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381
추천수 :
1,058
글자수 :
164,546

작성
24.06.19 19:00
조회
818
추천
35
글자
11쪽

효자무신록-귀가

DUMMY

귀가




선우상은 우수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평상에 마주 앉아 따라놓은 술잔에는 전 촌장이 담갔던 술이 다시 차올랐다.


“그리 선뜻 허락할 줄은 몰랐는데.”


우수는 그 물음에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같이 가자고 했다가 퇴짜 맞았습니다.”

“왜?”

“아버지가 혹시라도 절 탓하실지 모른다며 다음에 가자고 했습니다.”

“아직도 자네를 사랑하는가 보군.”


우수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당연한 말을 하십니다.”


선우상은 마주 미소를 지은 채 술잔을 비웠다. 우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이제 떠나려 하십니까?”


선우상이 말없이 돌아보자 우수가 그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을 이었다.


“촌장님의 술을 마시자고 하신 것을 보면 그 말을 하시려 하신 것이 아닙니까?”

“하여간 눈치 하나는 빠르군.”

“그래서 아이들도 내보낸 겁니까?”


선우상이 고개를 끄덕이자 우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가는 길에 누굴 데리고 가실 생각이십니까?”

“데리고 가기는 누굴 데리고 간다는 건가? 선이와 주아는 이곳을 지켜야 해.”

“혼자 어디를 가실 생각이십니까?”


선우상은 그 말에 단전 어림을 매만지며 물었다.


“내 과거를 얘기했었지.”

“예.”

“그때 봉인했던 광마혼이 다시 깨어날 조짐을 보여. 이걸 봉인하게 도왔던 노승을 찾으러 갈 생각이네.”


우수는 잠시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상심할 겁니다.”

“상심하는 정도에서 그치게 하기 위해서네. 노승을 만나 광마혼을 확실히 하거든 다시 돌아올 생각이니.”


우수는 말없이 선우상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확실히 못 하면요.”

“그럼 못 돌아오지. 아니, 돌아와선 안 되지.”


선우상은 술잔을 비우며 답했다.


“그때의 나는 광혈마존, 무림공적일 테니.”


우수는 그 말에 자신의 잔을 비우고는 답했다.


“그래도 이 동생에게 연통은 넣어주시오. 내 찾으러 갈 테니.”


선우상은 말없이 우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올곧았고, 만약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만나러 오겠다는 뜻이었다.

선우상은 우수의 손에 들린 술병을 받아 그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둘은 더는 얘기를 나누지 않고 말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다각 다각.


언덕을 넘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자 우명이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아! 형! 지금 제 눈에 보이는 저, 저게 바다에요?”


연소소가 말을 몰아 그 옆으로 다가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다구나.”


연소소는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가 힘차게 말을 몰았다. 말이 앞으로 치달리자 소위랑이 얼른 그 뒤를 따라붙었다. 나머지 인원들도 얼른 그녀를 따라 말을 몰았다.

마차를 몰던 때와 달라 다 같이 말을 달리니 삽시간에 대련까지 도착했다. 연소소는 이곳에 오자 더는 마음을 멈출 길이 없는지 한시도 쉬지 않고 삼령연가로 달렸다.

삼령연가의 높은 대문 앞에서 말을 멈춰 세우니 입구의 무인들이 그 앞을 막아섰다.


“멈춰라! 이곳은 삼령연가다!”


무인들이 황급히 외치며 앞을 막아설 때 뒤따라온 소위랑이 외쳤다.


“물러나라!”

“소 부령주님!”


대문을 지키던 무인들이 놀라 물러나자 소위랑이 앞으로 말을 몰았다.


“대문을 열어라. 가주님에게 기별하고.”

“뭐라고 전할까요?”


소위랑이 돌아보니 연소소가 말고삐를 잡은 채 답했다.


“동생이 보러 왔다고 전해다오.”

“예?”

“그대로 전하라.”


소위랑이 대신 답하니 무인 하나가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그사이 대문이 열렸다. 칠 년 만에 돌아온 소위랑의 위치만으로 대문은 열려야 했으니까.

그렇게 열린 대문으로 연소소가 안으로 들어섰다. 거의 삼십 년 만에 돌아온 집이었다. 이토록 오래 걸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사랑하는 아이들을 낳아 행복했으나 그리움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안에서 달려나오는 이가 있었다. 그를 본 연소소는 얼른 말에서 내렸다.

그런 연소소의 앞까지 온 이를 보고 무인들이 옆으로 물러났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소소야!”


무인들은 화들짝 놀랐다. 가주가 이토록 반가운 목소리를 내고, 환하게 웃는 것은 처음 보았으니까.

연소소는 삼십여 년 만의 만남이 어색할 거라 여겼는데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니 당혹스러웠다.


“오라버니.”

“정말 우리 소소가 맞구나. 잘 왔다. 잘 왔어. 일단 안으로 들자.”


연상백은 연소소의 손을 잡은 채 뒤돌아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들을 따라 모두가 태상가주전으로 향했다. 말을 내준 후에 소위랑과 그들을 따라 우정, 우명, 선우휘가 따라갔다.


“아버지! 소소가 왔습니다!”


연상백의 외침에 태상가주전의 문이 벌컥 열리며 안에서 연문소가 나섰다. 연문소의 시선이 연소소에게 머물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소소야!”


연문소가 얼른 그 손을 잡고 안으로 들였다. 그 뒤를 따라 들어가려니 연상백이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잠깐. 위랑은 손님들을 데리고 소 령주를 찾아가게나.”


그 말에 연소소가 고개를 내저었다.


“잠깐만요. 오라버니.”

“왜 그러느냐?”

“정아, 명아, 휘야. 인사드리거라. 외조부시다.”


연소소가 소개하자 우정과 우명, 선우휘가 포권을 취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연상백과 연문소가 모두 놀라 그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들이 모두 소소 네 아이들이란 말이냐?”


연문소의 물음에 연소소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정이와 명이는 제 아들이고, 휘는 제 의질입니다. 하지만 제 아들이나 다름없으니 그리 알아주시면 됩니다.”

“허! 이럴 수가! 가문의 은인이라고만 여겼던 아이들이 실은 우리 가족이었다는 거냐?”


연문소가 그리 말하며 손짓했다.


“그럼 모두 안으로 들어라. 백아. 음식을 준비해 오라 전해라. 이곳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회포를 풀자꾸나.”

“예.”


연상백이 하인들을 시켜 사람들을 불러오는 사이에 안으로 그들을 들였다. 그렇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연문소의 시선은 연소소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어찌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냐? 그때 그 모습 그대로구나.”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그보다 아버지 소식은 질녀에게 전해 들었는데 요즘 몸은 좀 어떠세요?”


연문소의 시선이 연이화를 향했다. 그리고 우정과 선우휘를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화와 함께 왔었지. 그런데 이화는 지금까지 왜 숨긴 것이냐? 이 할애비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았으면서.”

“제 부탁을 들어준 거예요.”


연문소는 그 말에 연소소를 돌아보았다.


“왜 연락하지 않은 것이냐? 이렇게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웠으면 함께 찾아오지 않고.”

“솔직히 찾아뵐 면목이 없었어요.”


연문소가 서운함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찾아올 결심을 한 거냐?”


연소소는 손을 뻗어 선우휘의 손을 잡았다.


“남편의 의형 되시는 분이 말해줬어요. 아버지 나이를 생각하라고. 후회하지 않게 가서 만나보라고.”

“그래서 만나러 온 거냐?”

“예.”


연문소는 한숨을 내쉬고는 연소소를 돌아보았다.


“그이가 아니었다면 널 못 보았겠구나.”


연문소는 연소소의 손을 꼭 쥔 채 진한 미소를 지었다.


“또 한 명의 은인이구나.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너를 못 보고 가는구나 싶어 걱정이었는데.”

“그런 말씀 마세요. 건강하시다는 얘기는 전해 듣고 있었어요.”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음식이 차려져 올라왔다. 그걸 보고 우명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휘야. 이건 뭐야?”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채 삶아져 올라온 음식을 보고 당황해하는 우명에게 선우휘가 웃으며 답했다.


“자장어(煮章魚)라고 해.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맛을 보게 될 걸?”


선우휘가 속삭이는 모습을 보고 연문소가 웃고는 답했다.


“이럴 때가 아니구나. 일단 들면서 얘기하지.”


그 말에 선우휘는 다리를 하나 뜯어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우명도 따라서 다리 하나를 뜯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우와아!”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쫄깃함이었다. 그 탄력이 어찌나 뛰어난지 우명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약관이 넘은 우명이었지만, 우가촌을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우명에게 해산물로 가득한 상은 신비로웠다. 선우휘가 그래도 경험이 있어 우명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며 식사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연상백이 소위랑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위랑아.”

“예.”

“마음에 검을 품었구나?”


연상백의 말에 연문소도 관심을 가지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소위랑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연문소가 미소를 지었다.


“대단하구나. 고작 칠 년 만에 마음에 검을 품은 것이냐?”

“아직 부족하나마 이제야 마음에 검을 품었습니다.”

“허허. 가문의 흥복이로구나.”


연문소가 기뻐할 때 소위랑이 답했다.


“저는 백귀추살대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응?”


연상백이 무슨 말인가 싶어 바라보니 소위랑이 말을 이었다.


“부령주의 자리를 내려놓고 저는 백귀추살대에 들겠습니다.”

“왜냐? 백귀추살대는 오직 백귀를 잡기 위해 조직된 이들로 등 한 번 따뜻한 곳에 눕히지 못하고 있다. 그런 고생길을 가겠다는 거냐?”

“사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제 검은 아직 미숙하여 생사결을 통해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가다듬고 가다듬어 심상을 품어야 한다 하셨습니다.”


연문소와 연상백이 놀라서 서로를 돌아보았다.


“너를 가르친다는 이가 심상에 대해 논하셨더냐?”

“예.”

“허허!”


심상을 품는다는 것. 그만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이들은 감히 그것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연문소조차 스승 없이 그 길을 걷다가 혼에게 홀릴 뻔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미리 걸어보지 못한 이는 쉬이 그것에 대해 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연문소와 연상백이 모두 놀랐던 것.


그러나 곧 이해가 갔다.

그들의 시선이 우명과 웃고 떠들며 식사에 집중하고 있는 선우휘를 향했다. 그러고 보면 칠 년 전 이미 심상기를 다루던 아이였다.


“놀랍군.”


연문소가 연상백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보내 줘야겠군. 어쩌면 삼령연가의 최고수가 될 수도 있는 아이니.”

“그리해야겠습니다.”


저 나이에 심중검립에 든 것은 물론 굉장한 일이나 장차 심상을 품는 경지. 심상지경(心象之境)에 들 수 있다면 삼령연가 최고수가 될뿐더러 더 나아가 모용세가와도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될 테니.

그걸 알았기에 연상백과 연문소는 소위랑을 백귀추살대에 보내주기로 했다.


“그럼 저 아이들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연소소가 대신했다.


“저 아이들은 위랑이와 함께 백귀추살대에 합류할 겁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 하는 말이냐?”


연상백이 놀라 되묻는 말에 소위랑이 웃으며 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슨 소리냐?”

“제가 이들 중 가장 늦게 심중검립에 이르렀습니다.”


연문소의 시선이 그 말에 모인 이들을 향했다. 칠 년 전에 보았을 때는 선우휘를 제외하고 누구도 그만한 경지에 들지는 못했던 것을 기억했다.

그런데 우정은 물론이고, 이제 막 약관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이까지 심중검립에 들었다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들이 합류한다면 백귀추살대의 전력은 까마득하게 오르리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효자무신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1 24.06.26 289 0 -
30 효자무신록-재회 +2 24.06.25 606 24 12쪽
29 효자무신록-석수영 +4 24.06.24 637 29 11쪽
28 효자무신록-석산중 +4 24.06.23 761 35 13쪽
27 효자무신록-석가장 +2 24.06.22 832 31 13쪽
26 효자무신록-초대 +2 24.06.21 799 35 13쪽
25 효자무신록-합류 +2 24.06.20 798 35 12쪽
» 효자무신록-귀가 +2 24.06.19 819 35 11쪽
23 효자무신록-칠 년 +1 24.06.18 863 35 12쪽
22 효자무신록-백귀추살대 +2 24.06.17 890 28 12쪽
21 효자무신록-진심 +5 24.06.16 930 37 12쪽
20 효자무신록-귀향 +3 24.06.15 901 36 13쪽
19 효자무신록-태상가주 +2 24.06.14 921 35 12쪽
18 효자무신록-삼령연가 +2 24.06.14 915 36 12쪽
17 효자무신록-하산 +2 24.06.13 939 36 11쪽
16 효자무신록-백검 +2 24.06.12 953 33 12쪽
15 효자무신록-괴인 +2 24.06.11 954 35 13쪽
14 효자무신록-귀기 +2 24.06.11 959 36 13쪽
13 효자무신록-소백두 +3 24.06.10 976 37 12쪽
12 효자무신록-인연 +3 24.06.09 1,014 39 14쪽
11 효자무신록-방문자 +2 24.06.08 1,044 33 12쪽
10 효자무신록-복수 +2 24.06.07 1,068 35 12쪽
9 효자무신록-사람 +2 24.06.06 1,063 33 14쪽
8 효자무신록-설마? +2 24.06.06 1,120 36 12쪽
7 효자무신록-떡 +2 24.06.05 1,103 34 12쪽
6 효자무신록-꿈 +3 24.06.05 1,150 37 12쪽
5 효자무신록-사연 +2 24.06.04 1,194 38 11쪽
4 효자무신록-의형제 +2 24.06.03 1,254 40 14쪽
3 효자무신록-우가촌 +4 24.06.02 1,452 39 14쪽
2 효자무신록-살자 +4 24.06.02 1,604 4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