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짜리 손자의 어린 몸을 안고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온 자식에게
나의 아이야.
이 말을 꼭 해주고 싶구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너의 핏덩이들을 보고 있는
너에게 해줄 말이있단다.
아이야,
나는 한번도 억지로 너의 엄마였던 적이 없단다.
오랜만에 나를 안고 울고 있는 네게,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초등학생 때 동네 형들에게 돈을 뺏긴 이후로는 처음일거야)
그리고 미안하다며 왜 나 같이 부족한 자식을 낳고 사랑하면서 많은 것들을 포기했냐는 네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구나.
너를 낳고서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적지는 않아.
여자로써의 아름다움, 자존심 같은 것들부터 네가 대신 꾸길 바라며 곱게 접어 둔 나의 꿈들까지.
나도 너처럼 많은 것들이 하고 싶었고, 많은 것들을 갖고 싶었지만 너를 낳고서 포기해야했지.
그러나 아이야.
나는 그것들을 포기할 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슬프지 않았단다.
먹고 싶은 음식을 모두 양보하고 남은 것만 먹더라도,
예쁜 치마와 구두에 어울리는 몸매가 더이상 아니더라도,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너에게 언제나 양보하더라도,
또 그것 때문에 삶에 치여, 사랑하는 사람과의 낭만이 더이상은 없어졌더라도,
더 이상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반짝이는 눈동자로 미래를 얘기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전혀 슬프지 않았단다.
내가 슬픈 것은 오직,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냥 행복하게만 살아다오’
네가 태어나던 날 되뇌였던 그 말을, 지난 30년 동안 가슴에 품고 살았지만
네가 살고 있는 인생도,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것뿐이란다.
겁이 날게야, 겁이 나지.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는 너도
예전의 나와 같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겠지.
그러나 아이야.
나의 사랑하는 아이야,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나의 아이야.
너에게 반드시 해줄 말이 있단다.
나는 한번도 억지로 너의 엄마였던 적이 없단다.
나는 한번도 너를 낳고서 후회했던 적이 없단다.
네가 태어나주어서,
잘 자라나주어서,
마지막 가는 길에 이렇게 인사를 하러와주어서,
그리고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처럼 이렇게 안겨주어서,
그래서,
내가 너의 엄마라는 사실에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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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란 말은 세상에서 가장 절절한 한 단어인것 같아요.
음, 글쓰는 연습을 하다가 ‘어머니’의 시점에서 시를 써봤습니다.
애초에 깊이 있는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뭐 대충 봐도 부족한 게 많아보이네요.
(예를 들면 쉼표 덕후증후군이나 무분별한 도치법 같은)
또, ‘묘사에 대한 연습이었기 때문에...’ 라고 자위하면서 운율 같은 것들은 상당히 대충한 것이 티가 나네요.
평소에 저와 많은 대화를 하시는 저희 어머니 말들을 모아서 써봤어요.
글 쓰는 일도 같이 격려해주시고 지원해주시는 어머니께 오늘은 사랑한다고 말해보렵니다. 오늘은 다들 글만쓰시지 마시고 어머니께 간단한 통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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