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가장 큰 힘은 복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영화들을 보면 음향, 나레이션, 심지어 조명까지 동원하는 것에
그 복선의 다양함과 절묘함을 소설로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세대는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터미네이터2라는 명작 영화가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본 거라서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세월이 지나 다시 보니
진짜 명작이라는 걸 조명 하나만 보고 느꼈습니다.
거기에 착한 로봇과 악한 로봇이 나오는데
착한 로봇이 카메라에 잡힐 때는 가급적 빨간 조명이 비칩니다.
악한 로봇은 반대로 푸른 불빛 위주입니다.
색이 주는 따뜻함과 차가움 그것만으로 관객은 그 조명이 어떤
‘복선’이라는 것도 모르는 채 두 로봇이 서로 다른 성질임을
수긍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조명만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에 볼 때는 여자가 나쁜x고 남자가 불쌍하게 보입니다.
근데 잘 살펴보면 여자가 남자를 더 좋아했다는 결론도 훌륭하게
성립됩니다.
영화 중간 중간 날짜를 삽입하는데
몇몇 날짜가 안 들어간 씬들을 살펴보면 남자가 여자한테 왜 차이는지
어렴풋이 보입니다.
같은 옷을 입은 장면인데,
남자가 회상할 때와
그냥 날짜없이 들어갈 때 여자의 표정이 정 반대입니다.
저 같은 옷이 바로 복선이 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 받은 영화네요...
그 하나만으로 메인 플롯이 정 반대가 되어버리는 영화라니...
반대의 플롯이 성립되도록 해석하는
네이버 리뷰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복선 하나라는 나무를 숲에 숨기기 위해 그 수많은 신을
모두 묘사할 수도 없죠.
물론 매체가 다른 특성 상 소설은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화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한 수용을 요구하며 그것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분명 많습니다.
아직은 확실하진 않지만...
소설에서만 가능한 방법을 여러모로 실험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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