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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9,125
추천수 :
1,024
글자수 :
164,546

작성
24.06.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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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1쪽

효자무신록-하산

DUMMY

하산




선우휘는 괴인의 시선이 백검을 향한 것을 보고 가볍게 손목을 돌렸다. 부드럽게 원을 그린 백검이 다시 앞에 선 괴인을 향했다.


“우휘.”


괴인은 선우휘의 대답에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십칠귀는 죽은 거냐?”

“묘수선생이 십칠귀였나?”


백귀혼이라고 했으나 서른 명 정도 된다고 하더니 묘수선생 상수보는 그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선우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죽었어.”


괴인은 그 말에 가볍게 혀를 차더니 말했다.


“재주만 믿더라니. 그러게 무공에 힘쓰라고 했거늘.”


괴인의 중얼거림에 선우휘가 그를 향해 백검을 겨눈 채 물었다.


“넌 몇 째냐?”

“나는 칠귀다.”


선우휘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그를 바라보던 괴인이 지팡이를 들었다가 내리쳤다.


딸랑!


선우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정도였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모두 몸이 굳고 넋이 나간 듯 보이는 모습에 선우휘가 인상을 굳힐 때 괴인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물러나지. 하지만 따라오겠다면 이곳에 있는 놈 중 절반은 죽을 거다.”


선우휘는 그 말에 동의했다. 무력이라면 괴인과 겨뤄볼 만했지만, 음공은 달랐다. 음공은 대처 방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괴인을 붙들려고 하다가는 이곳에 있는 많은 이가 죽을 판이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선인 하나의 목숨이 악인 목숨 열보다 중하다고.”


괴인이 그 말에 미소 짓는 것을 보고 선우휘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꺼져.”


괴인이 가볍게 땅을 박차고 솟구쳤다. 선우휘가 빤히 바라보는 중에 괴인은 훌훌 날아서 대연무장을 벗어났다.

음공도 경신법도 모두 일절이다.

무공만 겨룬다면 자웅을 겨룰 수 있을지 몰라도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을 지키면서 싸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우가촌에서 아버지에게 무공을 배울 때 조금 더 열심히 배웠더라면 그런 것을 무시하고도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새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휘는 괴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깨닫고는 뒤돌아 중덕문을 향해 다가갔다.

중덕문은 내상을 입은 것인지 안색이 창백했다.


선우휘는 그런 그에게 다가가 검갑도 없는 백검을 건넸다.


“장문인. 이건 장문인의 처소에 있던 물건입니다. 이걸 노린 자가 있어 쓰러트렸고, 물건은 회수했습니다. 여기 돌려드리겠습니다.”


중덕문은 선우휘의 손에 들린 검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소협은 이름이 어찌 되시오?”

“우휘라고 합니다. 삼령연가의 연 누님과 함께 왔습니다.”


중덕문이 돌아보자 연이화가 다가왔다. 중덕문이 그런 연이화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연가에 큰 도움을 받았구나. 이 은은 반드시 갚도록 하마.”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때 모용운검이 다가와 품에서 옥병을 꺼내 건넸다.


“본가의 내상약인 옥로환(玉露丸)입니다.”

“고맙네.”


중덕문은 포권을 취하며 대연무장에 모인 이들에게 인사했다.


“못난 꼴을 보여 죄송하게 됐소.”


사람들이 서둘러 공수하거나 포권을 취했다.


“아닙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저희는 이만 물러갈 테니 편히 쉬십시오!”


중덕문은 을지문후를 돌아보며 말했다.


“손님들을 돌려보내거라. 그리고 잠시 자리를 옮기지.”


을지문후와 장백검문의 제자들이 손님들을 물리는 사이에 멀쩡한 전각으로 이동한 일행은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모용세가의 인물들과 삼령연가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중덕문은 내상약을 먹고 운기조식을 취하기 전에 이번 사태에 대해 파악하고자 했다.


“우 소협.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겠소?”


선우휘는 백검을 앞에 내려놓고는 답했다.


“괴인이 나타났을 때 장문인의 전각으로 움직이는 자가 있어 그 뒤를 쫓았다가 싸우게 됐습니다.”

“전각이 무너질 정도라면 강기공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터. 그만한 자들이 양동으로 손을 쓸 줄은 몰랐군.”


중덕문은 선우휘에게 포권을 취했다.


“고맙소. 큰 은을 입었소.”

“아닙니다. 제 능력이 부족하여 전각이 무너졌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중덕문이 손을 휘휘 내젓고는 선우휘가 내려놓은 백검을 바라보았다.


“그 검은 본문이 오랫동안 보관해 왔으나 누구도 다룰 수 없는 귀물(鬼物)이었소. 선대께서도 내게 전하시길 언제고 이걸 다룰 수 있는 주인된 자가 올 거라는 말만 전했던 물건이오.”


선우휘가 백검을 내려다보았다.


우우웅.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음에도 검이 혼자 검명을 울렸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 놀라 바라보자 중덕문이 미소를 지었다.


“우 소협을 주인으로 인정하는가 보오.”


선우휘는 그 말에 백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요망하게 부르르 떠는 모습에 선우휘가 쏘아보니 곧 잠잠해졌다.

모두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사이에 중덕문이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받아주시오.”

“아닙니다. 장백검문에서 대대로 지켜오던 보물을 어찌 제가 받겠습니까?”

“물론 써먹지도 못하던 귀물을 주면서 이 커다란 은을 갚았다고 여길 마음은 없소. 혹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보시오.”


선우휘는 중덕문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제멋대로 굴려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이 검은 그 날카로움이 예사롭지 않은 물건이었다.


“이 검의 이름은 어찌 됩니까?”

“백령검(白靈劍)이라고 하오.”


선우휘도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더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중덕문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반듯하게 자랐소. 사부가 누군지 물어도 되겠소?”

“아버지에게 가전 무공을 배웠습니다.”

“존함을 물어도 되겠소?”


선우휘는 고개를 내저었다.


“죄송합니다.”


우가촌 사람들에게도 이름을 숨기고 있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는 없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광혈마존이란 이름으로 무림공적이라셨는데 굳이 밝힐 필요는 없었다.


“원하는 것은 없소?”


선우휘는 그 물음에 슬쩍 연이화를 바라보고는 답했다.


“삼령연가를 돕는 중이니 그들을 돕는다면 저를 돕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 하리다.”


중덕문이 모용운검을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이번 일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네. 가서 가주에게도 전해주시게. 이번 일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그리 전하겠습니다.”

“부탁하겠네.”


중덕문이 그리 말하고 모인 이들을 돌아보았다.


“모용세가와 삼령연가 모두 이 도움은 잊지 않겠네.”


내상을 다스리기 위한 것임을 알고 모용운검과 연이화 모두 포권을 취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장백검문의 무인들이 중덕문을 지키기 위해 진을 짜는 사이에 밖으로 나온 이들은 각자의 전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원래대로라면 장백검문의 무인이 안내해줘야 했겠지만, 지금은 다들 바삐 움직이는 중이라 그들을 안내해주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만 남았을 때 모용운검이 먼저 말을 건넬 수 있었다.


“우 소협.”


선우휘가 천으로 백검을 감싸다가 그를 돌아보았다. 모용운검은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묘수선생의 일을 말하지 않은 것이오?”

“묘수선생이 작정하고 숨긴 일을 모용세가가 어찌 알았겠어요? 게다가 설령 연관이 있었다고 해도 그건 모용세가와 장백검문의 일이죠.”


선우휘가 모용운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모용세가라면 이번 일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할 거라 믿어요.”

“물론일세. 장백검문과 함께 이번 일에 대해서 논의하겠네.”


모용운검의 눈에서 서슬퍼런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감히 모용세가를 이런 일에 끌어들인 대가를 치르도록 하지.”


선우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조심하십시오. 묘수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 만난 괴인과 같은 자가 무려 서른 명에 달한다 했습니다.”


모용운검이 그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 없네. 장백검선에 비견될 정도의 자가 서른 명이나 있을 수는 없지. 그건 본가도 가지지 못한 무력일세.”


선우휘는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저들이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모용운검음 허리에 차고 있던 옥패를 꺼내 선우휘에게 건네며 말했다.


“언제든 이 옥패를 가지고 온다면 귀빈으로 대접하겠네. 본가를 한 번 찾아주게나.”


선우휘는 옥패를 품에 넣으며 물었다.


“맛있는 것을 많이 준비해 준다면 한 번 가볼 수도 있고요.”


모용운검이 그 말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배가 불러 더는 못 먹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산해진미를 대접하겠네.”


선우휘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한 번 찾아뵙죠.”


모용운검이 포권을 취한 채 말했다.


“그럼 그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지.”


모용운검이 모용세가 인물들과 함께 떠나고 나니 그제야 우정과 우선이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괜찮으냐?”


선우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고픈 것을 제외하면 괜찮아요.”

“뭐?”

“아까 먹다가 일어났단 말이에요. 별로 먹지도 못했는데.”


선우휘의 대답에 우정과 우선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저런 난장판이 끝나고 처음 하는 말이 배가 고프다라는 거라니.


맥이 탁 풀리는 것 같았다.

연이화도 그 말에 실없이 웃고는 선우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우리도 산을 내려가야 할 것 같으니 내려 가거든 배가 불러 못 먹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먹게 해줄게.”

“진짜요?”


선우휘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사이에 연이화가 선우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보다 고마워.”

“뭐가요?”

“장문인에게 우리 연가 이야기를 잘 해줬잖아.”

“아, 그거요? 전 이거면 족한데 계속 뭘 더 주시겠다고 하셔서요.”

“고마워.”


선우휘가 연이화에게 등을 보이며 말했다.


“얼른 내려가게 업혀요.”


연이화는 그 말에 맑게 웃고는 그의 등에 업혔다. 선우휘가 그녀를 업고는 우정과 우선을 돌아보았다.


“저 먼저 내려가요. 얼른 와요.”


그리 말한 선우휘는 곧장 연이화를 업은 채 달려나갔다. 연이화는 주변이 휙휙 바뀌는 것을 보고는 선우휘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장백산의 계단을 날 듯이 내려가는 선우휘의 등에 업힌 채 연이화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삼령연가는 지금 확장 중에 있었다. 태상가주인 할아버지가 주화입마에 빠진 이후로 삼령연가의 입지는 좁아졌다. 아버지가 가주를 맡았다고 해도 쉽지 않았던 일.

연가상단을 키워 삼령연가의 세를 넓히는 중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모용세가의 위세가 너무 강했던 탓이었는데 이번 일로 모용세가는 내부를 단속해야 했고, 장백검문이 돕겠다고 했으니 삼령연가는 전성기의 힘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연이화는 선우휘의 등에 업힌 채 마주쳐 오는 바람에 가슴이 벅차올라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내질렀다.


“야호!”


선우휘도 힘차게 달리다가 크게 소리쳤다.


“야호!”


둘의 고함이 산줄기를 따라 쩌렁쩌렁 울렸다.

그들의 뒤를 따라 달리던 소백두가 소위랑을 돌아보았다.


“아씨가 저리 신나하는 모습 본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래. 나도 처음 보는 모습이구나.”


소백두의 입가에도 연이화와 선우휘가 짓는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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