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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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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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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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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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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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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17화.


하루라는 시간을 곤히 자고 일어났을 때 외쳤던 된장찌개.

그 구리고 고소한 냄새는 밀퓌에스가 들고 온 음식의 향이었다.

음식의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콩으로 만든 두부와 콩고기 그 사이 어딘가의 맛.


“맛있냐?”

“음... 미묘해. 건강해지는 맛이야.”


지금은 마을의 복원을 위해 처리할 일이 많다고 자리를 비운 상태.

나는 밀퓌에스가 가져온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지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들었다.


“그나저나 하루 만에 엘프들을 다 설득했다니. 역시 족장은 족장인가.”


밀튼 때문에 한 번, 그 이후로도 한 번.

이미 두 번이나 엘프들에게서 반감을 얻은 족장이다.

그런 감정 상태에 있던 엘프들을 하루 만에 모두 설득시켰다는게 놀라웠다.


“크흠.”

“뭐야 갑자기 헛기침은.”

“다 이 몸께서 헌신해준 덕분이지.”

“헌신?”

“그래. 정령이잖아. 정령.”

“정령이 아니라... 행세겠지.”


혹시나 누가 들을까 싶어 좌우를 살핀 뒤 돌려서 말했다.


“이 지역에 마나가 오염되고 난 뒤부터 정령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정령이 다시 나타났다. 그게 설득하는 데 힘을 많이 실어줬다는 그런 거?”

“그렇지. 그것도 다른 엘프들의 부름에는 응답하지 않던 정령들인데 족장한테만 나타난 거잖아.”


내 정령이 아니라 족장의 정령 행세를 한 거였구나.


“그게 제일 컸어. 그리고 나서 사라진 엘프들의 시체를 보니까 한 번에 돌아서더라고.”

“그걸 보여줬다고?”


엘프의 나무는 출입 제한이 있던 거 아니었나.

그 의문이 생기기도 전, 스컬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 끙끙거리면서 하나씩 옮기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하나 보자마자 다 같이 뛰어들어서 일손이 좀 덜었지만.”

“뭐야. 엘프의 나무 밑은 족장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리치가 수를 쓴 것도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상관없나 봐.”


그럼 이 공간에 다른 엘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네.

잠시 침묵을 지킨 채 주변을 둘러봤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하냐?”

“혹시나 다른 엘프들이 지나가면서 들을까 봐.”

“걱정 마세요. 마을을 구해준 영웅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으니까.”


밀퓌에스가 그것까지 배려해 준 듯했다.

그나저나 영웅이라... 듣기 좋은 말이네.


“그래서 찾아본 자료는 뭐라도 건진 건 있어?”

“물론이지. 너한테 좋은 소식도 있고.”

“좋은 소식?”


좋은 소식에 관심을 보이자 스컬이 특유의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컬컬컬... 궁금하냐 박중사?”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궁금하냐고 물어보면... 궁금합니다요 스컬님.”


이럴 땐 져주는 게 최고다.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어서 조금만 치켜세워주면.


“크흠! 박중사가 그렇게 원한다면 내 특별히 말해주도록 하지.”


저렇게 쉽게 넘어오니까.


“엘프가 인간에 비해 수명이 긴 건 알고 있지?”

“대충은?”


밀튼도 밀퓌에스에 대해 설명할 때 인간 나이로 40세쯤이라고 했으니.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엘프는 특별히 나이를 세지 않아. 그냥 흘러가는 대로 자연에 맡기지. 부럽지 않냐?”

“글쎄다. 단순히 수명만 긴다고 좋은 건 아니던데. 건강이 없으면 그 세월이 고통이거든.”


수명이 길어지면 그만큼 노화로 인한 질병이 잦아진다.

물론 수명과 건강이 같이 유지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엘프가 말했던 과실. 그것만 있으면 건강도 챙길 수 있지.”


왠지 약팔이가 된 듯한 스컬의 말.

지금은 가만히 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야기를 경청했다.


“엘프의 나무에서 나오는 과실로 그들의 자연 사랑을 평가받는 만큼, 엘프들에게 과실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야.”

“그렇겠지.”


수명을 연장시켜주고 건강까지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거라면.

꼭 필요한 필수 영양제. 아니 거의 만병통치약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엘프들이 과실에 집착하는 거기도 하고, 목숨보다 아끼지. 인간들이 오지 않는 오지에 사는 건 풍부한 마나 때문도 있지만 그걸 탐내하는 놈들이 찾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있어.”

“... 그렇다는 건 원래 이 지역에 쭉 살았다는 거 아닌가? 밀튼이 정보를 어렵게 구할 일이 아니었을 텐데?”


밀튼이 어렵게 정보를 찾아냈다는 말.

그 말과 어긋나는 정보다.


“플레임. 참 치밀한 놈이더라고.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엘프들을 몰살시키고 이쪽으로 이주시켰나 봐. 처음엔 이런 환경도 아니었는데 밀퓌에스에게 다 뒤집어씌운 거지.”


그 과정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잠시 상대했던 그때만 해도 플레임이 교활한 놈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진짜 사기꾼으로 살았다면 황제도 등쳐먹을 놈이로군.


“어쨋든 그 과실이 엘프들의 목숨보다 중요한 만큼. 누구에게 보여주지도, 넘겨주지도 않아. 죽으면 죽었지.”

“고작 하루 지냈다고 엘프처럼 말하네.”

“어허! 끝까지 잘 들어보란 말이야.”

“아 예. 제가 실례했습니다.”


크흠! 녀석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기침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엘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그 과실! 희안하게도 그 과실에 대한 헤이즐의 연구자료가 있었어.”

“헤이즐의 자료? 플레임이 그걸 왜?”


스컬이 플레임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의 반응을 보면.

그 둘은 완전 상극의 성향이라 접점이 없었다.


“행실과 소문이 불량한 플레임과 일반인도 마나를 배우게 하는 선한 목적을 가진 마법사의 조합은 상상하기 힘들지.”


스컬이 내 의문에 두개골을 끄덕이며 말했다.

엘프를 실험체로 쓴 것만 봐도 어울릴 일이 없으니까.


“결국 목적이지 뭐. 헤이즐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었나 봐. 과실에 대한 것 말고도 자료가 몇 개 더 있더라고.”

“목적이라면 역시 엘프를 실험체로 쓴 그건가?”

“인간들과 다르게 엘프는 태어날 때부터 마나를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굳이 실험체를 고를 필요도 없잖아?”


누가 리치 아니랄까 봐 저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군.

스컬의 말대로 몸을 뺏어 쓰기엔 엘프가 실험체로 적당하긴 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면 일단 마나를 배운 사람 찾는 것부터가 일이다.

그에 반해 엘프는 굳이 고를 필요도 없었고, 성공하기만 한다면 엘프의 조건들을 제 것으로 만들기도 편했으니까.


“자기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물건 보듯이 하는군.”

“그게 마법사들을 미친놈들이라 부르는 이유기도 하지.”


마법 연구라는 결과만 있으면 과정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족속들.

지금까지 만나본 마법사들은 오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소시오패스들이었다.


“어쩌면 마법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아닐까?”

“그런 말을 하면서 왜 나를 봐?”


스컬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녀석이 찔렸는지 되물었다.


“좀 찔리는 게 있나 봐?”

“있긴 개뿔. 같은 취급은 하지 말아줘. 절대 동급은 아니니까.”

“흐으으음...”

“어허! 그 불경한 시선을 치우지 못할까?”


따지고 보면 스컬도 자기의 연구를 위해 날 이곳에 소환한 게 아닌가.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고의가 아니었으니.


“그래서 좋은 소식이란 게 그 자료가 끝이야?”

“에이. 그럼 좋은 소식도 아니지.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이거다.”


널부러져있는 자료들을 뒤적거리던 스컬이 그중 하나를 들고 와 읽어나갔다.


“엘프들이 ‘아담’이라 부르는 과실은 엘프의 수명과 건강을 유지해 주는 기능을 한다. 그 기능의 원리로는 체내의 마나를 순환, 촉진시켜 복용한 자의 상태를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이 만들고. 마나가 없는 자가 복용 시 과실의 마나를 체내에 흡수하는 과정을 거쳐 부작용 없이 마나 유저가 될 수 있...”

“설마 좋은 소식이란게...”


말하는 중간에 끼어드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확답을 듣고 싶어 스컬의 말을 잘랐다.


“리치에게서 족장을 구하고 평생 속고 살 뻔한 엘프들을 구원해준 영웅. 그런데 어머나! 그 영웅에게 필요한 물건이 딱 우리에게 있네?”


과장된 말투에 어느새 꽉 쥐어진 주먹.

플레임을 잡는 과정에서 실탄 7발이 소모되긴 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얻게 되었다.


엘프가 소중히 여기는 과실 ‘아담’.

밀튼이 마나를 배우게 해준다는 건 이걸 의미하는 거였나.

아담을 넘겨받게 된다는 것도 그의 예상 범위 안에 있었나 보다.

실험용 쥐가 될 뻔한 위기도 살짝 있었지만 과거는 과거.

지금은 그 달콤한 보상에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다.


잠시 후, 밀퓌에스가 나타나 상태를 확인했다.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아 예. 건강식도 챙겨주시고 푹 쉰 덕분에 별 이상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밀퓌에스의 우아한 미소.

사람을 포근하고 편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럼 잠시 밖으로 나와주시겠어요?”


밀퓌에스의 안내를 받아 바깥으로 나오니 엘프들이 모여있었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자연 속 마을.

아직 정화되지 않은 마나 때문에 보랏빛이 돌긴 해도 엘프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다 모이셨나요?”

“예. 족장님.”


외관도 한 명 한 명이 연예인 뺨치면서 목소리까지도 죄다 미성이라니.

단체로 대답한 것뿐인데 짧은 음악을 들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게 말로만 듣던 천상의 하모니인가.


“다들 이 자리에 모이라고 한 것은 여러분의 의견을 구하기 위함입니다. 그동안 동료가 사라지고 오염된 마나가 깃든 지역에서 살아가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기도 바쁘다는 거... 잘 압니다.”


반원의 형태로 둘러싼 엘프들을 천천히 훑어보는 밀퓌에스.

그녀가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간의 일이 죄송스러운 듯 가볍게 목례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상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 일을 교훈 삼아 거목처럼 단단한 정신을 가지게 될 수 있으니까요.”


거목이란 말과 함께 엘프의 나무를 짚은 채 쓰다듬는 밀퓌에스.


“이런 기회를 준 영웅에게 마땅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치에게 속아 서로를 미워하고 그렇게 싫어하던 인간의 추악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우리에게 엘프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아준 분이니까요.”


상 받기 전에 뒤에 오래 서 있으면 뻘쭘한데.

말이 길어지고 대상을 지칭할 때마다 엘프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옮겨온다.

이럴 땐 그냥 공손히 서 있는 게 최고지.


“박 중사님입니다. 저희처럼 리치에게 이용당하는 종족들을 구해주고 다니신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이 더 활약하실 수 있게, 나아가 다른 종족에게도 그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 합니다.”


잠시 짧은 침묵과 함께 엘프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린다.

에라 모르겠다 뻘쭘할 땐 허리 숙여 인사라도 하자.


“지금 박중사님은 사정상 마나를 잃어버리신 상태입니다. 다른 리치를 처리해 그 마나핵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엘프에겐 그것을 해결해줄 능력이 있지요.”


잠들어 있을 때 저런 이야기까지 오고 갔나 보네.

덕분에 아담을 얻을 수 있으니 좋았지만... 스컬 녀석 나랑 붙어 다니다 보니 그럴듯하게 내 상황을 설명했었나 보다.


어느새 밀퓌에스의 손에 사과와 비슷하게 생긴 과실이 들려있었다.


“이 아담. 원래라면 엘프들을 위해 아낌없이 써야겠지만 이번 한 번 만이라면 괜찮겠지요?”


여기저기서 긍정의 대답들이 들려왔다.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신뢰를 회복했나 보네.

그게 스컬의 정령 행세가 되었든 리치를 처리해준 게 되었든.

중요한 건 저 아담이 내 손에 들어온다는 거다.


밀퓌에스가 뒤로 돌아 나에게 아담을 건넸다.

나는 그것을 소중하게 받아 든 채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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