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검은 뱀의 몸이 재생되고 있다.
뼈가 이어지고 흩어진 피가 스믈스믈 돌아온다.
새살이 돋는다.
안개에 뒤집어씌인 검은 뱀은 인간인지 괴물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아무런 근육의 움직임 없이 스르르 검은 뱀이 일어선다.
감겨있던 검은 뱀의 눈이 떠진다.
어두운 암연을 담은 눈동자가 세상을 흝엇다.
그 눈이 움직이지 못하는 무인들을 쳐다보자 끝없는 절망감에 휩싸인다.
인세를 초월한 괴수의 군주를 맞이한다.
초월의 눈이 백리우에게 닿는다.
그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 백리세가 무인 둘이 몸으로 덮치듯 막아섰다.
안개가 그들을 감쌌다.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일말의 소음도 없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거 하나 없이 존재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소멸의 고통은 존재상실의 아픔이다.
막심한 공포심에 모든 무인들이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체면과 명성을 집어 던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산다는 것과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은 개죽음이다.
안개가 붉은 기운을 빛내며 도망치는 무인들을 습격했다.
하나둘 옆에 있는 동료, 사형제들이 사라진다.
그 압도적인 공포는 극한의 절벽에 몰린 사람의 발목을 붙잡듯 가슴이 철렁 가라앉게 한다.
안개가 다가오자 발악적으로 몇몇의 무인들이 공격했다.
그러나 붉은 안개는 탐욕의 안개.
꿀렁꿀렁 기운을 삼키고 결국 사람마저 소화시킨다.
아수라장과 같은 모습에 의식이 희미한 백리우가 가늘게 떨었다.
신.
신이다.
세상의 명리와 허욕을 무너트릴 원초의 탐욕의 신.
백리우의 머릿속에 담긴 감정의 경외뿐이었다.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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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 신인 墨牛입니다^^
뻔한듯 뻔하지 않은 스토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
선작해주신 여려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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