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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40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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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4,546

작성
24.06.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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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효자무신록-재회

DUMMY

재회




창문 밖에 떠 있는 둥근 달을 보며 석수영이 중얼거렸다.


“귀엽네.”

“예?”


설난이 뭔 소리냐는 되묻자 석수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근히 배려하는 모습도 그렇고, 복스럽게 먹는 모습도 그렇고.”


설난은 답하지 않았는데 석수영은 가슴에 손을 올린 채 말을 이었다.


“얼마나 복스럽게 먹는지 오랜만에 식욕이 돋더라고.”

“그건 그렇더군요.”


설난도 그 말에는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쉽게 얻다 보니 특별히 뭔가를 욕심내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먹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산해진미를 먹다보면 물리기 마련이고, 석수영의 입은 점점 짧아졌다.

그러나 그가 먹는 모습을 보니 절로 입에 침이 고였다. 어떤 것을 먹어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깔끔, 정확하게 먹어치우는 모습은 입에 침이 절로 고이게 했다.

오랜만에 식욕이 돋아 저녁을 든든하게 먹은 석수영은 방으로 돌아와 그의 생각이 멈추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먹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지 않았어?”

“제대로 보셨군요.”


석수영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석가장이라는 배경이 없다고 해도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간이고 쓸개고 모두 빼줄 것 같이 구는 남자들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석가장이라는 배경에 더해 하북제일미라는 무기를 손에 쥔 석수영이었다.

선별안은 다른 이들의 가치를 구별하는 데도 쓰지만, 그만큼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감각을 익히는 데도 주효했다.

덕분에 석수영은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사내를 만났다.

오히려 그 사내가 자신을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가지고 싶어.”


석수영은 오랜만에 뭔가를 손에 넣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석가장에서 머무른지 사흘.

정말로 단 한 번도 같은 음식이 나오지 않았지만, 선우휘는 슬슬 귀찮음을 느꼈다.


석수영이 매일 같이 차를 마시자거나 식사를 하자면서 그를 불러냈기 때문이었다. 마다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 그녀의 부름을 받아서 가면 평시보다 더 화려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차를 마셔도 지금까지 마셔보지 못한 것들을 맛볼 수 있었는데 덕분에 선우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무공이나 학식이 아닌 경험을 배울 수 있었다.


아버지도 말씀하셨었다. 경험이란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것이니 기회가 된다면 많이 경험하라고.

그것이 품고 있는 심상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선우휘는 석수영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고 매번 꼬박꼬박 갔지만, 사흘 연속으로 보자니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명상할 시간도 부족해질 지경이었으니까.


석수영은 선우휘를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


“소협. 소협은 먹는 것 말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나요?”


선우휘는 그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무공을 연마하는 것이죠.”

“하지만 석가장에 와서는 한 번도 수련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하던데요?”


선우휘는 그 말에 작게 웃고는 답했다.


“원래 수련하는 모습은 외부인이 보면 안 됩니다. 그런 만큼 외부인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수련해서도 안 되고요.”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 그런가요?”

“그런 셈이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소협의 경지를 여쭤봐도 될까요?”


선우휘는 그 물음에 석수영의 뒤에 선 여인을 바라보며 답했다.


“설 호위가 말해주지 않던가요?”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만 하더군요.”


선우휘는 그 말에 새삼 설난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설난은 서른 정도 되었는데 심중검립에 든 절정의 고수였다. 석가장의 저력이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여긴 것도 그녀를 보고 나서 들었다.

장주를 지키는 호위가 심상지경에 든 것도 놀라웠지만, 아무리 직계라고 하나 설난의 개인 호위도 절정 고수 였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뛰어난 호위를 두셨군요.”

“음. 얘기가 왜 그렇게 되죠?”


선우상이 가르친 무공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스스로 드러내기 전에는 상대가 파악하기 힘든 것이 특징이었는데 무림공적으로 오랜 시간 숨어다니다 보니 익히게 되었다고 했었다.

그렇게 상대를 읽을 수 없으면 보통은 자신보다 아래라고 여긴다. 특히 심중검립에 이른 자들이라면 대게 자신이 감지 못하면 눈 아래로 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도 가늠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위화감을 느꼈다는 이야기였다.


눈과 감이 좋은 여인이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꼭 호위 옆에 있어요.”

“음. 공자가 지켜주시면 안 되나요?”

“전 백귀혼을 잡아야죠.”


석수영이 볼을 부풀렸지만, 선우휘는 그 시선을 무시한 채 당과 하나를 집어 입에 쏙 넣었다.

선우휘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석수영도 피식 웃어버렸다. 뭔가 섭섭하면서도 그 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석산중은 뒷짐을 진 채 석가장을 돌아보았다. 석산중이 머무는 곳은 장주가 머무는 전각으로 구 층의 높이라 석가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드넓은 석가장을 돌아보던 석산중이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어쩌고 있는가?”

“오늘도 영이와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흐음. 그런데 아직도 넘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돌부처라도 되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다만 먹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석산중이 가볍게 혀를 차는 것을 보고 석대산이 물었다.


“그리 대단한 아이입니까?”

“너도 보아서 알 것 아니냐?”

“대단하다 느껴지기는 했습니다만, 본장을 내준다는 조건을 걸 정도인가 하면 의문이 들었습니다.”


석산중은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내 평생 그만큼 찬란하게 빛나는 이는 본 적이 없었다.”


석산중이 고개를 돌려 석대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난 살면서 단 한 번도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해본 적이 없다.”


석대산은 그 말에 고개를 숙여 보였다. 지금까지 석산중은 이해할 수 없는 거래를 몇 번이나 해왔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모두가 석가장에게 이득이 되었다.


“괜찮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다.”


석산중이 뒷짐을 진 채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만월을 바라보던 석산중의 귓가로 저 멀리서 종소리가 들렸다.


딸랑.


멀찍이서 들리는 종소리에 석산중이 입을 열었다.


“백귀가 나타났군.”

“백귀추살대에 알리겠습니다.”

“아니. 그쪽에서도 파악한 것 같다. 저길 봐라.”


석산중이 가리킨 곳.


백귀추살대에게 내주었던 전각의 지붕 위로 백귀추살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딸랑.


명상 중에 울린 종소리에 선우휘가 눈을 번쩍 떴다. 선우휘의 호법을 서주던 우정과 우명이 동시에 돌아보니 선우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가볼게요.”


선우휘가 창문으로 빠져나가 처마를 살짝 잡는가 싶더니 훌쩍 뛰어올랐다. 사뿐히 전각의 지붕 위로 올라선 선우휘의 뒤로 우정, 우명, 소위랑이 따라 올라왔다.

백귀추살대가 밑에서 준비하는 기척을 감지한 선우휘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흑령귀마가 있을 때부터 짐작했지만, 설마 이렇게 대놓고 들어올 줄은 몰랐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

선우휘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조심해요.”

“왜 그러냐?”

“흑령귀마도 그동안 경지가 깊어진 것 같아요. 종소리의 울림이 달라요.”


종소리는 들리는데 그 방향을 쫓기 어려웠다. 선우휘가 성장한 만큼 흑령귀마도 성취가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우휘는 눈을 감은 채 가슴에 손을 올렸다. 가슴에 집중하니 기감으로 감지할 수 있는 거리보다 더 넓게, 더 멀리 감각이 뻗어나갔다.

지금 느끼는 것은 오직 백귀혼의 존재들.

다른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가슴에 전해지는 감각이 상대를 느끼게 해준다.


“여섯. 많이 왔네요.”

“여섯이나 왔다는 거냐?”

“예. 게다가 이것들 정면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장백검문을 찾아왔을 때도 그랬다. 성동격서의 전술을 쓰기는 했지만, 그들은 그때도 정면 돌파를 택했다.

석가장에게도 그들은 정면으로 오고 있었다. 예상보다 더 많은 자들이 모여서.

백귀혼을 부리는 자들은 단순히 심중검립의 경지에 든 자들이 아니다. 혼을 다룰 때는 그 이상의 경지를 보여주던 자들.

석가장만의 힘으로 받아내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겠지만, 이곳에는 지금 백귀추살대가 함께하는 중이었다.


선우휘가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정면으로 부딪쳐 힘으로 깨부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저들도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그럼 오히려 잘 됐구나. 여섯이라면 우리의 전력이 충분하니.”

“석가장의 호위들은 호위들일 뿐이니 큰 기대는 하지 말아요. 그래도 두 명 정도는 지원을 나오네요.”


선우휘의 말에 우정이 고개를 돌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문을 따라 쭉 이어진 대로를 따라 달려오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석가장에서도 고수들이 움직이는 중이었다.

천하제일장이라 불리는 석가장에 머무는 식객들의 수준은 어지간한 명문대파에 못지않았다. 그들도 적들의 행적을 읽은 것인지 내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모였다.


“가죠.”


선우휘가 훌쩍 뛰어내리니 우정, 우명, 소위랑이 나란히 뛰어내렸다. 그들이 내려선 곳에는 이미 백귀추살대의 고수들이 나와 있었다.


“가자.”


중덕문이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백귀추살대원들이 움직였다.


“대주님. 적은 여섯입니다.”

“그러냐?”


어떻게냐고 묻지는 않았다. 중덕문은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심중검립에 든 자들이 여섯이라.”


백귀추살대에만 그 수준에 이른 이가 다섯이고 석가장에서도 둘이 나오니 해볼 만하다 싶었지만, 만약 우씨 형제가 오지 않았다면 낭패를 면치 못했을 수준의 전력이었다.

하긴 저만한 이들이 모였으니 이리도 대담하게 일을 벌이는 것이리라.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 온 거군.”

“그래 보입니다.”

“그렇다면 확실히 끝내줘야지.”


선우휘는 슬그머니 속도를 높여 중덕문을 따라 붙어서는 속삭였다.


“흑령귀마 제가 상대해도 될까요?”

“왜?”

“저번에 못다 한 승부를 내려고요.”

“그건 노부도 마찬가지네만.”

“그러니까 양보를 부탁드리는 거죠.”


중덕문은 선우휘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잠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선우휘가 시선을 피하지 않는 것을 보고 중덕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라.”

“감사합니다.”


어느새 그들은 내원으로 들어가는 대문 안쪽. 넓은 대로 위에 대기하고 있던 석가장의 호위들 곁으로 백귀추살대가 모였다.

석가장의 식객 중 둘이 앞으로 나섰다. 심중검립에 든 고수들.


쌍검을 든 사내 현원쌍검(玄元雙劍) 노도극과 창 한자루를 들고 있는 호연창귀(湖沿槍鬼) 양철심이 그들을 보고는 포권을 취했다.


백귀추살대가 이곳에 머물면서 인사들은 나눴던 이들이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내원으로 들어오는 문을 넘어 떨어져 내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떨어진 다섯 명은 제각각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선우휘는 그들을 넘어 내원으로 들어오는 대문의 위에 서 있는 자를 보았다.

검은 넝마에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자. 칠 년 전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는 괴인.


흑령귀마가 서 있었다.


그는 장내를 돌아보다가 선우휘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곳에서 다시 볼 줄은 몰랐군.”


선우휘는 상대를 마주하고나서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흑령귀마.

이 자 또한 칠 년 동안 심상지경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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