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교대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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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것은 작품 확인이었다.
[인피니티 파워]
연재수 3 선작 124 조회수 1024 댓글수 34
단 한번의 연재로 선작 100과 조회수 1천을 돌파했다. 견우가 2주간 연재해도 달성하지 못한 것을 '인피니티 파워'는 단 하루 만에 이뤘다.
"이거 좀 볼 때마다 씁쓸한데. 난 글을 쓰지 말았어야 했나."
쓰잘데기없는 감정 따위는 사치다. 이제 새로운 회차를 올릴 시간이다. 오늘부터는 하루에 한 편씩만 올릴 생각이었다.
[제 1장 #3 ---------- 14.06.07 3 1 11쪽]
새로운 회차를 올리고 페이지가 바뀌는 짧은 순간 2명의 사람이 조회를 하고 추천을 1회 받았다. 새로 고침을 하니 조회수는 순식간에 11이 되었고 씻고 나오니 46이 되었다.
"허... 난 1시간은 기다려야 조회수 30 넘길까 말까였는데."
선작도 순식간에 4개나 올랐다. 인피니티 파워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다. 항상 멈춰있었던 견우의 작품과는 다르게.
"씨발..."
아무리 참으려 해봤지만,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같은 글을 쓰는데 이다지도 차이가 난단 말인가? 견우는 자격지심과 ‘마두인‘이라는 작가에 대한 열등감에 화가 치밀었다.
"당신 대신 내가 잘 먹고 잘 살아 주겠어."
죄없는 마두인 작가를 저주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조금 있을 출근을 대비해 견우는 잠을 청했다.
***
띠리리- 띠리리-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세수를 하기도 전에 견우는 작품부터 확인했다.
[인피니티 파워]
연재수 4 선작 204 조회수 2347 댓글수 65
자고일어난 사이에 선작 수는 2배 가까이 뛰어있었다. 새로 고침을 해보니 그 사이에 1개가 더 올랐다. 댓글은 호평 일색이요 추천은 3배가 넘게 뛰었다.
견우는 자기 전의 짜증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머릿속에는 돈이 떠다녔다. 자본주의라는 커다란 괴물이 견우의 양심을 갉아먹고 모든 것을 합리화시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잘 벌면 그만이지. 그나저나 일하기 겁나 싫으다."
오늘은 주말과 야간수당이 합쳐져 평상시 시급의 2배를 쳐준다. 거기에 철야까지 잡혀있으므로 월급을 두둑하게 올릴 기회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부 좀비처럼 쭈그리고 앉아있거나 벽에 기대 통근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기분이 좋아 보이는 사람은 재고가 딸리지 않아 철야를 하지 않는 라인담당자들이었다.
'그만둘까.'
이틀만에 선작수가 200이 넘었다.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 없는 작품이다. 사실 회귀 전 이미 검증된 작품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작품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는 법이다. 뒤마가 1800년대에 집필한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지금 읽어도 재밌는 것처럼말이다. 인피니티 파워는 2달 빨리 연재했다고 해서 망할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소설이었다.
그에따른 내적 갈등은 견우를 큰 고민에 빠트렸다. 2014년 최저 시급 5,210원은 견우가 1시간 일하면 받는 돈이다. 거기에 매달 상여금 400%를 분납 받아 합치면 세후 260만 원가량 받는다. 23세에 불과한 견우가 받는 것치고 많은 돈이다.
하지만 견우는 많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살인적인 근무시간과 밤샘근무가 합쳐져서 나온 액수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환경은 어떤가? 공장 내부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에 굉음이 울렸고 절삭유가 증발하며 나는 냄새는 가끔 현기증을 유발했고 칩이 언제 눈으로 튈지 몰랐다.
"4개월만 더하면 퇴직금 받는데 그래도 그것까지는 받고 그만둬야지."
300만원 가량의 퇴직금이 적은 돈도 아니고 4개월이면 작품을 계약하고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견우는 일단 공장에 계속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부와아앙!
공장에 들어서자 굉음이 들린다. 주말에는 관리자들이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조회가 없다. 견우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한 잔 뽑은 후 자신의 작업대로 갔다.
뜨거운 커피였지만 이거라도 마셔야 밤샘근무를 할 수 있다. 달콤 씁쓸한 커피가 견우의 혓바닥을 적셨다. 시간은 19시 40분으로 작업 시작 20분 전이다. 견우는 20분의 여유를 만끽했다.
작업하는곳에는 시계가 없다. 견우는 자신의 손목에 걸려있는 싸구려 시계를 통해 시간을 확인했다. 19시 55분. 슬슬 움직여야 한다.
버퍼위의 제품을 걷어내자 로봇팔이 소재를 집어 선반에 집어넣는다. 그 후 선반 가공이 모두 끝난 제품을 버퍼 위에 올려놓으면 견우가 그것을 걷어 MCT 버퍼 위에 올려놓는다.
툴라이프가 다된 인서트 팁이나 드릴을 교체한다. 제품 치수를 잰 후 선반과 MCT에 보정을 주어 치수를 조정한다. 그렇게 21시간가량을 근무한 후 설비 내부를 청소한 후 기계의 긴급 정지 버튼을 눌렀다.
기나긴 철야가 끝났다. 철야는 잔업과 석식이 없어 17시 퇴근이다. 견우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10분 빨리 움직였다. 옷장이 있는 탈의실은 공장 옆 건물 2층에 있다. 일요일 저녁에 출근하는 관리자는 지금까지 없었기에 견우는 마음 놓고 움직였다.
"오늘은 버스 기사한테 잔소리들을 일 없겠군."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계단을 내려온 견우는 누군가를 보고 얼어붙었다. 황태희 차장이었다. 황태희 차장은 회사를 위해 태어났고 회사와 결혼한 사람이었다. 나이는 40대 후반이었고 여자를 좋아하지만 아직 결혼을 못한 탓인지 심술이 많았으며 키는 160가량에 얼굴은 두꺼비처럼 생겼다.
툭하면 생산직원들에게 시비를 걸었기에 공장 사람 중 누구 하나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견우 같은 사내 하청직원한테는 그게 더 심했고 지금같이 미세한 잘못이라도 그냥 넘어가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철야를 했건 안했건 말이다.
"야! 너 뭐야? 일로와 봐."
견우는 똥 씹은 표정으로 황 차장 앞에 갔다.
"너 지금 몇 시야? 퇴근 시간이야?"
"아닙니다."
"근데 왜 탈의실에서 나와? 어? 거기다 옷도 갈아입었네. 한 1시간 전부터 쉬고 있던 거 아니야?"
말도안되는 소리다. 그랬다면 생산수량을 맞출 수 없어 엄청나게 욕을 먹는다.
"이래서 아웃소싱놈들이 안된다는 거야. 너 어디 아웃소싱 소속이야?"
"산다코리아 소속입니다."
"아 진짜 산다놈들 맘에 안 드네. 이름값 못하고 뒤지고 싶나."
꽉진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다. 평상시였으면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죄송하다 반복하며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황 차장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견우를 폭발시켰다.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널 그렇게 교육한 부모 잘못이지. 안 그러냐?"
"...발."
"발? 너 지금 시발이라 그랬냐? 잘리고 싶어?"
견우의 부모는 농사를 짓는다. 견우 또한 어렸을 적부터 그런 부모를 도왔다. 농사로 단련된 견우의 육체는 170의 작은 키에 걸맞지 않게 매우 크고 다부졌다. 거기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의 피부와 이목구비가 뚜렷해 인상이 강한 견우의 얼굴은 말로 표현하자면 조금 무서운 얼굴이다.
'차장'이라는 직위가 사라진 황태희는 견우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것은 황태희또한 마찬가지였다. 황태희는 견우가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져 흠칫했지만, 자신이 누군가? 생산직원들은 눈을 마주치는것도 어려워 하는 차장이다.
"너 내가 꼭 너희 아웃소싱업체에 말해서 자른다. 이름이 뭐야?"
"김견우다. 그리고 아웃소싱에 전화할 필요 없어 좆만한 새꺄. 내가 그만둘 거니까."
평상시에도 욕을 잘 하지 않는 견우지만 이번에는 속시원이 내뱉었다. 견우가 노려본 후 앞으로 걸어가자 황태희 차장은 아무 말 못하고 슬쩍 몸을 피했다. 견우와 조금 거리가 멀어지자 황태희 차장이 소리쳤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너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라! 너 어떻게 되는지 두고보자!"
견우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오른손을 든 후 가운뎃손가락을 폈다. 7개월이나 했던 견우의 2교대 생활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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