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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3,929
추천수 :
40
글자수 :
199,962

작성
23.01.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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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화.

DUMMY

15화.


자기 혼자 탈출할 수 없다는 고집 센 인질.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간도 늦어지고 리치에게 발각된 것.

그리고 밀튼이 건네준 징표가 리치의 마나핵이라는 것까지.

적에게 무기를 가져다준 꼴이다.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이 있을까.


“크흐흐... 어느 미친놈이 내 마나핵을 가지고 사라졌나 했더니. 제 발로 걸어들어왔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징표가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이자 은은한 빛을 머금었다.

다른 마나핵들과 같이.

이 장식품들은 마나핵이란 걸 숨기기 위한 위장이었군.


“그래서 어쩔 거지? 네 마나핵은 내가 들고 있고. 중요한 건 족장 아닌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그걸 어떻게 쓰느냐는 내 손에 달린 일.

징표가 리치의 마나핵이라고 해도 그건 내 손에 들려있고.

그 말은 리치의 생사여부가 나에게 달려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족장까지 휘말릴 수 있는 상황.


“부수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래야 한다면.”


예전에 스컬에게서 들은 설명이 있다.

마나 핵을 바꿔서 쓸 순 있어도 자기의 마나핵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따지고 보면 장기이식과 같은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장기를 받아 쓸 순 있어도 내 것만 못한 것처럼.


또 그렇다고 아예 못 쓸 건 아니다.

장기이식도 원래 제 것이었던 것처럼 잘 적응해 장수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스컬의 경우처럼 다른 마나핵으로 살고 있어도 조금 불편할 뿐.

본인의 마나핵처럼 다룰 수 있게 적응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세게 나가는 건 어찌 보면 도박.

활성화되지 않았던 마나핵에 마나를 불어넣었다는 건.

지금 저 리치에게도 이 마나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친 녀석이로군. 훔친 물건을 가져온 것도 모자라 주인 앞에서 부셔버리겠다니.”


그런 생각으로 건 도박 수였는데.

생각보다 리치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설마 부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닐 텐데?”


무슨 말이지?

리치의 마나 핵을 꽉 쥔 채로 노려보자 녀석이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아무것도 모르는 좀도둑이었나? 궁금하군. 굳이 이곳까지 온 이유.”

“말해주면?”

“이 몸께서 흥미를 느끼고 살려줄 수도 있지 않겠나?”


이 녀석. 여유를 즐기고 있어.

이런 반응이면 분명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대.

밀퓌에스를 꺼내기 위해선 리치의 처리가 우선시 되는 상황.

나는 들고 있던 마나 핵을 발밑에 내려놓았다.


“호오... 그건 무슨 의미지? 항복하겠다는 건가?”

“아니.”


-탕!


방심은 최고의 무기.

언제나 그랬듯 방심을 유도하고 내려놓은 마나 핵을 겨눠 한 발을 쐈다.


“흡!”


격발음과 함께 뿜어져나오는 고열.

처음 느껴보는 뜨거움에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린 채 뒤로 물러선 뒤.

나는 마나핵의 상태를 살폈다.


‘뭐야 저건.’


마나핵이 위치해 있던 곳에 시뻘건 불덩어리가 타오르고 있었다.

열기가 얼마나 강했는지 그 주변에 흙이 움푹 패일 정도.


“... 그게 최선이냐?”


그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리치가 비아냥댔다.

실탄이 실드에 막히는 걸 본 적은 있어도 이런 적은 처음.

점점 더 강해지는 열기 때문에 마나 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 저 새끼 알아. 플레임이라고.”

“오? 뭐야. 리치?”


스컬이 가슴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말하자 리치가 흥미로운 듯 물었다.


“그래. 리치다.”

“인간이랑 붙어 다니는 리치라... 특이하군. 그 이상한 마도구처럼.”

“너만 할까.”


둘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오고간다.

지금 상황에 실탄을 더 쏘는 건 낭비.

격발된 순간에 마나핵에서 피어오른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상황.

탄흔이 없는 걸로 봐선 닿기도 전에 녹아내리거나 타버린 것 같았다.


이래서 여유로울 수 있었던 건가.

리치도 마나핵에서 뿜어져나오는 뜨거운 열기만 더할 뿐.

아무런 행동도 없이 서 있었다.


‘어쩌려는 거지?’


생각해야 한다.

상대가 저렇게 여유로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눈을 흘기며 상황을 살피는 동시에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들어왔던 입구는 어느새 막혀있었고, 마나핵에서 피어오른 불과 열기가 더 심해지고 있는 상황.

굳이 공격하지 않고 저렇게 마나핵을 불태우는 이유가 뭐지?

아니. 저걸 불태운다고 해야 하는 게 맞을까?

그 순간에도 마나 핵에서 피어오른 불의 열기는 심해지고 있었다.

그 열기로 인해 숨쉬기가 가빠져오는...


“재밌네.”

“뭐가 재밌다는 거지?”

“인간 실험체가 필요한 건가?”

“오... 좀도둑 치곤 머리가 제법 있구나. 그래서 리치를 끌고 다니는 건가?”


이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질식이었다.

저 불덩어리가 산소를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는 데다가 주변을 막아놓은 상태.

별다른 공격도 없이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고 있는 리치.

이 새끼. 질식시켜놓고 날 실험체로 쓸 생각이었다.


“플레임이라고?”

“응. 불과 관련된 마법이 특기야.”


이름 한 번 잘 지었구만.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주고받는 대화에도 리치는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


“재밌는 인간이야. 신기한 마도구에다가. 불을 뿜어내는데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다니. 제자로서 함께한다면 너도 영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마. 어떠냐?”


리치로 영생?

엿이나 드소.

불과 관련된 마법이 특징이라더니 화약에도 관심을 보이는 리치.


이로써 확실해졌다.

리치가 쥐새끼라고 부른 것처럼.

본인이 고양이가 되어 ‘어디 한 번 도망쳐 보시지’란 생각으로 즐기고 있다는걸.

불과 관련된 마법이 특기라면서 정작 하고 있는 건 마나핵을 보호하는 것뿐이었으니까.


혹시라도 스컬에게 얻을 정보가 있을까 싶어 물었다.


“이름 말곤?”

“응?”

“이름 말고 아는 건 없어?”

“나도 소문으로만 들어서... 학살을 즐기는 놈이라고. 전장에서도 자기 몸을 불덩어리로 만든 채 기사들처럼 싸웠던 마법사 정도밖엔 몰라.”


그 불덩어리의 핵심이 이 마나핵이라는 건가.

그것만으로 유명해지기엔 괴짜 마법사들이 많을 텐데.


산소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동시에 머리 회전도 느려지는 게 느껴진다.

이대로 저 리치 새끼의 실험체가 될 순 없다.

어떻게 해야 저걸 막을 수 있지.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이 이대로 질식...

잠깐 산소?


“스컬. 저 마나핵에 녹지 않을 실드를 걸 수 있겠어?”

“실드를? 저 마나핵에?”


이해하기 힘들겠지.

적의 마나핵에 오히려 실드를 걸어버리라니.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다.

스컬도 그런 마음을 이해했는지 안구에 마나핵을 끼워 넣어주는 동안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불에 관련된 마법이라고 해도 열이 나는 이유는 똑같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시작된 발상이었다.


불이 연소하는 데에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산소, 가연성 물질, 발화점 이상으로 열을 가할 원인.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열기를 잃는다.


물이나 소화기의 분말도 불과 산소의 접촉을 막기 위한 수단.

저 마나핵 주위를 진공상태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실드의 내구성은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본 바.

겨우 한 번의 실드로 막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열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걸 여러 겹 쌓아 덮은 상태로 녹지 않고 버텨주기만 한다면 저 불을 끌 수 있다.


안구에 꽃은 마나핵으로 마나를 확보한 스컬이 곧바로 타오르는 리치의 마나핵에 실드를 걸었다.

처음에는 녹아내리는가 싶었지만, 그 위에 실드를 겹겹이 쌓기 시작하자 녹아내리는 것보다 마나핵에서 피어오른 불이 점점 사그라드는 게 보였다.


“오... 발상은 좋다만. 그렇게 실드를 씌워버리면 어떻게 하려는 거지?”


맞는 말이다.

실드를 씌우면 공격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저 실드를 치워버리면 아까같이 불타오르겠지.

어차피 마나로는 막을 수 없다.

리치도 그걸 알기에 실드로 산소를 차단하는 것을 신기하게 반응한 것이고.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나는 아직 열기가 남아있는 마나핵으로 걸어가 총구를 겨눴다.

아직까지 방심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효율적이자 아까처럼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을 방법.

구식이라 연발 기능이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탕탕탕탕!


실드가 다 깨질 때까지 방아쇠를 당겨 쏴 재끼면 그만이다.

아까는 마도구로 봤던 권총도 봤고 위협적인 것을 알아 반응했겠지만.

이 정도 거리에서 실드가 깨지자마자 반응할 순 없다.

속사로 가해진 충격이 겹쳐진 실드를 깨고 네 번째 탄이 마나핵을 관통하자.


“크악!”


갑자기 더해진 충격에 엘프의 몸을 하고 있던 리치의 입에서 핏물이 튀어나왔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도망가거나 본능적으로 급소를 가리기 위해 웅크린다.

아까까지도 당당하게 서 있던 녀석이 충격에 몸을 웅크리고.

임시로 쓰고 있었던 리치의 다른 마나핵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래서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던거구만.


아까는 보이지 않아 그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지만.

원래 마나핵이 위치하고 있던 심장 쪽에 데미지를 먹었음에도 한 손으로 눈을 가렸다.

충격 때문에 벗겨진 후드와 급하게 한쪽 손으로 가린 급소.

짧은 순간이지만 녀석의 오른쪽 눈은 인간의... 아니 엘프라고 해야되나.

하여튼 생물체의 눈이라기엔 인위적인 붉은 색이었다.


이미 많은 실탄을 소비한 상태.

정확한 조준을 위해 안정적인 자세를 잡은 뒤.


-탕!


한 번의 격발음과 함께 놈의 몸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 휘청이는 걸 봐선 제대로 적중한 것 같은데.


“헉... 헉...”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할 시간조차 사치.

막힌 공간과 지속적인 산소고갈로 인해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는 상황.


-탕! 탕!


비록 엘프의 몸이긴 해도 리치에게 빼앗긴 것이니.

혹시 몰라 쓰러진 놈의 뒷통수에 안구 부분과 머리를 겨냥해 두 발을 쏴 확인 사살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실탄 소모를 아까워해선 안 된다.

목숨이 붙어있지 않는 한 아껴봤자 소용없는 것이고.

이제 들이쉴 수 있는 산소도 얼마 없는 상황.


제일 먼저 신선한 공기를 확보하기 위해 입구가 있던 곳으로 다가갔다.


-캉!캉!


야전삽으로 막혀있는 입구를 내려치자 돌덩이에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판단력이 흐려진다.

사고회로가 멈춘 것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횃불도 꺼져 어두운 공간에서 스컬이 다가와 빛을 비춰주었다.


“헉... 헉...”


최대한 숨을 참으면서 시선을 옮기자 막아놓았던 입구 부분과 방 사이에 미묘한 틈이 보였다.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막아놓은 것과는 다르게 방의 재질은 흙.

그 사이에 삽을 꽂아 넣고 긁어내자 아주 조금이지만 공기가 들어왔다.


-쿵!


“야! 박중사! 박중...”


왜 이렇게 시끄럽지.

리치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했냐?

내려다보는 스컬이 흐릿하게 보였다.


어라...? 내가 언제 누워있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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