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테러님, 열폭에 진지 타신 거 맞아요. 하하...
가상현실세계를 배경으로 한 소위 게임소설이
설정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다른 장르는 말이 되느냐. 사람이 휙휙 날아다니는 무협이나
눈 떠보니 과거네? 하는 소위 현판이나 하는 건 제대로냐.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단지, 그건 그 장르의 클리셰로서 정착되었기 때문에
욕먹지 않는 거지요.
게임소설의 경우 비일상으로의 진입에 개연성이 있고 현실의
모습과 가까워 독자가 감정이입 하기 좋다는 장점 대신에
현실의 모습과의 괴리가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그것도 클리셰로 자리 잡았으면 문제가 없었는데, 그러기 전에
양산형 게임소설이 범람했던 게 문제지요.
당장 출판작을 내놓지 않으면 하루하루 적자인 출판사 덕에
설정에 심혈을 기울인 게임소설은 나오기 힘듭니다.
본격적으로 설정을 짜보려고 해도 장점이 역으로 난점이 되어
아무래도 상상력에 제동이 걸리고 말지요.
그야말로 사회학, 인문학, 첨단기술과 뇌과학까지 공부하지
않으면 어차피 욕 먹을 것, 남들 쓰는대로 쓰게 되는 겁니다.
극복하고 열심히 설정을 짜면? '어차피 게임소설'이라며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게임소설 안읽는다'는 분들은 대부분
애초에 읽지는 않는데 비난은 즐기는 분들이니까요.
작전명테러님이 좋아하시는 장르가 비난받아서 안타까우신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저 또한 부분적으로 동감입니다. 근데,
'미래공상소설 읽으실거면 게임소설은 접어야한다고 봅니다'
부분은 좀 흥분이 지나치셨네요.
게임소설은 그 가능성을 펼칠 기회조차 얻은 적 없습니다.
MMORPG가 아닌 장르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작가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그 주된 장치로
게임소설을 이용할 수도 있어요.
또 비일상적 드라마가 현실에 펼쳐지게 해서 퓨전 형식도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팬인 독자가 스스로 좋아하는 장르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임소설의 개연성에 대해서도 스스로 포기하고 계시네요.
'게임소설에 있어 사회는 반드시 발달된 과학상을 표현해야 한다.'
'게임 속에서의 시간은 현실의 그 흐름보다 빨라야 한다.'
따위의 규칙은 없습니다. 여지껏 그렇게 많이들 썼을 뿐이예요.
과학이 아니라 어떤 다른 법칙으로 이루어진 게임세계라도
좋습니다.
반드시 현대인이 게임에 접속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게임 중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고 뇌에 부담을 준다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설정'이 부족한 거지 게임소설 장르 자체가
원죄를 안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마치 작전명테러님을 비난하는 듯 보이지 않았을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게임소설 팬으로서 작전명테러님께 일부 공감하고 있으며
게임소설은 관심 속에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안타까우신 나머지 다른 작품의 실명을 들어
비난조로 게시물을 올리시기에 쓸데없이 긴 글 올렸습니다.
'게임소설은 어차피 이런 건데 즐기면 그만' 이라기보다는
'양산형 작품이 많았다고 해서 게임소설 자체가 저급하진 않다'
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부디 진정하시고 앞으로도 팬으로서 같이 게임소설을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라고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할 수 없이 게시물로
올립니다. 이거 저도 너무 진지해졌네요. 쑥스럽게.
제가 위에 적었던 내용 중에
'과학이 아니라 어떤 다른 법칙으로 이루어진 게임세계'
라고 있었지요?
그 대표작이 익히들 아시는 '게으른 영주' 되겠습니다.
저는 퓨전보다 순수 게임소설 장르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많은 게임소설들이 클리셰에 따르거나 대충 흘려보내는
세계관 설정-비일상으로의 진입 부분을 독자적인
설정으로, 그것도 줄줄 기계적으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전개 전체에 걸쳐 녹여내는 점이 탁월하더라고요.
더욱 뛰어난 점은 그러면서도 중점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모험에 맞춰져 있다는 거지요. 주제를 흐리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세계와 피드백한다는 점이 정말 모범적입니다.
작가가 약먹은인삼님이니까, 장르소설의 핵심인 재미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탄탄한 전개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적었던 게임소설의 가능성, 저력과 독자들이 바라는 바.
양쪽을 함께 충족하는 교과서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게임소설 장르는 아예 안읽으신다는 분들도 한번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돌리보시면 어떨까요.
장문, 실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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