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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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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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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전쟁, 재개

DUMMY

결국 별기군에 입대한 황연호는 문을 여는 데 성공했지만, 그곳은 그리운 고향이 아니라 숲과 전쟁으로 가득한 세계였다. 이름하여 시르바스. 수많은 종족들이 서로의 생존권을 걸고 명운을 겨루던 끝에 인간이 최종적인 승리를 눈앞에 둔 순간, 이 세계에 떨어진 이물질인 황연호와 그를 구출하기 위해 뒤쫓아온 별기군 2연대가 개입했다.


살아남기 위해 천성적인 전체주의 생물인 엘프에게 빌붙은 별기군은 총력을 다해 인류동맹의 강대한 군대를 격파하는 한편 인류동맹 수도 카이사레아를 급습해 마탑과 중장기사단 본부를 붕괴시키는 등, 황제의 위신에 치명타를 남겼다. 이에 분노한, 혹은 분노한 척 하는 황제는 엘프를 말살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전군을 동원하였으며, 인간의 열 배 드높은 강철의 기사들과 수백 년간 마력과 깨달음을 발전시키고 이어와 그저 마법을 사용하기만 하는 수백 살의 엘프보다 몇 배나 강력한 마법사들이 엘븐하임을 향해 다가오는데...


그리고 마탑이 쓰러진 지금, 엘프들은 세계수를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스로 제물이 되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자신을 바친 엘프 소녀의 마지막 모습이 별기군 제2연대 사령관 김현수 대령을 새삼스레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


인류동맹은 세계를 정복했다. 적어도 그 가까이 갔다.


황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인간은 온갖 유사인종(이라는 표현 자체가 주류 인종이 인간으로 확정되었음을 의미한다)보다 체력, 마력, 번식력, 단합력, 생산력, 생산기술 등의 어느 점에서건 뒤떨어졌고, 심지어는 모든 점에서 뒤떨어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인류의 명운을 위협하던 유사인종은 지금, 황제의 영도 아래 멸종되거나 그 가까이 갔다. 혹은 인류의 노예로서만 생을 허락받았다.


그러나 그 패권은 아직 한 세대조차 지나지 않았다. 이 새로운 세계는 어디까지나 황제 단 한 명이 이룩한 시대였고, 아직까지는 황제의 위엄과 힘으로 얽어매 놓은 불안정한 세계였다 - 그리고 그 위엄의 한쪽 날개가 꺾였다.


"엘븐하임을 친다. 엘프를 한 놈도 남김없이 죽인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황제는 마지막 적이자 이 사건의 가장 확실한 범인인 엘프를 공격해 인류를 재집결시키려고 했다. 인류의 통합과 패권 확립에 평생을 바친 기사이자 정치가로서의 노회한 경험이 반사적으로 작동했다고 할 것이다.


"...정말이군."


안타깝게도 그것은 한 발 늦었다. 인류동맹의 열두 제후 중 세 명이 주저앉는 마탑을 바라보며 비슷한 내용의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두 명의 공작과 한 명의 여후작은 얼마 전 다크엘프의 비밀스런 방문을 받았고, 엘븐하임과 은밀하고도 평범한 인사를 나누었다. 내용이 아니라 전달자가 다크엘프라는 사실이 중요하였으니, 황제의 그림자가 황제를 배신하고 있다는 과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제의 왼팔이었던 마탑의 붕괴. 심지어 오른팔이었던 중장기사단도 평범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제후들은 중장기사단에 잠입시킨 간첩의 보고를 통해 알고 있었다. 아무리 황제가 중장기사와 마법사와 다크엘프 암살자를 부린다 해도 그냥 고개를 숙이는 자는 애초에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도 못했다.


이미 인류의 패권은 확립되었다. 마탑이 무너지고 수도 카이사레아가 더렵혀졌음에도 노예들의 반란이나 황야 야만족의 침입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곧 황제는 숲을 불태우고 엘프의 공주를 포로로 삼아 개선식을 열 것이며, 노예시장에 수많은 엘프들이 공급되면 황제의 권위는 다시 하늘 높이 솟아올라 마탑 대신 황제를 지탱할 것이었다.


"그래선 곤란하지."


인류동맹 제4군, 황제와 마탑과 중장기사단을 제외하면 최대의 세력을 지닌 남자, 그러나 황제가 마탑과 중장기사단을 휘어잡고 있기에 슬픈 군주 서 브리앙 도트리오는 무심결에 중얼거리고 나서, 그 말을 자신의 귀로 듣고는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 때를 확인하기 위해 대기시켰던 몇몇 측근들도 무너지는 마탑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네, 곤란합니다."


도트리오로서는 들어본 바 있는, 심복들은 금시초문인 목소리였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지금 상황이 이렇지 않다면 목구멍 안을 괴롭혀보고 싶은 음탕함이 느껴진다.


그것은 그를 방문했던 다크엘프의 목소리였다.


***


"지금 숲속에 처박혀 벌벌 떨고 있는 엘프가 문제입니까? 카이사레아의 평민들은 이 순간에도 먼지에 콜록이며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찾아 폐허를 헤매고 있습니다! 엘프 노예를 몇 백 마리 잡아온다고 저 불쌍한 평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 젊은 섹스투스의 마음은 찢어질 듯 합니다. 인류의 황제여! 부디 당신의 권한으로 이 섹스투스에게 부하들을 풀어 평민들을 구원하라는 허가를 내 주십시오!"


황제는 강제로 무표정하게 굳힌 얼굴 밑에서 이를 갈았다.


마탑이 무너지고 카이사레아가 혼란에 빠진 지금 중장기사단을 운용하기 위해 징발 명령을 내렸는데, 12 제후에도 속하지 않는 애송이가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건방진 녀석 뿐 아니라 어린 것들이 돌아가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고, 각 제후들은 입다물고 그것을 묵인했다. 뒤에서 부추기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인류동맹 대회의장. 열두 제후라 해도 함부로 그의 왕성에 들일 수는 없기에 왕성 바로 아래에 자리잡은 이 장대한 건물은 황제를 위해 건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황제가 자리에 앉으면 등 뒤에는 왕성의 웅장한 모습이, 우편에는 중장기사단 본부 건물과 훈련중인 거대한 강철 기사들의 모습이, 좌편에는 드높은 마탑의 모습이 마치 장대한 보석처럼 황제를 장식한다. 그 장대한 모습은 열두 제후와 그들의 보증으로 참관이 허가되는 젊은이들을 위압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니까,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는 뜻이다.


마탑이 무너지고 중장기사단 본부마저 반쯤 부서진 지금은 오히려 황제를 초라하게 할 뿐이었다. 그 사실을 뻔히 알기에 새로운 회의장을 마련하고 인간의 열 배 높이를 지닌 중장기사 두 기를 등 뒤에 세워 위엄을 대신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제후들은 자기들끼리 서신을 주고받더니 바로 옛 대회의장에 집합해 황제의 출석을 요구해 왔다. 그렇다, 그것은 요구였다.


'브리앙...!'


딱히 누가 주도했는지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자신을 제외하고는 최대의 세력가. 자신조차도 짓밟지 못하고 제4군 총사령관의 지위를 신설하여 달랬던 남자. 그 남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저 인류의 명맥을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러는 동안 젊은 바람잡이들의 발언은 계속되었다.


"엘프 따윈 알 바가 아닙니다! 어차피 그것들은 숲 밖으로 나오지도 못합니다. 설령 우리 인류가 그것들에게 수백 년의 시간을 허용해도 엘프는 두 배조차 늘어나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그래서 이렇게 마지막까지 남겨놓았던 것 아닙니까!"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대회의장을 메웠다. 고향에서는 어느 누구도 대적못할 젊은 대장이었지만 황제의 도시 카이사레아에서는 물정 모르는 촌놈 취급이었기에 쌓여 있던 억울함, 분개, 자격지심이 한낮의 눈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제후들의 자리에는 빈 곳이 많았지만, 그들의 뒤에 위치한 대기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까지 터져나왔다. 그것은 어르신들의 명령, 작금의 혼란에 대한 젊은이다운 우려, 동년배이면서 당당하게 발언중인 섹스투스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이 적절하게 블렌딩 된 맛이었다.


황제는 생각했다. 어떻게 이 바보들을 설득하는가.


황제는 생각했다. 어떻게 저 얼간이들을 때려죽이는가.


황제는 생각했다. 어째서 이놈들이 몰래 작당을 해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수작질을 벌였는가.


황제는 생각했다. 어째서 나는 몰랐는가...?


...!


황제는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그 안에는, 언제 어디서라도 유사시에 황제를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다크엘프가 대기중에 있었다.


그러나 황제는 그녀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


"진짜네..."


황연호는 엘븐하임 한가운데 자리잡은 세계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탑에서 가져온 코어를 엘프를 제물로 땅에 심자 < 자라난 > 게 아니라 < 나타난 > 세계수는 이미 엘븐하임의 왕궁 수준으로 솟아올라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눈에 보일 것 같은 속도로 계속 커져 가고 있었다. 황연호의 이미지로 비교하면 쌍둥이 빌딩 수준이랄까.


그리고 개문사인 황연호에게는 그 주변에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몰려드는 마력의 폭풍이 확실하게 보였다. 이 세계와 조선으로 문을 열면 조선에서 시르바스로는 올 수 있지만 시르바스에서 조선으로는 갈 수가 없는데, 말하자면 보다 마력 농도가 높은 시르바스 쪽에서 맹렬하게 마력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시르바스에서 조선으로 간다는 것은 폭포를 거슬러오르려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지금 세계수의 부근에는 폭포를 넘어 해일에 가까운 마력이 몰려들고 있었기에, 황연호는 차마 문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열었다가는 대참사라고 본능이 경고해온다.


별기군으로서는 보급선이 끊어진 최악의 상태였고, 엘프에 대한 정치적 우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최악보다도 더한 위기였다. 물론 군대란 최악의 상태를 가정하는 조직이기에 숫자로는 중대급인 별기군이 이미 사단급 물자를 비축하고 있지만 위기는 위기다. 그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 황연호가 여기에 있는 것이었는데, 별기군 최상층부만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엘프들은 엘븐하임으로 돌아온 세계수 주변을 괜히 돌아다니고 나뭇가지 위를 뛰어다닌다거나 아직 표피 부분에 매달려 있는 대리석 패널 조각(인류동맹의 마법사들이 세계수를 마탑으로 위장할 때 쓰던 것이다)을 떼어내며 세계수의 기둥에 등을 기대고 옷을 벗어 알몸에 햇빛을 쬐이는 등 세계수의 귀환을 만끽하면서도 '별기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밖으로는 나오지 않던 황연호의 등장에 다들 힐끗힐끗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어머, 황연호 소위님. 어떤 일이신가요? 무언가 도와드릴까요?"


눈치없는 황연호가 애써 대놓고 쏟아지는 예쁘고 섹시한 누나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있었지만 직접 말을 걸어오는 것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레인저리더 요안나 미레임. 엘븐하임의 사실상 군주 일레나의 사촌언니로, 별기군의 인력차출 요구에 응한 엘프 레인저들의 지휘관이며 엘프들과 병사들과의 연애가 허락된 지금도 장교들, 특히 황연호를 염탐하던 성숙한 미녀다.


어깨에 익숙한 M-16 돌격소총을 메고 있지만 다른 엘프들과 마찬가지로 화학섬유가 피부에 닿으면 발진을 일으키는지라 복장은 전통의상인, 앞이 열려서 풍만한 가슴이 반쯤 드러나다시피한 얇은 블라우스에 허벅지 위쪽에서 찰랑거리는 짧은 녹색 스커트였다. 광합성을 하려면 피부가 최대한 드러나야 하니까 어쩔 수 없네!


황연호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이진이다. 개문을 통해 항상 가까이 지냈지만 들이대던 탱크탑 차림 운동복 모습이라던가 함께 목욕하면서 보았던 맨가슴이라던가 등등은 이미 기억 속에서 남자애의 리비도에 따라 포샵당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진보다 현실감넘치는 풍만한 미녀가 도톰한 입술이 움직이는 것이 혈기왕성한 소년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리 없다. 그리고 미레임은 자주 보지도 못했던 소년이 머뭇거리는 태도를 취하는 것에, 묘한 만족감과 함께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확신했다.


"혹시 세계수 구경? 환영해요. 안내해 드릴게요~?"


그녀의 팔이 나름대로 단련되긴 했지만 하루당 식사 4천 킬로칼로리에 수분 8리터를 처먹이며 강제로 근육덩어리를 만드는 병사들보다는 못한 소년의 팔을 끌어안고 살포시 풍만한 가슴을 눌렀다. 진아 누나 때문에 많이 겪었지만, 몇백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질 수 없는 인류 절반의 비밀병기였다.


아직 인류가 멸망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알겠지만 효과는 절대적이다.


진아 누나에게 좀 미안하긴 했지만 팔뚝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탱글거리는 감촉에 절로 인중이 늘어나는 것을 숨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황연호는 결국 못 이기는 척 그녀를 따라 새로이 생겨난 세계수에서도 특히 경치 좋고 인적 드문 곳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저희들이 제대로 여러분을 모시고 있는지 걱정이에요... 어머."


"충성! 2소대 1분대, 경비근무 중!"


"아, 충성."


그런데 복도를 걸으며 알콩달콩하다보면 몇 걸음 가지 않아 부족한 병력을 쪼개 경비를 서고 있는 별기군 부대원들을 만나곤 한다. 그런 와중에도 미레임은 포기하지 않고 엘프의 예민한 감각으로 세계수 안을 수색중인 별기군 병사들을 피해, 황연호의 팔에 젖가슴을 부비며 구석진 곳으로 이끌어간다.


"우후, 조금 야한 짓, 해 보지 않을래요?"


"아, 아뇨... 저, 약혼자가 있어서..."


"어머, 엘프는 일부다처제에요. 인간 여러분에 한해서♡ ...그리고 노예 제도도 있답니다♡"


엘프들의 노출 심한 복장에 얼굴 붉힐 시점은 지났지만, 개중에도 가슴 크고 요염한 누님이 혀끝으로 살짝 손톱을 핥으면서 허리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고 달뜬 숨결을 뿜어대면, 리비도 가득한 나이인 남자애가 흥분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하겠다.


"별기군 분들은 엘프 누구라도 마음대로 노예로 삼을 수 있다는 거 아세요...? 이왕 노예가 될 바에는 소위님처럼 멋있는 분의 것이 되고 싶어요...♡"


황연호는 살며시 몸을 기대오는 미녀에게 밀려 뒷걸음질치다가 무언가에 발이 걸려 뒤로 넘어져버렸다. 진이 누나와 함께 받은 격술 훈련에는 이런 때를 대비한 낙법도 있었고, (그래서 훈련중에 넘어진 다음 무엇을 했는지는 넘어가자) 반사적으로 후방 낙법을 펼쳐 바닥을 치며 머리를 지키려는데 정작 몸이 푹신한 쿠션에 받아들여졌다. 경복궁에서 많이 당했던 일이라 삐융삐융 머릿속에 경계경보가 울렸다. 늘 그랬듯이 이제야. 남자애인걸요.


"자자자자잠깐만! 이게 좀 곤란하거든요!?"


"우응, 엘프는 음란하답니다♡ 하룻밤만이라도 좋아요♥ 지금은 낮이지만♡"


"추, 충성!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침대가 있는 빈 방에 소년을 밀어넣고 보니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황실 직속 고아원 출신에 가족이라고는 별기군의 형님들과 동생들밖에 없지만 시르바스에 와서 엘프 애인이 다섯명쯤 생긴 별기군 병장은 다른 곳도 아닌 세계수 안에서 밀회를 하고 있는 부마 소위님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경례했다. 황연호로서는 분위기를 깨 줘서 고마울 뿐이었기에 벌떡 일어섰다.


"아, 아냐! 무슨 일인데?"


"옛! 세계수 내부에 마탑 시절의 위험한 물품이나 낙오자가 있는지 조사중입니다! 이 방에서 미확인된 마력반응이 발견되어 수색 예정입니다!"


"알았어. 비켜줄게."


"우훗♡ 실례했어요♡"


허둥지둥 몸가짐을 바로잡는 소년을 농염한 엘프 왕족의 미녀는 아쉽다거나 안타까운 감정 따위는 전혀 담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엘프에게 그런 무의미한 감정은 없다. 그저 재차 시도할 뿐이다.


...


그리하여 마침내 세계수의 가장 높은 곳. 동시에, 엘븐하임에서 가장 높은 곳. 난간이고 뭐고 없는데다 바람도 꽤 강해서 딱히 고소공포증 따위도 없는 황연호가 더럭 겁이 날 정도였지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나무둥치와 나무줄기와 흙 밖으로까지 튀어나와 있는 나무뿌리밖에 보이지 않는 엘븐하임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은 각별했다.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출렁이는 모습은 녹색의 바다가 한없이 이어지며 파도치고 있는 것 같았다.


"참 경치 좋지요? 세계수 최상단은 마력이 공명해서 진공 상태랍니다. 그래서 딱히 조사할 것이 없어요. 방해꾼도 없겠죠...?"


"잠깐만요. 마력이 없다고요?"


마지막 수단으로 세계수의 마력순환 정점이라 파장이 중첩되어 마력 진공 영역이 되어있는, 마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엘프로서는 불편한 곳에까지 소년을 끌어들였는데, 소년의 반응이 무언가 달랐다.


'이 세계는 마력이 너무 강해서, 지구하고 문을 열면 지구에서 시르바나 쪽으로 마력을 빨아들인다.'


별기군 싱크탱크의 광인들은 삼투압 현상처럼 마력이 강한 쪽이 약한 쪽에서 더욱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론상 이게 되면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마력을 흡수하는, 엔트로피 법칙을 씹어먹는 2종 영구기관을 만들 수 있지만 일단 넘어가자.


그런데 마력이 없는 공간에서 지구(조선제국 세계)로 문을 열면...?


황연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왠지, 여기에서도 문을 열면 아주 안좋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


모든 전력을 인솔한 황제는 지금도 엘븐하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마지막 글을 올린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마저 잊고 있었거늘, 재개를 요망해주신 분들이 계시네요. 십여 편(예정) 안에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문제로 정시연재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니 양해 바랍니다.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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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개문 +1 20.07.07 69 2 13쪽
68 창 대 총 +1 20.07.05 74 2 11쪽
67 세계수의 가장 높은 곳에 20.07.05 66 2 11쪽
66 거인의 전장 +1 20.06.27 87 3 13쪽
65 포격전 20.06.26 92 2 12쪽
64 작은 것들의 전장 20.06.26 69 2 15쪽
» (2년만에) 전쟁, 재개 +1 20.06.26 85 2 17쪽
62 세계수 +4 18.10.28 210 4 11쪽
61 중장기사, 마탑에 서다 +1 18.10.14 290 3 11쪽
60 개문강습 +1 18.09.26 200 5 9쪽
59 첩보전 +5 18.07.09 256 4 12쪽
58 이종간 연애의 곤란함 +1 18.07.07 242 2 12쪽
57 외전~지금 중원, 그리고 일본에서는~ +1 18.07.03 229 4 16쪽
56 외전~지금 중원에서는~(2) +4 18.07.03 201 4 13쪽
55 외전~지금 중원에서는~(1) +1 18.07.01 218 3 11쪽
54 외전~지금 일본에서는~ 18.06.30 235 3 16쪽
53 지금 조선에서는 18.06.25 268 4 14쪽
52 합리와 비합리 18.06.24 188 5 13쪽
51 ‘인간’ 대 인간 18.06.23 182 4 10쪽
50 조각, 영혼의, 미친. 18.06.22 204 5 10쪽
49 ...나무와 나뭇잎 18.06.18 168 3 11쪽
48 이성적인 판단 18.06.17 196 3 10쪽
47 숲과 나무와... 18.06.16 160 3 10쪽
46 속이고 사랑하고 먹고 18.06.15 172 4 13쪽
45 유혹하는 꽃 18.06.10 196 4 8쪽
44 콘택트 18.06.09 192 4 12쪽
43 전투가 끝난 뒤 +1 18.06.03 22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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