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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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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887
추천수 :
40
글자수 :
199,962

작성
23.02.11 21:50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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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6화.

DUMMY

36화.


갑자기 계획 취소라고?

그래서 도망가지 않았나 보네.


“이건 언제 받은 겁니까?”


계획 취소란 말과 함께 보여준 종이 한 장.

그 종이엔 ‘계획 취소’란 짧은 네 글자만 쓰여 있었다.


“길드로 오는 길에 확인했습니다.”

“도망가려 한 건 아니고요?”


나를 만나러 왔다면 저렇게 짐을 들고다니진 않겠지.

추궁에 할 말이 없는 듯 시선을 회피하며 말을 돌렸다.


“갑자기 취소라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도망보단 만나는 걸 선택했으니 더 추궁해봤자 쓸데없는 시간 낭비.

그의 의문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취소된 계획.

경매를 하루 앞둔 시점에 이것이 의미하는 건 뭘까.


“동료들인가?”


취소된 계획의 의도를 생각해보려 할 때.

등 뒤에서 훈육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볼일 보러 안가셨습니까?”

“볼 일이 내일 있어서 여유로우니 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네.”

“그러셨군요.”


그 말과 함께 자리를 뜨려고 하자 훈육관이 어깨를 붙잡았다.


“자네는 급한가?”

“예. 보시다시피.”


식은땀을 흘리는 허브네 세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하얗게 질린 표정은 누가 봐도 ‘나 급해요’가 이마에 써있는 것 같으니.


“급해도 시간은 낼 수 있겠지?”


이건 권유나 부탁 따위의 것이 아니다.

낮게 깔린 목소리, 칼만 안들이 밀었지 협박에 가까운 말투.


어차피 계획 취소가 된 시점에서 내 손을 떠났다고 봐야 한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길드 건물 최상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먼저 올라가 있겠네.”


그 말과 함께 길드 건물로 들어가는 훈육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던 생각들이 부딪히며 스파크를 튀겼다.


‘설마 이거하고 관계가 있나?’


갑자기 취소된 계획.

내일 있다던 볼일... 아마도 경매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높았고.

황태손이 직접 방문하는 것까지.

날 찾는 이유가 뭔지 몰라도 연관이 아예 없을 것 같진 않았다.


“누구십니까?”

“그암 제국 황태손의 훈육관이십니다.”

“... 어마어마한 분 아닙니까?”


그의 말을 해석하자면 ‘너 저런 사람한테 이런 태도여도 문제없냐?’겠지?

보통 사람이었으면 말도 못 걸 만큼의 신분 차이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요.”

“아... 예.”

“그래서 이거 말곤 없는 겁니까?”

“예. 뭐 별다른 건...”


계획 취소를 전서구로 보낸 시점에 다른 접선자가 있을 리도 없었고.

편지에 암호나 비밀 같은 게 숨겨진 것도 아니니.


이들도 손해 볼 건 없었다.

별 일 없이 선금으로 받은 금화도 본인들 것이고.

찝찝한 일에 손 담그지 않아도 됐으니.

그보다...


“설마 나 혼자라도 강행할까 봐 이렇게 급하게 온 건 아니죠?”

“그래도 끼어든 이상 알려드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예 생각 안 한 건 아니라는 거네.

그 생각에 피식 한번 웃어준 뒤.


“잘 된 일이네요.”


그 말과 함께 훈육관이 기다리고 있는 길드의 최상층으로 향했다.

그들도 길드에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거나, 다른 임무를 찾을 거다.

무덤까지 가져갈 작은 비밀 하나 공유한 사이니 더 볼 필요도 없지.


-똑똑.


노크와 함께 들어가자 여유롭게 차를 즐기고 있는 훈육관이 보였다.


“저를 보자 한 이유가 뭡니까.”

“일단 앉으세요.”


자연스럽게 차 한잔을 따라 준 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눈을 감은 훈육관.


“그동안 감시를 붙였네.”


감시를 붙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누군가가 감시한다는 건 못 느꼈는데.


“예상은 했습니다.”


밀튼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훈육관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기 어려운 사람이다.

황태손의 최측근, 제국의 고위 간부라면 고급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위치.

저게 단순히 몇 가지 정보를 가지고 떠보려는 것인지, 일거수일투족 전체를 감시한 것인지 몰랐기에 일부러 세게 나갔다.


내 대답에 훈육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대화가 쉽겠군. 더 숨기고 있는 게 있나?”

“붙인 감시자의 실력이 별로였나 봅니다?”


숨기고 있는 게 있냐는 질문.

떠보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아 도발에 가까운 대답을 내놓았다.


“당신 말고도 신경 쓸 사람이 많아서 그렇긴 했지. 전하께서도 안 계시니 터놓고 이야기해 보자고. 아직 우리 쪽에 들어올 마음은 없나?”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제안.

철부지 귀족의 빈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농담 반 진담 반이었던 건가.

대답에 뜸을 들이자 그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처음에 봤을 땐. 그저 그런 마법사인 줄 알았네. 마나량도 적은데다 느껴지는 것도 세 가지 다른 색을 가진 것들.”


이게 가스라이팅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내용은 그렇게 보일만 했지만 상황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군요.”

“솔직히 놀랐다고 해야겠군. 그 사이에 중급... 아니. 나와 비슷한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게. 다른 사람인 줄 알았네.”


드뷔에르도 마나량에 대해서 비슷한 평가를 내렸으니 그렇게 느낄 만 했다.


“숨겨진 엘프 마을부터 드뷔에르, 베르톨로미움까지. 솔직히 납득하기 힘든 성장세긴 해. 참... 이럴 때 보면 소름끼치는군.”


말 하는 것을 정리해봤을 때 감시의 정도가 느슨했거나, 눈치도 못 챌 만큼 멀리서 지켜본 것이라 생각했다.

이동 경로 정도만 대충 알고 있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전하께서는 직감이 뛰어나시네. 그 날 자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신 것도 직감 때문이었지.”

“직감이라면 아까 말씀하신 ‘우리쪽’에 도움될 사람이라는 건가요?”

“그렇지. 어느 누가 그런 햇병아리 마법사에게 제국 소속의 자리를 제안하겠나?”


하긴. 나 같아도 부관들한테 욕먹을 짓이긴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리치를 잡으러 다니는 마법사보단 허풍쟁이에 가까운 상태였으니까.


“혹시 승계 구도를 대비하시는 겁니까.”


황태손이라는 지위의 사람이 아랫사람들을 모으는 일이라면 그것밖에 없긴 했다.

그러나 훈육관은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이건 황실 보안에 위배되니 자세히 말해줄 순 없지만 이미 내정되어있네.”

“그럼... 전쟁을 준비하는 겁니까.”


승계 구도의 권력 싸움이 아니라면 전쟁밖에 없긴한데.


“상대는 교단일세.”


생각보다 거대한 상대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제국과 교단의 전쟁이라...


“반응을 보니 교단 사람은 아닌가 보군. 리치 사냥의 이유가 뭔가?”

“저도 보안상 말씀드릴 순 없겠네요.”


했던 말을 돌려받자 그가 피식 웃었다.


“그래. 교단 사람이 아닌 것만 해도 충분하네. 자네를 방해할 생각도 없고. 다만... 언젠가 교단하고 부딪힐 일이 있을 거야.”


애초에 리치는 인간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이니 언젠가 한 번쯤은 부딪힐 일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

교단이 리치에 대해 눈감아주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제게 이런 말을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밑에서 일하란 소리는 안 해도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거지.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교단에겐 골칫거리거든.”

“제가요?”

“그래. 그 속내까진 모르겠지만 교단의 행적이 자네와 겹쳐. 리치는 그렇다쳐도 이번 드워프 경매도.”


드워프 경매가 열리는 것에 대한 말이 아니다.

이건 허브쪽 사람들이 받았던 의뢰에 대해 알고 있는 거다.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이번 경매 메인인 드워프에 장난질을 치는 놈들이 있다는 것 정도. 아까 그 세 놈도 그렇고.”


교단과 행적이 겹친다.

그 말과 함께 드워프 경매를 들먹였고, 장난치는 놈들이 있다는 말과 함께 콕 집어낸 허브네 삼인방까지.

내가 추측한 것은 물론이고 모르는 내용까지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모은 정보로 추측했을 때. 경매에서 드워프로 장난질 치려 한 건 토머스 상단의 자작극이라 생각됩니다.”

“갑자기 협조적이군.”

“제게 힘이 되어준다 하지 않았습니까?”

훈육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나쁠 건 없습니다. 다만 제 패를 먼저 까는 겁니다.”

“그럼 내 패도 하나 까라는 소리인가?”


어차피 이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면 굳이 숨길 이유도 없고.

먼저 힘이 되어주겠다 나서주었다.

제국의 손을 빌려서 나쁠 건 없었고, 리치 사냥에 교단이 끼어들었을 때 써먹을 수도 있겠지.


내가 가진 것을 먼저 깔 테니 네 것도 까보라는 소리.

그와 나의 차이를 생각해 봤을 때 건방져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력의 차이일 뿐.


훈육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재밌다는 듯 미소를 보인다.


“마음에 드는군. 그래서?”


나는 추측한 것을 그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듣고 있는 훈육관도 그것이 정답인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어떻습니까.”

“정답이지만 정답이 아닐세. 가장 중요한 게 빠졌거든.”

“중요한 거라면 교단인가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머스 상단이 이런 자작극을 벌인 이유 뒤엔 교단이 있네. 최근 그쪽에서도 심판을 이유로 노출된 일부 리치들을 처리하고 있지.”

“이전에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교단도 눈감아 주고 있는 것뿐이지 외부에 노출된 리치들은 직접 찾아가 심판한다.

저번 이리아때도 그대로 두면 교단이 끼어들었을 것이고.


“그렇지. 좀 더 적극적이 되었다는 것만 더하면. 리치들의 마법연구도 명분을 세워 가져가더군.”

“이전에는 놔뒀나요?”

“자네가 특수한 경우지 보통 마법사들은 소속이 있네. 자네 같으면 평생 내 돈 들여 키운 사람이 만든 걸 다른 사람이 뺏어가게 두겠나?”

하긴. 소속 마법사의 마법 연구라면 그게 리치 심판을 명분 삼더라도 연구 자료마저 뺏어갈 이유는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걸 가졌어도 마법사 자체가 소수에 폐쇄적이라 공유하지 않는다는 거지.

원한다면 소속 마법사를 위해 다른 마법사의 연구를 사 올 순 있겠지만...

스컬의 말처럼 햇병아리 마법사가 아닌 이상 그걸 탐내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겠지.


“전쟁을 대비하는 거라 보고 있네. 전하께서도 그리 생각하시고. 그리고 이번 드워프 건으로 그게 확실해졌지.”

“마법은 그렇다 쳐도 드워프는 왜...”

“이곳에 모인 귀족, 상인들과 같은 생각 아니겠나. 그들이야 돈 냄새를 맡은 거지만.”


생각보다 화약에 대한 관심이 많은가 보네.

하긴 마법과 비슷한 화력을 낼 수 있는 대체재가 생긴 거니...


“토머스 상단과 뭔갈 주고받았겠지. 그리고 보나 마나 ‘이것은 신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하면서 명분을 세울 테고.”

“제국이 나서니 토머스 상단도 둘 사이에서 저울질했고, 나서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건가요.”

“그렇지. 저 멀리에 있는 적이 두려워서 당장 눈 앞에 들이민 칼을 무시하겠나.”


어차피 돈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니 어디 붙어도 이상할 건 없겠지만.

그의 말대로 교단의 보호를 받기엔 바로 앞 그암 제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상단도 바보는 아닐 테니 둘 사이에 힘 싸움을 어느 정도 예측 했을 것이고.

사실상 제국 측에 붙었다고 봐도 되겠지.


“이 일이 있기 전에도 전하께선 화약에 관심을 보이셨네. 원래라면 잘 익은 알맹이만 빼먹겠지만, 교단이 탐내는 이상 좌시해선 안 되겠다 판단하신 거고.”


힘으로 짓누를 수 있는 권력이 있으니 저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네.

확실히 교단까지 눈독을 들인다는 건,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화약이 고평가 되고 있다는 뜻.


“제게 힘이 되어준다고 하셨죠?”

“그렇다고 부담가지진 말게. 앞으로 그렇게 리치를 처리하고 연구자료를 모으는 것만 해도 교단을 견제하고 있으니.”

“부담가진 적 없습니다. 다만 도와줄 거면 확실하게 도와달라는 말이죠.”

“원하는 걸 들어보지.”


제국의 정보력을 활용한 대륙 내 리치의 정보.

필요한 인력과 자금 등 각종 요청에 응해줄 것.


두 가지 요구 조건을 들자 훈육관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황실 직속 기사 대장쯤 되는 사람이나 요구할 법한 것들을? 재밌구만.”

“장난같이 보이십니까?”


지금껏 스컬과 권총 덕에 리치 상대가 수월했을 뿐.

원래라면 백작 휘하의 기사단 정도는 움직여야 할 일이다.

밀튼도 형식상이었지만 리치를 잡기 위해 그와 비슷한 병력을 운용했고.

그런 일을 혼자서 하고 있고, 내가 하는 일 자체로도 교단을 견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암 제국 소속도 아니라 교단이 명분으로 쓸 일도 없고.


“당연히 될 것처럼 말하는군.”

“교단 쪽에서도 좋은 조건으로 회유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이야 그럴 리 없겠다만 훈육관이 그랬던 것처럼, 교단도 좋은 조건으로 접촉할 수 있었다.

솔직히 둘의 정치나 힘 싸움에 낄 생각도 없고, 리치를 잡아 스컬의 마법연구를 완성해 돌아가기만 할 수 있다면 어느 쪽에 붙어도 상관없다.


“좋아. 그 내용이 합당할 경우. 지원을 약속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원만한 비즈니스를 악수와 함께 마친 두 사람.


“자 그럼. 지금 하나 요청해보도록 할까요.”


이제 이곳에 온 이유를 해결해야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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