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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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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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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2
추천수 :
40
글자수 :
19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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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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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DUMMY

21화.


이곳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

화약이 터지며 내는 총소리.


근처 나무에 말을 묶어둔 뒤,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야! 박중사!”

“확실해 이건 총소리야.”


이 곳에 있으면서 평생 들을 수 없을 줄만 알았다.

그렇기에 더 반가운 소리.

마나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 익숙해졌는지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몸이 붕붕 떠오른다.

바람을 맞으면서도 희미한 화약 냄새가 느껴진다.

마나를 배우면서 감각이 예민해 진 게 이렇게 쓰일 줄이야.

그 희미한 화약 냄새를 기준으로 열심히 뛰어가다가.


“흡!”


갑자기 훅 들어온 비릿한 피 냄새에 코를 막았다.

관성으로 튕겨져 땅을 두 번 구르고서야 멈춘 몸.

원래라면 슬라이딩으로 얼굴 피부가 찢겨져 나 속도였지만 옆으로 굴러 흙만 조금 묻었다.


“박중사 몸 그렇게 함부로 쓰지 말라니까?”

“걱정 마. 원래였으면 너처럼 두개골이 될만한 속도였는데 이렇게 흙 묻은 거 말곤 없잖아.”


스컬도 인정하는지 잔소리를 멈췄다.

그나저나 갑자기 훅 들어온 피비린내가 이렇게 지독할 줄이야.

오히려 옆 구르기가 올라올 뻔한 걸 막아주었다.

감각이 예민해진 건 좋았지만, 화약 냄새에 집중하다 보니 악취도 배가 되는군.


도착한 현장에는 희미한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 그리고 흙과 잡초에 묻어있는 핏자국이 보였다.

처음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핏방울.

여덟발자국 뒤에 그것보다 약간 더 큰 흔적.

그 흔적의 간격이 서서히 짧아지는 동시에 출혈량도 많아졌다.

동물의 발자국으로 보이는 것과 함께 흔적을 따라서.


‘들짐승 사냥을 한 건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곳까지 달려오는 데 5분쯤 걸렸으니 그럴 시간도 없었고, 이유도 없다.


사냥을 했다면 이건 실패에 가까운 흔적이었다.

발자국을 봤을 때 적어도 성인 남자 세 명분은 될법한 덩치.

그 덩치에 이 출혈량이라면 그 소리에 놀라 도망친 것뿐, 절대 죽을만한 것은 아니니까.


동물 발자국과 출혈을 기준으로 수색 범위를 넓혀 총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지금은 미세한 화약 냄새가 전부였지만 발자국마저 숨기진 않았을 테니.


사냥이라면 분명 동물을 쫓아가면서 기회를 노렸을 것이다.

어쨌거나 상처를 입었고, 도망을 선택했으니까.


“이상하네...”


그런 생각으로 한참을 자세히 살펴봐도.

동물의 흔적 말고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엘프 마을에서 빠져나왔다고 해도 이곳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오지.

동물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위장은 할 수 있어도, 사람을 속이기 위한 위장은 필요가 없다.

흔적을 지우면서 이동하는 저격수도 이 정도는 아닌데.

심지어 그 5분 안에 이렇게 깔끔할 정도로.


“스컬. 혹시 뭐 느껴지는 거 없어?”

“느껴지는 거?”

“사람의 흔적이라던지 이상한 기운 같은 거?”


스컬이 두개골을 좌우로 흔들었다.

소리부터 냄새까지 생생했던 그것들이 착각일 리는 없고...


“귀신이라도 들린 건가.”


진짜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흔적이 없으니 당황스럽다.

최대한 가까이에서 찾느라 높은 포복 자세였던 몸을 일으켰다.


“박중사. 니가 말한게 저거냐?”

“응?”


굳은 허리를 풀어주고 있을 때.

스컬의 말을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뭐야 저건?”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총소리를 내놓고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현장.

그런 현장과 다르게 마치 유인하는 듯 피어오르는 연기.


그곳을 향해 산을 오르자 산 중턱에서 그 연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런 곳에 오두막이 있네.”


원목으로 지어진 오두막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똑똑!


곧장 오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겨 노크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면 누군가 있다는 말.

예상대로 노크소리에 안쪽에서 ‘누구시오?’ 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어?”

“안녕하십니까.”


문을 열고 맞이한 건 50대쯤으로 보이는 건장한 중년 신사였다.


“이런 오지까지 흘러들어오다니... 사냥꾼이시오?”


그가 박중사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신분을 오픈할 필요까진 없겠지.

복장은 영락없는 사냥꾼이었으니 박중사도 그의 말을 정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혼 좀 내주려고 했더니 손님이었구만. 헌데 무슨일로...?”

“아. 혹시 이 근방에서 무슨 소리를 듣지 못하셨습니까?”


이 거리라면 충분히 들을 수 있을 만한 소리.


“소리...? 음... 워낙에 들짐승 소리야 자주 들리는 곳이라.”

“들짐승이 아니라 마법과 유사한...”

“그러지말고 안으로 들어오시오. 어차피 손님이 올 예정이었으니.”


중년의 남성이 박중사의 말을 끊고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했다.

지금 여기서 아쉬운 건 박중사였기에 캐묻기보단 그의 손짓을 따라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오...”


안으로 들어오니 안락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진 카펫과 박제된 동물들의 머리들이 벽에 걸려있고.

화로엔 끓어오르는 냄비와 함께 굴뚝을 타고 연기가 올라간다.

전형적인 사냥꾼의 오두막.

그 총소리의 주인이 이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데 이상하군. 초급 기사처럼 보이는데 이런 오지에 사냥꾼 복장이라...”


안으로 들어오자 그가 본색을 드러냈다.

마나의 수준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걸 보아하니 보통내기는 아니다.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순간 긴장하자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소. 그냥 궁금해서 그런 것뿐이니. 오해했다면 미안합니다. 오랜 직업병인지라.”


왠지 누군가가 떠오르는 변화무쌍함.

순식간에 바뀌는 분위기에 그저 가만히 선 채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는 하셨소?”

“아직입니다.”


-꼬르륵.


때마침 들려오는 소리에 그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크허허허! 굶주렸나보구만. 가져온 식량은 없소? 이런 오지까지 오려면...”

“있긴 합니다만 멀리 두고 급하게 온 탓에...”

“급하게? 이 산속에서 급하게 올 일이 뭐가 있는지.”

“아까 그것에 대해 여쭙고 싶어서 찾아온 겁니다.”


꼬르륵 소리에 그가 냄비에서 끓고 있던 음식을 나무 그릇에 담아 내게 건네주었다.


“안심하시오. 독 같은 건 없으니.”


그 말과 함께 냄비에서 한 국자를 꺼내 후룩 마셔 보이는 중년의 남자.

의심받는 일에 익숙했는지 자연스럽다.


나도 그의 행동에 맞춰 받아 든 그릇을 조금 떠먹었다.


“오...”

“맛이 좀 괜찮지 않소?”


그 말 대로.

야채랑 고기 건더기가 보이는 죽일 뿐인데 고급진 느낌.

담백함이 혀 끝을 타고 식도로 내려간다.

이런 곳에서 고급진 음식을 얻어먹게 될...


이게 아니지.

순간 남자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갔다.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누군가가 생각나는 타입이군.


“그래서 혹시 마법과 비슷한 터지는 소리를 들으신 게 없습니까?”

“맛 평가도 없이?”

“아. 도시의 고급 음식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좋은 음식이네요. 들으신 건 없습니까?”


그 대답에 만족했는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들은 적이 있긴 하다만...”

“얼마 안 됐습니다.”

“음. 들리긴 했네만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짐도 멀리 두고 이곳까지 올 정도로.”

“저에겐 중요합니다.”


박중사의 진지한 표정을 본 남성이 손으로 턱을 쓸었다.


“음... 알려주기엔 우린 너무 초면인데? 그렇지 않나?”


마지막에 ‘그렇지 않나?’는 나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들어왔던 입구로 고개를 돌려보자...


“밀튼?”


문 앞에서 여유롭게 미소 짓는 밀튼이 서 있었다.


“내가 말했죠? 우리는 인연이라고.”


*


어쩐지 화법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 했더니.

딱 생각나는 사람이 문 앞에 서 있어서 조금 놀란 감이 있었지만.

남자가 밀튼을 반갑게 맞이하는 걸 보고서 대충 둘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었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성향마저 비슷하네.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박중사.”

“나도 그래.”


엇갈리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런 곳에서 마주할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등장이긴 했다.


밀튼도 남자에게 그릇을 받아 맞은편에 앉은 뒤, 죽을 한 모금 떠먹었다.


“보아하니... 일은 잘 해결된 것 같군요.”

“그렇... 그러고보니 밀튼. 날 엿먹였던데?”


총소리에 대한 정보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엿먹였다는 말에 밀튼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죽을 한 숟갈 떠먹었다.


“징표. 그거 리치의 마나핵인거 알고 있었지?”“아. 그랬습니까?”

“아 그랬습니까 가 아니고. 그것 때문에 고생 좀 했거든?”


이를 꽉 깨물고 말하자 밀튼이 그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일이 잘 해결되지 않았습니까.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네요.”

“진짜 몰랐다고?”

“예. 지역을 알아내고 탐사하는 도중에 리치를 발견했고, 시간이 빠듯해서 훔쳐 온 것뿐입니다. 그 장식은 제가 옛날에 어머니께 드린 장식품이거든요.”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그게 리치의 마나핵이었다니. 생각지도 못했네요. 마나가 하나도 느껴지질 않아서.”


확실히 리치가 활성화할 때까지 스컬도 몰랐을 정도니.

일부러 엿 먹인 건 아니었나 보다.


“이야기 중에 미안한데 혹시 남는 식재료를 가져올 수 있겠나? 갑자기 손님 한 명이 더 늘어서 조금 모자라 보이는구만.”

“그러고 보니 박중사. 여기까지 걸어온 건 아니고 짐은 어디 갔습니까?”

“아. 저기 밑에 묶어두고 뛰어온 거라.”

“뛰어서요? 호오... 길이 잘 나 있는데.”


예정에 없던 손님이니 간편하게 먹으려던 육포와 재료를 가지고 오는 게 맞겠지.

밀튼의 말대로 밖으로 나오자 잘 닦인 길이 보였다.

내가 길 없는 쪽으로 급하게 뛰어오긴 했구나.


곧장 묶어놓은 말을 데리고 오두막으로 다시 오자 둘의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짐에서 꺼낸 식재료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서자 중년의 남자가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로 반겼다.


“허허 대단하신 분께서 돌아오셨구만.”


갑자기 달라진 대우에 어리둥절할 때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밀튼.

아무래도 없는 동안 내 이야기를 했나 보네.


환대를 받은 채 재료를 건네고 자리에 앉자 그가 과일을 꺼내 건넸다.


“이야기는 잘 들었네. 마나도 없이 리치를 사냥했다고?”

“아 예.”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건지 슬쩍 밀튼을 보자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린다.


“아까는 외부인이라 식사만 대접하려고 했는데 재밌는 청년이구만. 그래. 아까 무슨 소리가 들렸냐고 했었지?”

“아 예 맞습니다.”


드디어 그 소리의 단서를 얻을 수 있나?

그 생각에 기대를 품고 쳐다보자 다시 한번 턱을 쓰다듬는 모습.


“음... 아무래도 듣는 것보다 보는 게 낫겠지? 안 그래도 이곳에 올 예정이니 그동안 수다나 좀 하고 있지.”


듣는 것보다 보는 게 낫다.

그 말은 그 소리의 주인이 이곳에 온다는 뜻?

그렇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두 분은 무슨 사이십니까?”


밀튼과 마찬가지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은 기사의 것과 가까웠다.

다만 그 기운이 미약해 초급 기사라고 생각될 만큼 옅은.

지금까지 보아온 밀튼의 실력주의 성향상 이렇게 가까운 사람은 분명 뭔가가 있다.


나는 두 사람의 뭔가가 밀퓌에스가 말했던 남편인 줄로만 알았다.

말투부터 분위기까지 비슷한 게 너무 많았으니까.


그러나 밀튼에게서 나온 말은 더 충격적인 것이었다.


“아. 소개도 안 했었군요. 지금은 은퇴하신 그암제국의 드뷔에르 공작이시자 제 스승, 마스터의 기사이십니다.”

“예끼! 스승을 놀리면 쓰나. 마스터가 아니라 상급자에서 그만둔 기사일세.”


공작 직위를 가지고 있었던 상급자의 기사.

밀튼의 스승.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 옅은 건 그 실력이 낮아서가 아니라 숨긴 것이었음을 알고 어림짐작한 것이 부끄러워졌다.


하긴 이제 막 마나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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