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앞에 글을 선보인 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무모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어렷을적부터 전업작가를 꿈꾼 문학도의 경우를 제외하고 글을 올려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실력의 높낮이를 떠나서, 글을 쓰는 이는) 자신의 소재에 빠져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모습을 갖춘 상상의 세계는 참으로 아름답고 유쾌하고 즐겁거나, 반대로 네거티브 요소로 아주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아 이걸 글로 옮기면 참 재밌겠다 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혼자 맨 모니터를 바라보며 혹은 텅빈 원고지에 글을 써 내려간다는 것은 외로운 길입니다. 그렇기에, 옛 작가들은 '산고의 고통' 이라고 하였을 것입니다. 쓰다보면, 운이 좋으면 한줄기 빛이 내 글이 가야할 길을 비추어 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쓰기"라는 것은 단 몇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동굴을 걷는 듯한 외로운 도전입니다. 이 길의 끝에는 밝은 빛이 비추는 출구가 나올것인가, 작가 자신도 알지 못합니다. 혹시 큰 바위가 길을 틀어먹고 있어서, 그것을 치우다치우다 못해 지쳐서 중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혹은 갈림길이 나와서 한참을 빙 돌아 가야할지도 모르는 길입니다.
물론, 요즘은 그래서 전업작가들마저도, 초반연재 후 출판 이라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연재라는 방법을 통해서 그 외로운 길을 독자들과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게 인터넷작가들의 바람인 것입니다.
특히, 완결의 경험이 적은 초보작가들이라면, 정말로 조그마한 촛불에 의지해 어둠에 휩싸인 상상의 세상을 더듬더듬 나아가는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초보작가들은 자신들의 머릿속에 가득한 그 이상한나라를 외길로 만들어서 나아갈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뚝! 하고 상상의 세상에 홀로 떨어진것이지요.
그런데, 이때 좌우로 작은 불빛을 켜주며, 도움을 줄수 있는 분들이 바로 독자분들입니다. 그분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의견을 통해서 작가의 시야를 넓혀주시기도 합니다. 반대로, 묵묵히 작가가 내딛는 발자국을 따라서 따라와 주시는 조용하신 독자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반대로 가끔은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을 가리키며 이쪽이 맞다고 작가분의 발걸음을 바꾸려는 분들도 계십니다. 기실 대부분의 독자분들은 "건필하세요" "수고하세요" 라는 댓글을 다는 것에 대해서도 인색하신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수많은 사람들 (그것이 수십명이건 수백명이건..) 을 이끌고 있다는 무게감에 짓눌릴때, "가는 길이 맞습니다." " 믿으시니깐 힘차게 걸어가세요"라는 등의 응원 한마디가, 큰 힘이 될때도 있습니다.
뭐, 위에 드린 말이야, 많은 작가들이 드렸던 부탁일 것이니.. 이정도 하고... 사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어둠에 휩싸인 세상에서 방향을 정하고 작가는 길을 걸어갑니다. 그리고 한명 두명씩 그 구멍을 통해서 작가의 세상에 들어오신 독자분들은 작가가 밝힌 등불을 따라서 볼수 있는 만큼 보면서 따라오십니다. 그런데 꼭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
작가를 비롯해서 따르는 독자 수십, 수백이, 최초 시작지점에서 수십일 거리까지 걸어왔는데... 구멍의 초입에서 둘러보시더니 외칩니다.
"네가 가고 있는 길은 틀렸다! 너흰 다 출구를 찾지 못할것이다."
"그렇게 영영 헤매다가 실망감을 안고 죽어나갈것이야."
"날, 이런 끔찍한 세상으로 인도하다니!!!"
이분들의 파급효과는 상당히 큽니다.
묵묵히 앞선 이가 가고 있기에 따라가고 있던 이들의 발걸음을 늦추고, 작가의 발걸음을 흔들리게 합니다. 작가의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전업작가이고 프로라면, 그 정도에 흔들리진 말아야겠지만. 지적한대로 초보작가기에, 다른 독자분들과 나아갈곳까지 가보자는 도전의식으로 시작한 길이기에...
돌아갈까? 포기할까? 정말 내가 틀린 것인가? 수많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찌 아시는 지요? 당신은 이제 막 이 세상의 초입에 들어선것 아닙니까?
초입에서 주변을 조금 둘러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정말로 예의가 없는 행동입니다. 진정, 도움을 주고 싶다면, 작가가 선 그곳까지 쫒아와서, 이쪽엔 덫이 있다. 이쪽엔 함정이 있다. 이쪽은 낭떠러지이다. 알려주시는게 도움이며 비평일 것입니다.
혹은, 작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라도, 가는 길을 막더라도, 남들이 걸었던 그 길을 걸어보는 수고를 하고 나서야, 타인의 여정을 힐난하거나 비난할 자격이 생긴다고 봅니다.
의사 표현의 자유라고요?
아닙니다. 자유 의사의 탈을 쓴, 타인의 노력과 시간을 모두 깍아내는 악의적인 언행일 뿐입니다.
'작가님, 저는 고되서 더 이상 당신의 길을 못 쫒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아 힘들다. 난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내 세계로.'
'빠이빠이.'
혹은 말없이 돌아서 나가는것...
최소한 이것이 의사표현이겠지요.
초입에 서서, 소리치는 것은...
그래요, 그럴수도 있다고 치지요.
'아, 길이 힘들어 보여요. 전 나갑니다.'
'아, 내가 바라던 세상이 아니네요.'
다 좋습니다.
하지만, '어떤놈이 이딴 세상 만들어서 구멍을 뚫어둔거야?'
는... 너무 하지 않습니까? 독자분들은 "즉시귀환스크롤" 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더 쓰자니 구구절절해지고, 참으로 비참해집니다.
어차피 저야, 소수정예로 가길 작정했으니...
저와 상관 없는 일이겠지만... 아래 색향님의 경우를 생각하니..
수백편이 연재되었건만, 그리고 여전히 그 길을 따라는 동행자들이 있건만...
독자 한분이 웜홀을 통해서 작가님의 세상을 여행했습니다.
고되기도 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기에 세상에 돌아와서 그 웜홀을 가리키며, 저 길로 가면 이런저런 사람들이 사는 재밌는 세상이네요. 한번씩 구경가보세요 라고... 외치고 있으니..
(이것도 본인이 단상을 세우고, 무대를 만드는 수고까지 하셔서 꾸며두었습니다.)
주변에 동조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분이 튀어나와서 마이크를 뺏더니 소리치십니다.
"내가 반나절 거리까지 가봤는데, 완전 쓰레기야. 당장 원자폭탄 수백개 설치해서 날려버리고 싶었다니깐." 이랍니다.
그러곤 옆에서 동조하던 사람들을 가리키며, 내 자유야!!
(최소한 본인이 무대를 만들어서 직접 서서, 저 웜홀의 위험성에 대해서 알려야겠다는 의지도 없고, 수고도 안하신 것입니다.)
즉시귀환스크롤 있으시지 않으십니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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