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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리치 사냥꾼 박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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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s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8
최근연재일 :
2023.02.11 21:5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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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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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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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DUMMY

10화.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만큼 예상치도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 험상궂은 근육맨이 집에서는 마마보이라던지.

선한 얼굴로 기부와 봉사를 하던 사람이 거대한 범죄 사건의 주모자라던지.


밀튼 백작도 그랬다.

칼 든 협박범인 줄 알았더니...


“산타 할아버지네.”

“응? 산타 할아버지?”

“있어 그런 게.”


필요에 의해서 계약한 거라지만 얻을 수 있는 게 많았다.

산적 나부랭이에게 얻은 칼이 대놓고 자랑하고 다니지만 않으면 값비싼 녀석이라는 것.

원점으로 돌아가 접점이 끊긴 헤이즐레 대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

마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왕세자와 공주가 엮인 골치 아픈 현장을 대신 처리해주고.

구출 작전이지만 엘프의 영지에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까지.


“넌 엘프들이 살고있는 곳에 들어가 본 적 있냐?”

“아니. 인간이 아닌 이종족을 보긴 했어도 거주지까지 가본 적은 없지?”


이종족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가득할 것이다.

무력으로 제압해 거주지에서 내쫓는 것도 모자라 귀족들의 노예로 거래되곤 했으니까.

구출 이전에 진입부터 땀 좀 빼게 생겼다.


“혹시 특징이라던지 뭔가 호감을 끌어낼 만한 게 없을까?”

“음... 거주지라면 일단 죽이려고 들걸. 애초에 노예들도 거주지에 쳐들어가서 만들었을 테니.”

“그래도 니가 본 것 중에 뭐가 떠오를 수 있으니.”


스컬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음... 자연을 사랑하는 거? 그거 말곤 모르겠다. 애초에 만났던 엘프들은 노예 생활에 찌들어서 인형 같았거든.”

“인형 같아?”

“눈에 초점도 없고. 이것저것 시키는 일에만 반응하는 인형.”


세뇌과정을 거친 건가?

확실히 같은 엘프가 그런 동료의 모습을 보면 인간을 병적으로 혐오할 것 같았다.


“그래도 희귀한 식물 같은 걸 보여주면 눈이 확 살아나더라고. 난 그런 거 처음 봤다. 40대 아저씨로 보이는 엘프가 희귀식물 정원에서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20대 미청년으로 변해있던 거.”

“오... 그런 게 가능하구나.”


조금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식물을 통해서 생기를 얻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자연을 사랑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겠지.


동그라미 쳐져 있는 지형도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쉽게 접근하지 못할 위치다.

자연을 사랑한다는 말답게 천연 요새 속에서 살고 있는.

지도에 그려진 국토처럼 경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동그라미 친 지역이 핵심이라는 것밖에 몰라 어디부터 조심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힌다.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를 준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게 만들어서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것처럼 조용히 처리할 방법으로는 제격이다.


“허허...”


입으론 쓴웃음을 내뱉고 있었지만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어려운 일일수록 해냈을 때 쾌감은 짜릿한 법이지.


‘안되면 되게 하라.’


기초군사훈련 때 들었던 군대 내 가장 꼰대 같은 말이자 지금에 나를 있게 해준 말.

해보니까 세상에 안되는 건 없더라.

안 할 뿐이지.


지금 당장 고민한다고 해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나는 지도를 접어 넣고 현장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스컬. 그러고 보니 2시간밖에 없는데 괜찮은 거냐?”

“뭐가.”

“자료 볼 시간 말이야. 백작이 2시간밖에 없다고 했잖아.”

“아~ 거의 다 끝내놨어.”


전엔 하루 꼬박 걸려서 보던 걸 지금은 해봐야 30분 좀 지났을 시간인데?

어이없다는 듯 스컬을 쳐다보자 녀석이 귀찮다는 듯 설명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통으로 기억해놨다가 다시 읽어야지.”

“통으로 저 많은걸? 그게 가능한 거였어?”

“마나의 힘을 빌려 쓰기만 하면?”


턱! 이번에도 스컬을 낚아챈 다음 녀석의 비어있는 눈알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는 왜 이렇게 안 했지?”

“뭐야. 협박하는 거냐?”

“협박이 아니라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었잖아.”


지금까지 자료 본다고 내어준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깝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굳이 이런 장소에 더 있을 필요도 없고.

특히나 지금은 시체까지 있어서 더 그랬다.

수많은 작전을 나가서 본 풍경이라 해도 이런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그냥 참는 것뿐이지.


“얌마. 이건 내가 이중으로 일해야 되니까 안 하는 거지.”

“이중으로 일을 해?”

“그럼. 자료를 읽으면서 스스로 사고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그걸 한 번 더 거쳐야 되니까.”

“그걸 굳이 현장에서 해야되냐 이 말이지.”

“당연하지 임마! 현장에서 하는 거랑 통으로 기억하는 거랑 같냐?”

“뭐가 틀린데?”

“마나를 이용해서 통으로 기억하는 건. 말 그대로 자료를 연구했던 당사자의 머리를 그대로 가져오는 거야. 그때 당시 생각했던 것이나 상황, 연구할 때의 오류도.”


뭐야 그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 같은 문제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스컬이 설명을 이었다.


“마법사에 마법은 보통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어. 자신이 연구하는 방향 이외에 것은 고려하지 않는 형태로. 그런 사고방식으로 만든 마법을 그대로 이식해봤자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지.”

“단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물론... 단점만 있는 건 아니지. 깊게 파고든 마법을 가장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방식이니까. 내가 그 마법사의 연구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공부가 싫었던 어렸을 때의 나도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정답이 존재하는 문제, 그 정답의 개수로 등수를 매기는 시험.

외우기만을 강요받던 주입식 교육 속에서 머리에 정답이 새겨진 컨닝페이퍼를 이식해주는 건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보곤 했으니까.


“다양한 활용법을 찾는 면에선 별로라는 소리네.”


스컬이 리치들의 연구자료를 찾는 이유.

마법사들이 연구해놓은 자료들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함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이라던지, 혹은 힌트를 얻어서 본인의 마법을 완성시키기 위함도 있었다.


리치가 연구해놓은 걸 그대로 가져와 머리에 심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다른 분야라 할지라도 그걸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마법에 새로운 루트를 찾는 것.


정확히 이해했다는 듯 스컬의 만족스러운 두개골 끄덕임.


“지금 당장은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하지만 시간도, 자원도 두 배로 드는 행동이야. 자료를 보면서 해석하는 게 아닌 기억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서 하는 거라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또 마나를 소비하게 되니까.”


그럼 그 문제를 해결하면 이 방식을 써도 된다는 소리?


“마법을 배울 이유가 또 하나 생겼네.”

“응? 뭐야 너도 도와주게? 기특하긴 하다만 지식수준이 안맞...”


뭔가 잘난 하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검지를 올려 좌우로 흔들어주면서 스컬의 입을 막았다.


“아니. 그런 식으로 도와준다는 게 아니라. 결국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과 마나 소비가 생긴다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내가 마법을 배우면 해결 아니야? 계약 관계로 맺어진 두 사람은 마나도 공유할 수 있다며.”

“그렇... 지?”


뭔가 쎄함을 느꼈는지 스컬이 끝말을 흐렸다.


“24시간을 잠 없이 지내니 시간이야 넘쳐날 거고, 마나는 내가 마법을 배우기만 하면 부담 없이 쓸 수 있을거고. 앞으로 리치 은신처에서 계속 있을 이유는 없겠네.”

“얌마 박중사! 아무리 24시간 깨어있다고 해도 내가 할 일이 없는 줄 알아?”

“있겠지. 근데 그 24시간을 다 쓰는 건 아니잖아? 너도 본인 힘으로는 모자라서 리치가 연구해놓은 자료들을 찾으러 다니는 거잖아.”

“...”

“기억을 꺼내서 쓰니까 생각할 틈이 별로 없으면 그걸 글로 옮기는 과정을 넣으면 그만이고. 그 기억을 써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도 되고 메모도 가능하고. 마나를 쓰는 부담도 내가 해결해주고.”


꼭 은신처에서 리치가 해놓은 연구자료들을 정리해야 된다는 이유가 사라진다.

그걸 정리하는 과정도 머릿속에 기억해둔 다음 안전한 곳에서 차근차근 하면 되니까.


*


살다 보면 간혹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

자기 논리가 완벽하게 격파당하면 삐져있는 사람들.

반박할 수는 없는데 인정하긴 싫고, 내가 졌다는 생각에 저기압으로 말을 걸어도 대답조차 안 해주는.


“야. 스컬. 이제 그만 삐져 임마.”

“...”


어린 나이의 박 중사였으면 어르고 달래줬을 것 같지만.

애새끼처럼 구는 지휘관, 타 부대 상관, 여자친구와 또래 지인.

각기 다른 네 명의 삐돌이를 만나봐서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스컬같이 똑똑한 녀석들은 자기 기분이 상한 걸 스스로 풀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타입.

본인이 생각해도 내 의견이 맞고, 그걸 인정하기까지의 시간도 짧다.

지금 이렇게 구는 것도 애새끼 같다고 스스로 느끼고 아무 일도 아닌 척, 자연스럽게 다가와 원래처럼 말을 건다.


몇 번 말을 걸다 보면 대꾸해주겠지.

그런 생각으로 툭툭 건드리는 것 외엔 방치해두면 그만이다.


베티온의 자료를 안에서 볼 필요가 없는 이상.

나와 스컬은 주변에 우리의 흔적들을 지운 후 밖으로 나왔다.

원래라면 짐이 있는 숙소로 돌아가 다음 계획을 세웠겠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것이 있다.


밀튼 백작의 계획이 무엇인가.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처음에 왔던 그때처럼, 베티온의 둥지 위.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긴 채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두 시간이 지나자 멀리서 열댓 명의 사람들이 말을 탄 채 먼지를 휘날리며 다가왔다.


“마나의 반응이 옅다. 생존자를 발견하면 즉시 조치하라!”

“옙!”


밀튼 백작의 지휘하에 빠르게 둥지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 와중에 밀튼 백작이 숨어있는 쪽을 향해 시선을 잠깐 옮기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이런 생각이었구만.”


둥지로 들어간 이상 이곳에 더 남아 있을 필요는 없어 현장에서 빙 돌아 마을로 돌아왔다.


“밀튼 백작... 무서운 사람이야.”

“... 숨어있자더니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뭐야?”


이제 삐진 게 좀 풀린 건가?

스컬이 말을 걸어오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대꾸해주었다.


“애초에 현장 상황을 몰랐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거잖아. 그곳에 가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했지.”

“그래서 방금 그걸 보고 돌아온 건?”

“백작이 어떻게 말하느냐를 들을 수 있으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명분이 없으니까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파악한 거지.”


많은 정보도 주고, 계약을 했어도 확실히 하는 게 좋다.

만약 그가 계획한 그림이 틀어지기라도 한다면, 나도 빠져나갈 구멍 정도는 생각해야 하니까.

‘현장에 상황을 파악하고 영지로 돌아가 수습할 인원을 끌고 나온다’ 정도가 예상한 첫 행동이었는데.

아예 처음부터 ‘나는 몰랐어요’로 나올 줄은.


“그게 무서운 이유인가?”

“그렇지. 애초에 영주잖아?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웠으면 동선이 드러났을 텐데. 그걸 완벽히 숨겼다고 한 것부터, 처음 만났을 때의 연기도 그렇고 현장에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밀당을 잘하는 사람인 것도 그렇고.”


꼬리가 길면 밟히게 되어있다.

밀튼 백작도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많은 시간을 소모했고 감시하는 인원이 있다고 했으니 동선을 추적당할 게 뻔했다.

애초에 그걸 뿌리치고 나타났을 때부터 무서운 사람이다.

현장에 처음 와본 듯 행동한다는 건, 언제든지 감시망을 벗어나 행동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으니까.


숙소에 도착해 짐들을 다시 정리하고 다음 계획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린 백작의 시종이 편지 한 장을 전해주었다.


-형식적인 절차. 내일 10시까지 집무실로. 따로 전달할 것 있음.-


이것도 백작 계획의 일부인 듯했다.

형식적인 절차라... 그보다 따로 전달할 게 또 있다니.

위험한 게 아니면 물 흐르듯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다.


다음 날 10시가 되어 찾아간 백작의 집무실.


“아... 안녕하십니까 박중사님.”


그는 처음 만났을 때의 순진한 백작으로 돌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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