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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395
추천수 :
1,058
글자수 :
164,546

작성
24.06.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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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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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1쪽

효자무신록-석수영

DUMMY

석수영




계단에서 멈춰서 있던 석수영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 층으로 내려선 이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난아. 나 지금 무시당한 거니?”

“예.”


석수영이 자신의 호위인 설난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설난은 태연히 그 눈빛을 마주했다.


“꿈이 아닌 거지?”

“예.”


석수영은 허리에 양손을 척 하니 올리더니 중얼거렸다.


“날 이렇게 대한 남자는 처음인데?”


석수영인 몸을 빙글 돌았다. 그녀의 옷이 부드럽게 원을 그렸다. 석수영이 뺨에 손을 올리고는 설난을 돌아보았다.


“하북제일미 잖아. 그런데 날 보고 저리 대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야?”


설난은 그런 석수영의 물음에 담담히 답했다.


“천하제일미는 아니잖습니까?”


석수영의 이마 위로 힘줄이 솟았다.


“너 정말···.”

“대주를 만나러 가는 길 아니었습니까?”


석수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백귀추살대원 전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

“예.”


석수영은 중덕문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잠시 눈을 감고 미간을 검지와 중지로 짚었다. 설난이 그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니. 머리가 아프네.”

“아직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선별안은 왜 쓰신 겁니까?”


석수영이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다가 답했다.


“그러게? 이상하네? 쓸 생각 없었는데?”


석수영은 그리 중얼거리고는 중덕문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뒤를 돌아본 석수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선별안을 쓴 기억이 없는데 왜 그를 만났을 때 선별안이 써진 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사람이나 물건보다도 찬란하게 빛났다는 것을.





방으로 돌아온 선우휘는 탁자 위에 놓인 화과자를 집어 입에 넣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우정과 우명이 다가왔다.

선우휘는 그들을 보고는 물었다.


“랑이 형은요?”

“막 령주가 불러서 나갔다.”


선우휘는 그 말에 기감을 넓혀 주위를 살피다가 기막을 펼치고는 이야기를 꺼냈다.


“석가장주도 혼주에요.”

“석가장주가?”

“예. 그리고 휘하에 심상지경에 든 고수까지 있는 것으로 보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우명이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기 머물라고 한 거야?”


선우휘가 화과자 하나를 들어 올리며 답했다.


“백귀추살대를 인정하는 것 같았어요. 덕분에 입이 즐겁잖아요.”

“그건 인정.”


우명도 화과자를 집어 입에 넣고는 우물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정이 한숨을 내쉬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런데 과연 백귀혼이 이곳에 들어올 수나 있겠느냐? 용담호혈이 따로 없는데?”

“그렇기는 해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뛰어난 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관진식조차 뚫기가 쉽지 않아 보이니까요.”

“그런데도 일을 벌일 거라 여기느냐?”


선우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말하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어요. 그에 대한 정보를 손에 넣었다면 백귀혼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선우휘는 석산중이 가진 선별안이라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보물을 찾아냈을 거라 여겼다.

석가장이 그만한 보물을 차지하고도 아직까지 건재한 것은 그들의 뛰어남에 대한 반증이기도 했지만, 그걸 알면서도 욕심을 낼 만한 자들이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백귀혼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서른 명이라고 하나 그들 개개인의 무력을 생각하면 그들이 뭉쳤을 때 얼마나 강해질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선우휘는 마주쳤던 흑령귀마를 떠올렸다. 당시의 흑령귀마라면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지만, 그 또한 칠 년의 시간이 지났으니 과거와 같을 리는 없었다.

그런 그가 고작 일곱 째. 그 위로 여섯이나 있었다는 얘기였다.


석가장이 가진 신령기가 알려진 것보다 많을 것까지 생각하면 그들이 움직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우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염두에 두자꾸나.”


선우휘와 우명이 돌아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석가장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 석가장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서 검을 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선우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러니 전에 말한대로 제 곁에서 멀어지지 마세요.”

“그러마.”


중덕문도 이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기로 이미 약조했으니 별문제는 없으리라.

우명이 화과자를 집어 먹으며 물었다.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


대충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가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석가장의 데릴사위를 하라더군요. 석가장을 주겠다고.”

“뭐어?”


우정과 우명이 동시에 놀라 소리쳤다. 우명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됐다고 했죠. 아버지 모셔야 하는데 데릴사위가 가당키나 해요?”


선우휘의 대답에 우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지만, 우명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석가장을 준다고 했다면서?”

“석가장이 아니라 천하를 준다고 해도 안 돼요.”

“매일, 매 끼니, 간식마다 이런 것을 먹을 텐데?”


선우휘는 움찔 몸이 굳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안 돼요.”


우명은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선우휘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예쁘데?”


우정도 그 말에 관심을 보이자 선우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하북제일미라네요.”

“뭐어?”


우정과 우명이 기가 막힌다는 듯 되물었다.





시비에게 전해 들은 저녁 초대 소식에 백귀추살대가 향한 곳은 별천지와 같았다. 복숭아 나무가 가득 펼쳐진 곳으로 은은한 도화향이 가득한 곳이었다.

정원에 작은 폭포가 있고 거대한 바위가 있다.

연못에는 비단잉어가 뛰어놀고 있는 신비로운 곳. 그리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자 옆의 바위에 앉은 여섯 명의 면사녀가 연주하는 음악에 중덕문이 헛웃음을 흘렸다.


“석가장의 위세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저만한 음공의 고수들을 그저 악사로 부리고 있다니.”


선우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흑령귀마와 교전에서 선우휘가 그를 제압할 수 없었던 것은 둘의 대결 중에 다른 이들이 위험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음공이란 개인을 상대하기 위하기 보다는 여럿을 상대하기 적합한 무공이었다. 아버지에게 그에 대응할 방법을 배우긴 했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은 음공을 이용해 손님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연주하는 음악을 조금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음공을 펼치는 것.


저만한 기예를 펼칠 정도라면 단순히 음공이 뛰어난 정도로 되지는 않았다.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가 없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


중덕문이 어이없어하는 부분도 이해할 수 있었다.

곧 그들이 자리에 오르자 이미 자리해 있던 여인이 포권을 취했다.


“이렇게 모시게 되어 영광이에요. 석수영이라고 합니다.”


중덕문이 마주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초대해 줘서 고맙네. 노부와는 인사를 나눴으니 다른 친구들을 소개해주지.”


중덕문이 모용일우와 막위산을 소개해주고는 곧 소위랑과 우씨 형제도 소개해주었다. 모두의 소개를 받은 석수영이 미소를 지은 채 자리를 권했다.

악공만 신경 쓴 것이 아닌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먹었던 것보다 더 화려한 식탁을 보고 선우휘는 작게 감탄했다.


“드시면서 얘기할까요?”


석수영의 말에 선우휘가 기쁜 마음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손이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우명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지금 음식이 넘어가냐?”

“그럼요. 먹어봐요. 끝내줘요.”


우명은 그 말에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직접 본 석수영은 절로 시선을 잡아끌었는데 선우휘는 관심도 없다는 듯 식사에 집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사이 석수영은 중덕문과 모용일우, 막위산에게 각기 술을 따라주며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절정에 이른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다만 그녀가 능숙하게 그것을 숨긴 채 술을 따라주고는 이쪽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석수영은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술병을 든 채 살짝 무릎을 굽혀 보였다.


“백귀추살대에 이렇게 젊은 영웅들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석수영이 따라주는 술잔을 받은 우정이 술잔을 들어 보였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본장을 위해 애써주시는데 그리 말씀하시니 제 대접이 부족한지 돌아보게 되네요.”


석수영은 우정에게 답하면서 그 일행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아버지에게 전해 듣기는 했지만, 선별안으로 본 이들은 모두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각기 자신만의 색이 빛나고 있는데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이들이었다.

선별안으로 이만한 빛을 발견하는 것은 아버지도 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라고 할 정도였는데 우정, 우명 모두 그 정도 빛났다.

그런데도 이들보다 다른 곳에 시선을 가는 것은 장주인 할아버지가 웃으며 했던 말 때문이었다.


데릴사위로만 데리고 온다면 석가장을 내주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직도 부인을 들이고 아들을 낳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며 불안했던 마음을 싹 날릴 말이었다.

석산중은 지금까지 한 번도 허언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작정하고 선별안을 펼쳐서 살피는 중에 그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오죽하면 입에 묻은 고기 기름도 오히려 광택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


석수영이 앞으로 가서 술병을 들어 보이자 선우휘가 고개를 내저었다.


“술은 마시지 않습니다.”

“왜죠?”

“첫 술은 아버지가 가르쳐주시겠다고 하셔서요.”


선우휘의 대답에 석수영은 술병을 내려놓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선우휘는 그런 석수영을 바라보며 먹던 것을 잠시 멈췄다.


“힘들지 않으세요?”

“예?”

“무리하지 말라는 뜻에 한 말입니다.”


석수영은 그제야 선우휘가 뭘 말하는지 깨닫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뜬 석수영은 가만히 선우휘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선별안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아직 황금수신결의 성취가 낮아 선별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것도.


“소협은 여러모로 저를 놀라게 하시는군요.”


선우휘는 그 말에 젓가락을 다시 들어 생선을 집어 들며 답했다.


“저도 매일 놀라는 중입니다. 정말 석가장에서 나오는 음식은 겹치는 것이 없군요.”


선우휘가 놀란 것은 지금까지 나온 요리 중 같은 요리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매번 다른 요리가 나오지만 모든 것이 맛이 뛰어났다.

선우휘로서는 이곳이 극락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석수영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만으로 주변의 분위기가 화사해진 것 같았다.


“특별히 신경 쓰기 때문이죠.”


선우휘도 마주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들어 생선을 입에 넣었다. 머리부터 들어갔다가 다시 뽑혀 나올 때는 뼈만 남은 채 나오는 모습에 석수영은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선우휘는 볼을 한가득 부풀린 채 눈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석수영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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