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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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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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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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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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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DUMMY

18화.


마나를 얻을 수 있는 엘프의 과실 ‘아담’.

그 자리에서 아담을 먹기엔 장소가 부적합하다는 밀퓌에스와 스컬의 의견을 따라 다시 엘프의 나무 밑으로 내려왔다.

뿌리가 시작되는 엘프의 나무 바로 아래.

밀퓌에스가 이곳이 오염된 마나를 자체적으로 정화시켜주는 시작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여기라면 오염된 마나의 영향도 없을 겁니다. 이방인에겐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지만. 이번만큼은 엘프의 나무께서도 흔쾌히 마음을 여셨네요.”


마음을 열었다는 게 아까 그거였나.

이 방에 들어오기 전 입구가 나무뿌리로 얽혀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막혀있었다.

밀퓌에스가 뭐라 중얼거리자 그 뿌리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진귀한 장면을 봤었지.


아무것도 없는 방의 정중앙.

움푹 패여있는 공간이 눈에 띄었다.

밀퓌에스는 나를 그 자리에 앉힌 채 말했다.


“아담을 꺼내 보시겠어요?”


손안에 소중하게 쥐고 있던 아담을 보여주자 밀퓌에스가 그것을 받아 든 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이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아담으로 푸른빛 기운이 일렁이면서 모여든다.


“준비는 다 된 것 같네요. 사실 조금 놀랐답니다. 정령을 부리고 리치를 처리할 실력도 가지고 있으면서 마나가 없다는 사실에.”

“조금 복잡한 사정이 있긴 합니다.”


사실 아직도 실탄을 7발이나 소모한 게 마음 아프긴 했다.

마나가 있었다면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아끼다 똥 되는 것보다야 낫지.


“부끄럽네요.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리치를 처리해 주셨는데 정작 우리는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니.”

“이제는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걸 교훈 삼아 재발 방지에 힘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네요. 언제까지 악마 같은 인간의 손에 휘둘릴 순 없으니까요.”

“어... 크흠.”

“아! 그렇다고 박중사님이 악마 같다는 건 아닙니다. 인간들중엔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마터면 악마랑 같은 취급을 받을 뻔했군.

당황하면서 설명을 덧붙이는 걸 보니 피식 웃게 된다.


“이 치료 방법도 인간 마법사가 생각해낸 것이라면서요?”

“예. 헤이즐이라고 저처럼 좋은 일을 하시는 선배님입니다.”


야. 그 이상한 표정 치워라 스컬.

헤이즐이랑 동급 취급하는 게 역겨웠는지 스컬이 헛구역질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좋은 분이 만드신 거라니 별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도 자리를 지키고 있을게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만약에 일이 잘못되면 손 쓸 사람이 많은 게 좋지.

스컬만으로도 든든한데 밀퓌에스까지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실 마나를 얻을 수 있다고 했지 그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잘 모른다.

먹으면 죽을 듯이 아픈 건 아닌가 몰라.


-아삭.


푸른 기운이 담긴 아담을 한 입 베어 물자 상큼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맛은 사과보다 조금 더 달콤한...


“쿨럭.”


달콤한 기운은 잠시였고 독한 양주를 마신 것처럼 순간 기침이 나왔다.

잔여물을 씹어 삼키자 뜨거운 기운이 목부터 위장까지 지나가는 게 느껴진다.

도수 높은 사과주를 한 잔 털어 넣은 느낌.


“어우 맛이 좀 세...”


말을 잇지 못하고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

위장에서부터 퍼져나가는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그 열기로 땀이 흘러내리고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긴장하지 마. 아무래도 독소를 없애는 과정인 것 같으니까.”


갑자기 고열의 찜질방을 들어온 것처럼 달아오르는 열기.

스컬이 상태를 살피면서 덧붙였다.


“마나가 채워지는 과정에 집중해.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느끼기도 힘들 거니까 빠르게 적응하려면 지금이 기회야.”


확실히 이곳에 올 때 땅을 파면서 스컬이 회복해주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뜨거운 기운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처럼 퍼지면서 온몸이 바늘을 찌르듯 쿡쿡 쑤신다.

그 따끔한 감각에도 최대한 마나의 느낌을 느끼려고 눈을 감은 채 감각에 집중했다.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움찔거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기사들이 한 단계 성장할 때의 모습 같네요.”

“예? 기사요? 박중사가?”


집중하라면서 대화라니.

이상하게도 방해가 될 대화였지만 오히려 감각에 더 집중이 잘 된다.

오감이 예민하게 발달한 느낌.


“전신을 쑤셔대는 바늘의 느낌이 마나의 길을 넓혀주는 기분 좋은 아픔이라고... 그랬거든요.”


가끔 혈관이 콕 찌르는 것처럼 쑤실 때, 막힌 혈류가 뚫리면서 생기는 고통이라더니.

지금 밀퓌에스의 설명과 똑같다.


심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찌르는 고통.

그 기운들이 손과 발끝까지 도달했다가 다시 심장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


아까는 고통이었다면 지금은 알 수 없는 쾌감.

경력 있는 마사지사에게 마사지 받은 것처럼 죽을 듯이 아프다가 끝나고 나니 시원한 느낌을 받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몇 배는 좋은 쾌감이 전신에 퍼져나간다.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었네요. 혼자서도 잘하시는데요?”

“저럴 것 같았습니다. 원래 혼자서도 잘하는 녀석이에요.”

“그래도 아마 많이 지치실 겁니다. 몸이 한순간에 변화하는 과정이니까.”

“밀퓌에스는 어떻게 그런 걸 아세요?”

“아... 밀튼의 아버지가 기사 출신이거든요.”


살짝 얼버무리는 밀퓌에스.

스컬도 별로 꺼내고 싶지 않은 말인 듯 해서 입을 다물었다.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그 고통과 쾌감은 계속 반복된다.

이제는 심장 소리마저 귀에 가져다 놓은 듯이 크게 들린다.

공기의 미세한 흐름마저 느껴지는 듯한 예민한 감각.


전신을 타고 흐르는 마나의 감각이 점점 적응되어간다.

한껏 풀어진 숨을 크게 내쉰 뒤, 눈을 뜨자 푸른 기운의 연기가 보인다.

몸 전체에서 피어오르는 마냐의 아지랑이.

이게... 마나라는 건가?


눈을 뜨고 몸 상태를 살핀 뒤.

한동안 말이 없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자.


“표정들이 왜 그래?”

두 사람이 날 쳐다보는 시선이 오묘했다.


“넌 대체... 뭐 하는 놈이냐?”

“뭐가?”


밀퓌에스마저 상황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상하긴 해요.”

“왜? 뭐 잘못되기라도 한 거야?”


느낌으로 봤을 땐 성공 중에 대성공이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지만 둘 다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마나핵이 심장에 자리 잡을 때 보통은 원의 형태로 자리 잡는데...”

“저런 건 처음 봐요.”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

“저기... 불안하니까 설명 좀 해줄래?”


잘못된 건 아니라는데 자꾸 말을 흐리니까 괜히 불안한 마음.

박중사의 부탁에 스컬이 몸 상태를 설명했다.


“너처럼 배꼽까지 오는 커다란 원은 처음... 아니지 저건 원이라기보단 타원이지.”

“이렇게 생겼다고?”


손가락으로 허공에 위아래로 긴 타원을 그리자 스컬이 두개골을 끄덕였다.


“무슨 사정으로 마나를 잃으셨는지 몰라도 엄청난 분이셨군요.”

“허허... 저도 마나를 가지고 있던 상태를 못 봤었는데 엄청난 파트너긴 하네요.”


심장에서 배꼽까지 이어지는 긴 타원형의 마나핵.

무슨 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결과인 것 같아 씨익 웃어주었다.


“웃지 마. 징그러워.”


스컬 특유의 시비 거는 말투에도 입꼬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잠깐 눈을 감고 자리를 잡은 타원형의 마나를 느껴봤다.

눈을 뜨지 않아도 몸 안에 새로운 기운이 흐르는 걸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이 묘한 감각.

그리고 보이지 않던 스컬과 밀퓌에스의 마나도 느껴졌다.


‘아... 이래서 이상하다고 한 건가.’


스컬과 밀퓌에스의 마나핵은 원의 형태로 손바닥만 크기.

내 쪽이 비정상적으로 보일만했다.


“야... 이건 바로 실험해봐야겠는데?”

“실험?”

“그래. 어떤 출력을 가졌을지 내가 오히려 궁금하다.”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준다는데 뺄 필요는 없지.

아담은 한 입만 베어 먹어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밀퓌에스의 설명이 있었지만.

몸에 좋은 음식인데 굳이 한 입만 먹을 필요는 없겠지.


마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까 자리를 지키던 밀퓌에스.

과정에는 별문제가 없어 그녀도 족장의 업무를 보러 자리를 떴다.

나와 스컬은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지상으로 나와 엘프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까 거기서 하면 좀 그런가?”

“공간 자체는 훌륭한데 너가 문제지.”

“내가?”

“그래. 지금까지 일들을 봤을 때. 또 무슨 이상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단 말이다.”


밀퓌에스의 설명처럼 나무의 바로 밑은 오염된 마나가 정화되는 공간.

순수한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 장소 자체는 적절했지만.


“음... 인정.”


생각해보니 그동안 이상한 일을 많이 벌이긴 했지.

좋은 자리에서 괜히 사고 치는 것보단 안전하게 떨어지는 게 맞았다.


“일단 마나부터 움직여볼까?”

“... 어떻게?”

“아까 몸에 돌던 그 기운을 그대로 다시 재현해봐.”


산 중턱에 있는 공터에 자리 잡은 스컬과 박중사.

스컬의 말에 따라 아까처럼 앉은 자세로 눈을 감은 채 집중했다.


“...”

“뭐해?”

“... 모르겠어.”


아까의 느낌을 재현하라고 해 봤자...

그냥 피가 잘 통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걸 내가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역시 처음엔 어려운가?”

“강사가 불량 강사는 아니고? 넌 처음에 마나를 어떻게 다뤘는데?”

“나? 나야... 어떻게 다뤘지?”


역시 천재라고 가르치는 걸 잘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눈높이 교육을 잘하는 1타강사들이 그렇게 인기가 많은 거겠지.

이 녀석도 나름 천재에 속하는 놈이었으니 그 노하우를 꺼내오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 나도 잘 모르겠다.”

“너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이러면 망했는데.

막상 마나를 얻어서 출력을 시험해보자고 자리까지 옮겼는데.


“기초 이론이 좀 쉽게 나온 걸 찾아보는 게 빠르겠다. 그럼 다른 방식으로 해볼까?”

“다른 방식?”

“그래. 너 저번에 그 수다쟁이 기사한테 배운 거. 어차피 기사의 방식이나 마법사의 방식이나 둘 다 쓰고 싶은 거면 그쪽이 훨씬 편하지 않겠어? 너도 기사에 가까운 직업이었다며.”

“음...”


수다쟁이 기사에게서 기사의 여러 가지 정보를 듣긴 했었지만.

이런 수다쟁이들의 특징이 말에 대부분 영양가가 부실하다는 거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을까 싶어 그때의 말들을 되짚어갔다.


“그건 써먹을 수 있을지도?”


당시에는 그 기사가 ‘말해줘도 모를 거다’라면서 해줬던 기사의 마나 사용 방식.

그때 그 기사의 말을 들으면서 헬스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떤 부위를 자극할 건지.

그 부위에 자극이 잘 오고 있는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에도 정확도와 자극에 신경 쓰면서 훈련한다.

비록 지금은 검을 쓰는 게 아니지만 몸을 쓰는 건 똑같지.


맨 몸인 상태에서 내가 가장 자극을 잘 느끼는 부위.

하체를 활용한 높이 뛰기가 제일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쪼그린 자세로 허벅지와 종아리에 힘을 모은다는 느낌.


‘느껴진다.’


의지대로 조종하려고 했을 땐 느껴지지 않던 마나의 움직임.

몸속의 피가 하체로 쏠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피는 아니지만 혈류가 모이는 느낌.


-팡!


그 느낌에 탄력을 받아 그대로 제자리에서 도약했다.

확실히 다르다.

마치 떨어지는 자이로드롭을 반대로 탄 기분.

새총에서 쏘아진 것처럼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어어어어?”


공기를 가르는 기분 좋은 느낌에 취해있을 때 들려오는 스컬의 이상한 소리.

그 소리에 반응해 아래를 쳐다보자...


“...어라?”


아파트 3층 높이의 공중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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