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핼로윈이라 파티에 초대 받아 친구집에 갔엇습니다.
어학원 친구인 비앙카의 신혼집이었는데, 결혼을 일찍해서 한국나이로 23세에 했더군요.
8명이 좁은 집에 앉아서 술과 피자를 먹고 인도 방송도 보고 비앙카가 좋아하는 한국 음악도 들으며 수다를 떨었는데요.
사실 어학원에서 저를 싫어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의 이름은 라비타,, 애칭 라마라는 친구인데 나이가 34세입니다.
저는 영문도 모르고 그 친구가 저를 왜 싫어하는지 항상 궁금해 하다가 어제 제 옆에 앉아있길래 물어보았어요.
너는 나를 왜 싫어하냐고요.
그랬더니 제 얼굴을 똑바로 보지 않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에리카 네가 행복해 보였다고요.
아니 제가 행복한지 아닌지 그 친구가 어떻게 아는지 모르지만, 일단 계속 질문을 했습니다.
너희 나라에서 네 나이에 결혼 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인데 너는 왜 엄마랑 둘이사니?
라고요.
그녀가 갑자기 우울한 표정으로 바닥을 보더라고요. 그 친구를 울릴 뻔 했습니다.
네!! 그 친구는 시리아 사람입니다.
전쟁통에 남편도 자식도 버리고 오직 자신의 엄마와 남동생과 셋이 그 지옥을 빠져 나왔다고 합니다.
평균나이 18세면 결혼을 하는 아랍권 여성이 어떻게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친정식구들과 그 곳을 빠져나왔는지 모르지만-자세한 이야기를 회피합니다-
이곳에 와서도 남동생과는 성별이 달라서 분리되어 수용 되었고 자신과 엄마와는 같이 살게 되었는데 이곳에 온지 3년 6개월 만에 벌써 독일 남편과 한 번 이혼을 했고요.
세번째 결혼 할 사람이 직업학교에 들어가라고 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상당히 예쁜 친구인데,, 어떻게 이곳에서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술을 먹다가 끝내 울었습니다.
자신은 그 지옥에서 자기 혼자만 살 수 있었다면, 친엄마도 남동생도 버리고 나왔을 거라고 합니다.
매일 폭탄이 떨어지는 길을 걸어서 이곳 까지 온 그녀의 행로가 어떠했을지저는 감히 짐작을 할 수도 없었고 넌 어떻게 자식을 버리고 남편을 버리고 올 수 있냐고 묻지도 못했습니다. 평생 죄책감에 그녀가 술을 마시면 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전쟁이란 매일 죽음을 목격하는 것이고, 사람이 어떻게 원초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전쟁이 터지면 좋겠다는 철없는 친구들의 글을 읽을 때 마다 슬프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의 생명이 파리나 모기보다 못하게 되는 게 전쟁입니다.
이제 그녀가 나를 질시 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도 즐겁게 생각하기로 햇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학원 수강신청 할때 그녀가 보고 있었다고 하네요. 제가 카드를 꺼내서 계산하는 모습에서 자신이 초라했다고 합니다.
옆에 세번째 남편이 될 그가 계산을 해주면서 자신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오후반을 끊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자기 나라에서 나름 공부도 하고 중산층 이상의 화려한 삶을 살았던 그녀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었나 봅니다.
어제 라마의 등을 두드려 주며 목소리 좀 크게 하고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하라고.. 괜찮다고.. 말을 해주었지만,,,글쎄요. 항상 주눅들어 보이는 그녀가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ㅜㅜ
저도 이기적인 사람인지라 내 나라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11월의 첫날입니다.
모두 같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제발 싸우지 마세요. 전쟁은 아픔만 남깁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