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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23,856
추천수 :
283
글자수 :
408,729

작성
18.06.10 22:15
조회
195
추천
4
글자
8쪽

유혹하는 꽃

DUMMY

“...좋아!”


김현수 대령으로부터 별기군 병사들과 엘프간의 교제를 ‘묵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일레나 공주는 만족감을 표시했다. 인류동맹의 12군에게 비마법적인 불벼락을 퍼부어 몰살시키고, 4군 용기사단을 비마법적이고 보이지도 않는 무엇인가로 순간삭제해버린 강력한 군대인 별기군은 폭풍우 속에 우뚝 선 큰 나무나 마찬가지였으니, 여기에 겨우살이처럼 단단히 들러붙어야만 했다.


“거기 가 있는 여자들에게 알리고, 추가로 더 준비해. 아이 만들기는 레인저가 아닌 쪽이 더 나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여상스러운 대답이다. 인류전쟁 이전부터 오래도록 인간들과 교류한 끝에 인간화되어버렸다지만, 엘프는 인간에 비해 이성이 훨씬 앞선다. 숲의 나무들이 더 많은 양분과 태양빛과 물을 획득하기 위해 무감정하게 싸우는 것처럼, 그리고 그 결과 숲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병사들만이라면 기사... 그들이 말하는 장교들은 제외한 모양입니다.”


“무조건 싫다는 것보다야 백배 낫지. 평민들만 가면 이상한 눈치 줄 수도 있으니까, 귀족들도 지원을 허락한다.”


“아, 제가 가고 싶은데요.”


“너는 일해야지.”


사실상 붕괴했다가 별기군이 제12군을 격파한 뒤 긁어모아 얼기설기 재구성한 엘븐하임 왕정부는 전쟁에 나가지 않은 귀족의 여식들이 대부분이고, 그녀들 중에는 별기군의 병사들에게 호기심을 가진 소녀들과 자신의 가임기를 계산 끝낸 유부녀(확인은 못했지만 사실상 과부)도 있다. 그리고, 핑계삼아 이 끝없는 일더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도 좀 쉬긴 해야겠습니다. 제가 과로사하면 일이 더 밀릴 테니까요.”


“나도 마법으로 때우고 있다만.”


수면을 마법으로 대체하고 일한지 이레째. 인간이라면 벌써 미쳐버렸을지니, 그 선두주자가 현재 엘븐하임의 군주이며 전대 국왕의 셋째딸인 일레나 엘슈린데 공주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책무를 무시할 수 없는 엘프인 그녀는 한탄하며 업무를 재개한다. 나뭇잎 하나하나에 차이가 없더라도 높은 곳에 난 잎은 낮은 곳에 있는 잎보다 빛을 많이 받아 많이 일하는 것처럼, 엘프는 자신의 의무를 거부하지 못한다.


한편 ‘평민’ 엘프들은 자신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지니고 더 깊이 사유하여 더 올바른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은 ‘귀족’과 ‘왕족’의 지시를 따라, 별기군의 병사들을 향한 사랑에 빠졌다. 인간의 감정과는 다르지만, 그녀들의 사랑 또한 분명한 사랑이었을지니...


결론 : 별기군의 주둔지는 꽃들이 노니는 봄의 화원과도 같았다.


***


“...뭐 이리 손들이 빨라...?”


오래간만에 탄약고 밖으로 나와 본 황연호는 생경함까지 느꼈다. 햇빛을 좀 쬐러 나왔는데 그가 솔로였다면 이놈저놈 전부 죽창질해버리고 싶은 장면이 사방에 널려 있었으니... 그나마 장교들은 연대장 겸 큰형님에게 “야, 우리는 자제하자?” 라는 말을 듣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엘프 미녀들을 좌우에 하나씩 둘이나 끼고 일광욕을 하며 알콩달콩하는 동생들을 볼 때마다 죽창으로 찔러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가끔 셋이나 넷도 있다. 죽이자.


“자아, 괜찮아요. 아무 문제도 없어요.”


격리병동에서는 엘프 로레나가 신헌수 일병의 머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어서, 나무는 지니지 못한 심장 소리가 와이번의 공포에 짓눌린 그의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 곁에서 엘븐하임 왕실의 치유술사들이 아낌없이 정신을 안정시키는 마법을 사용하고, 별기군의 의료진이 시선에 열기가 있다면 대화재가 일어날 기세로 하나라도 놓칠까보냐 집중중이다.


외곽 경계는 엘프 레인저들이 맡았다. 내부 경계도 새로이 교육받은 엘프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어, 별기군 병사들은 본격적으로 포병과 각종 지원장비에 매달린다. 2연대 최대의 약점이 병력부족으로 장비를 전부 운용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보병의 임무인 경비와 삽질, 호위를 엘프들에게 맡기자 박격포반을 12개는 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여기에까지 엘프들을 채용한다면 두 배, 세 배도 가능할 지경이었다.


‘이건 진짜로 발을 뺄 수가 없게 된 듯한데.’


연대장님께 받아보았던 보고서 내용을 되새기며 황연호 소위가 지나갈 때, 그를 본 병사들이 화다닥 일어나 경례를 붙였다. 같은 고아원 출신이 아닌데다 최대중요인사인 황연호에 대한 거리감의 표현이었고 그들 옆에 붙어있던 엘프 미소녀 미녀들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 뒤 자신들이 공유하는 연인이 주저앉자 그에게 애정을 집중한다. 담뿍 사랑을 담아 십대 소년의 팔에 풍만한 가슴을 밀어붙이고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속살거린다. 1회 30분씩 들어가 있을 수 있는, 방음처리된 개별 휴게실 사용순번은 아직 멀었는지라.


“안녕하세요, 소위님? 식사 가시나요?”


“아, 예.”


그랬기에 한 여성 엘프가 병사 곁에 있는 게 아니라 황연호에게 말을 걸어오자, 황연호는 뭔가 낯설다고 느꼈다.


가까이서 그녀를 바라보니 엘프 특유의 긴 귀가 아니라도 골격도 신체구조도 조금은 달라보인다. 황인종과 백인종의 차이보다 약간 멀어보인다고 할까, 그래도 서구적 미녀 관점에 푹 절어있는 황연호에게는 마치 육상선수처럼 건강한 미녀였다. 분위기만으로는 지아 누나보다 연상이라는 느낌이다.


‘그러나 약혼녀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그에게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 안되는데 개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적당히 대답하고 시선을 피하는데 그녀는 관심이 있다는 듯이 말을 계속했다. “레인저리더인 요안나 미레임입니다. 잠시 괜찮으실까요?”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만큼만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던져온 말이었지만, 마지막에 날린 윙크가 사춘기 소년을 만만치 않게 자극했다. 개문사인지라 함부로 씨를 뿌려서는 곤란한 그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호기심도 없지 않다...


“아, 그, 미안합니다. 일이 있어서 들어가봐야 합니다.”


“어머, 제가 방해를 했네요. 죄송합니다. 사과를 드리고 싶으니 제가 도와드릴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개문을 통해 지아 누나와 하루 한번씩은 몇 시간씩 서로를 냄새맡고 쓰다듬고 하는 것보다 가까이 지내는 황연호로서는 그다지 여자가 아쉽지 않다- 고 말하고 싶지만 건강한 사춘기 육신이 어디 생각같은가. 아무리 매끼니 고기가 나와도 간식이 땡기는 것이 이 나이인걸.


그래도 누나에게 눈치채이면 - 그리고 누나는 눈치가 빠르다 - 엄청나게 미안하고 민망할 것을 생각하는 겁쟁이인 소년은 척 보기에도 어색한 태도가 되어 슬금슬금 도망쳐버린다. 주변의 병사들이 그 분위기를 눈치채자마자 눈 마주칠세라 좌우의 미녀들과 함께 90도 방향전환해 사라져버리는 무인지대에서, 황연호 뒤에 남겨진 레인저리더 요안나는 빠른걸음으로 도망치는 별기군 장교의 뒷모습을 향해 예쁘게 손을 흔들어 작별했다. 그러면서, 사촌누이인 일레나에게서 날아온 비밀 명령을 재확인한다 - 용기사단을 몰살시킨 비법의 사용자에 대해 조사할 것.


“후후우... 다시 만나요, 라스트 앤서.”


장교들로부터는 교제를 거절당하고 있지만, 병사 애인을 가진 엘프들이 그 애인에게 속삭여서 모은 정보를 종합하면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간단히 답이 나온다. 게다가 일레나 공주의 눈앞에 나타나기도 했던, 그러나 병사들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거의 모르다시피 하는 유일한 장교, 황연호 소위. 이쯤되면 감출 생각이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지만, 그때는 별기군도 별기군 나름대로 좀 급했었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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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거인의 전장 +1 20.06.27 87 3 13쪽
65 포격전 20.06.26 92 2 12쪽
64 작은 것들의 전장 20.06.26 68 2 15쪽
63 (2년만에) 전쟁, 재개 +1 20.06.26 84 2 17쪽
62 세계수 +4 18.10.28 210 4 11쪽
61 중장기사, 마탑에 서다 +1 18.10.14 290 3 11쪽
60 개문강습 +1 18.09.26 200 5 9쪽
59 첩보전 +5 18.07.09 255 4 12쪽
58 이종간 연애의 곤란함 +1 18.07.07 242 2 12쪽
57 외전~지금 중원, 그리고 일본에서는~ +1 18.07.03 228 4 16쪽
56 외전~지금 중원에서는~(2) +4 18.07.03 201 4 13쪽
55 외전~지금 중원에서는~(1) +1 18.07.01 217 3 11쪽
54 외전~지금 일본에서는~ 18.06.30 23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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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나무와 나뭇잎 18.06.18 167 3 11쪽
48 이성적인 판단 18.06.17 196 3 10쪽
47 숲과 나무와... 18.06.16 160 3 10쪽
46 속이고 사랑하고 먹고 18.06.15 172 4 13쪽
» 유혹하는 꽃 18.06.10 196 4 8쪽
44 콘택트 18.06.09 191 4 12쪽
43 전투가 끝난 뒤 +1 18.06.03 22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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