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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432
추천수 :
1,060
글자수 :
164,546

작성
24.06.1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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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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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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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효자무신록-백검

DUMMY

백검




선우휘는 아버지 선우상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익혔던 광혈마공은 광마혼이라는 것을 키워냈다고. 그것으로 인해 십존의 위에 올랐지만, 광마혼에게 몸을 빼앗길 뻔했다고 했다.

그것을 막아주었던 것이 광마혼의 말을 빌리자면 금강혼이라는 것.


저 혼이라 불리는 것들이 뭔지는 몰랐지만, 그 날의 기억을 얘기하실 때면 그것이 일반적인 무림의 무공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종류라는 것만 알 수 있다 하셨다.

다만 선우휘는 어떤 혼도 품고 있지 않았다. 그만한 무공을 익힌 적도 없었다.


선우휘가 익힌 것은 십존의 경지에 올랐던 선우상이 개량한 선우세가의 무공들이었다. 광혈마공은 익히지도 않았는데 저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게다가 이곳에 나타나 괴인도 같은 흉통을 전한 것을 보면 그자 또한 저 혼주라는 것일 터.


“백귀혼이라면 백 명이나 있다는 건가?”


상수보는 선우휘의 물음에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백귀혼의 혼주가 될 자격을 지닌 이를 아직 그렇게 많이 찾지는 못했지. 지금까지 구한 건 서른 명 정도였던가?”


상수보는 중덕문에 비견될 정도의 고수다. 지금 찾아온 괴인도 중덕문과 자웅을 겨룰 정도의 고수였는데 이들이 비슷한 수준의 강자들이라면 그만한 이가 서른 명이나 된다는 이야기였다.

상수보는 부채를 촥 펼치고는 얼굴을 가린 채 선우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는 대체 어떤 혼을 품고 있는 거지? 혼향(魂香)이 이렇게 미약한 것을 보면 이제 막 혼을 품은 것 같은데.”


선우휘는 상수보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이 흉통을 느끼는 것처럼 저자는 혼향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어떤 혼도 품고 있지 않지만, 저들이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은 아버지와 얘기해봐야 할 일이었다.


“장백검문의 장문인 처소에서 할 일이란 게 뭐지?”


상수보는 선우휘를 바라보며 뒤를 향해 좌수를 휘둘렀다.


쫘악!


벽에 걸려있던 산수화가 찢어지고 그 뒤에 드러난 벽을 등진 채 상수보가 답했다.


“장백검문이 대대로 지켜온 물건이 있지.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지켜온 물건. 그 물건을 가지러 왔다.”


선우휘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도둑질하러 왔다는 말을 그렇게 거창하게 하는 건가?”


상수보가 한 걸음 물러나 벽에 손을 대며 말을 이었다.


“혼주만이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무기. 신령기(神靈器)가 이곳에 봉인되어 있다.”


상수보가 그리 말하며 벽을 때렸다.


쩌저적.


벽에 금이 쩌저적 가는가 싶더니 우르르 무너지고 그 뒤로 비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수보가 그쪽을 흘끔 보는 사이에 선우휘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말슴하셨지. 도둑놈도 사람은 아니라고.”

“뭐?”

“금수보다 못한 새끼라고.”


상수보의 눈썹이 꿈틀거릴 때 선우휘가 몸을 날렸다.

저자가 무엇을 노리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놈의 손에 쥐여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휘가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들어가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상수보가 부채를 휘둘렀다. 부채 그림자가 전면을 모두 가리는데 허와 실을 구분할 수 없었다.


선우휘는 검지와 중지를 모아 검결지를 만든 채 의식을 집중했다.


선우휘의 손끝에서 피어오른 것은 검기. 그러나 일반적인 검기로 생각할 수 없었다.


상수보가 만들어낸 선영을 모두 뚫고 들어오고 있었으니 이건 검기처럼 보이지만 강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만큼 상승 작용을 한 것은 아마도 저 소년이 품고 있는 혼 때문이리라.

제대로 혼을 다루지 못하면서도 저만한 기예를 다루는 것을 보니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스승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죽여야 했다.

저자를 죽이고 그 혼을 거둘 수 있다면 백귀혼 내에서 자신의 서열이 크게 오를 테니까.


신령기 회수보다 더 좋은 기회라는 것을 깨달은 상수보가 백귀혼을 깨웠다. 그의 눈에 귀기가 서리기 시작하더니 부채 위로 선강(扇罡)이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가 휘두르는 궤도를 따라 선강이 사방을 휩쓸었다.


콰콰콰쾅!


사방을 휩쓰는 폭풍처럼 뻗어 나간 선강들 사이로 선우휘가 바람에 흔들리는 버들잎처럼 휘청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다.

눈앞에 있는데도 잡히지 않는 그 움직임에 상수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풍류선보(風柳仙步)?”


바람에 흔들리는 버들잎을 보고 만들었다고 알려진 보법. 다만 이 보법은 사십 년 전에 선우세가가 멸문당하며 절전된 보법이었다.

그렇게 파고든 선우휘의 검결지가 찔러오는 것을 보고 땅을 박찬 상수보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단 일 합만으로 알 수 있었다.

상대의 내력은 자신과 비슷했지만, 혼을 다룰 줄 모르니 자신이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좁은 곳에서 싸우기에는 저 풍류선보가 까다로우니 넓은 곳에서 싸워야 했다. 다만 시간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상수보가 바닥에 내려선 채 귀기를 일으킨 채 부채를 들었다.


백귀혼들이 익힌 무공은 백귀음혼공(百鬼陰魂功).

백귀혼을 만들어 혼주가 되게 해주는 무공이다. 십대금공 중 하나인 백귀음혼공을 일으키자 귀기가 일어나며 내력에 더해진다.

내력이란 그 성질이 태초에 정해지지만, 십대금공을 익히면 내력에 그 혼이 품은 기운을 씌울 수 있었다.


상수보는 고작 십 년 익힌 백귀음혼공 덕분에 이 정도 경지까지 오를 수 있었다.


상수보의 머리를 묶은 끈이 풀리며 머리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선우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검결지를 들어 올릴 때 가슴이 두근거렸다. 백귀혼을 감지해 흉통이 느껴지던 것과는 다른 느낌.


선우휘는 시선을 돌렸다. 그곳은 벽이 무너지며 드러난 밀실.

그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뭔가가 있었다.


선우휘가 그곳을 향해 손을 뻗자 밀실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손에 잡혔다. 선우휘의 손에 잡힌 것은 목갑. 부적이 여러 장 붙은 목갑을 손에 쥔 순간 그 안에 있는 물건이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선우휘는 잠시 고민하다가 내력을 일으켰다.


콰드득.


목갑이 쪼개지며 그 안에 있는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우휘가 손에 쥔 것은 한 자루 검이었다. 검집조차 없는 새하얀 손잡이에 새하얀 검날의 검.

그걸 쥔 선우휘는 소름이 쭉 돋는 것을 느꼈다.

마치 왜 이제야 자신을 찾았냐는 듯 손에 쥔 순간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가만히 있어.”


신외지물이 이렇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좋은 일일 리 없었다. 선우휘의 단호한 대응에 검에서 전해지던 두근거림이 사라졌다.


선우휘가 고개를 돌리니 귀신처럼 머리를 풀어헤친 상수보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선우휘가 손에 쥐고 있는 백검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신령기를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손에 쥐었다고?”


상수보의 중얼거림에 선우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물건은 아니지만, 상수보를 상대로 검 없이 싸우려니 곤란했는데 그걸 대신해주면 족하다 여겼다.


선우휘가 땅을 박차고 달려나가 단숨에 거리가 좁혀지자 상수보가 부채를 휘둘렀다.

그의 부채에서 시작된 선강이 닿는 모든 것을 박살 냈다. 장백검문의 장문인이 거하는 전각이 통째로 무너지는 압도적인 위력.

그러나 풍류선보로 날아드는 선강을 모조리 피해내 다가간 선우휘가 검을 뻗었다. 황급히 부채를 저어서 검을 쳐내려는 순간 선우휘가 검날을 옆으로 눕혔다.


백검의 검날에 부채가 닿는 순간 그대로 잘려나갔다.

상수보의 눈이 커질 때 선우휘의 검이 그의 가슴에 박혔다.


“커헉!”


상수보는 가슴이 뚫린 순간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백귀음혼공을 익히면서 손에 넣었던 백귀혼이 찢겨 나갔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육체에 전해지는 고통보다 끔찍한 고통.


상수보가 입을 벌려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그의 입에서 희끄무레한 기운이 튀어나왔다. 몸에서 뜯겨 나간 백귀혼이 튀어나온 것을 보고 상수보가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상대를 죽여 혼을 빼앗을 계획이었는데 오히려 자신이 당했다.


신령기를 손에 쥔 혼주의 힘이 얼마나 강대한지 알 수 있었다. 이대로 선우휘에게 백귀혼을 빼앗긴다는 생각에 상수보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선우휘는 상수보의 가슴에서 백검을 뽑아 휘둘렀다.


스걱.


“아?”


상수보는 눈앞에서 백귀혼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안 돼!”


백귀혼을 빼앗기는 것보다 자신이 십 년동안 공을 들여 키운 백귀혼이 죽어 사라지는 것을 보니 참을 수 없었다. 상수보가 가슴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선우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선우휘는 달려오는 상수보를 향해 마주 걸어가며 백검을 휘둘렀다.


상수보의 목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백귀혼을 깨운 상태로도 감당하지 못했었는데 백귀혼을 잃은 채 흥분한 상태로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선우휘는 상수보가 바닥에 쓰러진 것을 보고는 가볍게 백검을 휘둘러 검날에 묻은 핏물을 털어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선우휘가 고개를 돌리니 모용운검과 을지문후, 소위랑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장문인의 전각에서 폭음이 들리고, 전각이 무너져 내리면서 먼지를 일으키는 와중에 누군가 올 거라고는 여겼다. 대연무장에서 충돌하는 기파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을 보니 저쪽은 백중세인 것으로 보였다.


모용운검이 다가와 상수보의 목이 떨어진 시신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무너진 전각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줄 수 있겠소?”


선우휘가 모용운검을 돌아보았다. 그들이 본 것은 상수보의 목이 떨어지는 장면 정도였을 텐데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묻고 있었다.


“묘수선생이 대연무장에서 몰래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뒤를 쫓았습니다. 그는 저 괴인과 한패라고 스스로 밝혔고, 장문인의 처소에 있는 이 검을 훔치려 했습니다.”


그리 말한 선우휘의 손에 들린 백검을 보여주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를 죽이고 검을 회수했습니다.”


모용운검도 상수보의 목이 날아가던 장면을 보아서 알고 있다. 장문인의 처소가 무너지는 사태에 중덕문이 특별히 부탁해서 이쪽으로 와서 믿기 힘든 광경을 보았다.

무너진 전각의 형태로 보건 데 저건 강기공으로 부쉈다. 그래서 믿기 어려웠다.


묘수선생 상수보가 강기공을 자유자재로 펼칠 정도의 고수라는 것도 믿기 힘들었고, 그런 고수의 목을 저렇게 어린 소년이 베었다는 것도 믿기 힘들었다.

상수보가 강기공을 펼쳤다는 것도 믿기 힘들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 소년이 검강으로 전각을 무너트렸다는 얘기인데 그건 더 믿기 힘들었다.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선우휘가 입을 열었다.


“일단 장문인을 도우러 가죠. 검은 이후에 돌려드리겠습니다.”


선우휘가 먼저 대연무장을 향해 달리자 그 뒤를 따라 다른 이들도 움직였다. 선우휘의 말처럼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중덕문의 안위였다.


선우휘가 당장 검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상수보가 했던 말 때문이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신령기를 쥐는 것을 보고 놀라는 것을 보면 아무에게나 돌려줘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일단 저 괴인을 먼저 처리하고 나서 중덕문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 심중검립의 경지에 든 그라면 신외지물에 휘둘리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대연무장으로 온 선우휘와 일행의 눈에 대검이 반으로 잘려 날아오르는 것이 들어왔다.


쩌엉!


중덕문이 뒤로 튕겨 날아가 바닥을 굴렀고, 괴인이 그를 따라 몸을 날려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선우휘는 곧장 몸을 날려 중덕문의 앞을 막아서며 괴인의 지팡이를 백검으로 받아냈다.


쩌어엉!


괴인과 선우휘가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괴인이 선우휘의 손에 들린 백검을 보고는 눈을 빛냈다.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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