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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a12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권
작품등록일 :
2020.04.16 19:59
최근연재일 :
2020.05.11 23:4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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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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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5,539

작성
20.05.0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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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사전 작업 (1)

DUMMY

굴카의 충격적인 정체를 알게 된 지도,

어느덧 3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 나는, 호르헤에게 이렇게 답했다.


- 일단, 해보겠습니다.


딱히 불타는 사명감에 휩싸여서 그랬다거나,

영웅 심리, 남다른 포부가 있어서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상황이 그렇게 된 것뿐.


‘이건 너무 없어 보이나?’


사실 굴카의 그 감동적이고 헌신적인 희생을 뒤로 한 채, ‘괜히 건드렸다가 잣될 거 같으니 포기하겠습니다!’라며 쿨하게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또 그렇게까지, 양심이 없는 놈은 아니었으니까.


“준비됐어?”

“어. 가자.”


물론 그래도 나 혼자였다면, 그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포기했을 것 같긴 하다.


허나 든든한 내 동생이 조력자로서 옆에 있기도 했고,

그 동생의 말마따나 아예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건 분명...


‘평생, 이 일 때문에 전전긍긍 살아가게 될 테니까.’


이를 외면하는 것은 쉽지만,

그로 인해 얻게 될 죄책감과 트라우마는 평생 갈 것 같은 거다.


그리고 이왕 태어난 김에,

지구는 한 번 구해봐야지 않겠나?


“약속 이후에, 같이 트레이닝 센터 가기로 한 것도 잊지 않았지?”

“물론이지.”

“좋아. 택시 불렀으니까 빨리 나가자.”


크흠... 한편 오늘 나와 우비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처리해야 할 몇 가지 사전작업을 끝마칠 계획이었다.


여기서 먼저 첫 번째 할 일.


“청계천으로 가주세요.”

“예!”


그건 바로 우리가 게이트를 돌며 얻는 부산물과 마정석을 포함한 각종 자원을 현금으로 바꿀, 안정적인 판매 루트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한 사람한테만 팔아도 되겠어?”

“오히려 이곳저곳 파는 것보다, 믿을 수 있는 한 곳을 딱 정해놓는 게 나아.”

“음. 그렇긴 한데.”

“...그래야 뒤처리도 편하고.”

“...”


‘뒤처리’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우비의 얼굴은,

내가 보지 못했던 종류의 싸늘함을 담고 있었다.


‘애가 독해졌네.’


하긴, 우비는 국가가 주목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유망주 헌터였다.

그 틈바구니에서 자기를 지키고, 중심을 잡으려면 독해지지 않을 수 없었겠지.


‘오히려 내 동생이 다른 철부지들 같지 않아서 다행이랄까.’


가끔 보다 보면 유망주랍시고 떠받들어지던 아카데미 출신 헌터들이, 정작 졸업 이후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 같은 경우는 분명 십중팔구 둘 중에 하나.


먼저 스스로 자만심에 취해 헌터 업계에서 도태되는 경우와,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당하는 경우.’


물론 후자의 경우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허나 내가 예전 군에 있을 적 들었던 이야기로는,

업계의 중견 헌터들이 아카데미 출신의 헌터들을 매우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특히, 거의 연예인 수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부 아카데미 출신 유망주들에 한해서는 더더욱.


‘불의의 사고, 미숙한 대처,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 뭐, 언제든 변명거리야 많으니까.’


아,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긴 하다.


현재 자유 헌터로 활동하는 아카데미 출신의 헌터 숫자를 확인해보면,

어느 정도 그 답이 나오는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다 왔어. 계산해.”

“아. 여깄습니다.”


그래서 보통 아카데미 출신의 헌터들은 길드나 정부와 같은 단체에 몸을 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뭐해? 얼른 와.”

“...그래.”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은근히 같은 아카데미 출신끼리 뭉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고.


“오랜만이네요. 선배.”

“어머, 우비야!”


한편 우비는 익숙한 길을 가듯 성큼성큼 나아가,

근처에서 기다리던 한 여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예, 예쁜데?’


솔직히, 우비가 내 동생이지만 예쁘다는 건 인정한다.

실제로 녀석의 얼굴이 TV나 인터넷 기사에 나올 적에는, 얘가 정말 내 동생이 맞나 싶기도 했었고 말이다.


‘이런 나쁜 유전자 도둑 같으니.’


그래서 내가 여태 솔로인 것도,

따지고 보면 우비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암, 그렇고말고.

쓸데없이 내 눈만 높아진 꼴이었으니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이우람이라고 합니다!”

“어머? 설마 우비 친오빠세요?”

“옙!”


허나 이 여성은 그런 우비와 비교해도 꿀릴 것 없는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나 블루 그레이톤의 단발과 화이트톤의 오피스룩 간의 조화가 무척이나 인상이 깊고.


‘선배? 같은 아카데미 출신인가?’


아마 우비가 20대 초반의 풋풋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한다면,

이 여성분은 20대 후반의 성숙한 아름다움을 지니셨다 할 수 있겠지.


음, 그러니까 왠지 나도 선배라고 부르고 싶...


“반가워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저는 조수연이라고 해요.”

“와, 정말 이름도 예쁘시...”

“일단 가요. 선배. 언제까지 길에 세워둘 건가요?”

“아 참, 안 그래도 공방에서 삼촌이 널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계셔. 얼른 가자.”


퉤.


.

.

.


‘그런데 웬 공방?’


조수연이라는 여성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누가 보아도 헌터 장비를 만드는 개인 공방이었다.


“...와, 이건.”

“자칼의 뼛가루와 오우거 가죽이 들어간 강화형 갑옷이에요.”

“대, 대단하네요.”

“감사합니다.”

“예?”

“제가 만들었거든요.”


아니, 이 아리따운 여성분이 이런 수준 높은 방어구를 만드는 ‘대장장이’라고?


“대단하긴 개뿔! 거기 들어간 재료가 아깝다, 재료가 아까워!”

“아니! 저도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늘 거 아니에요! 그리고 내 돈 주고 산 재료인데 무슨 상관이람?”

“어이구, 자랑이다! 애초에 네가 그런 마인드로 만드니 장비가 요 모양 요 꼴이 되는 거 아니냐!”

“아 진짜, 삼촌! 손님도 와 계신데...”

“창피당하기 싫으면,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


뜬금없이 나타난 50대 남성은, 등장과 동시에 수연씨를 맹렬하게 꾸짖고 있었다.

정황상 이 아저씨가 이 공방의 진짜 주인인 건가?


“안녕하십니까. 이우람이라고 합니다.”

“응? 그쪽은 누구...? 아이고, 우리 우비가 왔구나!”

“오랜만에 봬요. 삼촌,”

“그래, 우리 애기가 더 예뻐졌네. 이제 올해로 열여덟이 된 거지?”

“네.”


나는 예의를 차려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온 건 완벽한 무시뿐이었다.

아니, 이 아저씨. 너무 마이 페이스인 거 아니야?


“죄송해요. 저희 삼촌이 워낙 자기 멋대로인 분이라.”

“아, 괜찮습니다. 그보다 우비랑은 어떤...?”


설마 내가 모르는 우비의 진짜 삼촌일 리는 없고,

무엇보다 ‘대장장이’와 내 동생이 친분이 있는 것도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 저희 삼촌이 우비의 개인 장비를 담당하시면서 인연이 닿았거든요.”

“개인 장비요?”


아까 그 갑옷을 쓰레기 취급하는 걸 보니,

딱 봐도 대단한 수준의 대장장이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우비의 커스텀 장비 제작을 담당해줬다고?


‘아니, 돈이 어디서 나서?’


참고로 아까 그 갑옷에 들어간 재료비만 해도, 웬만한 중고차 한 대는 뽑고도 남을 거다.


그리고 이는 그만큼,

이 공방에 제작 의뢰를 맡기는 비용이 천문학적일 것을 의미할 테고.


“더 자세한 건 우비한테 들어보세요. 그걸 제가 말씀드리기는 좀...”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비의 소드&스테프를 비롯한 모든 장비들이 하나같이 고급스러웠다.


그렇다면, 대체 녀석은 무슨 돈으로 그 비싼 장비들을 맞춘 것일까?


“아, 그럼 이쪽이 그 말로만 듣던 철부지 오빠?”

“예?”


뭐? 철부지?

나는 황당한 아저씨의 발언에, 곧장 우비에게 해명하라는 눈빛을 쏘아 보냈다.


- 뭐? 왜?


물론 녀석은 이런 눈빛으로 당당히 맞받아칠 뿐이었지만 말이다.

...젠장. 저 버릇없는 녀석 같으니.


“하하, 나는 조석철이라고 하네. 만나서 반갑구만!”

“예. 이우람입니다.”

“그런데, 자네도 검을 쓰는 건가?”

“예?”

“흐음, 그리 경력이 오래된 것 같진 않은데...”


이 조석철이라는 아재.

아주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남자인 것 같다.


비록, 그 매력을 누가 좋아할지는 의문이지만.


“아, 삼촌! 일단 우리 앉아서 얘기해요.”

“하하, 그럴까?”

“우비야, 우람씨. 이쪽으로.”


다행히 정신이 없는 어수선한 상황을, 수연씨가 나서서 정리해주고 있었다.


역시, 외모가 아름다운 만큼 마음씨도...


“그럼, 먼저 일 얘기부터 해보도록 할까?”

“네, 선배.”

“솔직히 한, 두 차례 부산물을 사주는 건 문제가 안 돼. 하지만 우비 네가 말한 것처럼 장기 고정 계약은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네.”


순식간에 사무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수연씨였다.

그리고 그녀의 태도 전환 덕에, 나는 오늘 이곳을 방문했던 원래의 목적을 상기해냈고 말이다.


‘맞아. 판매 루트 뚫으러 온 거였지.’


아마 돌아가는 상황상,

조수연씨가 우비가 말한 판매상인 모양.


즉, 외형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쪽이 오늘의 실세이자 집중해야 할 상대방이라는 얘기다.


“특히 출처를 비밀로 해달라니. 아무리 네가 아끼는 후배라지만, 그렇게 되면 내 쪽에서 너무 손해 보는 장사일 수밖에 없어. 이 바닥은 신용이 최우선이니까.”

“선배. 최근 부산물이나 재료 공급이 힘들지 않아요?”

“...”

“그리고 분명, 구하기 힘들어진 재료도 있을 거고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못 구할 정도는 아니야."


나는 팽팽한 설전을 시작한 두 여성을 바라보며, 홀로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대충 우비의 전략은, 최근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재료나 부산물이 나오는 게이트를 우선적으로 돌아서 물량을 공급하자는 것이었지.’


그리고 그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주는 대신,

그 출처의 비밀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계획.


가고 싶은 게이트를 골라 공략할 수 있는 우리에게나 가능할법한 전략이었다.


‘비록 아직은, 등급이 낮은 게이트밖에 갈 수 없지만.’


허나 딱 봐도 수준 높아 보이는 공방인 만큼,

필요한 부산물이나 재료의 등급 또한 높을 터.


따라서 과연 이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우리가 제때 제대로 공급할 수 있겠냐는 것은 의문이었다.


“그렇지만 비싸죠.”

“그건 어쩔 수 없지.”

“대신 저희는, 무조건 시세에 60% 가격으로 공급해드릴게요.”

“...뭐?”

“당분간은 3등급 이하의 부산물이나 재료들에 한정해서지만요.”

“흐음...”

“그래도 손해는 아닐 거예요. 금방 그 등급 또한 높일 수 있을 거고.”

“그렇지만 대체 무슨 수로?”

“그건 계약부터 하고 말씀드릴게요.”

“...”


그런데 내 생각보다 그런 것들은 크게 문제가 안 되는지,

수연씨는 굉장히 구미가 당긴다는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비는 수연씨를 분명히 ‘판매상’이라 소개했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 부산물이나 재료의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상인’이라는 얘기.


따라서, 이 공방과 조수연은 애초부터 별개의 집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좋아. 그렇다면 내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지. 안 그래도 요즘 몇몇 물품들 가격이 미쳐 날뛰는 중이거든.”

“네. 저도 봤어요. 특히 하피 날개 깃털은 개당 5만 원 선이던데요.”

“그러니까! 세상에, 3등급 부산물이 그게 말이나 되니?”


그리고 당장 이런 대화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듯 보이는 조석철씨의 태도는, 더욱 그런 내 추측에 힘을 더해주는 느낌이었고 말이다.


‘판매상과 대장장이의 조합이라... 나쁘지 않은데?’


대충 모든 걸 짐작한 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사람들과의 인연만 돈독히 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일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활동 자금과 장비를 한 방에 해결하는 셈이니까.’


비록 아직 고민 중이긴 했지만,

당분간은 우리의 놀라운 비밀을 유지해나갈 계획.


[저희 세계의 가장 무서운 적은, 결국 같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탐욕이었습니다.]


특히 굴카가 남긴 당부의 말을 생각하자면,

더욱 이 비밀을 공개하는 건 시기상조라 느끼고 있었다.


비록, 언젠가는 모두 공개를 해야 할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아무리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이를 뒷받침할 최소한의 힘은 필요한 법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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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사전 작업 (1) +1 20.05.02 1,002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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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1) +2 20.04.29 1,251 34 13쪽
15 14.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3) +1 20.04.28 1,328 3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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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두 번째 계약 (3) +3 20.04.25 1,618 43 13쪽
11 10. 두 번째 계약 (2) +12 20.04.24 1,726 42 13쪽
10 09. 두 번째 계약 (1) +5 20.04.23 1,748 47 13쪽
9 08. 게이트 대전 (3) +3 20.04.22 1,780 48 13쪽
8 07. 게이트 대전 (2) +1 20.04.21 1,845 43 13쪽
7 06. 게이트 대전 (1) +1 20.04.20 2,081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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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4. 고블린 주술사, 굴카 (2) +3 20.04.18 2,580 56 12쪽
4 03. 고블린 주술사, 굴카 (1) +1 20.04.17 2,740 6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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