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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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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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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0
글자수 :
199,962

작성
23.01.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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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DUMMY

19화.


사고를 칠 거 같다던 스컬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했다.

설마 도약 한번 했다고 3층 높이까지 뛰어오를 줄이야.

솟아오르던 몸이 공중에서 멈춘 뒤, 중력이 끌어당기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라 속도를 줄일만한 지형지물도 없는 상황.

스컬이 충격에 대비해 실드를 써주려는 듯 마나가 모이는 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럴 땐 든든한 녀석이라니까.


‘옛날 생각나네.’


천천히 떨어지면서도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공수 훈련 한 달쯤이었나.

그때도 이 높이에서 떨어지는 훈련을 했었지.


특수작전을 수행해야 되는 군인에게는 필수 코스.

전시 외에는 쓸 일이 없었지만 종일 착지 훈련만 반복해서 이제는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무릎을 붙인 채로 조금 구부린 상태에서 지면과 닿는 동시에 몸을 웅크려 떨어지는 방향과 직각을 이루는 옆으로 반 바퀴 구르기.


실드가 완성되기도 전에 몸을 굴려 안전하게 착지했다.


“야! 괜찮냐?”


스컬의 물음에 엄지를 들어 대답을 대신했다.

낙하산으로 속도를 줄여도 원래 이 정도 높이에서 맨몸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속도.

부상하나 없이 군복에 잡초와 흙 묻는 정도로 끝났다.


“미친놈... 신종 자살법인 줄 알았다. 갑자기 그런 식으로 뛰어오르면 어떻게 하냐?”

“나라고 그럴 줄 알았나.”


뛰어오를 때 평소보다 가벼운 느낌은 들었어도.

설마 도약 한 번에 3층 높이까지 뛰어오를 줄은 나도 몰랐다.


“성능 죽이는데?”

“괴물 같은 놈...”


몸 상태에 감탄하고 있는 내게 스컬의 중얼거림이 들려왔지만 그것마저 기분이 좋을 정도로 만족했다.


“성능 하나는 인정할만하네. 솔직히 놀랐다. 이렇게 한 번에 써먹을 줄은.”


영양가 없다고 했던 말 취소.

그 수다쟁이 기사 덕분에 힌트를 얻었으니.


“마나탄도 그렇고 플레임이랑 싸울 때 실드를 덮는 방식도 그렇고... 넌 내 상식선에서 벗어난 놈이야.”

“그게 바로 과학이라는 거다. 이 권총처럼.”


실드를 써먹는 방식도 마나탄 때처럼 충격이었나 보네.

확실히 잔머리로 보일 순 있어도 이게 다 기초 과학 상식 덕분이다.

작전에 쓰일 생존을 위해서라도 잡지식을 많이 익힌 게 도움이 됐기도 했고.


“너희 사람들은 다 그런 식이냐?”

“음... 반은 맞지. 마법이나 마나가 없으니까 그런 지식들이 발달하는 거야.”


만약 내가 사는 곳에도 마나나 마법이 있었다면.

이 세계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요행은 한두 번 통하지 정석적인 상대한텐 안 먹힌다?”

“그럴 때 쓰려고 이렇게 마나도 배웠잖아. 그것도 니가 놀랄 만큼 커다란 놈으로.”


보인다 보여.

스컬이 재수 없다는 듯 쳐다보는 게.

두개골뿐인데도 저렇게 감정이 잘 읽히다니.


“다른 건 몰라도 희한하긴 해. 어떻게 그런 타원형의 마나핵이 생긴 건지. 고위 마법사가 마법을 쓸 때 순간적으로 원이 커지는 건 봤어도 타원형은 나도 처음이라.”

“원래 이곳 사람이 아니라 돌연변이가 된 걸지도 모르지. 어쨌든 이상한 건 없잖아.”

“확실히... 아까 튀어 오를 때 몸 상태는 기사랑 별다를 것도 없어서 문제 될 건 없어.”


혹시나 타원형의 마나핵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있었는데.

문제 될 건 없다니 걱정할 필요도 없겠군.


“니가 날 소환한 게 실수라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일에 적합한 사람을 뽑은 걸지도 모르지.”

“아예. 대단하십니다.”


묘하게 질투하는 스컬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강도가 심할수록 능력을 탐낸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도약으로 성능도 확인했겠다.

몸을 활용한 마나 사용법을 조금 더 익히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테스트 해봤다.


발차기나 정권 지르기 등.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것이 느껴졌고.


-팡! 팡!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몰라 붕대 대용으로 쓸 헝겊을 핸드 랩으로 감은 뒤.

사람 여섯 명이 둘러쌀 만큼 제법 굵은 나무에 허리를 감아 풀파워로 주먹을 내질러봤다.


-우직!


“헉...”


막상 내지르고 보니 생각난 현재 상황.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들의 숲인데...

나무에 움푹 들어간 주먹 모양이 새겨졌다.


스컬을 쳐다보자 녀석이 두개골을 좌우로 흔들었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하하... 사고뭉치네.”

“알면 됐다.”


*


아직까지 디테일한 컨트롤은 어려웠지만 이 정도만 돼도 이미 인간의 범주는 벗어났다.

그렇게 두려워하던 기사들의 몸놀림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을 수준.

신체 능력이 크게 좋아진다고 해도 검을 들고 있는 상대에게 맞설 순 없겠지만.

마음먹고 도망치려 한다면 따라잡히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당장은 도주용이 최선이겠지만 그만큼 몸을 잘 쓰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니.

권총에만 의존하던 것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마법은 아쉽게도 스컬의 가르침에 문제가 있어 성과가 없었다.


“입문할 때 참고한 내용 같은 거 기억 안 나?”

“아니... 그냥 니가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됐다니까?”


이래서 천재들이란.

이론에 대해선 빠삭하지만 정작 그걸 가르칠 능력이 안 되니.

확실히 마법이 마나를 활용한 기사들의 방식보다 어려운 건 맞았다.


마법에 맞춰 마나를 끌어올리는 방식과 마법의 속성을 완성하기 위한 원소와 배열.

탄도학을 배웠을 때의 xy축을 넘어 z축까지 계산하고 최종 구현하는 것까지.

저격수 교육을 받을 때도 머리 터지는 줄 알았는데 z축까지 더하라니.

정석적인 방법으로 마법을 배우려면 평생 공부만 해도 부족할 것 같았다.


그래도 하나 얻은 게 있다면 실드.

실드 자체는 순수한 마나로 만든 투명막이다.

기사의 방식으로 마나를 움직이는 방법을 익혀놔서 실드를 구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플레임 때처럼 특정 모양이나 특정 장소에 구현하는 건...


“아니. 이게 어려워? 감 좋잖아. 그 잔머리로는 안 되냐?”

“에잉 재수 없는 천재 새끼들.”


아직까진 불가능했지만.

장갑을 끼운 것처럼 손 전체에 불투명한 막을 씌우는 정도.

몸을 활용한 방식에 적응해서 이 정도였지 실드도 못 쓸 뻔했다.

그래도 급할 때 쓸 수 있는 방어 수단이 생긴걸로 만족해야지.


몸 상태도 컨디션도 모두 최상.

특별한 부작용 같은 것도 없는 것 같으니 이제 여기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튼이 찾아오겠다는 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엔 다른 리치를 추적하는 시간이 늘어진다.


다시 엘프 마을로 내려오자 멀리서 발견한 밀퓌에스가 먼저 다가와 몸 상태를 확인했다.


“그 몇 시간 못 봤다고 좀 달라 보이는데요?”

“그런가요?”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가?

스컬도 내 몸을 위아래로 훑더니...


“니가 직접 봐봐.”


마법으로 스컬의 시선에서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시야를 공유했다.


“오...”


확실히 골격 같은 게 조금 더 다부져 보이긴 하네.

하사 때도 웬만하면 무섭다 그럴만한 몸이었는데 대충 보기에도 좀 더 커진 느낌.

방탄조끼와 군복 상의를 벗어 티셔츠 차림으로 보자 확실히 태가 났다.

뭐랄까... 비유하자면 잘 만든 근육에서 돌덩이로 조각한 근육으로 보이는 정도.

따로 운동한 것도 없으니 빠지면 빠졌지 지금은 내가 알던 것보다 좀 더 무겁고 단단해 보인다.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음... 엘프니까요?”


뭔가 나를 어설프게 따라 하려는 농담 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성과는 좀 어떠세요?”

“만족할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합니다.”

“다행이네요. 도움이 되어서.”


언제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미소다.

벗어놨던 상의와 방탄조끼를 입은 뒤, 주변을 살피고 말했다.


“아직 할 일이 많으신가 보네요.”

“족장이 자리를 오래 비웠으니까요.”

“아... 바쁘신데 제가 괜히 말을 걸었나요?”

“괜찮습니다.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이렇게 바쁠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다들 바빠 보여도 얼굴에 생기가 돌아요.”


전에 어떤 얼굴인지 몰라도 엘프들을 쳐다보는 밀퓌에스의 모습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방인은 없어져야 할 타이밍 같네요.”

“아... 떠나시려고요?”

“예. 이곳 일이 바쁘신 것처럼 저도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아쉽게 됐네요. 좀 더 대접해 드리고 싶었는데.”

“이미 충분합니다. 감사해요.”


마나를 배운 것만 해도 이미 많은 걸 얻었다.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전하자 그녀도 가볍게 목례했다.


“가시기 전에 마법이라던지 전투기술을 좀 배울 수 있을까 했는데 바쁘신 분을 잡아둘 수도 없고... 혹시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마나 없이도 리치를 잡았던 그런 기술을 저희에게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그런 일이 있고 나니 스스로를 방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나 보다.

지금 당장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네. 생각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것만 된다면 들르겠습니다.”


드워프를 만나게 되면 혹시 모른다.

이들에게, 더 나아가 다른 종족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당장은 공수표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엮인 것도 인연.

이게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마주할 일도 있겠지.


스컬이 플레임에게서 얻은 자료들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지도를 펼쳐 다음 목적지에 대해 생각했다.


‘내 발로 직접 찾아가야 하나?’


직접 찾아온다는 말이 자꾸만 걸렸다.

이 일이 끝나면 찾아온다는 말.

밀튼이 생각한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엔 땅굴을 파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삼일하고도 반나절이 지난 시간.


밀튼이 생각한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이곳에 발이 묶이게 된다.

이미 얻을 건 얻었지만 따지고 싶은 것도 있고.

설마 아군을 알아보게 할 징표가 리치의 마나핵이었을 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다.


“밀튼한테 다시 가야 하나...”

“언제는 다시 보기 싫다더니 그새 정이라도 들었냐?”

“아니. 그래도 뭔가 마음에 걸려서.”


괜히 회피했다가 더 큰 일이 일어나는 것들이 있다.

밀튼과의 재회는 그런 종류의 느낌이 들었다.


“뭐... 딱히 다른 리치에 대한 정보도 없으니 겸사겸사 들렀다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좋은 소식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걸 못 들었네.”

“나도 까먹고 있었네. 그건 가면서 이야기하자고. 정리도 끝났으니.”


서류들을 한데 모은 채로 스컬이 입을 벌리자 그것들이 빨려 들어간다.

책 한 권 분량이 저런 조그만 두개골 어디에 저장되는 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자연이 파괴된 것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오염된 마나를 정화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족장의 업무는 끝날 줄을 몰랐다.


오고가는 엘프들이 보고하는 내용으로도 복잡한 머리.

그 와중에 한 엘프가 밀퓌에스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족장님. 아담 개수가 하나 모자라는데요.”

“그래요? 이상하네. 32개 맞나요?”


아담은 엘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을 지키는 경계만큼은 확실하게 해서 계산이 틀릴 일이 없었다.


“31개입니다.”

“음... 박중사님께 드린 아담은 빼고 계산한 게 맞죠?”

“아! 그럼 맞습니다.”


묵례와 함께 다시 일을 보러 간 엘프.


“... 이상한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번년도 아담의 총개수는 33개.

두 눈으로 직접 두 번 세 번 확인했으니 그 개수가 틀릴 일은 없었다.

박 중사에게 준 한 개를 제외하면 32개가 있어야 하는 상황.


“... 아니겠지?”


괜히 마을의 영웅을 의심한 것이 미안했는지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드리는 밀퓌에스.

다시 볼 필요는 있겠지만 박중사가 그런 짓을 할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무께서 변덕을 부리셨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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