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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a12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권
작품등록일 :
2020.04.16 19:59
최근연재일 :
2020.05.11 23:4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4,189
추천수 :
1,098
글자수 :
155,539

작성
20.05.1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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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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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7. 예행 연습 (1)

DUMMY

시끌 시끌


‘무슨 할 얘기들이 저렇게 많은지.’


우비와 이리나씨의 대화는 처음의 냉랭했던 그것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친밀한 반전의 분위기로 이어져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느니,

조기졸업을 축하한다느니,

너튜브 영상을 잘 보고 있다느니...


주로 이리나씨의 주도로 대화가 이어지긴 했지만, 우비 녀석 또한 그리 싫은 내색은 아니었고 말이다.

아마 내게 얘기했던 것보다 훨씬 서로에 대한 친분이 깊은 모양.


“선배. 죄송한데 저 잠깐 전화 좀.”

“아, 그래. 다녀와.”


힐끗


“에, 안녕하세요? 제대로 된 소개가 늦었네요. 이리나라고 해요.”

“예. 이우람이라고 합니다.”

“죄송해요. 우비랑 저랑 워낙 오랜만이라 쌓였던 얘기가 많았거든요. 많이 지루하셨죠?”


그리고 우비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서광의 수녀 이리나와 그제야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비록 아까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제대로 된 대화는 지금이 처음.


“아, 괜찮습니다.”

“친오빠시라고...”

“예.”

“음, 그렇게 닮진 않으셨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말 천만 다행이죠?”

“네? 호호,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강렬하고 도도해보였던 첫 인상과는 다르게, 처음 본 내게도 꽤나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로 대해오는 그녀였다.


‘음, 어째 얘 주변엔 다 이런 예쁜 사람들밖에 없어? 이거 참, 괜히 부담스럽네.’


비록 내 친동생이지만 그리 붙임성 있는 녀석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어떻게 우비가 이런 미녀 선배들과 친분을 쌓았는지가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어쨌든 분위기 좋은데?’


특히 일 년 만에 연락하는 거라 분위기가 나쁠 수도 있다던 우비의 우려와 다르게, 이리나씨는 그저 오랜만에 보는 후배가 마냥 귀엽고 반가운 모양이었다.


“선배님. 죄송해요.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저희?”

“우리 후배님이 내게 건넬 제안이 있다는 부분까지.”

“아하. 죄송해요. 그럼...”


한편 금세 나갔다가 돌아온 우비는,

곧 내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크님, 이번에는 특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신호를 받은 나는, 슬쩍 대화에서 빠지며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말이다.


“수연 선배한테 들었는데, 최근에 공략대 하나 맡으셨다면서요?”

“으음, 그건 어떻게 알았니? 맞아. 오랜 구독자 몇 분의 요청으로, 딱 한 달 정도만 공략을 도와드리기로 했지. 뭐, 내 나름의 이벤트인 셈이야.”


그리고 그 사이, 미리 우리가 준비했던 계획의 첫 단계를 시작하는 우비.


그동안 나는 오직 ‘기도’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 공략 장소는 필드겠네요?”

“지금 필드 말고 갈 데가 어디 있겠니.”


사실 사기 거래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리나씨에게 손해를 끼칠만한 내용의 거래는 아니다.


“아, 그럼 당연히 비상시를 대비한 서포터가 필요하시겠네요?”

“응? 얘가 날 뭘로 보고. 우비 너 내 별명이 뭐였는지도 잊어버렸니?”

“파괴 수녀요?”

“...얘가 정말! 우람씨도 계신데...”


이리나씨에겐 죄송하지만,

이미 그 점에 대해선 우비에게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신성 계열의 각성자이지만, 사실 진정한 특기는 파괴와 대량학살 쪽이라고...’


반대로 힐과 버프 같은 서포팅 능력은, 다른 신성 계열 각성자들에 비해 효율이 많이 떨어지시는 모양.


- 오빠의 장점은 누군가의 특성을 비슷하게 따라하는 게 가능하다는 거야. 그리고 그 말은 다른 사람의 장점을 흡수하는 것도 가능할 거란 얘기고.

- 그래. 아마 조만간 그렇게 되겠지.

- 맞아. 하지만 지금은 혼자 따라할 수준까지는 안 되니까, 직접 그 당사자에게 배워보자는 거지.

- 그래. 분명 그건 시도해볼만한 일이야. 하지만 과연 그녀가 자신의 특성 사용 비결을 혼쾌히 알려줄까?

- 이리나 선배는 아마 조건만 맞으면, 쉽게 알려줄 거야. 애초에 너튜브에 공개적으로 자신을 직접 어필하는 사람이니까.

- 조건? 어떤 조건?

- 그 선배는, 세상에 절대 공짜는 없다는 마인드의 소유자거든.


그래서 우비가 생각해낸 제안은,

내가 ‘버프형 서포터’로서 그녀가 이끄는 필드 공략대에 무료 봉사를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봉사의 대가로, 그녀에게 ‘서광’에 대한 배움을 청하라는 것.


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설령 이리나씨의 특성을 배우는 데에 실패하더라도,

A급 헌터의 보호 아래 3성급 필드의 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 충분히 이득이라는 게 우비의 논리였다.


다만, 여기엔 한 가지 큰 오류가 있었으니...


- 그런데, 이리나씨의 힐이나 버프 같은 서포팅 능력이 나보다 훨씬 좋지 않을까? 내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 아니. 그 부분은 장담할게. 당장 오빠가 기도를 통해 쓰는 힐이나 버프가, 이리나 선배님의 그것보다 훨씬 나아.

- ...그 정도라고? 아무리 그래도 서로 렙차가 있는데?

- 그 선배가 ‘서포터’가 아니라 ‘마법형 딜러’의 포지션을 선택한 데에는, 그쪽 문제가 제일 컸거든.


솔직히 내가 기도를 통해 발현 가능한 스킬은 당장 신성 계열의 하위 스킬들뿐이지만, 그 효과는 내가 가진 권능 [빛의 인도자] 덕에 굉장히 강력한 편이었다.


특히 개중에서도 속성저항능력을 부여하는 ‘저항의 빛’과 방어막을 주는 ‘수호의 빛’이라는 두 버프 스킬의 증폭 효과가 제일 컸는데,


우비 녀석의 말로는 이 두 스킬만으로도 충분히 버프형 서포터로서의 1인분은 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거기다, 힐이나 홀리 라이트 같은 다른 스킬도 웬만큼은 되고.’


아무래도 특성 [광휘의 성자]와 권능 [빛의 인도자]가 합쳐지며, 내게 부여되는 신성 계열 스킬의 보너스 효과가 생각보다 큰 모양이다.


“하아, 그래. 솔직히 말해서, 필요하긴 하지. 하지만 어쩌겠니. 알다시피, 쓸 만한 서포터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세상인데.”

“그렇죠.”

“뭐,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커버가...”

“선배. 잠깐만요. 오빠? 지금 나한테 버프 좀 줘볼래?”


그리고 마침내 그 때가 된 것 같다.

이리나씨에게, 한 사람의 버프형 서포터로서 나 자신을 어필할 시간이 말이다.


뭐, 한 마디로 매력발산의 순간이랄까.


“수호의 빛!”


파아앗!


오늘 이 순간의 시연을 위해 일부러 프라이빗한 카페로 약속 장소를 잡은 만큼, 다행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일은 발생되지 않았다.


오직 서광의 수녀, 이리나씨의 강렬한 시선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이, 이건?!”

“어때요, 선배님? 저희 오빠, 한번 써보시지 않으실래요?”

“...”

“참고로 저도, 1+1으로 따라갈 예정인데 말이죠.”


그리고 아무래도 그녀의 눈빛을 보고 있니,

오늘 우리 남매의 첫 낚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될 것 같았다.


.

.

.


잠시 후.


“네? 25레벨이시라고요!?”

“...예.”

“맞아요, 선배."


화들짝 놀라는 이리나씨를 보며,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그나마도, 부랴부랴 4레벨이나 올린 건데.’


최소한의 예의로 25렙은 맞췄으나, 역시 그 정도로는 택도 없었나보다.


‘협회 공인 A급이면, 최소 150레벨부터 등급 신청 자격이 주어지던가?’


허나 150레벨 때 A급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서,

그 이상의 레벨임에도 B등급에 랭크되어있는 헌터들이 천지에 수두룩했다.


그러니 그 높은 협회의 기준을 뚫고 A급이라 공인받은 서광의 마녀... 아니, 수녀 이리나씨는, 분명 자타공인의 엘리트 헌터들 가운데 한 명이었고 말이다.


‘그에 비해 25레벨이면, 평균 E급 수준이지.’


당장 황당해하는 이리나씨의 저 반응이, 오히려 지극히 정상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저, 죄송한데 제가 맡은 공략대만 해도, 평균 레벨이 6~70 이상...”

“선배님. 그래서 제가 따라가잖아요.”

“...”

그리고 서포터는, 어디까지나 서포팅 능력이 우선 아닌가요?”

“그거야 그렇지만...”

“제가 보증할게요.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


우비의 말은 들은 이리나씨는, 곧 스스로 깊은 고민에 빠져갔다.


그리고 불과 몇 분 사이에 희비가 계속 엇갈리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왠지 내가 다 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도 3성급 게이트를 빠르게 공략하려면...’


우비는 내가 3성급 게이트를 공략해도 될 수준이라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것이 아무런 위험 없이 클리어 할 수 있을 수준이란 얘기는 또 아니었다.


평균 50~100Lv 사이의 헌터들에게 권장되는 3성급 게이트부터는,

최소 권장 인원도 8명 이상인 데다 몬스터의 수준 또한 눈에 띄게 상승한다고 하니 말이다.


‘게다가 면적까지 넓어서, 공략 시간도 무척 오래 걸리고.’


그러니 최소한의 준비와 경험은 필수.

당장 그걸 내게 제공해줄만한 인물은, 지금 눈앞의 리나씨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A급 헌터를 내가 어디서 만날 수 있겠냐고.’


왠지 우비의 아카데미 생활비를 꼬박꼬박 챙겨줬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뭐, 물론 학비 같은 경우야 녀석이 알아서 장학금으로 해결해버렸지만.


“좋아.”

“정말입니까?”

“솔직히 아까 그걸 못 봤다면 모르겠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니 제가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 같네요. 예. 분명 레벨이 전부는 아니죠.”

“감사합니다.”

“아뇨. 그만큼 아까 그 ‘수호의 빛’ 수준이 높았을 뿐이니까요. 절대 25레벨의 신성 계열 각성자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살짝 찔린다.

아까 그건, 거의 5분 넘게 투자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B급 헌터급인 우비까지 따라와 준다는데, 제 입장에선 오히려 땡큐죠. 사실, 저 혼자 그분들을 전부 케어하기는 벅찼거든요.”

“선배! 전 당장 오빠만 케어하기도...!”

“어머? 우비 후배. 이제 와서 발을 빼려는 거야?”

“...칫.”


아무래도 서로 주고받고,

잃고 얻는 것이 있는 나름의 평등한 거래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이쪽의 경우엔...


- 미안!

- ...됐어.


주로 내가 아니라 동생 쪽에서, 약간의 손해를 더 감수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럼 이제, 보수 이야기를 해볼까요?”

“안 그래도, 거기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어요.”

“후배님? 미리 얘기하지만, 나도 무료 봉사하는 입장인지라 많이는 못 챙겨준답니다?”


어느새 여유를 되찾은 이리나씨는, 스스로의 붉은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너스레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뇨. 저희 돈은 필요 없어요.”

“그래, 돈이 제일... 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어진 우비의 칼답에,

금방 다시 직전의 놀란 표정으로 되돌아왔지만 말이다.


‘이제부터가 진짜지.’


그리고 이를 보던 나는,

그제야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며 오늘의 본론을 입에 담았다.


“저희, 아니. 정확히 저는 보수 대신.”

“...설마?”

“이리나씨의 ‘서광’을 직접 배워보고 싶습니다.”

“저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니... 예?”


비록 중간에 살짝 오해가 있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이쪽의 뜻은 모두 전달했다.


이제 남은 건, 그녀의 선택일 뿐.


“금전적인 보수 대신, 제 특성을 배워보시겠다고요?”

“예.”

“우비 후배. 너도?”

“네. 선배가 구독자 분들을 위해 봉사하듯, 저는 가족을 위해 봉사를 하는 거죠.”

“...”


나와 우비의 노 페이 선언에, 이리나씨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우람씨? 어째서 그런 비생산적인 일을?”

“그게...”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 이유까지 물어오는 이리나씨를 보며...


‘사실, 이런 배움의 의도를 묻는 질문만 좀 피했으면 했는데.’


일반적으로 남의 특성을 배우려는 시도는 분명 상식 밖의 일.

허나 그렇다고 내 특성 [광휘의 성자]에 대해 밝히고픈 마음도 없었다.


이 특성을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훗날을 도모하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지금의 대답이, 어떻게 보면 오늘 중 제일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패, 팬이었거든요.”

“...네?”

“평소에 정말 많이 좋아했습니다!”

“...”


사소취대(捨小取大).


이 경우엔 내 이미지를 버리고,

서광의 수녀 이리나의 ‘서광’을 취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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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예행 연습 (1) +1 20.05.11 500 24 12쪽
27 26. S급 특성 (3) +1 20.05.10 686 21 13쪽
26 25. S급 특성 (2) +2 20.05.10 812 25 13쪽
25 24. S급 특성 (1) +2 20.05.08 807 29 13쪽
24 23. 첫 게이트 개방 (3) +2 20.05.07 803 23 13쪽
23 22. 첫 게이트 개방 (2) +1 20.05.06 845 29 13쪽
22 21. 첫 게이트 개방 (1) +1 20.05.05 916 25 13쪽
21 20. 사전 작업 (3) +1 20.05.04 885 24 12쪽
20 19. 사전 작업 (2) +3 20.05.03 955 25 12쪽
19 18. 사전 작업 (1) +1 20.05.02 999 27 12쪽
18 17.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3) +3 20.05.01 1,063 31 13쪽
17 16.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2) +3 20.04.30 1,138 28 12쪽
16 15.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1) +2 20.04.29 1,249 34 13쪽
15 14.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3) +1 20.04.28 1,327 38 13쪽
14 13.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2) +1 20.04.27 1,430 34 12쪽
13 12.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1) +1 20.04.26 1,513 38 13쪽
12 11. 두 번째 계약 (3) +3 20.04.25 1,617 43 13쪽
11 10. 두 번째 계약 (2) +12 20.04.24 1,724 42 13쪽
10 09. 두 번째 계약 (1) +5 20.04.23 1,745 47 13쪽
9 08. 게이트 대전 (3) +3 20.04.22 1,779 48 13쪽
8 07. 게이트 대전 (2) +1 20.04.21 1,841 43 13쪽
7 06. 게이트 대전 (1) +1 20.04.20 2,080 42 12쪽
6 05. 고블린 주술사, 굴카 (3) +1 20.04.19 2,307 49 12쪽
5 04. 고블린 주술사, 굴카 (2) +3 20.04.18 2,576 56 12쪽
4 03. 고블린 주술사, 굴카 (1) +1 20.04.17 2,738 63 13쪽
3 02. 각성 첫날 (2) +2 20.04.16 2,987 73 12쪽
2 01. 각성 첫날 (1) +4 20.04.16 3,178 76 12쪽
1 00. 악몽 +3 20.04.16 3,663 6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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