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893
추천수 :
40
글자수 :
199,962

작성
23.02.02 21:50
조회
42
추천
0
글자
12쪽

27화.

DUMMY

27화.


발을 구르자 나타난 입구와 자동으로 켜진 횃불까지.

마나도 없이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는 것에 신기해할 때.

문득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손 아저씨.”

“왜 그러나.”

“원리가 전부 이해되시던가요?”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잠시 잊고 있던 것.

화약촉과 권총은 단계만 봤을 때 철기시대와 근현대사 정도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리 원리를 설명해줬어도 그것을 한 번에 다 이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가 안 되면 또 물어보지 않겠나? 걱정말게. 완벽히 이해한 건 아니었어도 대충 어떤 식으로 돌아간다 정도는 알겠으니. 보여주려던 것이 그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권총과 비슷하다?

그런 수준이라면 이 화약촉을 보여준 게 의미가 있는 건가?


“그럼 충분히 화약촉 이상의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습니까?”


권총과 비슷한 설계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그 질문에 손 아저씨는 피식 웃어 보였다.


“순진하긴. 그건 그냥 보여주기일 뿐이야. 내가 이 화약촉 개발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을 것 같나.”

“음... 글쎄요.”


화약에 관한 지식만 있다면 굳이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그 화약에 대한 지식이 꽤나 디테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화약은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물건이니까.


“화약촉에 대한 생각은 10분 만에 뚝딱이었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10분이라.

감탄하듯 짧은 탄성을 흘렸다.

이렇게 해야 어깨도 올라갈 테고 점수도 따지.

그것에 대한 진심 어린 평가는...

솔직히 애매했다.

구조는 간단해서 생각만 한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법했지만.

원래 간단한게 제일 어려운 법이기도 했으니까.


“그러고 나서 딱 1년이 지났네. 10분 동안 생각해내서 만든 물건을 1년 동안 물고 늘어졌다면... 드워프의 자격이 없지.”

“왜 굳이 숨기고 계십니까?”

“음? 숨기다니?”

“보여주기식이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드뷔에르님이랑 친하신 것 아닙니까? 아까 보니 최근에 만들었다던 그 물건에 대해선 모르시던...”

“친하다고 해서 내 모든 걸 드러낼 필요는 없지.”


맞는 말이다.

감시가 있다고 했으니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숨길 수 있다면 숨기는 게 좋지.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자. 이번엔 내 질문. 이걸 원래 모습으로 만들 수 있겠나?”


그가 손에 쥐어준 것은 아까봤던 화약촉의 몸체였다.


“원래... 모습이요?”

“그래. 내가 10분 만에 뚝딱 만들었던 것이자 1년 동안 고생해서 만든 거야. 그런 구식의 모습이 진짜일 리 없잖은가.”


이게 진짜가 아니라면...

긴 통로의 흙내음과 횃불의 빛에 의지한 채.

화약촉의 비밀을 풀기 위해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허허. 이거 참 아쉽게 됐구만.”

“뭐를...”

“자네도 나처럼 숨기고 있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네.”


권총을 만든 기술자라고 생각했던 건가.

그의 말투에서 실망이 잔뜩 묻어나온다.


“힌트를 하나 더 주자면 그건 원래 1회용일세.”

“1회용...”


1회용이라.

지금의 모습은 화약통과 결합된 화살만 갈아끼우면 형식이다.

그걸 갈아 끼운다고 해서 1회용은 아닐 텐데...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화약촉 여기저기서 미세한 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마 이건가?’


그 틈을 따라 이리저리 만져보니 단단히 끼워져있어 힘을 줘야 간신히 빠지는 부품들.

손 아저씨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니 어느 정도 정답에 근접한 것 같았다.

부품들이 빠지는 게 정답에 가까운 거라니.


설마...


바로 자리에 주저앉아 화약촉의 몸통을 하나하나 분리하기 시작했다.

이게 정답이라면 진짜 신박한 물건.

어렸을 때 변신 로봇을 받아 들고 그 자리에서 이리저리 조립해보던 때가 문득 떠오른다.


부품을 하나씩 분해한 뒤 다른 연결부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비교해 가면서 그것들을 끼워맞추기를 얼마나 걸렸을까.

그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준 드워프가 짧게 박수를 쳐 주었다.


“역시 알고 있으니 금방 정답을 맞추는군.”

“허... 허허...”


내가 다시 조립하고도 어이가 없었다.

처음에 봤던 화약촉은 완전히 위장용이었다니.

석궁 손잡이는 권총의 손잡이가 되었고.

열리는 뚜껑의 반쪽은 권총의 슬라이드, 남은 반쪽은 끝에 달린 활의 날개 부분과 합쳐져 120도 쯤 되 보이는 방패 모양으로 결합됐다.


‘이게 왜 있었나 했는데...’


화약의 힘을 이용하는 특성상 석궁처럼 활시위가 따로 필요하진 않았는데 걸려있던 이유.

덜그럭거리는 부품들을 방패와 슬라이드에 연결하자 그 짱짱한 장력이 서로를 끌어당겨 지탱했다.


모습은 조금 괴상한데다 크기까지 권총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럼에도 모양새 자체는 가지고 있는 권총과 비슷했다.


“쏘지는 말게.”


그 말과 함께 주머니에서 꺼낸 탄약.

아까 봤던 화약촉의 발사체와는 확연히 달랐다.

실탄을 다섯 배 정도 키운 크기의 탄약.

화약통과 그 끝에 달린 쇠구슬.

그것을 슬라이드에 끼워 넣자 그가 말했던 진짜 모습이 완성되었다.


“근데 이게 왜 1회용입니까?”

“그거? 한번 쏘면 터져서 못쓰거든. 그 방패처럼 해놓은 것도 파편이 튀어서 달아놓은걸세.”


그 말에 재빨리 드워프에게 화약촉을 넘겨주었다.

그렇게 위험한 거면 진작에 말을 해줬어야지.


“크하하하! 쫄보처럼 그게 뭔가?”


그걸 받아 든 드워프가 표정을 보더니 시원하게 웃었다.


“터져봤자 죽기밖에 더 하겠나. 반응이 재밌구만.”


그런 위험한 물건을 남에 손에 쥐게 만든 당신이 더 위험해 보입니다만.


*


길을 쭉 따라 내려간 손 으로만든명품의 공방.

철을 다루는 드워프라기엔 가구공방과 같은 느낌.

각종 나무들과 톱밥들이 나뒹굴고 다양한 설계도가 벽면에 빼곡히 붙어있었다.

1년이란 시간치곤 양이 상당하다.


“자 그럼 여기서 아주 중요한 부탁 두 가지를 해야겠구만.”


두 가지?

하나는 대충 권총을 빌려달란 소리 같긴 한데.

남은 하나는 뭐지?


“하나는 알고 있겠지?”

“그럼요.”


권총을 책상에 올려놓자 그가 아까 배운 대로 빠르게 분해해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해줬던 설명을 복기하듯 중얼거리면서 대충 그린 도면과 함께 무언가를 써 내려간 손 아저씨.


“역시 이걸로는 부족한가.”

“뭐가 또 필요하십니까?”


그 질문에 드워프가 분해된 슬라이드를 들고 몸을 돌렸다.

“사실 이쪽도 궁금하긴 했지만 더 궁금했던 건 자네가 이걸...”


약실에 있던 탄을 꺼낼 때처럼 슬라이드를 당기는 시늉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이렇게 했을 때 나왔던 그게 더 궁금했다네.”

“이것 말입니까?”


탄창과 함께 실탄 하나를 빼 올려놓자 그것을 살펴보던 손 아저씨.


“이 안에 화약이 있는 건가?”

“그렇죠. 그때 말씀드린 뇌관이 이 부분이고 그 공이라는 부품이 이렇게 뇌관을 치면 이 안에 화약이 반응해서 폭발하고 그 힘으로 탄두가 나가는 겁니다.”

“으음...”


설명이 잘 됐나 싶어 손 아저씨의 얼굴을 보자 이해한 듯하면서도 뭔가 부족한 표정이다.

예상 못 한 건 아니지만 결국 한 발을 소모할 때가 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드뷔에르가 쏘라고 할 때 같이 보여줄 걸 그랬다.


“아무래도 보는 게 편하시죠?”

“그... 그래주겠나?”

“미래를 위한 투자 아니겠습니까.”


이걸 백날 설명해서 느리게 이해하고 만드는 속도를 쳐지게 하는 것보다.

한발 소모해서 눈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빠르겠지.


수중에 한 두발만 남아있었다면 아껴야 하겠지만.

한 발 정도는 눈 딱 감고 소비할 수 있다.

손 아저씨가 최대한 빨리 만들어주길 빌어야지.


탄창을 집어넣고 슬라이드를 당겨 장전까지.

벽에 있는 설계도를 피해 바닥을 조준하고 한 발을 쏘기 전.


“귀 막으세요. 순식간이니 잘 보셔야 합니다.”


이런 좁은 공간에선 귀를 막아주는 게 좋겠지.

손 아저씨도 비슷한 물건을 다뤄봐서 무슨 뜻인지 알고 곧장 귀를 막았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빠져나온 탄피와 함께 연기가 살짝 피어오른다.

그에게 뜨거운 탄피를 건네주고.


“분해해 보셔도 됩니다.”


그 말과 함께 어디서 꺼냈는지 가위 같은 공구로 탄피를 분해하는 손 아저씨.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다.


“햐... 기술 참 좋단 말이지. 역시 자네는 드래곤 아니면 드워프의 신이 내게 계시를 주신 게 아닐까?”

“하하... 그건 그렇고 제가 부탁하고 싶은 건 이쪽입니다. 이제 슬슬 없어져 가고 있어서 보충해야 하거든요.”


저걸 만들기 위해선 발사하기 전의 탄도 필요할테니...

탄창에 남은 실탄 하나를 꺼내 탄피와 함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이것까지 이제 16발.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꿀꺽.


“아니! 뭐...”


책상에 있던 탄피를 입으로 가져가 삼켜버린 드워프의 돌발행동.


“걱정마 안 죽어.”


죽는 게 걱정되는 게 아니라 그걸 왜 먹는 거야!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골똘히 생각 중인 손 아저씨의 모습에 말을 삼켰다.


“음... 성분은 구리...”


그림과 함께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는 손 아저씨.

실탄을 삼킨 것도 놀랐는데.


“이 정도면 그리 어렵지만 어렵진 않겠구만.”


이상한 말과 함께 적은 내용들을 보여줬다.

마치 받아쓰기 시험 본 학생이 체점을 기다리는 것처럼.

근데... 이걸 본다고 알 수가 있나.

이쪽 글자엔 까막눈인 데다 실탄 제작자도 아니니 성분을 알 리도 없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마는 수밖에.


“근데 아까 그걸 보고서도 드실 생각을 하시다니.”

“응? 철을 씹는 드워프에게 이정도야 하하!”


아무리 탄피라지만 저것도 금속인데 저걸 먹을 생각을 해?

그래도 실탄을 안 먹은 게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 손 아저씨.”

“왜 그러나?”

“설마 그것도 드시려는 건 아니겠죠?”


분해된 채 정리된 책상 위 권총.

그걸 보는 손 아저씨의 눈빛이 이상하다.


“크하하하! 내가 농담도 잘하는구만.”


그 눈빛은 농담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이거 분해해 봐도 되겠나?”

“그것도 먹으려는 건 아니죠?”

“크하하하! 설마! 여기에 든 성분을 분석할 필요가 있어서 먹은 것뿐이네. 안에 든 화약은 살짝만 찍어 먹어 볼 테니 걱정 말라고.”


어차피 분해해서 보는 순간 한 발은 없는 셈 쳐야 한다.

그건 그렇고 화약을 먹는다고?

탄피까진 그냥 금속이라 그러려니 해도 괜찮으려나...


“고의는 아니지만 화약도 먹어본 적 있으니 몸이 펑 터져서 피 볼 일은 없을걸세.”


농담 참 살벌하게 하시네요.

먹은걸로 성분을 알 수 있다니 참...

별난 종족이다.


“음... 문제는 이쪽인데... 아는 맛이면서도 모르는 게 섞였단 말이지.”


실탄의 탄두를 분리한 뒤 안에 든 화약 성분을 확인하고 찍어 먹어보기까지.

누가 보면 미친 짓이라 하겠지만 광물도 먹는다니까 알아서 하겠지.


이런 부분에선 현대식 화기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술력이 부족해 대체제를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

심지어 비슷한 분야를 연구했던 드워프마저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으니 그나마 마나를 배운게 다행이지.


“어렵구만... 어려워.”


이제 15발.

어렵다는 말에 투자한 실탄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게 보인다.

이대로 그냥 날려버리는건가...


“자네 표정이 왜 그러나.”

“어렵다고 하시니 불안해서요.”

“크하하하! 어려운 게 즐거운 거지 안 그런가?”


네. 전혀 아닙니다.

저는 똥줄 타거든요.


“이 문제 때문에 내가 두 가지 부탁이라고 했다네 나머지 하나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치 사냥꾼 박중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3.02.12 26 0 -
공지 매일 오후 9시 50분에 연재됩니다. 23.01.11 68 0 -
36 36화. 23.02.11 32 0 13쪽
35 35화. 23.02.10 37 0 12쪽
34 34화. 23.02.09 36 1 12쪽
33 33화. 23.02.08 41 0 12쪽
32 32화. 23.02.07 39 0 12쪽
31 31화. 23.02.06 39 0 11쪽
30 30화. 23.02.05 39 0 13쪽
29 29화. 23.02.04 40 0 12쪽
28 28화. 23.02.03 38 0 12쪽
» 27화. 23.02.02 43 0 12쪽
26 26화. 23.02.01 38 0 14쪽
25 25화. 23.01.31 38 0 13쪽
24 24화. 23.01.30 44 0 13쪽
23 23화. +1 23.01.29 54 1 12쪽
22 22화. 23.01.28 62 0 12쪽
21 21화. +1 23.01.27 73 0 12쪽
20 20화. +1 23.01.26 75 0 13쪽
19 19화. +1 23.01.25 73 0 12쪽
18 18화. +1 23.01.24 78 0 12쪽
17 17화. +1 23.01.23 77 0 12쪽
16 16화. +1 23.01.22 85 0 12쪽
15 15화. +1 23.01.21 90 0 11쪽
14 14화. +1 23.01.20 82 0 11쪽
13 13화. +1 23.01.19 88 0 14쪽
12 12화. +1 23.01.18 94 0 12쪽
11 11화. +1 23.01.17 95 1 13쪽
10 10화. +1 23.01.16 112 1 12쪽
9 9화. +1 23.01.15 132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