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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a12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권
작품등록일 :
2020.04.16 19:59
최근연재일 :
2020.05.11 23:4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4,248
추천수 :
1,098
글자수 :
155,539

작성
20.04.19 11:05
조회
2,310
추천
49
글자
12쪽

05. 고블린 주술사, 굴카 (3)

DUMMY

“맞습니다. 게이트 관리자란... 한 마디로 선택받은 존재입습죠.”

“...선택받은 존재?”

“예. 해당 차원에서 아주 극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정말 소중한 기회...”

“기회? 어떤 기회?”

“그 이상은 저도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관리자님. 키륵.”


노회한 고블린 주술사는, 마치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듯 차분하고 친절하게 대화를 주도해갔다.


정작, 핵심적인 알맹이 부분은 쏙 빼놓고 얘기해주는 게 큰 문제였지만.


“말해주기 어려운 이유는?”

“키륵, 이는 저희 같은 존재들에게 주어지는 제약... 거기다 이는 관리자님과의 계약에도 잘 명시되어 있습죠.”

“비밀엄수 같은 건가?”

“그렇지요. 참으로 영민하십니다! 키륵, 키륵.”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아무튼, 이후 내 새로운 파트너와의 질의응답은 계속 이런 식이었다.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안 알려주는 것도 아닌,

그런 다람쥐 쳇바퀴 도는 대화의 흐름.


“좋아. 잠시 혼자 정리 좀 해볼게.”

“예. 관리자님. 조용히 기다리겠습니다. 키륵.”


그래서 나는, 일단 설명을 들은 부분부터 차분히 정리해보기로 했다.


1. 관리자는 기존 각성자들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존재이다.

2. 관리자는 게이트를 관리하고 발전시켜, 보상과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3. 관리자의 능력은 관리하는 게이트의 성장치와 비례한다.


여기까지가, 내 특성 ‘게이트 관리자’에 대한 부분이다.


그리고 더 세부적인 내용까지 정리해보자면...


a. 관리자 전용 UI의 기능들은 레벨이 오름에 따라 해금된다.

b. 스킬 레벨이 오르면 관리 가능한 게이트 숫자와 계약 인원이 늘어난다.

c. 관리자 아래 직원들은, 대전 참가를 통해 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장이 가능하다.


이상이다.


‘당장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따라서 남은 건, 이제 단 하나의 질문뿐.


“그 대전 참가라는 건 뭐지?”

“키륵! 소인, 그 질문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습죠!”

“...그래?”


그건 현재 이용 가능한 관리자 UI의 두 번째 기능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묻자,

고블린 주술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름진 눈가를 일그러뜨리며 미소를 짓는다.


‘으윽, 저 비주얼은 진짜 적응하기 쉽지 않겠는데?’


얼굴 갖고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솔직히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못생기긴 했다.


“게이트 관리의 꽃! 막대한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얻을 수 있는 기회의 땅!”

“핵심만 짧게.”

“키륵, 너무하십니다. 어쨌든 짧게 요약하자면... ‘대전’은 게이트에 속한 자들끼리 서로 자웅을 겨루는 집단 전투라 말할 수 있습죠.”


바로 감이 왔다.

이 [대전]이 내가 게이트에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이...!


“보상의 종류는?”

“일단 막대한 경험치와 진귀한 아이템이 승자에게 주어집니다. 그건 저희 직원들도, 관리자님께도 마찬가지 입습죠. 그리고 그 외에...”

“그 외?”


여기까지 들어서는, 딱히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인다.


“게이트를 성장시킬 포인트까지 획득이 가능합죠! 키륵.”

“...게이트 성장에도 포인트가 들어간다고?”

“키륵?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의기양양한 고블린 주술사의 표정과 달리,

내 표정은 불만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망할, 괜히 기대했잖아.’


대단한 것처럼 말하길래 기대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헌터들이 얻는 일반적인 보상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오히려 굉장한 마이너스라 봐야했다.


‘남들보다 포인트가 2배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니까.’


헌터로서의 성장과 관리하는 게이트의 성장.

이 두 쪽 다 분명 포기할 수 없을 부분임은 확실하다.


따라서 대전 승리로 얻을 수 있는 포인트의 양이, 일반적인 게이트 공략 보상의 2배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잠깐, 보통 1회 대전 승리 시 받는 포인트는 얼마 정도지?”

“그거야 대결 상대의 수준에 따라 달라집습죠. 그 외에, 게이트 등급에 따라도 달라...”

“됐고, 우리가 지금 막 대전에 승리했다고 가정한다면?”

“그렇다면... 아마 평균 50~70P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꽤 많은 양입죠.”


많기는 개뿔.

일반적인 게이트 보상 수준 이하다.


‘당연히 단점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물론 상대적인 측면도 따져보긴 해야 했다.

현 시점에서 게이트 공략 보상 자체를 획득할 수 있는 헌터는, 아마 나 이외엔 없는 것으로 예상되니까.


참고로 게이트의 보상 수준은, 동일 수준의 필드 보상을 크게 상회하는 편이었다.

즉 못해도 2배 이상, 평균 3배 이상의 효율을 보인다는 것.


그러니, 아직까지 완전한 마이너스는 아니다.


“관리자님!”

“휴우, 왜?”


한편, 그동안 고블린 주술사는 좀처럼 펴지지 않는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뭐든지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그리고 마침내 무언가 결심한 듯, 낮게 깔린 진중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다.


“당장 소인이 병력을 이끌고 나가, 관리자님께 첫 대전의 승리를 안겨드리겠나이다!”

“...지금 당장?”

“예. 바로 대전 참가를 신청해주십쇼! 키륵.”


갑자기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해달라는 대로 해줘보자.’


[대전 참가를 신청합니다.]

[게이트 고유 키워드 : #오염, #중립, #마을]

[게이트 등급 : 1성(★)]

[동일 등급의 적합한 대전 상대를 탐색 중입니다. / 매칭 예상 시간 : 10분 이내]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고블린 주술사의 박력어린 저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기가 알아서 시범을 보여주겠다는데, 굳이 그걸 말릴 이유는 없었으니까.


[매칭이 완료되었습니다. Vs 오염된 나일 숲, 도망자 마을 ★]

[대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된 것 같은데? 시작할까?”

“옙! 이 찻잔에 든 차가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어 돌아오겠나이다!”

“그, 그래. 그동안 나는 뭘 하면 되지?”

“이곳의 화면을 통해, 소인들의 용맹한 모습을 지켜봐주십쇼. 키륵!”


[직접 전투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솔직히 영 못미덥긴 했지만,

그냥 지켜나 보라고 하니 얌전히 구경이나 해보기로 했다.


[10초 후, 대전이 시작됩니다.]


“그럼 소인 다녀오겠나이다. 관리자님께 승리와 영광을...! 키륵.”

“...수, 수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잠시 후 내게 호언장담을 하던 고블린 주술사는, 대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곧 두 개의 화면 가운데 하나에 모습을 드러내는 고블린 주술사와 서른 마리의 고블린들.


‘반대편 상대는... 개미?’


그 옆 화면에는, 대전 상대로 보이는 약 열댓 마리의 거대 개미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이에 그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소속 : 오염된 나일 숲, 도망자 마을 ★]

[담당 관리자 : 없음]

[숲 개미 Lv.10 ~ 15]

[스킬 : 돌진, 박치기]


관련 정보가 밑으로 떠올랐다.


‘저쪽은 관리자가 없네?’


대전 상대가 꼭 관리자 담당의 게이트인 건 아닌 모양이다.


“호오?”


내가 반대편 화면을 살펴보던 사이, 놀랍게도 고블린 주술사와 똘마니들은 거대 개미를 향해 돌격해가고 있었다.


장담했던 대로, 확실히 용맹 가득한 모습이었다.


‘나쁘지 않은데?’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온차 한 잔을 기울이며 전투를 지켜보는 지금이 말이다.


‘그래. 인정하자. 이 정도면 개꿀이지.’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아도 휘하 직원들이 승리하면 게이트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니.

누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겠는가.


“힘내라, 우리 팀! 싸워라, 우리 고블린!”


게다가 설령 나는 이 전투에 패배한다 할지라도, 전혀 실망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당장 저들이 보여주는 용맹함과 충성심이,

우리들의 미래가 밝음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잠시 후...


[고블린 27이 숲 개미 08에게 패배했습니다!]

[고블린 14이 숲 개미 08에게 패배했습니다!]

.

..

...

[고블린 09이 숲 개미 11에게 패배했습니다!]

[고블린 주술사가 숲 개미 02에게 패배했습니다!]


“키륵, 송구하옵나이다. 소인을 죽여주시옵소서...”

“...뭐, 약속 한 개는 지켰네.”


고블린 주술사는 전투 이전의 약속대로,

내 손에 들린 찻잔의 온기가 채 식기 전에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전투 개시 직후, 약 3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

.

.


[대전에서 패배하셨습니다.]

[패배로 인한 패널티가 적용됩니다!]


나는 떠오르는 홀로그램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최하위 등급입니다. 패널티가 삭제됩니다.]

[다음 대전 참가까지 남은 시간 : 7일]


사실 패배는 어느 정도 직감하긴 했다.

내가 알기로 거대 곤충류의 몬스터는 최소 10레벨 이상부터 시작이었으니까.


“키륵... 죄송합니다,”

“...”


허나, 정말 이 정도로 허무하게 패배할 줄은 몰랐다.


“부디 용서를...”

“후우... 됐으니까 다시 앉아서 차근차근 처음부터 얘기를 나눠보자고.”

“아, 알겠습니다! 키륵...”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겠나.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고,

불쌍하게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고블린 주술사를 재차 테이블 앞으로 불러들였다.


“지금부터는,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어.”

“한 치의 거짓도 섞지 않겠나이다!”


일단 내 직원들이 극도로 허약한 최약체라는 건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러니 이제부턴,

그 대책을 강구해볼 시간이다.


‘아, 먼저 그전에...’


이것 하나만 해결을 보고 말이다.


“근데 내가 그쪽을 어떻게 불러야?”

“...키륵?”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고블린 주술사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이름이 뭐냐고.”

“키륵, 제 이름은...”


사실 말이야 고블린들 평균 수명이 25년 안팎이라 놓았다 쳐도,

그 이름조차 모르고 전투에 내보낸 건 좀 너무했다 싶었다.


“없습니다.”

“엉?”

“관리자님께서 제게 새로운 이름을 내려 주시겠나이까?”

“원래 쓰던 이름이 있을 텐데 굳이?”

“있다한들, 허락되지 않습죠. 키륵...”


여기까지 듣자, 내 머릿속에선 한 가지 가설이 그 무게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소문이 사실일지도.’


세간에는 이런 소문이 떠돈다.


게이트나 필드에 존재하는 일부 이지(理智)를 지닌 존재들.

즉 퀘스트 NPC, 보스 몬스터, 이벤트성 네임드 등등.


이러한 존재들은, 사실 죄를 짓고 시스템에 종속되어 영원한 형벌을 선고받은 죄인들이라는 가설이.


당장 이름조차 허락되지 못한 저 고블린 주술사를 보니,

더욱 그 가설이 꽤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었다.


“관리자님, 부디 제게 이름을 하사받는 영광을 주시겠나이까?”

“...알았어. 잠시만.”


어쨌든, 나는 요청에 따라 고블린 주술사의 이름을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외형이 집요정 비슷하니까 도미? 아님 마법사니까 고달프?’


안타깝게도, 내게 네이밍 센스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관리자님? 고민되신다면 대충...”

“굴카(Gurkha)?”


그러다 문득, 전위에 서서 거대 개미에게 화염구를 날리던 용맹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굴카로 하자.”

“키륵?”

“싫어?”

“키륵, 좋습니다!”


비록 외형과는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이름이긴 했으나...


‘원래 외형보다는 내면이 중요한 법이지.’


아무튼 찝찝했던 한 가지는 이것으로 해결이 됐다.


그러니까,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 차례.


“굴카, 당장 우리가 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뭐지?”

“키륵, 그건...”


이에 굴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 쭈글쭈글한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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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1) +2 20.04.29 1,251 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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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1) +1 20.04.26 1,514 38 13쪽
12 11. 두 번째 계약 (3) +3 20.04.25 1,619 43 13쪽
11 10. 두 번째 계약 (2) +12 20.04.24 1,726 42 13쪽
10 09. 두 번째 계약 (1) +5 20.04.23 1,748 47 13쪽
9 08. 게이트 대전 (3) +3 20.04.22 1,780 48 13쪽
8 07. 게이트 대전 (2) +1 20.04.21 1,845 43 13쪽
7 06. 게이트 대전 (1) +1 20.04.20 2,082 42 12쪽
» 05. 고블린 주술사, 굴카 (3) +1 20.04.19 2,311 49 12쪽
5 04. 고블린 주술사, 굴카 (2) +3 20.04.18 2,580 56 12쪽
4 03. 고블린 주술사, 굴카 (1) +1 20.04.17 2,740 63 13쪽
3 02. 각성 첫날 (2) +2 20.04.16 2,990 73 12쪽
2 01. 각성 첫날 (1) +4 20.04.16 3,181 76 12쪽
1 00. 악몽 +3 20.04.16 3,665 6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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