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387
추천수 :
1,058
글자수 :
164,546

작성
24.06.15 21:15
조회
902
추천
36
글자
13쪽

효자무신록-귀향

DUMMY

귀향




이번 사태도 사태였지만, 선우휘는 아직 명확한 자신의 심상을 가지지 못했다.

심중검립의 경지에 든 선우휘에게 선우상은 성급하게 심상을 품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지금 심상을 품는 것만으로 한계를 짓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천하로 나와보니 알겠다. 그 좁은 곳에서 바라본 세상을 심상으로 품어봐야 그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음을 알기에 하셨던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품지 못한 심상을 백령검의 도움을 받아 강제로 구현해 낸 대가로 입은 내상은 한 달 정도 정양해야 할 정도였다.

그 한 달을 삼령연가에서 머물 수는 없었기에 선우휘는 삼령연가에서 내준 마차를 얻어 타고 우가촌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마차를 모는 것은 소위랑이었다. 백령검대의 부령주가 고작 마차나 모는 건가 싶었지만, 삼령연가에게 있어 선우휘는 가문의 은인이었다.

그런 그에게 부령주가 호위로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선우휘는 돌아가는 길에도 마차 안에서 운기요상을 해야 했기에 그들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소백두가 직접 오겠다고 하는 것은 힘들게 말려야 했다. 연소소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는데 연가의 인물들을 마을에 들이는 것은 주의해야 했다.

연이화는 지금 당장은 오지 못하지만, 곧 찾아오겠다고 따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돌아온 우가촌의 정경을 본 우선이 입을 열었다.


“다 왔다.”


그 말에 선우휘가 마차의 마부석 방면 창문을 열고는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는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창문으로 나와 마부석에 앉았다.

소위랑이 마차를 몰면서 물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하루이틀 만에 나을 내상은 아니에요. 그래도 움직이는 것은 문제없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차가 도착하자 목책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마을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선우휘는 의아함을 느끼고 마차에서 내렸다. 그런 그들에게 선우상이 다가왔다. 그는 한 번에 그들의 상태를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고생했다.”

“다녀왔습니다.”


우정과 우선, 선우휘까지 모두 내려서 건네는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선우상이 입을 열었다.


“정이와 선이는 집에 가서 돌아왔다고 전하거라.”

“예. 백부님.”


우정과 우선을 먼저 보낸 선우휘에게 선우상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삼령연가에 들렀다 오는 길인데 그곳에서 이런저런 선물을 많이 주셨어요.”


단순히 돌아오는 길에 운기조식만 하라고 마차를 내준 것은 아니었다. 마차에서 선우휘가 쉴 공간을 제외하고는 선물을 잔뜩 준비해 실었다.

선우상은 칭찬을 바라고 똘망똘망한 눈을 보이는 선우휘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태연하게 굴고 있지만, 내상을 입은 것이 빤히 보였다.


“일단 집으로 가자.”


선우상의 반응에 선우휘가 찔끔해서는 답했다.


“···예.”

“마차는 집까지 부탁하겠소.”

“예.”


선우상은 선우휘와 함께 집으로 걸으면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촌장님이 돌아가셨다.”

“예?”


선우휘가 무슨 소리냐는 듯 돌아보기에 선우상은 순순히 답해 줬다.


“미련 때문에 노환에도 어떻게든 삶을 붙잡고 계셨던 것 같은데 아들과 손녀가 와서 함께 지내니 그게 풀어진 것 같구나. 그래도 큰 고통 없이 잠든 채로 돌아가셨다.”

“촌장 할아버지가 진짜 돌아가셨어요?”


선우휘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선우상은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채 답했다.


“그런데 당신도 뭔가를 아셨는지 돌아가시기 전날에 나와 의제를 불러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의제가 촌장이 됐다.”


선우휘가 울먹거리는 것을 보고 선우상이 그 머리에 손을 올린 채 답했다.


“옷 갈아입고 촌장님의 무덤으로 가자.”

“예.”


선우휘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사이에 선우상이 마차를 세워 놓고 온 소위랑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략히 들을 수 있겠소?”

“편히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우상은 잠시 소위랑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무슨 일이 있었기에 휘가 저만한 내상을 입은 건지 듣고 싶군.”


선우상이 생각하기에 선우휘가 저만한 내상을 입은 채 돌아올 일은 그리 많지 않음을 알았다.


소위랑이 주저하다가 답했다.


“본가의 태상 가주님을 깨우시기 위해 무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무리?”

“자세한 건 저희도 모릅니다. 그저 태상 가주님이 깨어나셔서 우 소협을 가문의 은인이라 칭하셨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아무래도 선우휘에게 직접 들어야 할 일인 것 같았다.


“알겠네. 방을 하나 내줄 테니 편히 쉬게.”

“감사합니다.”


소위랑에게 방을 하나 내준 선우상은 옷을 갈아입고 나온 선우휘와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우정과 우선도 옷을 갈아입고 우수와 함께 오는 길이라 가는 길에 합류했다.

그들과 함께 도착한 촌장의 집에는 우직과 장춘, 우유가 있었다. 상복을 입고 있던 그들은 찾아온 이들을 보고는 마중 나왔다.


우가촌의 묘지로 가는 길은 촌장의 집을 지나가야 했기에 상중인 가족들을 먼저 만나서 인사를 건넨 그들은 곧 촌장의 무덤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선우휘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대성통곡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직이 우수에게 물었다.


“아버지와 저 아이가 가까웠나?”

“촌장님이 무척 아끼던 아이였지. 촌장님이 만든 떡은 거의 다 저 아이가 먹었으니까. 그때마다 떡을 먹는 동안 촌장님의 말벗이 되어주었던 아이네.”

“그런가? 나보다 낫군.”


선우상은 울고 있는 선우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가까운 지인이 죽었다. 그 상실감에 선우휘가 저리도 서럽게 우는 것.

마을 사람 중에서 우수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가장 가까운 것이 촌장이었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촌장은 외로웠고, 선우휘는 워낙 붙임성이 좋았다. 덕분에 둘은 유독 죽이 잘 맞았다.


우정과 우선도 눈물을 글썽이지만, 아무래도 성인이라 그런지 선우휘처럼 격렬하지는 않았다.

선우휘의 울음이 조금 줄어들자 우유가 다가가 그 손을 잡아줬다.


“할아버지를 이렇게 위해줘서 고마워.”


선우휘는 콧물을 훌쩍이고는 우유를 돌아보았다.


“유야. 넌 괜찮아?”


우유도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그래도 상을 치른 지 며칠이 지나서 진정이 된 뒤라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선우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응.”


선우휘를 바라보는 우유의 눈에 따뜻함이 감돌았다.





촌장의 무덤에서 조의를 표하고 돌아온 방에서 선우상은 선우휘와 마주 앉았다. 뭔가 잘못한 것처럼 긴장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선우휘를 바라보던 선우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보거라.”


선우휘는 선우상의 말에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장백검문에 갔을 때 도둑놈 하나를 때려잡았어요.”

“도둑놈?”

“장문인의 거처에 숨겨진 밀실에 봉인해 놓은 물건을 훔치러 온 놈이었거든요.”

“그걸 왜 네가 잡아?”

“양동이어서 어쩔 수 없이요.”


선우상은 그 말에 슬쩍 선우휘가 옆에 내려놓은 검을 향했다. 손잡이부터 시작해서 검갑까지 모두 새하얀 검이었다.


“그거냐?”


선우상의 물음에 선우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곳에서 봉인되어 있을 때는 검갑이 없었는데 삼령연가에서 보답으로 검갑을 만들어줬어요.”

“어떤 검이기에 그런지 한번 보자.”


선우휘가 그 말에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전에 일단 그 도둑놈에 대한 것부터 설명할게요.”


선우상은 선우휘가 바로 검을 내주지 않는 모습에 픽 웃고는 답했다.


“그래. 그 도둑놈에 대해 알아낸 것이 있느냐?”

“예. 그자는 백귀혼을 품은 혼주라고 했어요.”


선우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백귀혼?”

“예. 백귀혼은 백 마리의 귀신을 뜻하는 것 같았어요. 저한테 죽은 자는 십칠귀라고 했고, 양동했던 자는 칠귀라고 했으니까요.”

“혼주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 봐라.”

“그놈이 저도 혼주라고 오해하면서 술술 불더라고요. 그리고 그놈들을 볼 때 가슴에 흉통이 전해졌어요.”


선우상은 선우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선우휘가 익힌 무공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선우세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심공을 개량해서 전해준 것일 뿐이었다.

다만 생각해 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이 의문이기는 했다. 그런데 설마 그게 광마혼의 영향일까?


“그 도둑놈은 심중검립의 경지에 든 절정의 고수였는데 혼을 다룰 줄 아는 것 같았어요. 백귀라 그러더니 정말 귀기를 쓰는데 그게 더해지니 상당히 까다롭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이긴 거냐?”


선우휘의 수준은 선우상이 가장 잘 알았다. 심중검립에 이른 절정 고수. 육대문파나 정도 십가의 장로들 중에도 그 수준에 이른 이들이 얼마 되지 않을 정도의 경지였다.

그러나 상대고 비슷한 경지인데다가 그 혼이라는 것을 다룬다?


선우상이 생각하는 광마혼과 백귀혼이 같은 것이라면 그걸 다루는 순간은 완전히 격이 다른 수준에 오른다. 선우상이 십존의 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극적으로 강해진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이 녀석 덕분에 이길 수 있었죠.”


선우휘가 그제야 백색 손잡이의 검을 앞으로 내밀며 말을 이었다.


“이게 장백검문에서 봉인 중이던 신령기 백령검이에요.”

“신령기?”

“혼주들이 특별한 조치를 취한 후에 다룰 수 있는 무기라고 했어요.”


선우휘가 그리 말하며 백령검을 잡아서 뽑았다. 검신까지 새하얀 것이 특별해 보이는 검이었다.


“그런데 저는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더라고요. 저는 혼도 없는데.”


선우상은 그 말에 손을 뻗어 백령검을 쥐었다. 백령검이 웅웅 우는 것 같더니 금세 잠잠해졌다.


“응?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건가?”

“애비가 아무나냐?”


선우상은 그리 말하고는 백령검을 들어보다가 다시 돌려주었다. 확실히 뭔가 있기는 한데 그래 봐야 신외지물이다.


“그때 다쳤다면 바로 돌아왔을 테니 그때는 무사히 넘어갔을 테고. 그럼 삼령연가의 태상가주를 치료하다가 내상을 입었다는 건 무슨 얘기냐?”


선우휘가 그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백귀혼이 서른 명이나 된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일단 이화 누나를 삼령연가로 데려다줬는데 태상 가주님을 뵈니 혼이 느껴지더라고요.”


선우상이 미간을 찌푸리자 선우휘가 말을 이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아무래도 누군가 백귀혼의 혼주가 될 자격이 있는 자들을 찾아가 백귀혼을 만드는 무공서를 던져준 것 같았어요.”

“일부러 혼을 키운다고?”

“예. 태상 가주님도 무공을 수련하는 중에 혼이 생겨났는데 처음에는 심상을 품은 줄 알았다고 했어요. 나중에야 그것이 혼이라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든 저항했다고 해요. 다만 혼이 점점 몸을 차지하는 순간에 제가 갔던 거죠.”

“그래서?”

“상대를 죽이면 혼이 따로 나와서 베어버리면 됐지만, 태상 가주님을 죽일 수는 없어서.”


선우상이 눈이 가늘어지자 선우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심상기로 베었어요.”

“심상기? 심상은 아직 품지 말라고 했을 텐데?”


선우휘가 얼른 답했다.


“백령검과 하나가 되니 심상을 품은 것처럼 심상기를 쓸 수 있었어요. 진짜로 심상을 품은 건 아니에요.”

“그래서 그렇게 내상을 입은 거냐?”

“···예.”


선우상은 한숨을 내쉬고 선우휘의 맥을 잡았다.


격이 맞지 않는 기예를 부린다는 것은 단순히 내상을 입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그런 기예를 부릴 수도 없을뿐더러 혹시 부리게 된다고 해도 내상 정도가 아니라 원정이 상할 수도 있다.

원정이 상한다면 그건 회복에도 오래 걸리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제한하게 된다.


내력을 주입해서 반응을 보는 것이 좋지만, 내력을 다룰 수 없게 된 선우상이었다. 다만 상 의원에게 맥을 잡는 법을 배운 데다가 눈으로도 상태를 살필 수 있으니 지금 선우휘의 상태를 살필 수는 있었다.


다행히 원정이 상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상이 한참을 정양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정도 내상은 오히려 온전히 회복만 한다면 단전을 더욱 튼튼하게 할 수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한 거냐?”


선우상이 선우휘의 맥을 놓아준 채 묻자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숙모의 아버지인데 돕고 싶었어요.”


선우상은 가만히 선우휘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효자무신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1 24.06.26 290 0 -
30 효자무신록-재회 +2 24.06.25 606 24 12쪽
29 효자무신록-석수영 +4 24.06.24 637 29 11쪽
28 효자무신록-석산중 +4 24.06.23 761 35 13쪽
27 효자무신록-석가장 +2 24.06.22 832 31 13쪽
26 효자무신록-초대 +2 24.06.21 799 35 13쪽
25 효자무신록-합류 +2 24.06.20 798 35 12쪽
24 효자무신록-귀가 +2 24.06.19 819 35 11쪽
23 효자무신록-칠 년 +1 24.06.18 863 35 12쪽
22 효자무신록-백귀추살대 +2 24.06.17 890 28 12쪽
21 효자무신록-진심 +5 24.06.16 930 37 12쪽
» 효자무신록-귀향 +3 24.06.15 903 36 13쪽
19 효자무신록-태상가주 +2 24.06.14 922 35 12쪽
18 효자무신록-삼령연가 +2 24.06.14 915 36 12쪽
17 효자무신록-하산 +2 24.06.13 939 36 11쪽
16 효자무신록-백검 +2 24.06.12 953 33 12쪽
15 효자무신록-괴인 +2 24.06.11 954 35 13쪽
14 효자무신록-귀기 +2 24.06.11 959 36 13쪽
13 효자무신록-소백두 +3 24.06.10 976 37 12쪽
12 효자무신록-인연 +3 24.06.09 1,014 39 14쪽
11 효자무신록-방문자 +2 24.06.08 1,044 33 12쪽
10 효자무신록-복수 +2 24.06.07 1,068 35 12쪽
9 효자무신록-사람 +2 24.06.06 1,063 33 14쪽
8 효자무신록-설마? +2 24.06.06 1,121 36 12쪽
7 효자무신록-떡 +2 24.06.05 1,103 34 12쪽
6 효자무신록-꿈 +3 24.06.05 1,150 37 12쪽
5 효자무신록-사연 +2 24.06.04 1,194 38 11쪽
4 효자무신록-의형제 +2 24.06.03 1,255 40 14쪽
3 효자무신록-우가촌 +4 24.06.02 1,453 39 14쪽
2 효자무신록-살자 +4 24.06.02 1,604 4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