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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a12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권
작품등록일 :
2020.04.16 19:59
최근연재일 :
2020.05.11 23:4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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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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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539

작성
20.04.3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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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6.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2)

DUMMY

치킨 레이스(Chicken race).

비슷하게는 치킨 게임, 겁쟁이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위험천만한 게임의 한 종류.


이것은 보통 양측이 맞붙는 상황에서,

먼저 물러서거나 회피하는 쪽이 패자가 되는 게임을 뜻한다.


그리고 내가 관리자의 등급을 높이는 일을,

이 치킨 레이스에 빗대어 표현한 이유는...


‘등급을 높이면 높일수록, 각 페이즈 출현이 더욱 가속화되니까.’


충돌의 공포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과 엇비슷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충돌 직전에 최종 관리자 등급을 완성하면 무사히 승리.

허나 그러지 못하고 마지막 페이즈가 열리면 끔찍한 결말의 패배.


‘...미친, 그걸 살 떨려서 어떻게 하겠냐고.’


더군다나 그 게임에 걸려있는 승패의 대가는,

무려 전 인류의 목숨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나의 설명을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던 우비.


“...정말,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이야기의 연속이네.”

“내 말이.”


잠시 뒤 입을 뗀 녀석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었지만,

적어도 상황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끝마친 것 같았다.


“페이즈. 게이트와 필드. 그리고 지구 종말까지... 뭔가 일이 엄청나게 스케일이 크고.”

“...”

“오빠에게 주어진 책임 또한, 아주 막중해.”


우비의 말대로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소시민1에서,

지구를 구할 유일의 용사가 되어버린 셈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 문제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 일 텐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결국 이 장황한 이야기를 우비에게 몽땅 털어놓은 것도,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의논하기 위함.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280년의 평화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종말을 막기 위한 구원자의 길을 선택하거나.’


전자의 경우는 비록 280년 후에 멸망하더라도,

그때까지는 지금과 같은 평화를 영위할 수 있을 거다.


비록 게이트와 필드 현상은 계속되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인류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일 것이고.


‘게다가 사실, 그전에 다른 이유로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굳이 마지막 페이즈가 아니더라도,

그전에 어떤 불운한 일로 지구가 종말을 맞이하게 될지는 또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왜, 가끔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보면 그러지 않나.


똑똑한 과학자들이 곧 지구가 소행성 충돌로 사라질 것이라 선언하거나,

심각해진 지구온난화가 끝내 지구를 파멸시킬 것이라거나.


‘그래. 280년 이후에 일이야. 사실 내 알 바도 아니지.’


인간의 평균 수명을 생각해보면,

나는 길어봤자 80년 안에 이 세상을 뜰 거다.


그러니 내가 죽고 그 육신이 썩어 문드러져 흔적도 남지 않았을 때 벌어질 일을,

굳이 지금 시점에서 내가 신경 쓸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그래. 심지어 내 자식의 자식도 그때까지는 못 살 텐데.’


솔직히 내가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고,

그 아이가 다시 아기를 낳고,

그 아기가 다시 아이를 낳을 때까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다.


“그래. 오빠가 망설이는 이유. 걱정하는 부분. 충분히 이해해.”

“그렇지? 역시 그냥...”


허나 후자를 선택하면,

당장 몇 년 안에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게 된다.


각 페이즈의 가속화로 인한 상위 게이트 출현으로,

아마 헌터들은 물론이고 무고한 일반인들까지 셀 수 없이 죽어 나가게 되겠지.


그럼 나는 과연 그걸 보면서,

묵묵히 이 지랄 맞은 사명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내 행동으로 지구상의 불특정 다수가,

영문도 모르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걸 뻔히 알면서?


‘더군다나 100%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고.’


또한, 정작 제일 큰 문제이자 걸림돌은 따로 있다.


이는 가속화로 한발 빠르게 찾아올 종말의 마지막 페이즈 이전에,

내가 그 사태를 해결할 수준의 관리자 등급에 도달하리란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


‘...만약 그렇게 되면 나는 헛짓거리로 애꿎은 사람들을 죽이고, 지구의 종말까지 앞당긴 희대의 대역죄인이 되는 거겠지.’


아니지.

다른 사람들은 280년 후에 종말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으니,

아마 나는 지구의 종말을 가져온 희대의 싸이코패스 취급을 받게 되겠다.


‘우욱...’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당장 속이 울렁거리고 토악질이 나올 것 같고.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해.”

“...뭐?”


저렇게 쉽게 말을 내뱉다니.

아무래도 내 동생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 못 한 것 같다.


“들어봐, 우비야. 그게...”

“만약 지금 오빠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어쨌든 해야만 하는 일인 건 맞잖아.”

“...”


정말이지 밑도 끝도 없는 발언이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피하지 말고.”

“...”

“도망치지 마라.”

“...”

“나는 잘 기억 안 나지만, 아빠가 항상 오빠한테 해주셨던 말이라며.”


아버지가 자주 하셨던 말인 건 맞다.

허나, 이제는 완전히 잊어버린 말이기도 하다.


“아니. 살다 보니 도망치고 피하는 것이 최선일 때가 많더라.”

“...”


적어도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얻은 교훈은,

각자 인생에는 그에 맞는 분수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자기 분수에 안 맞는 일이라면,

일단 피하고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래? 난 전혀 아니었던 것 같은데.”

“...”

“그리고 도망치고 피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야.”


찹!


하지만 우비는 애써 고개를 돌린 나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아 자기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진짜 이대로 포기하고 도망칠 거야?”

“...”

“시도도 안 해보고?”


특별히 대단한 말로 설득을 당한 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이상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아니야. 안 돼. 그거 아니야.’


젠장. 아무래도 내가 미쳤나 보다.


“아니.”

“그렇지?”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취소를...


“그럼 이제, 그 고블린한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러 가자.”

“지금?”

“그 페이즈가 가속화되는 시간 같은,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야 계획을 세울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하지만 벌써, 저녁 10시가 넘어가는 시간.


그러니 지금 찾아가는 건 굴카에게도 미안할뿐더러,

그 대화가 언제 끝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아마 오늘도 잠을 못 자면, 진짜 죽을 거야.’


무엇보다 금요일 밤부터 먹지도 자지도 않고 고민을 거듭해온 내 몸 상태 또한,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고 말이다.


“좋아. 그럼 내일 일찍 가보자.”

“그, 그래. 그게 좋겠다.”


...그나저나,

이런 중차대한 선택을 이리 간단하게 결정해도 괜찮은 건가?


‘모르겠다.’


아, 몰라.

라면이나 먹고 일찍 자야지.


.

.

.


다음 날 아침.


우리 남매는 아침밥도 먹지 않은 채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수원역 근방이었던가?”

“어.”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대문 밖을 나서지는 않았다.


이제 막 외출 준비를 끝마친 후,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였을 뿐.


“한 1시간 정도 걸리겠네. 택시? 지하철?”

“아니, 도보. 한 1분 정도 걸릴 듯.”

“...뭐?”


신발을 신으며 묻는 우비의 질문에,

나는 대답 대신 바로 내 게이트의 차원 문을 열었다.


“...뭐야 이건?”

“뭐긴 뭐야. 게이트 입구지.”


이 게이트의 입구를 여는 것은 고맙게도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굴카의 설명에 따르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위치에 차원 문을 개방할 수 있으며,

심지어 관리 게이트 내에서 다른 게이트의 입구를 소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재배치 스킬 레벨이 오르면, 가보지 않은 게이트 입구도 소환이 가능할 거라 했지.’


이 말인즉,

나중에는 해외에 있던 유명 게이트까지도 방문할 수 있다는 얘기.


‘뭐, 주어진 책임만큼 나름의 편의성도 제공해주긴 하네.’


어쨌든 지금 당장은,

렌트값이나 차량 구매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 소소하게 기쁘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지구 유일 용사라... 이거 서글프네.’


그래도 명색이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걸고 싸울 예정인데,

정작 지금 이렇게 현실적인 고민이나 하는 것이 퍽 우습고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가자.”

“...이상 없는 거 맞지?”

“응. 금요일에도 이걸로 왔다 갔다 했어.”


우비 몰래 쓴웃음을 지은 나는,

곧장 녀석의 손을 이끌고 대문에 맞춰 형성된 차원 문 입구로 진입했다.


“관리실 이동.”


그리고 그 즉시 관리실로 우비와 함께 이동했다.


“진짜...네?”

“편하지? 심지어 다른 게이트도 전부 이동 가능해.”

“언제 이렇게 좋은 능력을... 새로 생긴 거야?”


훅 들어온 우비의 질문에, 나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그, 그런 셈이지?”


원래 있던 스킬인데 사용법을 몰랐다고 말하는 건,

너무 없어 보이지 않겠나.


두리번 두리번

갸웃?


한편 내가 당황하는 사이,

우비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왜 그래?”

“그 고블린이 없어.”

“굴카 말이야?”

“왠지 예감이 안 좋은데.”


뭔가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여동생을 보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아직 자고 있을 수도 있고, 아침밥 먹느라 바쁠 수도 있지.”

“...”

“기다려봐. 바로 소환할 테니.”


그리고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굴카를 소환하려 했으나...


[계약 대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엥, 뭐야?”

“...”


어찌 된 영문인지, 굴카가 소환되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는 아예 없는 대상이라 뜬다.


“음, 우비야 잠깐만.”


그래서 나는 혹시 시스템 오류인가 싶어,

슬쩍 우비 옆에서 10m 정도 떨어진 뒤에 동생을 소환해보았다.


파앗


“되네.”

“되는데...?”


아니. 그럼 대체 어찌 된 영문이지?


“계약 목록.”


[현재 계약 대상 1/2]

[1. 이우비 (서리 지배자) Lv.30 (118)]

[2. 없음]


‘...어?’


불길한 예감에 나는 바로 계약 창을 띄웠다.

그러나 그 목록에도, 더 이상 ‘고블린 주술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없어?”

“금요일 날에 좀 몰아세웠더니, 계약 취소라도 했나본데...? 내가 얼른 가서 사과하고 데려올게.”

“...”

“여, 여기 잠깐만 있어.”


나는 허겁지겁 관리실에서 고블린들의 주거지 동굴로 이동했다.


- 키륵? 관리자님이시다!

- 관리자님이다! 키륵.

- 관리자님이다! 키륵.


그리고 통로를 지나,

처음 굴카와 마주했던 동굴 끝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아, 저기 있네.”


다행히도, 그 끝에서 ‘고블린 주술사’를 찾아낼 수 있었다.생각해보면 그냥 관리실의 화면을 띄워 확인하면 그만인데,

괜히 놀래서 바보짓을 한 것 같다.


“키륵. 아니 관리자님께서 이 누추한 곳까진 어인 일이십니까?”

“아니, 굴카. 너, 설마 계약 취소...”


이내 나는 씩씩거리며 굴카에게 다가갔지만...


“...야, 너 누구냐?”

“예?”


어이없게도 내 앞의 고블린 주술사는,

더 이상 내가 알던 고블린 주술사가 아니었다.


“굴카는 어디 갔지?”

“키륵? 굴카가 누구입니까?”


지금 이 고블린 주술사는 고블린 1호.

즉 굴카의 아들 고블린이었다.


스릉


“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다. 1호.”

“소, 소인은 전혀 모르는 이름입니다! 키륵.”

“...젠장.”


내가 검을 빼내 들자 납작 엎드리며 용서를 구하는 고블린 1호.


씨발.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


“관리실!”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이 심각함을 인지한 나는,

곧장 다시 우비가 기다리고 있는 관리실로 돌아왔다.


“오빠.”

“우비야. 일이 뭔가 잘못...”


그리고 우비는 굴카가 나를 위해 만들었던,

예의 그 익숙한 다과 테이블 앞에 앉아있었다.


벌떡


“이거 받아.”

“...이게 뭔데?”

“모르겠어.”


내가 다가가자 곧장 의문의 쪽지를 건네오는 우비.


“하지만, 오빠는 알지도 모르지.”

“...이건?”


그리고 그 쪽지 안에는,


[호르헤를 찾으십시오.]


단 한 줄의 문장만이 짤막하게 적혀있었다.


작가의말

굴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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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두 번째 계약 (2) +12 20.04.24 1,724 42 13쪽
10 09. 두 번째 계약 (1) +5 20.04.23 1,745 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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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6. 게이트 대전 (1) +1 20.04.20 2,080 42 12쪽
6 05. 고블린 주술사, 굴카 (3) +1 20.04.19 2,307 49 12쪽
5 04. 고블린 주술사, 굴카 (2) +3 20.04.18 2,576 56 12쪽
4 03. 고블린 주술사, 굴카 (1) +1 20.04.17 2,737 63 13쪽
3 02. 각성 첫날 (2) +2 20.04.16 2,986 73 12쪽
2 01. 각성 첫날 (1) +4 20.04.16 3,177 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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