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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a12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권
작품등록일 :
2020.04.16 19:59
최근연재일 :
2020.05.11 23:4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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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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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539

작성
20.05.0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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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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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 사전 작업 (3)

DUMMY

가상 트레이닝 센터.


이곳 설립의 주목적은 헌터들에게 전투능력 향상 및 안전한 실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협회에서 축적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지식의 보고이기도 했다.


“하아...”


그리고 그 중요한 곳에서 지금, 이우비는 한숨을 가득 내쉬며 3층의 라운지바로 마실 것을 사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생각지도 못한 우람의 격렬하고 진지한 거부 반응으로 인해, 사실 속으로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상태.


- 미안. 아무래도 그건 힘들겠다.


이번처럼 우람이 자신의 의견을 단칼에 거부한 적은 18년 인생을 살면서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더욱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느낌인 거다.


‘서포터에 대한 인식이 나쁜 건 알고 있었지만...’


세간에 퍼진 [서포터]에 대한 인식은, 비전투계열보다 쓸모없고 초기 자금만 왕창 들어가는 최악의 포지션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긴 했다.


그래서 설령 서포터로 육성이 가능한 특성일지라도,

실제로 자신의 포지션을 그것으로 확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100인 결사대의 성공에도, 결국 서포터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했는데.’


허나 레벨이 오르고 헌터로서 그 등급이 올라갈수록,

누구나 [서포터] 없이는 고위 게이트나 필드를 공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만 진정한 서포터라 할 수 있는 헌터의 수 자체가 워낙 극소수이고, 거기서 다시 쓸만한 고위 등급의 특성을 가진 서포터의 숫자는 더욱 적었으니...


당연히 일반인들에게야 그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수밖에.


‘나 같은 경우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은폐했을 정도니까.’


사실 그녀와 같은 경우도, 본질적으론 서포터에 걸맞는 특성이라 할 수 있었다.


만능에 가까울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특성 덕에,

여러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식 대처가 가능했으니 말이다.


또 이를 통해, 서포터라는 포지션이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도 대처가 가능한 범용성 높은 특성을 가진 각성자 헌터들의 총칭임을 알 수 있다.


다만 그런 만능의 특성들은 보통, 저렙 구간에서는 거의 99%의 확률로 쓸모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말이다.


아, 물론 그녀 자신은 그 1%에 해당하는 예외이고.


‘대체 서포터란 말을 누가 지은 걸까?’


아무튼, 이렇게 [서포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일부 각성자들은 각 국가나 협회 또는 길드의 주요 관리 대상이 되곤 한다.


최대한 그 정체를 숨기고, 보호하며, 육성해야 할 1순위 헌터로서 말이다.


물론 그 능력이 어중간하다면, 더욱 철저하게 외면 받는 포지션이기도 하지만...


뭐. 아마 게임으로 따지면 성장 가능성이나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육성이 너무나 힘들어서 외면되는 비인기 직업과 비슷할 거다.


‘아무래도 이런 사실들을 오빠한테 다 이해를 시켜야 할 것 같은데.’


아까 1:1 대결에서 형편없다 평가하긴 했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람의 헌터로서의 재능 자체는 무척이나 뛰어난 편이었다.


본능적인 움직임, 적에 대한 관찰과 집중력,

전황의 흐름을 읽고 적절히 대처하는 위기관리 능력까지.


‘아마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면, 금세 1인분 이상을 할 수 있겠지.’


허나 지금 당장 그녀의 오빠가 가진 가장 큰 재능이자 재산은, 남들과 다르게 마음대로 ‘특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근접전? 검술? 전투 센스?


사실 그딴 건 별로 중요치 않다.

어쨌든 헌터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1순위는 ‘특성’


따라서 현재 우람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모래알같이 무수히 많은 특성들 가운데 가장 빛나는 원석을 골라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경험상 보통 빛나는 원석은,

서포터로 분류되는 특성인 경우가 대다수였고.


‘하아, 귀찮아.’


...다만 지금 이런 내용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과 증거들을 우람에게 일일이 이해시켜야 한다.


‘그냥 내 특성이랑 똑같은 거나 사라고 해?’


잠시 이런 생각까지 했던 이우비는,

이내 혼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냐. 아니지. 원소 계열은 스스로 익숙해지는데 너무 오래 걸려. 오빠가 그런 쪽에 재능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사실 고백하자면, 그녀 또한 이러한 진실을 이해하고 특성을 [서포터]에 맞게 개화시키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고 말이다.


최근 몇 년간 그녀의 세계 유망주 랭킹이 1위에서 4위까지 추락한 것도, 이 부분과 연관되어 약간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


‘올해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면, 아마 나 역시 기존 포지션을 고집했겠지.’


공략 시에 우람의 앞에서 야심차게 선보였던 스케이팅 이동 능력 또한,

그 서포터 포지션을 연구하면서 얻은 작은 성과물 가운데 하나였다.


이를 통해 그녀는 ‘레벨’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는 서포터의 매력에 푹 빠져든 상태였고 말이다.


‘하아, 아무나 나 대신 설명해줄 사람이 뿅 나타나 주면 좋겠네.’


어쨌든 이우비는 지금, 자기 대신 우람에게 이 모든 걸 설명해줄 제3의 존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랜만이네요. 우비양.”

“네?”


그러자 그 순간 거짓말처럼, 그녀를 불러 세우는 낯선 존재.

이에 우비는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거의 두 달만인가요?”

“...”


일단 그녀의 바람대로 설명이 가능할법한 인물은 맞았다.


‘아, 진짜 싫어.’


그러나 정작 그 인물은,

이우비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인간이었다.


.

.

.


나는 3층 라운지 구석에 자리한 휴게 공간에서,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흠, 너무 매정했나?’


우비 녀석도 나름의 계획이 있고 가능성이 보여서 건넨 제안일 텐데,

내가 너무 생각도 해보지 않고 단칼에 거절한 것 같다.


‘서포터라...’


사실 서포터뿐만 아니라,

헌터로서의 포지션 자체를 크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도 하고,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헌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은 또 아니었으니까.


‘사실 뭐 우비가 해준 얘기랑 군 생활하면서 들었던 게 전부긴 하지.’


그리고 자신이 군 생활을 할 때만 해도, 헌터들의 포지션이 지금과 같이 체계적으로 분리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헌터들의 능력은 레벨도 레벨이지만, 무엇보다 얼마나 자기 포지션에 맞게 특성이나 스킬을 개발했는지가 키포인트인 모양.


‘그렇다면 지금이 딱 결정의 타이밍이긴 한데.’


벌써 자신도 어느덧 20레벨이다.


게다가 굴카가 남겨준 초반 성장 루트에 대한 정보들 덕에,

앞으로의 성장 또한 무척이나 원활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예정.


‘바쁘게 달려가다 넘어지는 일이 없게, 시작부터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긴 해.’


그러니 아무래도 우비에게,

서포터 특성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만약 그 이유가 가당치 않다면,

그때 가서 본래의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고.


“...그런데 얘는 대체 커피 사러 어디까지 간 거야?”


이 정도면 커피가 아니라 커피머신을 사 왔어도 충분할 시간이겠다.


벌떡


‘설마 또 헌팅 당하는 중?’


참고로 지금 말한 헌팅이, 그 헌팅은 아니다.


왜 그 있지 않나.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므흣한 교제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행위.


‘와, 오늘은 연령대가 굉장히 높네.’


코너를 돌자마자 발견한 내 동생의 옆에는,

지금 정장을 쫙 빼입은 한 남성이 열심히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냥 아카데미 교복이나 입으라고 할 걸.’


예전에도 동생과 함께 어딜 갔다가 녀석을 혼자 두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걸 처음 목격했던 게,

얘가 초등학생일 적이었지 아마?


“당신 뭡니까?”

“음?”


그때 내가 느낀 교훈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당장 우비가 아니라 상대방 쪽에서 큰 재앙을 겪게 된다는 것.


“잘 모르시나본데, 내 동생은 아직 미성년... 어?”

“오! 우람군. 오랜만이군요. 혹시 제 얼굴을 기억합니까?”


기억하다마다.

얼마 전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박박 갈았던 인물들의 면상 가운데 하나인데.


보안국의 조준하 팀장.

아니, 이제 팀장은 아니시려나?


“여긴 어쩐 일입니까?”

“우비양을 뵌 지가 너무 오래돼서 말입니다. 제 전화도 안 받으시고. 하하.”

“...오호, 아직도 제 동생에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네요.”


옛날에 우비에게 들은 적이 있다.

정부가 보안국을 앞세워, 자기를 영입하기 위해 끈질기게 접근하고 있다고.


‘뭐라고 했더라. 국가 홍보 모델? 얼굴마담?’


허나 그것은 강중백 학장의 취임과 동시에,

자연스레 일단락되며 끝났던 이야기로 알고 있었다.


‘조기졸업 소식을 듣고, 슬슬 다시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지?’


그런데 이거 어쩌나,

내 동생은 이미 내가 확 낚아챘는데.


“하하, 앞으로 자주 뵙게 될 겁니다.”

“이런, 그런 슬픈 일이.”

“...”


현 시점에서 보안국이 찾아온 이유를 대충 짐작한 나는,

나름 승리자의 기분을 만끽하며 우비의 손을 이끌고 냉정하게 돌아섰다.


이쯤에서 꺼져달라는 태도를 팍팍 풍기면서 말이다.


‘아동 착취의 장본인. 나중에 두고 보자고.’


마음 같아선 우비에 대한 과거 일을 따지고 싶었으나,

아직은 모든 것이 시기상조라 판단되었다.


“잠시만, 우람군.”

“아, 제발 호칭은 군 말고 씨로 합시다. 겁나 낯간지러우니.”

“아, 혹시 그게 불쾌했던 겁니까? 이런, 우람씨한테 미안해서 어쩌지.”

“됐고, 용건이나 말씀하시죠.”


적대적인 내 태도에도 능글맞게 반응해오는 조준하 팀장.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비꼬는 태도의 화법은 여전하다.


‘쯧, 이런 사람을 믿은 내가 바보지.’


나는 우비를 슬쩍 뒤로 숨기며, 조준하 팀장 앞에 마주섰다.


“하하, 우람씨가 못 본 사이에 아주 남자가 다 되셨습니다.”

“용건.”

“뭐, 별건 아니고...”


뜸을 들이던 그는, 슬쩍 고개를 내밀며 나지막하게 귓속말을 속삭인다.


- 각성을 아주 축하드립니다?


라고 말이다.


“...!”

“특히, 우람씨 능력이 아주 인상 깊더군요.”


이어지는 조준하 팀장의 말.

나는 순간 위기감에 휩싸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려갔다.


‘들킨 건가?’


생각해보면 여태껏 너무 안일하게 움직이긴 했다.

허나 분명 정확한 물증은 없을 테니, 지금부터라도 침착하게 대처를 잘하면...


“공간이동 능력이라니, 저도 언제 한번 꼭 좀 부탁드리고 싶군요. 하하.”


응?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람?


.

.

.


쟤 뭐래.


떠나가는 보안국 조준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 심경은,

간단하게 이 세 글자로 요약할 수 있었다.


“뭐래?”

“그러게. 뭐래?”

"응?”


그가 떠나자 슬쩍 옆으로 다가와 대화 내용을 묻는 우비였다.

아직 나도 상황파악이 덜 되어, 그 질문에 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근데, 너 방금 대화를 못 들은 거야?”

“오빠. 저 사람도 각성자야. 동시에 보안국 소속 요원이고.”

“그래서?”

“이런저런 잡기술에 능하다는 얘기지.”


그러니까 B급 헌터인 우비조차 방금 대화를 아예 듣지 못했다는 소리인가?

아니, 뭘 그걸 그리 어렵게 얘기하고 있어?


“나보고, 공간이동 능력자가 된 걸 축하한다던데?”

“응? 그게 무슨?”

“아마 그건 내 뒷조사를 했다는 이야기일 테고?”


나는 앞에서 우비가 황당해하건 말건,

혼잣말로 상황을 정리하며 현 사태의 발생 원인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아니지. 내 뒷조사보다는, 이 녀석을 뒷조사하던 중에 얻어걸린 거겠지.’


그래야 말이 된다.

나는 아직 각성자 등록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유예 기간이 진짜 얼마 안 남았네?’


보통 가까운 헌협 지부에서 각성 검사를 받은 이후에는,

스스로 마음의 결정을 내릴 때까지의 시간. 즉 한 달이라는 유예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이 헌터로서 활동할지,

그저 각성한 일반인으로 남을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보통 전자의 경우는 헌터 협회 측의 관리를,

후자의 경우는 보안국의 관리를 받게 되는 것인데...


“이거, 중간에서 작업 좀 칠 수 있겠는데?”

“...못된 눈빛.”


내 생각보다,

복수의 기회가 일찍 찾아온 것 같다.


작가의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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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1) +2 20.04.29 1,251 34 13쪽
15 14.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3) +1 20.04.28 1,328 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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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1) +1 20.04.26 1,514 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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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두 번째 계약 (2) +12 20.04.24 1,726 42 13쪽
10 09. 두 번째 계약 (1) +5 20.04.23 1,748 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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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6. 게이트 대전 (1) +1 20.04.20 2,082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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