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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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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87
추천수 :
283
글자수 :
408,729

작성
18.07.0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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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전~지금 중원에서는~(1)

DUMMY

현재 중원의 인구는 5억명 정도라고 일컬어진다.


이것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양 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숫자의 합이며, 중원의 전통과 달리 여기에서 누락된 숫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나라가 관리하고 있는 광산과 농장, 소수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살아갈 수도 없는 사막이기 때문이다.


그 사막을 가로질러 열차가 달리고 있다.


***


중화민국 내륙, 84호 광산마을.

받은 교육이라고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와 광산일을 위한 제한적인 단어 정도뿐인 마을 아이들에게, 이 마을의 위치나 이름의 의미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가장 가까운 마을이 133호, 51호라는 사실 역시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들이 아는 것은 묵묵히 땅을 파내고 돌을 깨 캐낸 구리 광석을 화물열차에 실어 보내면, 그 열차를 따라 먹을 것이 온다는 것 뿐이다.

비쩍 마른 두 소년이 ‘먹을 것이 가득한 천국으로 이어진다’는 철로를 핥듯이 집중하고 있다.


“칙칙이 오나?”


“안 온다... 안 들려.”


녹이 슨 철로에 귀를 대고 있던 소년은 주린 배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광산 옆을 흐르는 물로 채운 배는 이제는 먹을 것으로 채웠다고 속지 않지만, 울어봤자 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저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쥐덫 보고 왔나?”


“쥐도 없다. 개구리는?”


작은 아이들이 들어가서 팔 수 있는 이른바 ‘개미굴’이라는 좁은 갱도에 들어가지 않고 광독에 썩어 죽어가는 숲 - 소년들에게는 숲은 시뻘건 색에 썩은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중원 내륙에는 이런 숲이나마 있다는 게 상당히 환경친화적이라는 사실. - 을 돌아다니는 것은 무언가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먹을 것을 찾아가지 못하면 어른들에게 경을 칠 것이지만, 이미 토끼 이상의 큰 동물은 전부 죽어버렸고 시체를 뜯던 까마귀들마저 보이지 않는다. 쥐나 다람쥐가 나무를 타고 오르다가 걸리도록 잔뜩 걸어둔 올가미에도 걸린 것이 없고 광산의 침출수가 섞인 연못에는 개구리알조차 없었으니, 땅이 죽었고 물이 죽었고 광산마저 죽어가는 이 마을은 곧 폐쇄될 것이다. 더이상 캐낼 광물이 없으니까...


그러면 이 마을의 사람들은?


그 때문에 어른들이 시커먼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나이많은 촌장(35세)에게도 까마득한 백 년 전에는 마을 주변을 뒤덮어 지나가는 데만 닷새가 걸렸던, 지금은 썩은 나무들이 꺾여 손바닥만하게 쪼그라든 숲을 한 바퀴 돈 결과 소년들은 마침내 귀한 먹을거리를 찾아냈다. 썩은 나무둥치 안에 우글거리...지 못하고 얼마 안 되는 숫자가 비트적거리던 애벌레 떼였으니, 소년들은 허겁지겁 한 줌 집어먹고서야 이것을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 어른들이 먹어버리고 자신들에게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둘이서 먹어버리면, 분명히 이 녀석이 - 이 녀석이 - 고해바치겠지. 소년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그렇게 확신했다. 어른들은 나리님들이 다스리는 그대로 아이들을 다스린다. 먼저 고하면 한 대 맞고 말지만, 나중에 고한 쪽은 죽을 때까지 맞는다.


비쩍 마른 몸에 툭 튀어나온 눈만이 의구심으로 번들거린다. 협력이나 신뢰 따위는 없는, 굶주린 마을의 일상... 조선의 유학자들이 본다면 교육받지 못한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안타까워하며 서당이라도 열려 하겠지. 그러나 이들에게는 이미 공맹의 도리보다 잡초 한 줌이 더 급했다.


이 마을에서 몇 년 묵은 쌀은 은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는 사치였고, 콩기름을 짜내고 난 찌꺼기로 만든 콩깻묵이나 옥수수 줄기를 쪄낸 물건조차 그 화물열차를 통해 오지 않으면 구경조차 할 수 없다. 구리가 더이상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구리 광석을 내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가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기에 열차가 달린다면 산 너머에서부터 들을 수 있는 기적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 치이이익!


그랬기에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소년들은 처음에는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잘못 들은 기 아니다! 오는 기다!”


소년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마을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굶주리고 지쳐 건강한 조선인이 걷는 정도 속도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촌장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했다. 그 와중에 탐욕스런 입이 손에 든 애벌레 무더기를 집어삼켰다. 기차가 온다면 이런 걸로 때리고 말고 할 정신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혹은 그런 걸 생각할 지성조차 없는 뇌가 당황하여 마비되었기에, 본능대로.


***


“다시 말한다! 죽기 싫으면 그 마을에 있는 건 아무것도 먹지 마라! 여자도 건드리지 마! 백발백중 병이 옮는다!”


화물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부사관이 다시 경고했다.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있는 국제연합 상비군 중화민국 파견부대 소속인 병사들은 입으로는 대답하면서 낡은 열차의 덜컹거리는 진동에도 불구하고 사과 속의 벌레처럼 행복하게 잠자는 중이었다. 중화민국에서도 대기중에는 끝없는 훈련을 반복하기에 이렇듯 열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아무리 비좁더래도 느긋하게 잠잘 수 있는 천국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동유럽의 약소국들, 그리고 아프리카의 수천 개 부족 출신 병사들 중 명령에 충실하도록 교육된 병사들만 골라 뽑은 그들은 무조건 명령대로 움직인다. 군인 출신이 아니면서도 잘 훈련된, 출신 국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순종 국제연합 상비군. 혹은 국제연합의 개들. 오기노 지로는 그 곳에 있었다.


쉬-익!


거센 증기소리와 화려하게 증기가 뿜어져나오는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화물열차는 느리다. 일본인인 그조차 신기한 증기 기관차는 오래도록 정비되지 못해서 굴뚝만이 아니라 동체 여기저기에서 증기를 뿜어내고 있다. 굴뚝에서 힘차게 피어나는 검은 연기는 연료인 석탄이 부족해 폐타이어를 태우는 매캐한 냄새. 석탄은 물론이요 철광석을 비롯한 각종 금속이며 온갖 희토류, 심지어는 석유까지 포함하여 거의 모든 원자재가 채굴되는 중원에서 화물열차용 석탄이 부족하다는 해괴한 현실이, 현대 중화민국의 일상이다. 이런 중화민국이 멸망하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공산중국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달려서 쫓아오면 올라탈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린 속도지만 그나마 멈추지 않고 달린다. 그렇기에 무거운 총과 짐을 짊어지고 걸을 필요 없는 병사들은 그러한 은혜조차 모르고 코끝을 자극하는 매캐한 연기에 욕설을 퍼붓는 것이다. 늙고 정비되지 못한 열차는 배은망덕한 인간들을 실은 채, 끝까지 힘을 낸다... 수리를 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구형 기관차를 원조받는 것이 싸기에 정비받지 못하고 망가져 버려질 때까지.


그 모습은 망가져 버려질 때까지 사용당하는 중화민국의 국민들을 닮았다. 망가지면 외국으로 회수되어 고철로 재생, 새로운 도구로 재탄생하는 기관차와 망가지기 직전에 참호선으로 쫓겨가 상대방의 기관총 앞으로 돌격하게 되는 중국인은 어느 쪽이 나을까. 확실한 것은, 중국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은 수백만의 중화민국인과 그들을 마주보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붉은 귀족 수십만, 그리고 합계 5억이라는 절대다수의... ‘무언가’일지니.


불로 물을 끓여 전진하는 것밖에 모르는 기관차가 노골에 채찍질하며 열차를 끈다.


***


아이들의 보고를 들은 촌장은 기겁하여 제일 깨끗한 옷 -조선에서 보내져 온 구호품 헌옷이다- 을 꺼내입고 마을에서 두 번째로 장사인 동생과 함께 철길로 향했다. 참고로 보통 말하는 친동생은 아니다. 이 마을은 이미 혈연가족 단위가 붕괴한 지 오래니, 촌장과 동생들이 더 큰 광산에서 일하던 시절 배운 그대로 일 잘하는 남자와 아이 잘 낳는 여자가 포상으로 아이를 낳고, 마을 전체가 같이 키우게 된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의 반이 죽는다.


나리님이 주신 광업증과 몽둥이와 쌀자루를 쥐고 짐승같이 멍청한 마을 무지렁이들을 두들겨패 구릿돌을 캐내게 하던 촌장은 보통 촌장이라는 말이 가져오는 느낌과 달리 30대의 젊은이였다. 물론 주름지고 얽은 얼굴만 보면 50대, 60대라고 해도 믿어질 것이지만, 힘만은 마을 누구보다도 강했다. 누구보다 잘 먹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나이를 먹고 병에 걸리면 가차없이 버려질 것을 조금씩 예측하고 있는, ‘예측’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천재에 가깝지 않을까.


“이 무슨 일이란가. 들리나?”


“들립니다요! 옵니다요! 저기, 진짜로 나리님인십까?”


철길에 엎드려 귀를 대고 있던 동생이 화들짝 놀라며 먹을 것이 온다는 본능에 환호하지만, 촌장의 얼굴은 펴지지 않는다. 한참이나 정기 보급이 끊어졌다가 오는 열차... 느낌이 좋지 않다. 촌장의 얼굴 뒤에 자리잡은 두뇌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광독에 침해당했으면서도 논리적인 추론이 가능할 정도로 영민했지만, 가능성은 크지 못하다. 대륙에서 태어난 탓이다.


삐-익!


저 멀리에서 힘없는 기적 소리가 울려퍼진다. 평소처럼 식량 자루를 팽개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있다. 뒤에 화물열차를 몇 개나 끌고. 그 소음은 광산 바깥에서 캐낸 돌을 뒤적이며 구리 광석이 더 없는지 찾고 있던 여자들에게도 들렸다. 중노동과 굶주림에 지친 표정에 기대감이 맴돌지만, 완전히 정차한 열차에서 내린 것은 그녀들이 기대하던 식량(혹은 사료)이 아니라 총을 든 험상궃은 표정의, 전혀 다른 인종이 잔뜩 섞인 군인들이었다.


“하차! 하차해라 얼간이들아!”


“정렬해! 정렬!”


여기저기에서 고함소리가 울려퍼지고 놀라 꼼짝도 못하는 촌장과 동생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백 명도 넘는 병사들이 대열을 갖추었다. 상비군의 병력자원국은 어느 나라나 어린 시절의 영양부족으로 체구가 작지만 워낙 좋은 직업이기에 그 중에서나마 골라 뽑을 수 있는 상비군 병사들은 체격이 크다. 광산 깊숙히 들어가야 하기에 체구가 작아야 하는, 덩치 크고 힘센 놈들은 일찌감치 죽어버리는 마을 사람들로서는 올려다봐야 할 정도였다. 의도적으로 앞쪽에 그중에서도 큰 병사를 세웠는지라 촌장과 동생의 눈에는 갑작스레 거대한 벽이 생겨난 것만 같았다.


“히익...!” 촌장보다는 멍청한 동생은 이미 공포에 질렸다. 그의 부족한 머리로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더 영리한 촌장이 고통스러운 짧은 삶으로 주름진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고뇌한다. 그의 영민한 두뇌는 이 숫자의 군병들이라면 능히 마을을 부수고 마을 사람들을 한 명 남김없이 처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있었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오늘은 뭔가 엄청 피곤하네요. 내일부터 월요일인데... 쓴 것까지만 올리고 뻗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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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2년만에) 전쟁, 재개 +1 20.06.26 84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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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중장기사, 마탑에 서다 +1 18.10.14 290 3 11쪽
60 개문강습 +1 18.09.26 200 5 9쪽
59 첩보전 +5 18.07.09 256 4 12쪽
58 이종간 연애의 곤란함 +1 18.07.07 242 2 12쪽
57 외전~지금 중원, 그리고 일본에서는~ +1 18.07.03 229 4 16쪽
56 외전~지금 중원에서는~(2) +4 18.07.03 201 4 13쪽
» 외전~지금 중원에서는~(1) +1 18.07.01 218 3 11쪽
54 외전~지금 일본에서는~ 18.06.30 235 3 16쪽
53 지금 조선에서는 18.06.25 268 4 14쪽
52 합리와 비합리 18.06.24 188 5 13쪽
51 ‘인간’ 대 인간 18.06.23 18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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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나무와 나뭇잎 18.06.18 168 3 11쪽
48 이성적인 판단 18.06.17 196 3 10쪽
47 숲과 나무와... 18.06.16 160 3 10쪽
46 속이고 사랑하고 먹고 18.06.15 172 4 13쪽
45 유혹하는 꽃 18.06.10 196 4 8쪽
44 콘택트 18.06.09 192 4 12쪽
43 전투가 끝난 뒤 +1 18.06.03 22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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