친다. 뱀과 눈이 마주친 개구리의 심경이었다.


뱀이 말한다.


“큰오빠의 부탁이니 밥은 먹여주지. 내가 시키면 움직여. 내가 먹으라면 먹어. 내가 기라면 기어. 알아들었어?”


“네, 네!”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답변하는 것 같아 키요코의 표정이 좋지 않다. 공장이나 농장에서 일하고 몇 푼 안되는 돈을 모아 조선에서 보내준 헌옷을 사입고 술이라도 한 잔 할 수 있는 ‘보통’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일본의 어둠은 깊다.


“꿇어 엎드려.”


“...? 꺅!”


키요코의 말에 미나의 반응은 둔했다. 색기와 위압감이 동시에 맴도는 시선에 짓눌려 있는 미나의 뺨을, 뜨거운 곰방대가 때렸다. 빠르고 가볍게 휘어쳤기에 상처를 입힐 리는 없지만 아버지에게도 맞아본 적 없는 미나에게는 경악할 사건이었다.


“꿇어!”


ㅡ그렇게 보호받으며 자라난 미나의 마음에조차 뿌리박혀 있는 깊은 패배감. 어른에게, 즉 강자에게 복종한다는 만들어진 본능에 미나는 명령 그대로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시야에 땅바닥이 가득해지고서야 미나는 자신의 상태를 알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뺨이 화끈하지만, 반발심이나 억울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 오히려 당황할 정도였다.


툭, 툭.


엎드린 정수리를 무언가 단단한 것이 건드린다. 고개도 들 수 없었기에 삼촌이 소개해 준 ‘키요코 언니’의 샌들 발끝이 자신의 머리 앞에서 장난하듯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만, 미나의 나이에는 낯선 감각이 아랫배 안쪽을 자극했다.


“알아둬. 장기포는 계급 사회다. 제일 위에 외국인들이 있고, 그 아래에 화족님네와 귀족님, 게이샤, 마이코, 하녀들, 치안대, 청소부... 그리고 제일 밑바닥에 항구 노동자. 우리는 그분들의 배 밑에 깔리는 거야. 알아들었어?”


“네...!”


그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키요코는 자신들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보통 일본인’ 소녀의 머리를 샌들로 짓밟았다. 제법 예쁜 두상인 머리가 눌리며 푹 꺾인다ㅡ 짓밟아도 꿈쩍도 안 할 만큼 얼굴을 바닥에 짓누르게 교육하려면, 한참 걸릴 듯하다.


마담은 고개를 들어 공중으로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하늘하늘 솟아오른 연기가 담뱃진 가득한 천장에 고이면서, 어린 시절 버린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만 같았다.


***


정작 미나의 장기포 생활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시간 자체는 집에서 일할 때보다 적을 지경이었으니까. 술집의 오너마담인 키요코가 딱히 신경써 준 것은 아니지만 지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아가씨들의 패악질만큼은 막아주었고, 미나 또한 일본인이었던지라 며칠만에 아가씨들은 미나가 꽤 부려먹기 편한 하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정도 되면 미워하기도 애매하다.


그리고 조금 이 생활이 익숙해질 즈음엔, 장기포의 뒷골목이 얼마나 처참하고 숙부님의 소개를 받을 수 있었던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를 깨닫게 된다.


일본은 중국처럼 지역별로 군벌 상태가 아니기에 어쨌건 이사는 할 수 있다. 그렇게 땅을 잃고 집단농장에조차 들어가지 못해서, 도시에 가면 입에 풀칠이라도 하겠지 하고 상경한 가족들은 장기포 토박이들의 차가운 시선과 때때로 물리적인 폭력에 직면한다. 도시 외곽에는 거대한 빈민가가 형성되었으며,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조선제 구호품과 조선이 세운 경공업 공장뿐이다.


“...저 뒤쪽에 옷 공장이나 가발 공장 같은 데가 있지만 거기서 일해봤자 네 가족 되사는 건 무리야.”


노동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하루 15시간 이상의 근무, 자신의 몸 하나 뉘일 침상을 빌리고 초라한 음식을 구입하기에조차 부족한 임금, 때로는 그것들마저 착취해가는 감금형 기숙사. 여자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철조망과 자물쇠로 굳게 잠긴, 그런데 어째서인지 안이 아니라 바깥쪽에서 잠긴,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완성된 물건뿐인 건물에 대해, 조금 가까워진 언니들이 가르쳐주었다.


또 다른 언니가 가르쳐주었다. 밤과는 딴판으로 낡은 건물들이 늘어서고 쓰레기와 노숙자들이 널려 초라해보이는 한낮의 장기포에서, 절대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곳들을. 가장 지저분한 곳은 접근해서는 안된다. 하루 평균 살인사건 2.4건, 강간사건 16건, 검거율 3.2%의 우범지역이며, 낮에조차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고 밤에 나가는 것은 당신이 20명 이상의 야쿠자 집단이 아닌 이상은 자살행위다.


가장 깨끗한 곳도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곳은 외국인 용병들이 경비를 서는 외국인 조계다. 일본인은 하인이나 주문상인 등의 사유로 출입 허가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고, 얼씬거리기만 해도 허가증을 검사하고 없으면 구타하는 경우가 흔하다. (무경고로 조준사격을 하는 아프리카나 중국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하겠다) 여자는 죽지는 않을까.


강자에게 반항해서는 안된다. 애초에 우범지역에는 접근도 해선 안되지만 그게 아니어도 치안대, 자위대, 자경단, 환경미화원 등등과는 눈도 마주치면 안되고, 얼굴을 보였다면 도망치는 것조차 위험하다. 그나마 바 키요코의 아가씨들은 키요코 마담이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바치는지라 조금쯤은 대화가 가능하지만 그런 것 없는 거렁뱅이들은...


...그리고 약자를 동정해서도 안된다. 단 한 번 동전 한 닢을 던지는 순간, 온 도시의 거지들이 달려들어 적선을 강요하다가 결국은 어리석은 독지가를 갈기갈기 찢어 버릴 터이니.


***


“네일 아티스트 학교? 믿지마, 사기니까.”


“그, 그런...”


며칠 정도 제법 싹싹하게 일하는 미나를 지켜본 키요코는 미나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것만을 바라보고 온 미나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지만, 애초에 아버지나 숙부나 미나를 북해도에서- 집단농장에서, 노예 농장에서 내보내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목적은 달성되었다. 나가서 도달한 곳은 낙원이 아니지만.


“학비 그건 나한테 맡기란 소리는 안 할테니까 조선계 은행에 맡겨. 제일 큰 데. 보관료 안받는다거나 이자를 준다거나 하는 데는 언제 들고 나를지 모르니까 보관료가 비싸도 큰 데가 좋아.”


“감사합니다...”


도둑맞는 것보다는 보관료를 뜯기는 게 낫지. 키요코는 미나가 짐가방 안에 2년치 학비를 넣어왔다는 말을 듣고 식겁했다. 누구도 훔칠거리가 없어보일만큼 초라한 행색이었기에 몰랐지만 그 돈봉투를 가방에 넣고 침대 위에 방치했다니 장기포에서는 미친 짓이었고, 이쯤되자 모자란 동생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 험한 세상에서는 자기 목숨 하나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타무라 키요코는 조금 고민했다.


“손님 받고 돈 관리 잘하면 몇년 안에 작게 가게 하나 내는 정도는 가능하지. 대부분은 중간에 남자한테 당해서 홀랑 털리거나 몸까지 팔리거나 하지만. 할래?”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만 권유에 대한 대답이 너무나 기운차다. 얼굴이야 화장과 어두운 불빛으로 가리면 되고, 나이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몸매에 독특한 태도. ‘운동계라... 블루오션일까나.’


“지금 당장 손님 받아봤자 몸만 망쳐. 한동안은 심부름하면서 분위기를 익혀. 손님들이 뭘 원하고 뭘 싫어하는지 알라고.”


“네!”


미나는 기운차게 대답했다. 아빠의 걱정으로 헤어 디자이너나 네일 아티스트 학교를 알아보고 있었지만, 애시당초 창녀가 될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한 순간 누군가의 바위같이 굳은 얼굴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흔들어 지워버렸다. 그 변화무쌍한 표정을 바라보며, 키요코는 신입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첫사랑 따위는 빨리 잊는 게 좋아... 괴로울 뿐이니까.”


***


국제연합 상비군은 국가 단위에서 파병을 받거나 군사훈련을 받은 전직 군인을 스카웃하지만, 배고픈 강대국들의 잔혹한 착취에 참지 못한 저항이 늘어나면서 미경험자 자원병을 훈련시키는 경우도 늘었다. 인맥이나 조직 없이 오로지 국제연합의 명령에 복종하는 병사를 양성하는 상비군 기초훈련장 하나는 일본에 마련되었으니, 일본인이 권력 앞에 순종적이면서도 약자에게 잔인하다는 편견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물론 상비군 훈련장을 유치하기 위해 없는 예산을 쪼개고 화족 부인들을 동원해 상납을 한 일본 정부의 노력도 폄하할 것만은 아니다.


“기뻐해라. 네놈들이 일본에서 온 인간도 덜 된 원숭이건 아프리카 깜둥이건, 아니면 동유럽 허연 검둥이들이건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 네놈들은 평등하게 버러지들이기 때문이다!”


오기노 지로는 그 곳에 있었다. 국제연합 상비군은 임금에 위험수당 등이 붙어 무척 고수입 직종(일본인 기준)이었기에 스스로도 바라고 있었지만, 사실 일본인 훈련병들은 다들 젊고 체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보내진’ 것이다. 서류상으로는 자원입대였고, 수당의 80%가 빚을 갚는 용도로 뜯겨나간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집단 농장이나 그것만도 못한 공장에서의 수입보다는 높았기에 일본인 훈련병들은 사력을 다해 훈련에 임하고 있다.


“국제연합 상비군은 인류의 평화를 지키는 명예로운 군대다! 내 사랑하는 상비군에 버러지는 필요없다, 당장 훈련을 사퇴하고 꺼져!”


훈련장의 진창을 구르면서 지로는 조교의 고함소리를 들었다. 흘려듣고 싶지만 언제 갑자기 선착순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기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일본계라는 사실을 저주하는 듯한 조교의 악의적인 기합으로 철조망 아래 진흙탕을 누운 포복으로 지나가면 옷깃 안쪽으로 진흙이 흘러들어 끔찍한 감촉이 된다.


“지금 네놈 때문에 너희 분대는 전멸했다! 죽은 놈들은 엎어져!”


간신히 철조망을 돌파했지만 그 다음은 이유도 모를 기합이었다. 지로는 입 안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간신히 씹어삼키며 엎드렸다. 달아오른 체온과 뜨거운 태양빛이 겹치자 진흙은 순식간에 말라붙어 몸과 훈련복에 코팅되다시피 한다. 심지어 귀 안으로 들어간 흙물이 마르자 귓속에서 버석거리는 것이 거슬리고, 타고난 체력 덕택에 다른 일본인 훈련병보다 체력이 강한 지로마저 쓰러지도록 굴려준 조교의 덕택에 몸을 뒤덮고 귓속에까지 파고든 흙더미며 불쾌한 감정조차 날아가버리게 될 때 즈음에야 하루 훈련이 끝난다.


<< 애애애애앵! >>


“비상! 비상! 전부 튀어나와! 비상!”


집단농장에서도 첫날부터 잘 먹고 잘 자던 지로가 뻗어버릴 정도의 주간훈련이 끝나고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훈련병 막사에 폭발이 일어났다. 비상 사이렌이 울리고 사방에서 고함치는 조교들의 외침에 화들짝 놀라 일어난 훈련병들이 어둠 속에서 뒤엉키고 자빠지며 막사 밖으로 뛰쳐나오자 조교들이 그들을 휘몰아 -그나마 구타는 비교적 적었다- 연병장에 집결시켰다. 황망히 늘어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군인이라기보다는 피난민에 가까웠다. 그 모습을 훈련소장이 단상 위에서 내려다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집합까지 12분 30초. 긴급대응시간 3분의 네 배나 걸렸고, 귀관들이 지켜야 할 사람들은 이미 폭도들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다. 본 소장은 심히 실망스럽다...”


지로는 어둠 속에서 길게 늘어지는 연설에 선 채로 꾸벅꾸벅 졸다 쓰러질 뻔한 옆줄 동료를 쿡 찔러 일으켰다. 집단농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최대한 끄집어내는 곳이라면, 여기는 정교하게 인간의 체력을 소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체력이 한 올도 남지 않아 뇌를 회전시킬 체력까지 털어내고 나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텅 빈 인형에 가까워서, 그 안에 부사관과 장교에 대한 복종심, 국제연합의 군인이라는 자부심, 그리고 세계 평화를 지키는 상비군에 저항하는 폭도들에 대한 증오심이 채워넣어진다.


“훈련 종료! 막사 복귀후 취침준비!”


“옛써-!”


막사로 들어가라는 명령에 훈련병들은 피곤한 얼굴에 표정을 띄웠다. 줄줄이 막사를 향해 걸어가는 그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는 영혼 빠진 시체들의 행진을 방불케 하는데, 그 텅 빈 얼굴에 잠잘 수 있다는 행복감이 가득한 것은 오히려 무섭기까지 하다...


오기노 지로는 그 곳에 있었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다음 편은 중국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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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거인의 전장 +1 20.06.27 87 3 13쪽
65 포격전 20.06.26 92 2 12쪽
64 작은 것들의 전장 20.06.26 69 2 15쪽
63 (2년만에) 전쟁, 재개 +1 20.06.26 84 2 17쪽
62 세계수 +4 18.10.28 210 4 11쪽
61 중장기사, 마탑에 서다 +1 18.10.14 290 3 11쪽
60 개문강습 +1 18.09.26 200 5 9쪽
59 첩보전 +5 18.07.09 255 4 12쪽
58 이종간 연애의 곤란함 +1 18.07.07 242 2 12쪽
57 외전~지금 중원, 그리고 일본에서는~ +1 18.07.03 228 4 16쪽
56 외전~지금 중원에서는~(2) +4 18.07.03 201 4 13쪽
55 외전~지금 중원에서는~(1) +1 18.07.01 217 3 11쪽
» 외전~지금 일본에서는~ 18.06.30 235 3 16쪽
53 지금 조선에서는 18.06.25 268 4 14쪽
52 합리와 비합리 18.06.24 188 5 13쪽
51 ‘인간’ 대 인간 18.06.23 181 4 10쪽
50 조각, 영혼의, 미친. 18.06.22 204 5 10쪽
49 ...나무와 나뭇잎 18.06.18 168 3 11쪽
48 이성적인 판단 18.06.17 196 3 10쪽
47 숲과 나무와... 18.06.16 160 3 10쪽
46 속이고 사랑하고 먹고 18.06.15 172 4 13쪽
45 유혹하는 꽃 18.06.10 196 4 8쪽
44 콘택트 18.06.09 192 4 12쪽
43 전투가 끝난 뒤 +1 18.06.03 22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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