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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갑갑류

표절 작가 김견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갑갑류
작품등록일 :
2016.07.28 17:21
최근연재일 :
2018.09.13 19:36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949,005
추천수 :
24,623
글자수 :
260,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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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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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설비 가동 - 3

DUMMY

타다닥- 타다닥-


세 사람 다 각자의 방에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글의 전개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어떻게 보면 순수 창작보다 훨씬 쉬운 글쓰기다. 하지만 견우가 그들에게 준 것은 극도로 함축된 뼈대였다.


주인공 A등장

A는 B지역으로 이동 중 고블린과 싸우는 C를 만남

A의 기술 한 방에 C와 교전 중인 고블린 전멸

C는 A를 찬양


이정도 수준으로 주어진 플롯이기에 쓰는 게 그리 쉽지만도 않았다. 거기다 A, B, C의 설정은 따로 설정집에서 찾아야 했다. 새벽까지 견우가 준 자료를 읽고 또 읽어서 어느 정도 작품이나 등장인물에 대해 파악하고 있기는 했지만, 분명 쉬운 작업만은 아니었다.


"중간마다 설정집 보려니 맥이 끊기네. 빨리 통째로 외워버려야지."


그리고 설정집이 완벽한 것도 아니었다.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외모에 관한 간단한 묘사는 있었지만, 비중이 적은 조연에 관한 묘사 같은 것은 없었다.


설정집에는 없지만, 플롯에는 있거나, 글의 전개상 있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창조는 온전히 지망생들의 몫이었다. 생각보다 창조할 게 많자 세 사람은 후크 작가가 창작물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후크 작가님은 정말 뼈만 주셨네. 살을 만들어 내는 건 온전히 우리의 몫이군.'


북서는 정말 열심히 썼다. 하지만 플롯대로 전부 썼을 때 분량은 3천 5백 자가량밖에 나오지 않았다. 북서는 머리가 아파져 왔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가서 물어봐야 하나.'


잠깐 고민한 북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 또한 자신의 작품을 쓰고 있을 터였다. 북서는 후크 작가를 방해하기 싫었다. 후크라는 걸출한 작가가 플롯까지 짜줬는데 분량도 맞추지 못하면 자질 문제다.


'차라리 글쓰기를 때려치우고 집에 가는 게 낫지.'


큰붓도 북서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뼈대가 있으니 글이 술술 써진다. 하지만 분량이 나오지 않았다.


후크는 한 편에 6천 자의 분량을 원하고 있었다. 큰붓은 두 시간 만에 한편을 완성했지만, 4천 자밖에 되지 않았다. 2천 자를 더 채워야 했다.


2천 자를 채우는 게 별거 아니라면 아닐 수 있지만, 플롯에 없는 것을 집어넣었다가 후반부 이야기가 어떻게 꼬일지 알 수 없었기에 큰붓은 큰 고민에 빠졌다.


두명이 머리를 쥐어짜 분량을 맞출 때 희동은 세 시간 만에 한 편 6,300자를 써냈다. 앞의 두 사람보다 글을 쓴 경험이 많은 덕에 이루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희동 또한 고민이 있었다.


'보나 마나 불합격할 것 같은데...'


글이 재미가 없다. 아무리 읽어봐도 재미가 없었다. 자신이 읽어도 재미가 없는데 남이 읽으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일단 만이 천자를 쓰고 검사를 받자.'


가장 먼저 만이 천자를 완성한 사람은 희동이였다. 희동은 다섯 시간 만에 만이 천자를 완성했다. 희동은 노트북을 들고 방에서 나와 견우의 방으로 향했다.


똑! 똑!


"들어오세요."


희동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는 견우의 모습이 보였다.


"만이천자 다 썼습니다."

"조금 빠르시네요?"


견우는 희동이 내미는 노트북을 받았다. 화면에는 글자로 가득한 워드프로그램이 띄워져 있었다.


"나가보세요. 제가 읽어보고 코멘트 달아 드릴게요."

"작가님 글 쓰시는데 너무 방해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괜찮아요. 이런 걸 다 고려해서 여러분을 부른 거니까요."


희동은 방을 나가지 않고 견우의 곁에 서 있었다.


"가서 좀 쉬세요."

"작가님이 따로 적어주기 귀찮으실 텐데 그냥 읽으면서 바로바로 지적해주세요. 제가 집중해서 듣겠습니다."


곤란하다. 견우는 원작과 비교해서 조언해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아니에요. 저는 누가 옆에 있으면 집중을 못 하거든요. 방에서 쉬고 계세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희동이 방을 나가자 견우는 자신의 컴퓨터에 원작 소설을 실행했다. 두 소설을 비교해보자 같은 전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소설이 되어 있었다. 원작이 인물들 간의 대화에 힘을 주었다면 희동은 전투묘사에 힘을 주고 있었다.


'이거 누구꺼에 맞춰야 하지? 아예 저 사람 스타일을 버리라고 할 수도 없고.'


견우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중간에 맞추면 중간은 가겠지."


견우는 괴상한 논리를 적용해 코멘트를 적기 시작했다.


앞 부분의 주인공이 암흑단체를 증오하게 되는 부분의 묘사가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단순히 가족을 죽인 게 아닌, 욕 보이는 장면을 추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후반부에 주인공의 손 속이 과도하게 잔인한 것에 대해 이해 할 테니까요.

그리고 전투장면이 너무 길고 인물 간의 대화가 너무 짧습니다.


코멘트를 적는대 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견우는 희동의 노트북에 완성된 코멘트를 옮겨 적었다.


'원작도 재미없고 새로 써진 것도 재미없어서 성공할지는 모르겠네. 어쩌겠어? 운명이지.'


견우는 희동의 노트북을 들고 방을 빠져나갔다. 희동의 방에 도착한 견우는 노크를 했다. 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남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희동은 잠을 자다 일어난 듯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작품을 봐주는 사람은 고생하고, 작품의 주인은 잔다고? 견우는 희동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새벽까지 작가님이 주신 작품을 읽어보고 파악하느라요."


그럼 괘씸하지 않다. 거짓말이라도 기분이 좋다. 기분이 풀린 견우는 웃으며 희동에게 노트북을 건넸다.


"바탕 화면에 메모장으로 코멘트 적어놨어요. 읽고 수정해서 가져다주세요."

"네. 작가님 감사합니다."


희동은 노트북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견우가 방으로 돌아가려 하는 사이에 방문 두 개가 동시에 열렸다. 큰붓과 북서의 방이었다.


둘 다 만이 천자를 다 쓰고 대기 중이었다.


"작가님 만이천자 다 썼습니다."

"저도요."


견우는 이 짓거리를 괜히 했나 싶었다.


'그냥 혼자서 투베 1~100위 먹고 시위나 할걸.'


후회는 언제 해도 늦어진다는 사실을 견우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


보통 한 작품의 코멘트를 달아주는데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견우는 큰붓의 것을 먼저 봐주고 그다음에 북서의 것을 봐주었다.


"이제 좀 쉬어볼까..."


30분쯤 쉬었을까? 누군가 견우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희동이였다. 희동은 견우에게 노트북을 내밀며 말했다.


"수정 완료했습니다."

"벌써요?"

"네. 작가님이 지적해주신 부분 전부 수정 완료했습니다만..."

"노트북 주고 가세요. 다시 가져다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희동은 견우에게 노트북을 주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견우는 희동이 쓴 글을 대충 훑어봤다. 만이 천자를 쓰는 데는 수 시간이 걸리지만, 읽는 것은 10분이면 충분하다. 지쳐버린 견우는 더는 남의 글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게 단순비교일 뿐이라도.


'하지만 바로 가져다주면 이상하잖아?'


견우는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그리고 30여분이 지난 후 노트북을 들고 희동의 방으로 갔다.


"여기서 조금만 더 다듬으시면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다듬을까요?"

"그런 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알려 드리기에는 제가 너무 바쁘네요. 본인이 만족하시면 그만 쓰셔도 되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생각하시며 글을 읽어보시면 분명 수정해야 하는 부분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희동은 견우의 말에 공감했다. 희동은 글을 쓰고 난 직후에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었을 때 어색한 부분을 발견하고 다듬은 적이 많이 있었다.


희동은 후크 작가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은 그 텀을 줄여 읽을 때마다 다듬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희동은 스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못 가진 자는 가진 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정말 열받는 말. 후크 작가의 관점은 스벤과 같은 가진 자의 관점이다. 반면 자신의 관점은 가지지 못한 자의 관점이라고 희동은 생각했다.


'나는 최소 삼일은 지나야 수정해야 하는 부분을 발견하는데 후크 작가님 정도라면 읽을 때마다 발견하시겠군. 하긴 그러니까 그렇게 잘나가는 소설을 쓰시겠지.'


희동은 재능을 가지지 못했다 하더라도 노력이라는 것을 통해 가진 자와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다. 희동은 대충 만이 천자를 쓰고 쉬어야 겠다는 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스벤에게 욕을 먹어도 싼놈이었군.'


마음속으로 굳은 결의를 다진 희동에게 견우는 의도치 않게 쐐기를 박았다.


"이제는 본인과의 싸움이에요. 스스로 만족하시면 오늘치를 다 쓰셨으니까 쉬셔도 돼요. 하지만 저라면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글을 다듬겠어요."

"알겠습니다."


견우가 희동의 방에서 빠져나오자 큰붓의 방문이 열렸다. 견우는 자신이 데자뷰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나마 북서의 방문이 열리지 않은 게 다행인가?'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북서의 방문 또한 열렸다. 견우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은 노트북을 견우에게 건넸다.


견우는 노트북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온 두 사람이 쓴 글을 대충 훑어봤다.


'나쁘지 않군.'


지금 상태의 견우가 읽으면 초등학생 일기장 수준의 글을 가져다주어도 괜찮다고 할 것이다. 너무 귀찮다.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때려치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지! 그 건방진 아저씨한테 크게 한 방 먹여줘야 하니까.'


견우는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나자 견우는 북서의 노트북을 들고 북서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북서에게 희동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30분 후에는 큰붓의 노트북을 가져다주며 다시 한 번 했던 말을 반복했다.


세 사람은 견우가 신경을 쓰지 않고 다시 가져다준 사실을 몰랐다. 그저 후크 작가의 말에 불타올라 자신의 소설을 읽으며 끊임없이 다듬기 시작했다.


설마 후크 작가가 거짓말을 할 줄은 세 사람 다 상상도 못했다. 그날 견우의 방에서 스마트폰을 찾아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지? 방에서 시간 때우나? 만이천자 썼으니까 알아서 하라지. 나도 바쁘니까 말이야."


견우는 자신의 설비도 슬슬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견우는 '옥타 웬디'를 가동할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댓글로 제목을 추천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제목을 바꾸게 될경우 공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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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에필로그 - 사거리의 악마 +73 18.09.13 6,486 197 6쪽
56 방송 출연 - 5 +31 18.09.13 4,383 137 16쪽
55 방송 출연 - 4 +24 18.09.11 4,105 122 13쪽
54 방송 출연 - 3 +18 18.09.10 3,929 116 13쪽
53 방송 출연 - 2 +20 18.09.08 4,412 134 13쪽
52 방송 출연 - 1 +82 18.09.07 5,661 155 12쪽
51 역습 - 1부 완 +44 16.09.15 11,022 340 9쪽
50 역습 준비 - 3 +50 16.09.14 10,056 357 8쪽
49 역습 준비 - 2 +31 16.09.13 9,756 329 9쪽
48 역습 준비 - 1 +24 16.09.12 10,211 347 9쪽
47 데카 웬디, 육만 웬디, 괴물 웬디 - 4 +32 16.09.11 10,392 342 10쪽
46 데카 웬디, 육만 웬디, 괴물 웬디 - 3 +23 16.09.11 9,811 283 7쪽
45 데카 웬디, 육만 웬디, 괴물 웬디 - 2 +58 16.09.10 10,808 346 11쪽
44 데카 웬디, 육만 웬디, 괴물 웬디 - 1 +37 16.09.08 11,429 337 10쪽
» 설비 가동 - 3 +42 16.09.07 10,871 381 11쪽
42 설비 가동 - 2 +99 16.09.06 11,184 385 12쪽
41 설비 가동 - 1 +53 16.09.05 11,737 381 10쪽
40 생산직 모집 - 3 +42 16.09.04 11,967 408 9쪽
39 생산직 모집 - 2 +31 16.09.04 12,206 363 13쪽
38 생산직 모집 - 1 +85 16.09.02 14,479 482 14쪽
37 뒤풀이 - 3 +66 16.09.01 13,982 449 9쪽
36 뒤풀이 - 2 +54 16.08.31 13,683 442 10쪽
35 뒤풀이 - 1 +60 16.08.30 14,298 447 12쪽
34 후크 vs 스벤 - 3 +52 16.08.29 15,083 452 12쪽
33 후크 vs 스벤 - 2 +52 16.08.28 15,408 488 12쪽
32 후크 vs 스벤 - 1 +87 16.08.27 16,797 529 13쪽
31 필극 - 5 +126 16.08.26 17,134 515 11쪽
30 필극 - 4 +100 16.08.25 16,273 498 11쪽
29 필극 - 3 +67 16.08.24 16,682 477 12쪽
28 필극 - 2 +95 16.08.23 16,993 589 12쪽
27 필극 - 1 +103 16.08.21 18,184 492 11쪽
26 비평가 vs 스벤 - 2 +38 16.08.21 16,163 445 9쪽
25 비평가 vs 스벤 - 1 +52 16.08.20 17,760 446 12쪽
24 스카이 데몬 - 3 +81 16.08.19 18,085 485 11쪽
23 스카이 데몬 - 2 +62 16.08.18 17,486 501 10쪽
22 스카이 데몬 - 1 +42 16.08.17 17,759 454 10쪽
21 첫 정산 - 2 +21 16.08.17 16,714 372 7쪽
20 첫 정산 - 1 +34 16.08.15 17,717 405 10쪽
19 사업 확장 - 5 +34 16.08.14 17,924 426 10쪽
18 사업 확장 - 4 +31 16.08.13 18,589 418 10쪽
17 사업 확장 - 3 +44 16.08.12 18,974 450 10쪽
16 사업 확장 - 2 +14 16.08.12 19,519 449 10쪽
15 사업 확장 - 1 +46 16.08.11 21,099 510 10쪽
14 인성 논란 - 3 +64 16.08.10 21,309 528 9쪽
13 인성 논란 - 2 +38 16.08.10 20,681 501 10쪽
12 인성 논란 - 1 +48 16.08.09 22,235 522 8쪽
11 인성 논란 - 0 +44 16.08.08 23,641 499 9쪽
10 표절 배틀 - 3 +90 16.08.07 24,726 562 10쪽
9 표절 배틀 - 2 +79 16.08.06 25,771 599 10쪽
8 표절 배틀 - 1 +64 16.08.05 26,036 604 11쪽
7 분기점 - 3 +65 16.08.04 26,669 561 9쪽
6 분기점 - 2 +29 16.08.03 27,421 586 8쪽
5 분기점 - 1 +23 16.08.02 27,408 534 8쪽
4 2교대 - 3 +24 16.07.30 27,832 59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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