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ania12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권
작품등록일 :
2020.04.16 19:59
최근연재일 :
2020.05.11 23:4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4,270
추천수 :
1,098
글자수 :
155,539

작성
20.04.16 20:15
조회
3,182
추천
76
글자
12쪽

01. 각성 첫날 (1)

DUMMY

서기 2000년.

밀레니엄의 해.


누군가는 종말이 도래할 것이라 예언했고,

누군가는 역사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결론만 놓고 따져본다면,

과거 이 두 예언은 정확히 그 미래를 예측한 것이 맞았다.


2000년 1월 1일의 새해 첫날.


[시스템], [게이트], [몬스터], [각성], [헌터].


세계 각지에 종말을 연상케 하는 몬스터들이 출몰해왔고,

인류는 상식을 깨부수는 미지의 힘을 손에 넣었으며...


[세계 각국에서 모인 100인 결사대, 이제 인류의 운명이 그들의 손에 달려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S급 헌터 강혁, 결사대에 마지막 100인으로 극적 합류!]

[세계 10대 길드, 100인 결사대에 무제한 지원 약속!]


뒤이어 자연스레 인간과 몬스터 간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막을 올렸다.


“17번 이우람님?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지금 즉시 2층 상담실로 이동해주세요.”


“...이런 미친?”


그리고 그로부터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현재.


“이우람씨? 어디 계세요?”

“여깄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제가...?”


어느덧 우리는 대헌터 시대라는 새로운 흐름에 잘 적응하여 살아가는 중이다.


“네. 비록 비전투계열이지만... 무려 S급 특성! 정말이지 축하드립니다!”

“...S급이라고요!?”


그런 새 시대의 흐름 속 중심에 있는 건,

다름 아닌 ‘헌터’라는 새로운 신규 직업군.


“오우, 형씨! 축하한다고!”

“와, S급? 거 완전 대박 났네. 젠장 부럽다, 부러워.”


나는 방금, 그 대단한 ‘헌터’로서의 자격요건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건 혹시 꿈인가?’


총 일곱 등급 가운데 가장 윗줄인 S급 특성.

이건 아무리 비전투계열 특성이라 해도,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메리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상담실에서 계속 이어가도록 할까요?”

“...”


즉 요약하자면,

이제부터 내 인생은 완전히 활짝 폈다는 이야기.


“우람씨? 아무래도 이제부턴 개인 정보의 영역이니까...”

“아, 예. 제가 어디로 가면...?”


그러나 역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인생사라 했던가?


지직...

피이잉!


[차원 번호 2320-128-03. 지금부터 중요 공지사항을 전파합니다.]


“어? 뭐야?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지금 그쪽도 이 글씨 보여요? 세상에...”

“아니, 이 시점에 전체 공지가 뜰 일이라면 분명...”


[현 시간부로 1페이즈가 최종 종료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주어진 시련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냈습니다.]

[곧 해당 차원 내 모든 게이트가 잠정 폐쇄됩니다.]

[남은 시간 - 60:00]


“엥? 1페이즈 종료? 게이트 폐쇄...? 자, 잠깐! 그럼 오늘 우리 파티 예약은?”

“오... 홀리 쉿! 내 밥줄이!!”


뭐든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듯.

헌터라는 직업의 명줄 또한 그 끝물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근데 씨발,

이건 인간적으로 끝물이어도 너무 끝물이잖아...


.

.

.


깡!

텅구르르르


하아...


나는 힘껏 날아가는 캔 깡통을 바라보며, 혼자 한숨을 푹 내쉬어갔다.


“대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전개냐고...”


30분 전.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시스템]의 전체 공지 직후.


오늘 각성 검사가 이루어졌던 한국 헌터 협회 강북 지부의 분위기는,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갑작스레 펑 터져 나갔다.


- 아니, 저 말 진짜야? 게이트 담당자 어딨어?!

- 말도 안 돼... 그럼 이거, 그 100인 결사대가 클리어에 성공했다는 얘기잖아?

- 하이고, 지금 이 사태에 내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 당연히 울어야지! 당장 그 100명 때문에 우리 밥줄이 다 끊기게 생겼는데!

- 어허, 거기 형씨, 아무리 그래도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그 100인은 엄연히 우리 지구를 구원한 영웅...

- 지랄! 구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니 x이다, 이 자식아.

- 뭐? x? 이런 xxx가...


뭐, 한 마디로 개판도 이런 개판이 따로 없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는 그 정신이 없던 와중,

어느새 협회 직원의 손에 이끌려 2층의 상담실로 향하고 있었다.


“...이거 참, 뭔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군요.”

“...”

“어쨌든 먼저 검사 결과부터 말씀드리고, 그에 대한 저희 협회 측 분석 내용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바깥에서 쌩난리 부르스를 치든 말든,

협회 직원은 투철한 직업 정신을 바탕으로 자기소임을 다했을 뿐이다.


“먼저 색은 보라색이 나오셨는데. 이는 곧 이우람씨의 특성이 비전투계열임을 뜻하며...”


참고로 협회 직원의 긴 설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내 특성은 비전투계열로서, 거의 99% 게이트에 특화된 특성일 것으로 추정된다.

2. 기록된 수치만 봤을 때는 최소 S급. 어쩌면 그 이상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3. 이는 비전투계열임을 감안해도 굉장히 높은 수치이기에, 본래라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 및 관리가 이루어져야 정상이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만 해도, 내 심장은 원인을 알 수 없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비록 바로 이어진 그 뒷이야기가, 이를 싸늘히도 식혀버렸지만 말이다.


4. 그러나 현 상황이 상황인 만큼, 본래 주어져야 할 혜택이나 지원 등이 제공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5. 무엇보다 게이트 폐쇄가 예상되는 현시점에서의 내 특성은, 딱히 그 효용 가치가 있으리라 보기가 어렵다.


이렇게 말하는데 여기서 내가 뭘 어쩌겠나.


“...예. 대충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알아들었습니다.”

“크흐흠, 힘내십시오. 어쨌든 앞으로는 이우람씨 뿐만 아니라 거의 모두가 다 마찬가지일 테니...”

“하아... 그럼 전 이만.”

“그리고...”


그렇게 나는 짧은 감사 인사를 끝으로, 그 자리를 도망치듯 박차고 뛰쳐나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현재의 지금.


철푸덕!


“쓰벌! 이럴 줄 알았으면 알바도 다 안 때려치웠지! 적어도 한 군데쯤은 보험으로 남겨 놓는 건데...”


지금의 나는 잠시 길가에 쪼그려 앉은 채,

미친놈처럼 분노에 찬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중이다.


“...당장 앞으론 어쩌지? 돈 나갈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닌데.”


솔직히 이렇게라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으면,

당장 작금의 사태가 어이없고 황당해 미쳐버릴 지경이었으니까.


“하! 진짜. 생각하면 할수록...”


사실 내게 각성의 징조는 몇 주 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나 스스로 각성 증상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았고, 그동안 여러 객관적인 지표들을 토대로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후에야 오늘 검사를 신청했던 것이었는데...


설마 이런 개똥같은 전개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그냥 지금이라도 사장님들한테 한 번만 무르자 싹싹 빌어봐?”


말은 이렇게 해도, 이미 나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 사정을 봐줄만한 사람들은 절대 아니지.’


아무튼, 덕택에 내 꼴이 아주 우습게 되어버렸다.


요 몇 주간 설레는 마음으로 헌터로서의 새 출발을 준비해온 내 행동들 또한...

지금에 와선 그저 꼴사납고 한심스럽기 그지없었고 말이다.


“각성 첫날에 모든 게이트가 닫혔다...라.”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엎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

지금의 내가 바로 딱 그 짝이었다.


세상에 각성 첫날 무쓸모 판정을 받은 S급 헌터가 있다?

뿌슝빠슝?

지랄, 어디 가서 쪽팔려서 얘기도 못 꺼낼 것 같다.


“...그냥 집에나 가자.”


가만히 서 있다 보니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인지라,

나는 일단 다시금 천천히 걸으며 내 머릿속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게 실수였던 것 같다.


‘저건 또 뭐야?’


바로 그 몇 미터 앞에서 또 다른 깜짝 이벤트가,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젠장, 그냥 버스나 탈 걸.


.

.

.


02.


어쨌든 문제의 그것을 발견한 뒤.

나는 마치 뭐라도 홀린 사람처럼 급하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저기요.”

“예? 뭡니까?”


그건 바로...

도로 한복판에서 신비롭게 일렁이는 하나의 거대한 차원 문이었다.


뭐, 그냥 한 마디로 [게이트]였다는 소리다.


“뭐 하나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음? 아, 예. 그러시죠.”


거기에 바짝 다가간 나는, 곧 조심스럽게 그 주변에 모여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 이곳의 게이트, 직접 확인해보신 겁니까?”

“예. 뭐... 아까 폐쇄 공지를 보자마자 길드원들과 함께 부리나케 와봤습니다만...”

“...?”

“입장하자마자, 곧장 저희를 강제로 튕겨내더군요.”


그러자 그중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한 30대 남자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질문을 받아주었다.


“그것으로 보아 할 때, 게이트 폐쇄는 이미 기정사실인 모양입니다.”

“역시...”

“그 제한 시간도 결국 최소한의 유예시간 정도에 불과한 것 같고요.”

“...”

“휴우... 솔직히, 앞으로가 참 막막해져 버렸습니다.”

“...저도 막막하네요.”

“흠, 그런데...”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이번엔 그가 내게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 근방에선 처음 뵙는 분 같습니다만...”

“아, 그게...”

“아차, 이런 실례가. 저는 게이트 전문 공략 길드, 연리지의 민철준이라고 합니다.”

“아, 예, 그러니까 저는...”


마치 ‘네 정체는 뭐냐?’라고 묻는 듯한 민철준의 경계어린 눈초리.

덕분에 당황한 나는, 손사래까지 쳐가며 내 소개를 해야만 했다.


“전 그냥 오늘 막 각성한 신입 헌터일 뿐입니다! 이름은 이우람이고요.”

“예? 오늘 각성하셨다고요? 다른 지역서 오신 분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참고로 일반인들은 게이트의 마력과 그로 인한 거부반응 때문에, 보통 이렇게 게이트 가까이까지 다가오지 않는다.


따라서 민철준이 지척까지 다가선 나를 자연스레 타 지역 경쟁 헌터라 착각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볼 수 있겠고 말이다.


‘지역별로 헌터들끼리의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더니...’


아무튼 그제야 경계의 눈초리를 푸는 그의 태도를 보며, 나는 뭔가 어렴풋이나마 이 헌터 업계의 생태를 간접 체험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하필 오늘 같은 날 각성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한편,

이후 민철준은 굉장히 안타깝다는 얼굴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크흠...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하시죠. 저희야 이 일을 계속해온 관성이 있어 바로 포기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우람씨는 그게 아니지 않으십니까.”

“예? 아, 예.”

“사실 세간의 평가처럼 이쪽 일이, 마냥 신비롭고 화려한 것만은 아닙니다.”

“딱히 그리 생각한 적은...”

“특히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말이죠.”

“예... 그렇습니까.”


참고로 왠지 그런 그의 태도는 마치 담배를 태우는 군대 선임이, ‘야, 너는 이런 나쁜 거 배우지 마라.’라며 충고하는 장면을 연상시켰지만...


‘...뭐, 그래도 진심인 것 같긴 하니까.’


그래도 나름 업계 선배로서 후배를 걱정하는 진심이 느껴졌기에, 나는 잠자코 그 위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그의 말이 어린 시절 선생님의 훈화 말씀처럼 느껴지는 건, 딱히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흠, 어쨌든 저희 길드도 오늘 상황에 대한 대책 회의가 시급한 터라, 그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친절한 답변과 조언 감사했습니다.”

“부디 이우람씨도 이젠 보이지도 않는 게이트 따위에 계속 미련 두지 마시고, 오늘은 그저 집으로 돌아가 푹 쉬시는 걸 권해드리고 싶네요.”

“감사... 예?”

“피차 미련을 정리해야 하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아 드린 말입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게 끝까지 내게 진심 어린 위로와 조언을 남긴 채 떠나가는 민철준과 연리지 소속 길드원들.


그 뒤에 홀로 남겨진 나는, 한참동안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채 두 눈을 꿈뻑꿈뻑대야만 했다.


‘이젠 보이지도 않는 게이트라고...?’


...아니, 그럼 대체 저 위에 보이는 저건 뭔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 첫날 게이트가 닫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입니다. 죄송합니다. +2 20.05.12 375 0 -
28 27. 예행 연습 (1) +1 20.05.11 503 24 12쪽
27 26. S급 특성 (3) +1 20.05.10 687 21 13쪽
26 25. S급 특성 (2) +2 20.05.10 814 25 13쪽
25 24. S급 특성 (1) +2 20.05.08 808 29 13쪽
24 23. 첫 게이트 개방 (3) +2 20.05.07 807 23 13쪽
23 22. 첫 게이트 개방 (2) +1 20.05.06 846 29 13쪽
22 21. 첫 게이트 개방 (1) +1 20.05.05 918 25 13쪽
21 20. 사전 작업 (3) +1 20.05.04 889 24 12쪽
20 19. 사전 작업 (2) +3 20.05.03 956 25 12쪽
19 18. 사전 작업 (1) +1 20.05.02 1,002 27 12쪽
18 17.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3) +3 20.05.01 1,064 31 13쪽
17 16.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2) +3 20.04.30 1,140 28 12쪽
16 15.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1) +2 20.04.29 1,252 34 13쪽
15 14.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3) +1 20.04.28 1,329 38 13쪽
14 13.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2) +1 20.04.27 1,432 34 12쪽
13 12. 이제, 누가 사냥감이지? (1) +1 20.04.26 1,516 38 13쪽
12 11. 두 번째 계약 (3) +3 20.04.25 1,620 43 13쪽
11 10. 두 번째 계약 (2) +12 20.04.24 1,727 42 13쪽
10 09. 두 번째 계약 (1) +5 20.04.23 1,749 47 13쪽
9 08. 게이트 대전 (3) +3 20.04.22 1,781 48 13쪽
8 07. 게이트 대전 (2) +1 20.04.21 1,846 43 13쪽
7 06. 게이트 대전 (1) +1 20.04.20 2,083 42 12쪽
6 05. 고블린 주술사, 굴카 (3) +1 20.04.19 2,313 49 12쪽
5 04. 고블린 주술사, 굴카 (2) +3 20.04.18 2,581 56 12쪽
4 03. 고블린 주술사, 굴카 (1) +1 20.04.17 2,741 63 13쪽
3 02. 각성 첫날 (2) +2 20.04.16 2,991 73 12쪽
» 01. 각성 첫날 (1) +4 20.04.16 3,183 76 12쪽
1 00. 악몽 +3 20.04.16 3,666 61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