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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9,102
추천수 :
1,024
글자수 :
164,546

작성
24.06.06 12:30
조회
1,083
추천
35
글자
12쪽

효자무신록-설마?

DUMMY

설마




촌장은 아들 우직을 따라 들어온 소녀를 보았다. 제 할머니를 똑 닮은 소녀였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핏줄임을.

촌장이 손을 들어 올리자 소녀가 얼른 다가가 그 손을 잡아줬다. 그런 소녀를 바라보던 촌장이 두 손으로 꼭 잡아주며 물었다.


“아가. 이름이 어떻게 되니?”

“유(愉)에요. ···할아버지.”

“좋은 이름이구나.”


촌장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우유는 오늘 처음 만났음에도 할아버지가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흐뭇하게 웃던 촌장이 밭은기침을 해댔다. 콜록대는 촌장의 등을 우유가 쓰다 듬어주는 사이에 우직이 다가와서는 물었다.


“아버지. 의원은 부르셨어요?”

“가까운 의원을 부르려고 해도 가는 데만 말타고 하루야. 이런 곳까지 왕진을 와 줄 의원이 있겠느냐?”

“그래도 불렀어야죠.”


촌장은 우직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답했다.


“이건 그냥 늙어서 그런 거야. 화타가 살아 돌아와도 늙어 죽는 이를 되살릴 수는 없다.”

“아버지!”


촌장은 흥분해서 소리치는 우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나이 먹고도 달라진 건 없구나.”


우직이 입을 꾹 다물자 촌장은 우유의 손을 쥔 채 말을 이었다.


“고희(古稀)가 지난 지가 벌써 몇 해 전이다. 이 나이가 되면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단다.”


촌장은 그리 말하고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래도 내 잘못 살지는 않았나 보구나. 이렇게 너와.”


촌장의 시선이 우유를 향했다.


“손녀를 보고 눈을 감을 수 있으니.”

“할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우유가 촌장의 손을 마주 잡은 채 답했다.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게요.”

“응? 여기서 머문다고?”


촌장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환해지는 것을 보고 우직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 위해서 기간을 넉넉히 잡기는 했지만, 아주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제 자리 잡은 유직상단을 아내에게 맡기고 온 상황이라 오래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버지의 말을 듣고 보니 우유가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버지를 모시고 갈 상태는 아니었다. 하북성까지 가는 여정을 감당할 체력을 올려놓기 위해서라도 가까운 곳에 가서 의원을 모셔와야 할 판이었다.


“제 방 그대로죠?”

“그래.”

“그럼 일단 오늘 밤만 자고 제가 의원을 데리고 올게요.”


촌장은 우직의 굳은 눈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어떤 약도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우직의 고집은 알고 있었기에 말리지 않았다.

의원이 오면 자신이 아니더라도 마을 사람들을 한 번 봐줄 수 있으니 그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러려무나. 그보다 이제 그만 눈을 붙여야겠다.”

“예. 주무세요.”


한 시진 밖에 못 깨어 있는 다고 하더니 깬 채로 한 시진을 버티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아버지가 잠든 것을 확인한 우직이 밖으로 나왔다. 마당에는 우선과 소년, 소녀가 서 있었다. 아까 우유를 부르러 왔을 때 잠깐 보았던 아이들이었다.

우유가 소년과 소녀에게 달려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우직은 우선을 돌아보았다.


“아버지는 누가 돌보고 있었던 거니?”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돌보지만, 대부분 시간은 사부님이 돌봐주셨어요.”

“사부님?”

“예. 저희 백부님이기도 하시고요.”

“백부면 수와 의형제라도 맺은 분이냐?”

“예.”


우직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 가족처럼 지내는 마을이라고 딸에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빈자리를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채워주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잠깐 수를 만나러 가고 싶은데 아버지를 부탁드려도 되겠니?”

“물론이죠. 다녀오세요.”

“고맙구나.”


우직은 잠시 걷다가 우유와 함께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보았다. 무슨 만두 같이 생긴 꼬마가 보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흘금 보고 우직은 곧장 걸음을 옮겼다.

거의 뜀박질해서 도착한 곳은 우수의 집이었다. 열린 문으로 뛰어든 그를 본 우수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춘과 함께 앉아있는 중년인을 본 우직이 거의 달리듯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우수가 그를 맞이하고는 물었다.


“촌장님을 뵙고 오는 길이야?”

“응. 조금 전에 깨서 유아도 소개시켜드리고 오는 길이야.”

“다행이다. 어떻게 하면 너한테 연락을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었거든.”


오늘내일 하는 노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했을 친우의 말에 우직은 괜히 울컥했다. 아버지 말대로 나이를 먹으니 눈물이 많아진 것 같았다.

우직은 말없이 우수를 꽉 끌어안았다.


“고맙다.”

“무슨 소리냐? 촌장님은 내게도 아버지 같은 분이야.”

“그래도 고맙다.”


우직은 감사를 표하고는 그제야 함께 차를 마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처음에는 분위기 때문에 중년인이라고 여겼는데 다시 보니 피부는 팽팽했고, 주름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이 깊어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이분은···?”

“이쪽은 내 의형이신 우상 형님.”


우직이 얼른 포권을 취했다.


“유직상단의 단주 우직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를 제일 많이 돌봐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우상입니다. 촌장님에게 받은 것도 많고, 아이들 수련 장소를 그곳으로 했기에 특별히 따로 시간을 낸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우직까지 자리에 앉자 연소소가 데운 차를 가지고 왔다. 우직이 그녀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분은 누구시냐?”

“이쪽은 내 아내.”

“연소소라고 해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수가 얘기했다면 좋은 말은 없었겠군요.”


연소소는 그저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차를 따라줬다.


“감사합니다.”


우직은 자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우수를 돌아보았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냐?”

“부탁?”


우직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은 이제 자리를 잡아서 아버지 모셔 가려고 온 거거든. 그런데 아무래도 하북성까지 모셔 가기에는 상태가 안 좋으셔서 말이야. 의원을 모셔와야 할 것 같아.”

“의원? 조양까지는 가야 할 텐데? 말을 타고 왕복으로 잡아 사흘은 걸릴 거야. 무엇보다 그곳에 있는 의원이 엉덩이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잖나?”

“데리고 오는 건 내가 할 테니 그사이 딸아이 좀 부탁하세.”

“같이 있던 아이 말인가? 그러고 보니 그 아이는 어디 있는 건가?”


“자네 딸에게 부탁했네. 선이라고 했던가? 또래 아이도 둘이 있기에 안심하고 맡겼네만.”

“휘와 주아를 만났나 보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고맙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겠네.”

“어디서 잘 생각인가?”

“아버지가 언제 또 깨실지 모르니 아버지 옆에서 잘 생각이네.”

“그래. 그럼 의원을 데리고 온 뒤에 술이나 한 잔 하자.”

“고맙다. 친구.”


우직이 차를 마저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장춘도 따라서 일어났다.


“차 잘 마시고 갑니다.”

“앞으로도 직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우수의 말에 장춘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제 월봉을 주시는 분입니다.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우직이 그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장 대주. 그렇게 말하면 섭섭한데? 지금까지 몇 번이나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그리 말하는 건가?”


우수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행이라 여겼다. 이십이 년 만에 만난 친구는 그 시간 헛되이 살지는 않은 것 같았다.

자신이 선우상을 만나 마음을 털어놓고 의형제가 되었든 저 친구에게 장춘이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 말하는 걸 보니 유직상단에서도 요직에 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직과 장춘이 떠나자 우수가 옆에 서 있는 선우상을 돌아보았다.


“어때 보이십니까?”

“뭐가 말인가?”

“직이와 형제나 다름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르잖습니까?”


선우상은 새삼 우수를 바라보았다. 이십여 년 만에 마을을 돌아온 친구, 그와 함께 온 이를 보고도 마냥 믿기보다 일단 의심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다.

선우상은 멀어진 장춘의 등을 보며 답했다.


“휘와 주는 말할 것도 없고, 정, 선이 나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네.”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요?”

“그 정도밖이라니? 내가 십 년을 공들여 가르친 아이들인데.”


우수가 당황하며 답했다.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선우상도 그 모습에 웃음으로 답했다.


“농이었네.”


비록 반쪽짜리 십존이었다고 해도 선우상의 깨달음은 천하를 논할 수준이었다. 내공은 잃었지만, 무공에 대한 깨달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선우휘에게는 선우세가의 무공을 개량해서 가르쳤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가르쳤다. 강북칠흉을 쫓으며 수많은 사파의 고수들을 격살하는 와중에 완성된 검이었다.


실전에서 다듬어진 검.


당연히 익히는 데 있어 실전과도 같은 훈련이 필요했다. 내력을 다루지 못한다고 해도 그들을 가르치기에는 충분했다.


“장 대주의 말을 빌리자면 정이나 산이는 육대문파나 정도십문의 일대 제자에 비견된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면 대단한 겁니까?”


선우상은 그 물음에 간단히 답했다.


“애들이 잘 숨겼네. 사실 정이나 선이라면 각 문파의 대사형급은 될 거다. 내력만 받쳐줬어도 장로급에 비견될 정도지. 지금 이대로 수련에 집중한다면 십 년 안에 그들을 따라잡을 걸.”

“정과 선이 그 정도라면 휘아와 주아는?”

“그 녀석들은 이미 장로급이지. 다만 실전을 겪지 않아서 그렇게 높게는 못 잡아줘. 하지만 도망치는 거라면 천하에서 그 녀석들을 잡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거다.”

“그런데 휘와 주는 왜 그런 겁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선우휘와 우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순한 내력을 지니고 있다. 내력만 따진다면 동갑내기는 물론이고 명문대파의 장로들에게 비견될 정도.

십존의 일인이었던 선우상 조차도 그 연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 둘이 특별히 영약을 먹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선우상은 굳이 우수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내력만이라면 선우휘가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평시에 내력을 절반만 쓰라고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우가촌에서 따라올 이가 없을 정도였다.

혹시라도 해가 되면 어쩌나 살펴보고 있지만, 내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아마 수련을 금했을 테지만 그런 문제가 없기에 지금은 지켜보는 중이었다.


“내일은 밀을 수확해야 하니 이만 가보마.”

“들어가십시오.”

“그래.”


선우상은 집으로 가는 길에 흘끔 촌장의 집을 바라보았다. 누구도 감히 우가촌에서 일을 벌일 수는 없다.

자신이 있는 한.





아침 일찍 우직과 장춘이 출발했다.

그리고 우가촌의 장정들과 아이들이 모두 밭으로 나와 있었다. 장정들은 낫을 들고 있었고, 무공을 익힌 아이들은 검을 들고나와 있었다.


“시작하지.”


선우상의 말에 장정들은 낫으로 밀을 수확하기 시작했고, 무공을 익힌 아이들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밀을 수확하는 데 쓰기 위해서 선우상이 만든 검법으로 상대의 하단을 공격하는 연환검이었다.

넓은 밀밭이 빠르게 정리되는 것을 바라보던 선우상이 의아함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야.”

“예!”


열심히 검을 휘두르던 우주가 선우상의 부름에 훌쩍 날아왔다. 선우상은 우주가 앞에 내려서자 물었다.


“휘가 안 보이는구나. 추수일만 기다리던 녀석이 어디를 간 거지?”

“오늘은 못 봤는데요?”


선우상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우가촌의 일상은 반복의 연속이었다. 무공을 익히고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알기에는 아직 선우휘는 어렸다.

그래서 추수일을 그렇게 기다렸다. 그런데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다는 뜻.


“요 녀석이 설마···?”



작가의말

만두가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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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효자무신록-석가장 +2 24.06.22 775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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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효자무신록-인연 +2 24.06.09 976 38 14쪽
11 효자무신록-방문자 +2 24.06.08 1,004 31 12쪽
10 효자무신록-복수 +2 24.06.07 1,028 34 12쪽
9 효자무신록-사람 +2 24.06.06 1,028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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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효자무신록-떡 +2 24.06.05 1,070 33 12쪽
6 효자무신록-꿈 +3 24.06.05 1,116 36 12쪽
5 효자무신록-사연 +2 24.06.04 1,162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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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효자무신록-우가촌 +4 24.06.02 1,412 39 14쪽
2 효자무신록-살자 +4 24.06.02 1,559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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