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9,122
추천수 :
1,024
글자수 :
164,546

작성
24.06.07 15:46
조회
1,029
추천
34
글자
12쪽

효자무신록-복수

DUMMY

복수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다.

무림에는 무공을 익혀 사람들을 돕는 협의지사(俠義之士)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위해 쓰는 자가 있다고 했다.

이들까지는 사람이라고 치지만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조차 경시하는 자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자들에게 손을 쓰는 것은 주저하지 말라고도 하셨다.

선우휘의 말에 좌중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흑수오살의 대살 오정은 굳은 표정으로 선우휘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신경을 다른 곳에 쓰고 있었다고 하지만 막내의 칼을 쳐내는 그 순간까지 알아보지 못했다.

오정은 그제야 입구에 있는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한 사내는 전형적인 상인의 모습이었고, 그 옆에 있는 무인에게 절로 시선이 쏠렸다.

딱 봐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다만 그는 이 사태에 끼어들기보다는 상인을 지키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누군지 알았으니 함부로 끼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저 꼬마는 뭔가?

오정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사람이 아니면 뭔데?”


선우휘는 그 물음에 담담히 답했다.


“금수보다 못한 새끼들.”

“뭐?”


이렇게 대놓고 욕을 박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자신들 앞에서 당당히 그럴 줄은 더욱 몰랐다.


흑수오살이라고 하면 산해관 너머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원에서 밀려 이곳까지 왔는데 왕처럼 지내면서 오히려 더 좋았다.

이곳에는 육대문파도 없었고, 정도십문의 영향력도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들의 연합인 정도맹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날뛰던 그들이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처음 보는 검객에게 당했기 때문이었다. 중원의 무기와는 뭔가 다른 검이었다.

길쭉한 대도를 양손으로 잡고 휘두르는 자였는데 그에게 당했다.


지나가던 상단을 털려고 달려들었을 때 그들을 지키고 있던 무사였는데 그 실력이 예상을 아득히 넘었다. 합공으로도 당해낼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닫고 중요해 보이는 여인에게 비도를 날린 뒤에 도망쳤다.

여인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좋은 꼴 보기 힘들었을 터였다.


대충 지혈만 하고 치료를 위해 성문이 열리기 무섭게 들어와 찾은 의관에서 치료를 거부하는 의원을 만날 줄은 몰랐다. 설마 내킨 대로 살던 과거의 일이 이런 곳에서 발목을 잡았다.

이곳에서 치료받지 못하면 적어도 말을 타고 며칠은 가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수고를 할 마음은 없었기에 간단히 협박으로 처리하려던 것이 일이 꼬였다. 고작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 때문에.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지껄이는 녀석은 또 오랜만이군. 애들아.”


막내가 손도 쓰지 못하고 칼을 놓쳤다는 것은 그만한 무력을 지녔다는 얘기. 하지만 어린 녀석이다. 그런 녀석을 상대로 흔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예!”

“베라.”


그리 말하면서 오정도 자신의 도를 집어 들었다. 흑수오살로 묶여서 논하지만, 자신과 이살을 제외하면 다른 이들의 실력은 처진다. 다만 자신의 명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들으려고 한다.

그러니 자신도 칼을 집어 들었다.

과연 삼살과 사살이 동시에 잡아 놓았던 의관의 인물들을 향해 대뜸 칼을 날렸다.

일단 심기를 흐트러트려 놓고 일을 벌이면 된다. 자상이 있지만, 이 정도 상처를 입은 상태로 싸운 적이 한두 번이던가?

그렇게 마음을 먹고 몸을 일으키던 오정의 눈썹이 굳어졌다.


따당!


두 자루의 칼이 동시에 떠오르는데 그치지 않았다.


콰쾅!


삼살과 사살이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커헉!”


거친 숨을 토해낸 그들은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에 뻗었다. 그 모습을 본 오정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 꼬마였군.”


그리 중얼거린 오정이 슬쩍 눈짓하자 이살이 의원의 목에 겨눈 칼을 더욱 바짝 들이댔다. 피부가 갈라지고 핏방울이 흘러내렸지만, 의원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정은 그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할 테냐?”

“지켜만 볼 거예요?”


오정은 그 말에 흠칫 놀라 입구에 서 있는 무인을 돌아보았다. 척 보기에도 만만치 않아 보였지만, 함부로 끼어들지 못하는 것은 곁에 있는 이를 지키기 위해서이자 다른 이들이 인질로 잡혀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삼살, 사살이 뻗었고 오살도 전력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다.

언제 개입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여겼을 때 뒤에서 비명이 들렸다.


“크악!”


뒤를 돌아보니 손목이 잘린 이살이 마당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 쌍의 남녀가 서 있었다.

남자는 오정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고, 여인은 의원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오정은 기가 막힌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약관이나 되었을까 싶은 남녀였는데 풍기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게다가 주저 없이 이살의 손목을 잘라버리는 것을 보면 가볍게 볼 상대들도 아니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은 오정이 이를 뿌득 갈 때 옆에서 불쑥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봐?”


오정이 반사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그의 오랜 경험이 묻어난 궤적으로 칼이 뻗어 나갔지만, 걸리는 것은 없었다.


빠각!


“컥!”


선우휘가 오정의 무릎을 밟아 반대로 꺾어 버렸다. 비명을 지르며 오정이 재차 칼을 휘두를 때 그 손목을 붙잡은 선우휘가 그대로 꺾었다.


우득.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선우휘의 손과 발이 그의 다른 팔과 다리도 꺾었다.


우드득.


오정이 바닥에 털썩 쓰러지자 그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던 우정이 황급히 소리쳤다.


“휘! 멈춰라!”


선우휘는 오정이 떨어트린 칼을 주어 들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우정과 우선을 바라보았다.


“이야기는 조금만 있다가.”

“뭐?”


우정이 엄한 눈으로 뭐라고 하기 전에 선우휘는 그들을 지나쳐 의원 앞으로 갔다. 그의 앞에 칼을 꽂아 놓은 선우휘가 의원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의원이 홀린 듯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선우휘가 말을 이었다.


“가족의 죽음에 복수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의원은 그 말에 거꾸로 꽂아 놓은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선우휘를 바라보며 답했다. 그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금수만도 못한 새끼가 될 수는 없죠.”


그리 말한 의원이 오정을 향해 다가갔다.


“자, 잠깐! 살려줘!”


의원이 칼을 높이 들자 오정이 빠르게 소리쳤다.


“자네는 의원이잖은가! 치료는 하지 않더라도 직접 칼을 들어 죽여서야 되겠나? 사람을 살리는 것이 자네의 업이 잖나!”


다급하게 외치는 오정의 등으로 의원의 칼이 거꾸로 떨어졌다.


“끄아악!”


의원은 자신의 체중까지 실어 칼을 찍어 눌렀다. 갈비뼈에 걸렸던 칼이 뼈를 부수고 박히자 퍼덕이던 오정의 숨이 끊어졌다.

그 모습에 흑수오살 중 깨어 있는 이살과 오살이 서로의 눈을 보고는 동시에 반대로 튀어 나갔다. 의리보다는 목숨이 필요했다.

동시에 튀어나가는 둘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새 나타난 우정과 우선의 검이 그들의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둘이 동시에 쓰러지자 그들의 혈도를 제압한 우정과 우선이 그 둘을 끌어다가 의원 앞에 내려놓았다. 그사이에 선우휘도 벽에 처박혀 기절한 이들의 혈도를 제압한 채 의사 앞에 데려다 놓았다.


의원은 그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그들 하나하나의 숨통을 직접 자기 손으로 끝냈다. 그 모든 일을 마친 의원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두 눈에서 주룩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고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운청아. 이제 편히 눈 감아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의원이 무릎을 꿇은 채로 선우휘를 향해 돌아서 공수(拱手)했다.


“상문청입니다. 가족의 복수를 이루게 해주신 점 어떤 말로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우휘는 마주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가족분도 이제 편안히 눈을 감으실 겁니다.”


상문청은 깊숙이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가늘게 떨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휘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를 안아줬다. 무릎을 꿇고 있던 상문청이 선우휘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흐느꼈다.

어른이 무릎을 꿇고 흐느끼고, 그걸 토닥여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그곳에 모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런 난리가 난 상황에서 왕진을 가달라는 말은 우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장춘과 함께 정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뒷정리를 하는 동안 선우휘는 우정과 우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휘.”

“죄송해요.”


선우휘가 잽싸게 사과했지만, 우정과 우선의 엄한 기색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사 남매, 휘까지 오 남매라고 부르는 맏형 우정의 눈빛은 서릿발이 날리고 있었다.


“백부님이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아니?”


선우휘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우정이 말을 이었다.


“허락을 먼저 구했어야지.”

“···용서가 더 쉬우니까요?”

“뭐?”


선우휘가 작게 중얼거리며 한 대답에 우정의 눈썹이 역팔자로 올라갔다. 우정이 정말로 화난 것을 깨달은 선우휘가 납작 엎드렸다.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우정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선우휘를 내려다보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도 무사하니 다행이다. 널 혼내는 건 백부님 몫이니 더는 긴말 안 하마.”


선우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우정을 바라보았다.


“형이 잘 얘기해주시면 안 돼요?”


우정이 나서기 전에 옆에 있던 우선이 손을 뻗어 선우휘의 볼을 잡아 들어 올렸다. 찹살떡처럼 주욱 늘어난 볼살과 함께 선우휘가 딸려 올라왔다.


“느나. 으프요!”

“시끄러워. 너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달려온 걸 생각하면 아휴!”


그러고 보면 꾸미기 좋아하는 우선의 머리카락이나 옷에 먼지가 한가득했다. 정말 쉬지도 않고 달려온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을 걱정하며 달려왔을 형과 누나를 보니 선우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처량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우선이 우정을 돌아보았다.

우정이 고개를 내젓자 우선은 손목을 비틀었다.


“으브브브!”


우선이 손을 놓자 퉁퉁 부은 뺨을 부여잡은 채 선우휘가 다시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선우휘가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으니 우선은 마음이 약해졌지만, 우정은 아니었다.

우가촌 내에서 사고 치는 거야 그러려니 하지만 이렇게 밖으로 나가 사고를 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이번에도 사파의 고수들과 엮이지 않았던가?

자신들이 조금만 늦었어도 상문청 의원이 위험할 수 있었다.

직접 붙어보니 상대의 실력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선우휘가 나선다면 상처 하나 없이 모두 제압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인질이 잡힌 상황에서 그 인질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휘. 하나만 묻자.”


선우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우정이 물었다.


“상 의원 구할 수 있었냐?”


우정의 물음에 선우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답했다.


“예.”


우정은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목에 칼이 닿아있는 상황. 둘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선우휘가 지금까지 보여주던 움직임으로는 막아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우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였기에 우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이런 일 있으면 안 된다. 알겠니?”

“예.”


선우휘가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럼 저 일어나도 될까요?”

“뭐?”

“의원님이 오시는 것 같아요.”


우정과 우선이 귀를 기울이고는 다가오는 발걸음을 들었다. 그렇게 들려온 발걸음이 그들이 머무는 방의 문 앞에 멈췄다.


“상문청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우선이 가서 문을 열어주자 그곳에는 단출한 짐을 챙긴 상문청이 서 있었다.


“가시죠.”

“어딜요?”

“우가촌이요.”


우정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왕진은 며칠 미루셔도 괜찮습니다.”


상문청이 그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 왕진이 아닙니다.”

“그럼···?”

“듣자 하니 우가촌에 의관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곳으로 의관을 옮길 생각입니다.”

“예?”



작가의말

아버지의 복수를 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오자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효자무신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NEW +1 10시간 전 108 0 -
30 효자무신록-재회 +2 24.06.25 504 23 12쪽
29 효자무신록-석수영 +4 24.06.24 580 27 11쪽
28 효자무신록-석산중 +3 24.06.23 710 32 13쪽
27 효자무신록-석가장 +2 24.06.22 776 29 13쪽
26 효자무신록-초대 +2 24.06.21 756 33 13쪽
25 효자무신록-합류 +2 24.06.20 758 33 12쪽
24 효자무신록-귀가 +2 24.06.19 781 33 11쪽
23 효자무신록-칠 년 +1 24.06.18 823 33 12쪽
22 효자무신록-백귀추살대 +2 24.06.17 847 27 12쪽
21 효자무신록-진심 +5 24.06.16 886 36 12쪽
20 효자무신록-귀향 +3 24.06.15 861 35 13쪽
19 효자무신록-태상가주 +2 24.06.14 882 34 12쪽
18 효자무신록-삼령연가 +2 24.06.14 874 35 12쪽
17 효자무신록-하산 +2 24.06.13 900 35 11쪽
16 효자무신록-백검 +2 24.06.12 914 32 12쪽
15 효자무신록-괴인 +2 24.06.11 919 34 13쪽
14 효자무신록-귀기 +2 24.06.11 926 35 13쪽
13 효자무신록-소백두 +3 24.06.10 945 36 12쪽
12 효자무신록-인연 +2 24.06.09 977 38 14쪽
11 효자무신록-방문자 +2 24.06.08 1,005 31 12쪽
» 효자무신록-복수 +2 24.06.07 1,030 34 12쪽
9 효자무신록-사람 +2 24.06.06 1,029 32 14쪽
8 효자무신록-설마? +2 24.06.06 1,085 35 12쪽
7 효자무신록-떡 +2 24.06.05 1,070 33 12쪽
6 효자무신록-꿈 +3 24.06.05 1,116 36 12쪽
5 효자무신록-사연 +2 24.06.04 1,163 38 11쪽
4 효자무신록-의형제 +2 24.06.03 1,221 40 14쪽
3 효자무신록-우가촌 +4 24.06.02 1,413 39 14쪽
2 효자무신록-살자 +4 24.06.02 1,559 4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