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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9,123
추천수 :
1,024
글자수 :
164,546

작성
24.06.02 22:11
조회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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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8쪽

효자무신록-서

DUMMY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폐사찰.

불어오는 바람에 비명을 내지르는 반쯤 뜯어진 대문의 앞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죽립을 눌러 쓴 사내는 피풍의 사이로 검을 꺼내 다 쓰러져가는 대문을 밀었다.


끼이익.


귀신의 울음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대문이 열리자 사내는 그 안으로 태연히 걸어 들어갔다.

사내가 향한 곳은 불당이었다. 거미줄이 여기저기 처진 불당으로 들어간 사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 끝내 여기까지 쫓아 왔구나.”


불당 안에 있던 선객이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저주하듯 말을 내뱉었다.

사내는 그런 선객을 바라보며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네가 마지막이다.”

“그래. 우리 강북칠흉(江北七凶)이 이제 나 하나 남았구나.”


강북칠흉의 칠흉 도하예는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그전에 하나 묻자. 대체 우리를 이렇게 지독하게 쫓아와 죽이려고 하는 이유가 뭐냐?”


그 물음에 사내는 죽립을 벗어서 옆으로 던졌다.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중년의 얼굴에는 깊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거대한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 만들어진 두 개의 흉터. 그런 깊은 흉터에도 그 미모를 모두 가릴 수 없었다.


도하예는 그 흉터가 누가 남긴 것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강북칠흉 중 셋 째가 남겨놓은 흔적이었다. 추남인 그는 잘생긴 남자를 보면 반드시 얼굴에 저런 끔찍한 흉터를 남겨 놓았다. 하지만 그는 절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 자였다.

중년 사내는 얼굴을 드러낸 채 무심하게 물었다.


“잊은 건가?”

“웃기지마! 우리가 아무리 온갖 일을 벌이고 다닌다고 해도 마인(魔人)을 건드리지는 않았다고!”

“마인이라···.”


중년 사내가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도하예가 은밀하게 공력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 광혈마존(狂血魔尊)! 너만한 고수에게 쫓길 일은 기억에 없다고!”


중년 사내는 그 말에 헛웃음을 흘렸다.


“내 이름은 선우상이다.”

“선우? 선우세가?”

“그래. 너희 손에 멸문당한 선우세가의 유일한 생존자다.”


도하예가 선우상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선우세가라면 분명 우리가 무너트리기는 했지만···. 그들은 정도십이가(正道十二家) 중 하나인데?”

“그래. 삼십 년 전. 정도십이가의 하나인 본가는 너희 강북칠흉의 손에 멸문당했다.”


도하예는 손을 들어 선우상을 가리켰다.


“하지만 너는 무림공적(武林公敵)이잖아. 광기에 잡아먹힌 마인. 네가 벌인 혈사가 몇 개인데!”


선우상은 검을 들어 도하예를 가리키며 말했다. 천지가 그를 향해 기울어지는 기이한 감각에 도하예가 흠칫 몸을 떨었다.


“그 모두가 너희와 연관되어 있지.”


도하예는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잠깐! 선우세가의 멸문은 우리의 뜻이 아니었어!”


선우상이 멈칫하는 사이에 도하예가 소리쳤다.


“우리도 ‘그’의 명령을 받았던 일이야.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정도십이가의 하나를 멸문 시킬 리가 없잖아. 그 일로 인해 우리도 정도맹에 쫓기는 몸이 되었다고!”


선우상이 그 말에 검극을 내리며 물었다.


“누구의 뜻이었나?”


도하예가 그 말에 안도하며 속삭였다.


“그건···.”


도하예가 속삭이는 목소리에 선우상이 귀를 기울인 순간 그녀가 은밀하게 장력을 뿌렸다. 선우상의 의식의 빈틈을 노리고 파고 드는 날카롭게 뻗어나간 그녀의 암경(暗勁)이 그를 덮쳤다.

암경이 덮쳐가는 것을 보고 승리를 확신했던 그녀는 선우상의 눈이 핏빛으로 일순 변하면서 그의 검극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검극이 그려내는 궤적에 걸린 모든 것이 잘렸다. 그녀의 암경은 물론이고 그녀의 가슴까지 쩍 갈라졌다.


“아···.”


선우상은 암경이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 검격에 암경은 물론이고 도하예까지 반으로 잘려나가자 그의 인상이 굳어졌다.

선우상이 달려가 쓰러지던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는 회생 불가의 상처를 입었다.

도하예는 울컥 피를 토하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누구냐! 누가 너희에게 선우가를 멸문시키라고 한 거냐?”


도하예는 그 말에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가 되어서 나오지는 않았다. 그녀의 눈에 생기가 사라지는 것을 본 선우상은 이를 뿌득 갈았다.


“누구냐! 대체 누가!”


절규하던 선우상이 왈칵 피를 토해냈다. 억눌렀던 광혈마공(狂血魔功)이 깨어나면서 그의 눈에 이지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검이 주위의 모든 것을 조각냈다.


선우상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위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도하예였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선우상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움켜쥐었다. 선우상은 몸을 웅크려 바닥에 머리를 찧고는 절규했다.


“흐윽. 으아아아아악!”


복수를 위해 익혔던 광혈마공의 성취가 깊어질수록 그가 의식을 유지하는 시간은 짧아졌다.

오직 복수라는 일념으로 십대금공(十大禁功) 중 하나라는 광혈마공을 익힌 십 년, 강북칠흉을 쫓은지 이십 년.

그 복수가 완성되었다고 여긴 오늘. 자신의 복수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더는 의식을 유지할 수 없었다.


아마 자신의 생에 마지막으로 주어진 순간.


사실 이것이면 족하다 여겼다.


강북칠흉은 고작 일곱으로 정도십이가의 하나인 선우세가를 멸문시킬 정도의 강자들이었고,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가문의 비고에 봉인되어 있던 금지된 마공을 익혔다.

무공을 펼치면 펼칠수록 화후는 깊어지지만, 의지를 잃어버리기에 금지된 마공.


강북칠흉을 모두 죽인 후에 자신의 생을 끝낼 생각으로 익혔던 마공이었다.

그런데 복수를 끝마치지 못했고, 그 끝은 다가왔다.


이제 길은 두 개다.

원래 계획대로 이대로 생을 마감하거나, 아니면 단전을 폐하고 복수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질없는 생을 이어가거나.

선우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었다.

강북칠흉을 부린 자라면 광혈마공을 포기한 채 닿을 수 없는 자였다.


비록 반쪽짜리 복수지만, 이것에 만족하고 생을 마칠 생각이었다. 이대로 광혈마공에 잠식 당하면 자신은 공력이 다하고 선천지기가 다할 때까지 살겁을 일으키다 죽을 테니까.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살업(殺業)은 이미 충분히 쌓았다.


선우상은 목에 검을 가져다댔다. 고개를 드니 법당의 지붕에 난 구멍으로 밤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별이 쏟아지는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보며 선우상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설화.”


하늘의 별을 보며 멸문의 그날 자신의 품에서 죽었던 아내 한설화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아직 돌도 되지 않았던 아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휘.”


선우상은 광혈마공이 깨어나려는 것을 느끼고는 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아!”


너무나 작은 소리였다.

기력이 다한 것인지 제대로 내지도 못한 아기의 소리에 선우상은 검을 멈추고 고개를 내렸다.

아들 선우휘를 떠올린 순간 들린 아기의 소리에 고개를 숙인 선우상은 반파된 불상 뒤편으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한 아기가 있었다.


볼이 홀쭉한 것이 제대로 먹지도 못한 듯 보였지만, 아기는 선우상을 보고는 눈을 반짝이며 손을 뻗었다. 아기의 눈에 비치는 하늘의 별을 보며 선우상은 검을 옆으로 던지고 손을 뻗었다.

아기의 손이 선우상의 손에 닿았다. 그 작은 고사리 같은 손이 선우상의 손을 잡았다. 아기가 베시시 웃었다.


“아바.”


아기의 한 마디에 선우상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선우상은 조심히 아기를 안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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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효자무신록-사연 +2 24.06.04 1,163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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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효자무신록-우가촌 +4 24.06.02 1,413 3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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