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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효자무신록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6.02 22:08
최근연재일 :
2024.06.25 19: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411
추천수 :
1,060
글자수 :
164,546

작성
24.06.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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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2쪽

효자무신록-꿈

DUMMY





덜컹. 덜컹.


한 대의 마차에는 짐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마차가 쓰러지지 않는 것이 용할 정도로 쌓아 올린 짐이 가득한 마차였다. 한 필의 말이 끄는 마차였는데 마차의 옆으로는 한 명의 무인이 호위로 따라오고 있었다.

마부석에서 마차를 몰고 있는 사내는 입에 강아지풀을 물고 있었다.

그런 사내의 옆에 앉은 소녀가 돌부리에 걸려 덜컹거리는 마차의 흔들림에 퍼뜩 잠에서 깼다. 소녀가 주위를 돌아보다가 길게 하품하고는 기지개를 한껏 켰다.


“아직 멀었어요?”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소녀는 주위를 돌아보다가 물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네요?”

“없지.”

“대체 할아버지는 어떤 곳에 사시는 거예요?”


소녀의 물음에 마차를 몰던 사내가 강아지풀을 위아래로 흔들다가 답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시골이란다. 근처는 순 돌밭이어서 개간조차 쉽지 않지. 하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한 가족처럼 지내는 곳이란다.”

“그래요?”

“그래. 아빠 친구 중에 수라는 친구가 있는데 지금까지 만난 누구보다 뛰어난 머리를 지녔단다.”

“그렇게 머리가 좋은데 이런 시골에 산다고요?”

“어쩌면 마을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벌써 마을을 떠난 지 이십 년이 지났으니. 그 친구라면 어디서 한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만한 머리라면 어디를 가도 귀한 대접을 받았을 테니까.”


소녀가 사내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빠. 그런데 이십이 년 만에 처음 찾아가는 거라고요?”

“유야. 아빠가 자리 잡는 데 오래 걸렸단다.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잘 알잖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저라도 올 걸 그랬어요. 할아버지가 불쌍해!”

“아니. 그게···.”


옆에서 말을 몰던 무인이 입을 열었다.


“그건 우 단주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를 이십이 년 동안 찾아뵙지 않는다니. 이런 불효자식 같으···.”

“어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 대주가 그리 말하면 어떻게 하나? 내가 어떻게 상단을 키웠는지 잘 알면서!”

“맨손으로 뛰어들어서 천하가 좁다하고 발품 팔아가면서 키워왔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그 여정의 절반은 저랑 같이했으니까요. 그래도 이십이 년은 좀···.”

“그냥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네. 매 년 상단 하나를 이용해 우가촌에 필요한 물자를 보냈다네.”

“그럼 그럴 때 정보도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그러니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신 걸 알고 이렇게 찾아뵙는 것 아니겠나? 다른 건 몰라도 그 정도 확인은 하고 있었네.”


뭔가 다급하게 변명하는 이를 바라보던 소녀가 마부석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저희를 따라서 오실까요?”

“그러라고 너도 함께 가는 거잖니.”

“처음 보시는 건데 좋아하실까요?”

“좋아하실 거다. 어쩌다 마을에 아기가 태어나기라도 하면 아주 어떻게든 구경하려고 하셨으니까.”

“그랬으면 좋겠네요. 두 번은 오고 싶지 않아요. 너무 멀다고요.”


소녀의 투정에 사내는 강아지풀을 위아래로 흔들며 답했다.


“며칠 머물면서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설득해라. 유야. 너만 믿는다.”


소녀, 우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만 믿으세요.”


마부석에 앉은 사내 우직은 저 멀리 보이는 황금빛 물결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왜요?”

“여기 맞는데?”


우직의 중얼거림에 옆에서 말을 몰던 무인 장춘이 물었다.


“순 돌밭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면 곡창지대 아닙니까?”

“이상하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리 중얼거리며 마차를 몰던 우직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장춘이 말을 앞으로 몰며 허리에 찬 검에 손을 올렸다.


“무인들입니다.”

“장 대주. 우가촌에서 무인이 있을 리가 없소. 고작 열두 가구 사는 곳에 어느 문파가 분파를 세운단 말이오?”


장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경신 수준이 보통이 아닙니다.”


장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쌍의 남녀가 그들 앞에 내려섰다.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남녀 중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취했다.


“어디로 가시는 길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우직이 마부석에서 내려 앞으로 나섰다. 장춘이 살짝 미간을 굳히며 그에게 눈짓했지만, 간단히 그 시선을 무시한 우직이 앞으로 나선 채 입을 열었다.


“우가촌으로 가는 길이네. 혹시 허락를 구해야 하나?”

“방문 목적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촌장님을 뵈러 왔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돌아보더니 남자가 입을 열었다.


“지금 촌장님이 누구를 만나실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남자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고 우직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묻고 있지 않나?”


남자가 당황해할 때 여자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촌장님 아드님이시라고요?”

“그래. 내 이름은 우직이네. 우가촌 사람이라면 내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 아닌가?”


남자가 머쓱해 했다.


“촌장님은 아드님 얘기하실 때 ‘그놈 새끼’라고만 하셔서.”


우직이 인상을 와락 구기고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그보다 수와 무슨 사인가?”

“예?”

“우수 그 친구 젊었을 적을 쏙 빼닮았는데. 혹시 수의 아들인가?”

“아버지를 아십니까?”

“나 촌장 아들이라고.”


남자가 그 말에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전 정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동생인 선입니다.”

“정말 수의 아들인가?”

“예.”


우직은 헛웃음을 흘렸다.


“하. 이 친구 천하로 나가 어디서 한자리하고 있을 줄 알았더니 이런 장성한 아들을 다 두고 있었군. 어서 가지.”

“그럼 이쪽으로.”


우정이 길을 안내했는데 황금빛 밀밭 사이로 난 잘 닦인 길이 있었다. 마차가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는 길을 보고 우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대체 이십여 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순 돌밭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정은 그 물음에 뭔가 뿌듯한 얼굴로 답했다.


“사부님이 틈날 때마다 제자들과 함께 땅을 개간하셔서 이렇게 됐습니다.”

“사부님? 우가촌에 외부인이 들어온 건가?”

“예. 벌써 십 년 전입니다.”


우직이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 옆에 앉아있던 우유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전 유라고 해요.”


우유의 인사에 마차 옆에서 함께 걷던 우선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받아줬다.


“반가워. 유는 몇 살이야?”

“열 살이요.”

“그럼 주아랑 휘아랑 나이가 같네.”

“동생이 또 있어요?”

“응. 네 또래 친구들도 있어.”


우유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겠다고 여겼다. 곧 우가촌에 도착한 우유는 입을 쩍 벌렸다.


“열두 가구 정도 산다고 하셨는데?”

“맞아.”


마을 전체를 두른 목책은 높이만 일 장에 달해서 성벽을 연상케 했다.


“마을에 범이 내려온 적이 있어서 그 뒤로 준비한 거야.”


목책의 앞에 도착하니 문이 열렸고, 열린 문을 통해 우직의 마차와 장춘의 말이 안으로 들어섰다. 사람이 온다는 것을 들은 것인지 나와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는 우직에게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세월은 피해가지 못 해 중년인이 되었지만, 자신의 친우인 우수였다.


“수!”


우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우수가 얼른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직인가? 자네 촌장님 소식을 듣고 온 건가?”


우직은 마차에서 내려 그런 우수와 손을 맞잡고는 답했다.


“아니. 그보다 아버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노환(老患)으로 고생하시는 중일세.”


우직은 그 말에 우유를 돌아보며 말했다.


“유야. 얼른 할아버지를 뵈러 가자.”


우유가 얼른 마부석에서 내리자 우수가 우정에게 말했다.


“마차는 촌장님 댁으로 가지고 오너라.”

“예.”


우정이 마부석에 올라 마차를 몰기 시작하자 장춘은 옆에서 말을 몰며 주위를 살폈다.

천하가 좁다고 장사를 하고 다니는 우직의 호위를 맡는다는 것은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나름 자신의 실력에 자신 있었던 장춘은 지금 이곳에 보이는 이들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직접 붙어보면 경험이라는 것이 승패를 가리지만 일단 붙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런 촌구석에서 자신조차 승부를 가늠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것도 이제 막 약관이나 되었을까 싶은 우정이나 그보다 어린 우선이 그 정도 수준인 것도 놀라운데 그들 또래나 그들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들도 보이는 자세가 올곧은 것이 마치 명문정파의 제자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잠시 마을을 구경하는 사이에 촌장의 집에 도착한 장춘을 보고 따라온 우수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직이와는 어떤 사이십니까?”

“우 단주의 호위대주인 장춘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해후를 푸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저희 집에서 차라도 한잔하면서 기다리시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우수는 우선을 돌아보며 말했다.


“잠시 여기 남아서 차라도 내주고 이야기가 끝나거든 집으로 모셔오너라.”

“예. 아버지.”


우선이 부엌으로 간 사이 우수와 우정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장춘이 물었다.


“뭐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우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춘이 우정을 돌아보았다.


“십 년 전 우가촌에 무인이 한 명 왔다면 무공을 익힌 지 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건가?”

“예.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아니. 그 반대일세. 십 년을 익혔다면 열 살부터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니 입문이 늦었는데 대단해 보여서 그러네. 대체 스승님이 누구시기에 이 정도 수준까지 제자를 키워낼 수 있는지 궁금하군.”


우수가 장춘의 말에 되물었다.


“제 아들의 실력을 어떻게 보십니까?”


장춘은 그 물음에 우정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답했다.


“직접 검을 대보지 않아서 실전 경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정돈된 기세나 은연중에 내뿜는 기세를 본다면 육대문파나 정도십가의 일대제자들과 어깨를 견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정도십가라면···?”


장춘은 담담히 답해주었다.


“사십 년 전 선우세가가 멸문을 당하고, 십 년 전에 위지세가가 무너졌습니다. 위지세가에는 생존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더는 세가의 이름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보아 이제는 정도십가라고 부릅니다.”

“그렇군요.”


장춘이 우수의 집에 다 왔을 때 갑자기 문 안쪽에서 튀어나오는 인영이 있었다. 명치 어림까지 밖에 오지 않는 아이였지만, 다가오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장춘조차 기겁하며 반보 물러나며 검을 뽑을 뻔했다.

오랜 시간 천하를 누비며 몸에 새긴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런데 다가온 인영이 훌쩍 뛰어오르며 장춘의 검병을 밟고 그를 뛰어넘었다.


장춘은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만약 상대가 자신에게 암수를 썼다면 손도 까딱 못하고 당할 뻔했다.


“휘! 너 거기 안 서!”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달려오는 소녀를 본 장춘은 그녀가 오른쪽 옆구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주아야! 미안해!”

“너 내가 그거 얼마나 아껴놓은 건데 그걸 몰래 훔쳐 먹어!”


장춘이 황당함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서야 그 둘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유 또래나 되었을까?


열 살이나 되었음 직한 소년과 소녀가 믿기 힘들 정도의 경신법으로 지붕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서 나고 자란 듯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한편의 곡예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절정의 경신법 고수들이 펼치는.


“저 아이들은 누굽니까?”

“제 동생인 휘와 주입니다. 단단히 주의를 시키겠습니다.”


장춘은 마른침을 삼키고는 멀어지는 두 아이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뺨을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었는데 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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