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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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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889
추천수 :
40
글자수 :
19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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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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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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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화.

DUMMY

14화.


엘프의 나무뿌리 밑으로 복잡하게 얽힌 개미굴.

구출을 최우선으로 하기엔 땅굴만 한 게 없긴 했다.

문제는...


“흐어...”


드럽게 힘들다는 거지.

고생해서 파고 들어가는 만큼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 어느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탈출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돼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몇 날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 이 작업을 수월하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는 것.


엘프가 사는 청정지역의 마나.

비록 오염되긴 했어도 그 마나를 끌어와 정화과정을 거친 뒤 스컬이 내게 불어넣어 주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덜어진다.


“박중사. 이거 맞아?”

“시끄러. 나도 힘들어 죽겠으니까. 나만 좀 힘들면 이 방법이 최선이야.”


처음엔 그냥 며칠을 걸려서라도 쌩으로 파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뒤를 돌아보자 그래도 꽤 깊이 파냈는지 벌써 길이를 가늠할 정도로 파내려 왔다.

그나마 스컬이 피로를 회복할 수단을 마련해서 이 정도 시간 단축이 된 거지.


엘프의 나무는 엘프들의 거주지 주변으로 뿌리를 내린다고 했다.

그 말은 뿌리가 넓게 퍼진다는 소리.

그 뿌리를 따라서 생기는 개미굴 같은 지하통로도 넓게 형성될 것이 분명했다.

비록 뿌리보다 넓게 퍼지진 않아도.


“박중사. 저번처럼 얼굴에 씌우는 실드는 언제 준비할까?”

“응? 왜?”

“왜냐니. 이리아랑 유사한 방식이잖아.”


확실히 설명만 들어보면 유사하긴 했다.

그쪽은 페로몬을 뿜어내 매혹하는 방식이었고, 이 리치는 연기를 내뿜었다는 것에서.

아마도 가스의 일종.


“그걸 쓸 일은 없을 거야.”

“응? 쓸 일이 없다고? 확실해?”


이미 그 상황을 마주한 순간 죽는 거나 다름없었다.

개미굴처럼 아무리 넓은 공간이라 해도 가스를 뿜어대면 일단 그 지역부터 이탈해야 한다.


일단 그 상황 자체가 밀퓌에스를 구하기 전 리치를 마주했다는 것이고.

날 죽이기 위해 가스를 살포한다면 자멸하자는 거랑 마찬가지였다.

개미굴 안엔 엘프가 말해줬던 것처럼 밀퓌에스와 몸을 빼앗기 위해 실험하고 있는 엘프들이 있을 테니.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 쓰진 않겠지.


그것 외에도 가스가 어떤 작용을 할지 몰랐기에 방독면처럼 만든 실드만 믿을 수는 없었다.

연기와 같은 방식은 제일 먼저 호흡기를 보호해야 하지만, 호흡기를 제외하고서도 피부에 닿는 순간 어떤 독성반응을 일으킬지 모른다.


아마도 리치와 마주치게 된다면 다른 방식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컸다.

공격 마법을 전수해 준다고 하면서 보여준 퍼포먼스.

아마도 인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마법을 꺼내 든 것이겠지.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었다.

리치에 대한 정보를 빠삭하게 알고 가는 일도 적었고.

이번 일은 구출이 우선.

밀퓌에스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리치에 대한 정보를 얻길 바래야지.


“스컬. 니가 알고 있는 전투 마법은 뭐가 있냐?”

“마나에 원소를 입혀 공격하는 기초적인 것들 외엔... 글쎄. 마법사들마다 워낙 달라서. 왜? 또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나?”

“아니. 그건 아니고.”


생각해보니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하나는 리치가 실제로 전투 마법에 능한 마법사라는 것.

이 경우엔 실전을 뛰어본 경험도 풍부하기에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하나는 그것마저 허세라는 것.

엘프들에게 전투 마법을 전수해 준다는 것도 이곳에 와서 연기로 속여먹었던 것처럼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었다.

가스 같은 마법을 부리는 리치라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걸지도.


흙을 바깥으로 옮겨가며 땅을 파낸 지 꼬박 하루쯤 걸렸을까.

마나로 인한 회복 덕분에 상대적으로 피곤함은 덜 했지만.

거리상으로 보면 슬슬 개미굴의 방 중 하나가 나타나야 할 텐데...


-턱!


그런 생각을 하면서 파내기에 집중할 때쯤.

부드러운 흙과 달리 단단한 지형이 삽을 통해 느껴졌다.


“거의 다 된 것 같네.”

이제부턴 소리나 땅을 팔 때의 진동이 느껴질 수도 있으니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긁어내듯 흙을 파내기를 얼마나 했을까.


-후두둑.


드디어 개미굴의 방 중 하나와 연결되었다.

땅을 파면서 어두운 시야에 익숙해져 있다지만 간신히 형체만 보일 정도의 상태.

통로를 더 파내서 빠른 속도로 탈출할 수 있게 할까 고민했지만 곧 고개를 휘저었다.

빠르게 탈출한다는 전제가 이미 전투를 염두해 둔 것이니까.


야간 작전에 나가는 것처럼 한 손에 권총을 든 채 다른 손으로 스컬을 움켜쥐었다.

스컬의 안구에서 손전등과 같은 빛이 쏟아져 나오자 어두운 곳에 오래 있었던 눈을 살짝 감아

밝은 시야에 적응하도록 기다렸다.

권총을 쥔 채로 스컬을 교차해 바로 사격할 수 있게 받친 후.

제일 먼저 도착한 방 안을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개미굴이군.’


흙으로 만들어진 8평 남짓의 방.

이걸 엘프의 나무가 스스로 만들어냈다니.

방 하나하나가 이 정도 크기라면 돌아다니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듯했다.


이어진 통로로 나와 몇 개의 방을 둘러본 뒤.

탈출로와 조금 멀어진 상태에서 라이터를 켜 바람의 방향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머릿속으로 지형을 그려봤을 때 엘프의 나무 중앙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혹시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진 않을까 지켜봤지만 불은 아까와 같은 쪽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리 엘프라 해도 산소가 필요 없진 않겠지.

특히나 이런 지하에서는 환기가 제일 중요하다.

리치야 산소 없는 환경에서도 살 수 있다지만 엘프는 아니니까.


리치가 있는 곳과 얼마나 가까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중앙 쪽으로 가야 밀퓌에스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중앙 쪽으로 올라가며 혹시나 싶어 지나치는 방을 수색해 봤지만 대부분은 빈방.

이제 리치와 만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약실과 탄창 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한 뒤, 나는 빠르게 길을 따라 올라갔다.

언제라도 격발할 수 있게 자세를 취하고 올라가고 있을 때.


‘불빛이다.’


어두운 곳에서 희미한 주황색의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 중앙은 아니었지만 중앙과 제법 가까운 곳.

방 안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자...


‘저 엘프가 밀퓌에스인가?’


엘프들의 시체와 뼈가 한 공간에 버려져 있는 공간.

그 옆으로 나무로 만든 감옥 속, 제법 상태가 좋은 엘프가 있었다.


빠르게 다가가자 엘프도 인기척을 느낀 듯.

화들짝 놀라 일어나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검지손가락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밀퓌에스 맞습니까?”


속삭이듯 물어보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엘프.

백문이 불여일견. 나는 밀튼이 건네준 징표를 꺼내 들어 잘 보일 수 있게 건넸다.


“이 징표. 알아보시겠지요?”


이제 믿고 말고는 그녀의 손에 달렸다.

나는 징표만 밀퓌에스에게 보여준 뒤, 감옥의 형태를 살폈다.


‘생각보다 허술한데?’


아무리 나무로 만들어진 감옥이라지만 도구가 없다면 빠져나가기 힘들다.

땅파기부터 시작해서 만능 야전삽을 들고 오길 다행이네.

야전삽은 유사시 근접전투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삽날이 갈아져 있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삽의 옆면을 이용해 나무 창살을 톱질하듯 썰어내면서 말을 걸었다.


“밀튼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밀퓌에스님을 구출해달라고.”

“구출이요? 다른 엘프들은요?”

“그건...”


역시 싸한 느낌은 언제나 정답인 경우가 대부분.

족장이라고 했을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다른 엘프들을 묻는 것에 순간 눈썹이 꿈틀거렸다.


“설마 저만... 구하라고 하던가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건 곤란해요. 제가 사라지면 여기 남은 엘프들은...”


역시나.

나는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말을 자른 채 설명했다.


“밀튼은 밀퓌에스님의 안전을 우선시하라고 했습니다. 안전만 확보하면 리치를 처리할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남아 있는 게 나을 텐데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리치에게 있어 밀퓌에스가 제일 중요한 인물이고.

그런 사람을 내가 역으로 인질 삼아 싸우게 된다면 큰 이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상식선의 일.


리치가 눈 돌아가서 다 죽여버리겠다고 하면 밀퓌에스는 물론이고 나조차 생사를 확신할 수 없다.

리치에 대한 정보가 적을뿐더러, 이곳은 리치가 장악한 홈그라운드.

오염된 마나도 본인이 한 짓이니 마음만 먹으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우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물론 마나를 배울 기회가 날아가겠지만 일단 내 목숨부터 살리고 봐야겠지.


“그래서 여기 남겠다는 겁니까?”

“밀튼이 징표를 주고 사람을 보낸 거라면 적어도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건데 왜 도망...”

“이봐요. 지금 사태 파악이 안 됩니까? 당신 생명이 우선이라고. 나는 의뢰받은 일을 최우선으로 할 뿐입니다. 당신 말대로 내가 실력자라면 날 믿어야 하지 않겠어요? 안전만 확보되면 리치가 날뛰기 전에 처리할 실력자라고 안 보입니까?”

“네.”


어라?

너무 단호한 대답이었다.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마나가... 도구에 의존하는군요. 다른 색의 마나가 세 가지나 느껴져요.”


엘프라 그런지 가지고 있는 마나핵 두 개와 스컬의 마나까지 느껴지나보다.

밀퓌에스를 설득하는 사이 손을 계속 놀려 나무 창살을 끊어냈다.

이 정도라면 밀퓌에스가 나올 수 있는 정도.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단 탈출부터 합시다. 당신이 보고 느끼는 것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요. 당신네 엘프들이 이 리치에게 속아 넘어갔던 것처럼.”


그 말에 정곡을 찔렸는지 순간 움찔한 밀퓌에스.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내민 손을 잡고 나무 감옥을 빠져나왔다.


“일단 이곳은 위험하니 안전한 장소까지 빠르게 이동하죠.”

“... 정말인가요? 정말 리치를 바로 처리하실 건가요?”

“당신이 느낀 두 개의 마나는 내가 전리품으로 얻은 다른 리치의 마나핵입니다. 이 정도면 설명이 됐습니까?”


나는 가슴 주머니 속에 보관하고 있던 두 개의 마나핵을 꺼내 밀퓌에스에게 보여주었다.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로구만.

그 마나핵을 확인하자마자 주춤거리던 몸짓이 없어졌다.

밀퓌에스의 상태가 이전에 만난 엘프보다 괜찮았던 것뿐.

앙상한 몸에 기력이 없는 것은 똑같아 보였다.

이 정도라면 업고 뛰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말을 건 순간.


“뛸 수 있겠습니...”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춰주고 있던 횄불.

그것이 갑자기 거대한 장작불처럼 타올랐다.


‘젠장. 들켰다.’


그것과 동시에 느껴지는 인기척.

길어진 그림자가 방 쪽으로 향하더니 이내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엘프가 나타났다.


“쥐새끼가 돌아다닌다 했더니... 크기가 상당하구나.”


상황을 살피려는 듯 방 입구 앞에서 천천히 둘러보는 녀석.

엘프의 몸으로 실험한다더니 그 말 그대로 녀석은 다른 리치처럼 뼈로 구성된 몸이 아닌 엘프의 몸을 하고 있었다.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피부 빛을 하고서.


“쥐새끼가 선물을 물고 왔구나. 고맙게도 내 마나 핵까지 들고 나타나다니.”


마나핵?

설마... 밀튼이 준 이 징표가 마나핵이었다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장신구처럼 보였던 징표가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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