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건, 사업하는 사람이건, 직장인이건, 백수건
각자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다 힘들기 마련이죠.
그러나 이번 파동을 보면서 (물론 곧 잊혀지고 가라앉겠지만...)
작가들의 생활 일부를 보여드리고 싶어 제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
글쓰는 사람은 반백수라더니 그 말이 딱이다.
보통 늦은 새벽에 잠들기에 일어나면 점심나절이다.
부스스하니 일어나 억지로 창문을 열고 두대의 컴터를 켠다.
그리고 바로 앉아 daum과 고무림을 띄운다.
눈꼽을 떼내고 물을 한잔 마신후 담배를 꼬나문다.
빈속에 담배는 해롭다지만 벌써 오랜된 습관.
일어나자마자 피우는 담배는 잠을 빨리 깨워준다.
써핑의 시작.
먼저 daum에서 주요 뉴스가 있나 확인하고 메일을 열어본다.
주요 뉴스를 확인한후 신문가게로 이동한다.
좌우간 대부분 그렇고 그런 뉴스다. 답답한 이야기들만 잔뜩 있는....
고무림에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블랙홀에 빠진 기분이다.
시간이 빠르게간다.
메인화면에서 감평을 먼저 보고 내 연재란으로 이동한다.
새로 올라온 댓글을 읽으며 킥킥거리다 작가들 게시판으로 이동,
올라온 글을 읽어본다. 그 다음 몇몇 읽어오던 작품들을 클릭,
감흥에 빠져 읽는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없어 친한 작가들 작품조차
제대로 못 봐 아쉽다. ㅡㅡ;;;
마지막으로 폐인들의 집합소 와호에 들러 올라온 글들을 읽으며 댓글을 단다.
그리고 몇몇 게시판을 슬쩍 훑고 관심있는 제목만 읽어보다 창을 내린다.
웬만해선 끄진 않는다. 다시 띄울려면 귀찮기때문에...
아! 시간이 지나면 로그인이 풀려 개인적으로 슬프다...ㅜ.ㅜ
이제 글을 쓰려고 한글을 띄운다.
밥? 귀찮아서 안먹는다. 또, 밥먹으면 바로 잠이 오기때문에 그냥 글을 쓴다.
세수? 아직 안한다. 글 쓰고나서 밥 먹으면서 샤워한다.
요즘은 샤워를 하루 세번 이상 한다. 글이 안풀리면 바로 샤워다.
그러면 뜨거운 물이 혈액을 순환시킨 탓인지 장면이 번뜩번뜩 떠오른다.
글 쓰다 막히거나 배가 너무 고파 견딜수 없으면 밥 먹는다. 씻는다.
다 먹었고 씼었으면 또 쓴다. 쓰다 막히면 고무림창을 띄워 새글 올라온게
있나 또 본다. 아니면 샤워를 한다.
그리고 방바닥을 뒹굴며 장면 생각하다 필이 오르면 또 쓴다.
배고프다. 밥 먹는다. 그리고 또 쓴다.....샤워하고 또 쓴다.
어느덧 새벽이다.
담배는 벌써 두갑이 날아갔고 밥은 대충 먹었다.
욕심스레 두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는 관계로 하루 세편 정도 올리면
뿌듯해하며 잔다. 아니라면 정신적으로 쫓긴다는 느낌을 받으며 잔다.
자면서 또 글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리고 꿈도 글에대한 꿈을 꾼다.
마감이 끼이면 그냥 폐인이다. 안씻는다. 거의 안먹는다.
다행히! 후배나 지인들이 부르면 연재 속도를 감안해서 나갈 자리엔 나간다.
그게 유일한 소일거리이자 취미가 되어버렸다.
결국 먹고 자고 쓰고....먹고 자고 쓰고...
백수들은 먹고 자고 놀고...먹고 자고 놀고...
대충 비슷한 패턴이다.
그래서 글 쓰는 사람들을 반 백수라 하나 보다..
이 생활이 언제쯤 지칠까? 궁금하다....
****
으아아. 춥다.
겨울은 너무 싫다.
날씨가 추워서 싫고 작업실에서 맘껏 담배를 못 피워 싫다.
드르륵!
자욱한 담배연기를 빼내려고 창문을 열었다.
휘우웅!
찬 바람에 손이 시리다.
오늘 새벽은 대략 멍하다...
하루종일 방바닥만 뒹굴다 겨우 한편 올렸다.
며칠간 심마에 시달리다 그나마 한편 올렸으니 이젠 심마 탈출인가? ㅡ.ㅡ;;;
와이프가 곶감과 김을 갖다줬다.
그리고는 계속 옆에서 칭얼대다 갔다.
대구에서 좀체 내리지않는 눈을 맞으며 갔다.
좀...미안하다.
설...
언제나 맞이하는 명절이지만 이번 설은 유독 춥다.
아아...
원고료는 왜 명절 전에 입금을 안시켜 주는 걸까?
컹...
달랑달랑한 지갑때문에 더 춥다.
우오오오오! ㅡ.ㅜ
좌우간..
겨울은 너무 싫다.
봄은 지금 달려오고 있겠지?
어서 와!
기다리다 몸살나겠다...
****
글쓰는 건 언제나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이제 나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 것일까?
글이 안 풀려 또 샤워를 했다.
한글을 띄워놓고도 망연히 서핑만 하고 있다..
벌써 몇 시간째냐...ㅜ.ㅜ
글쟁이들끼리 말한다.
글 쓰는건 필이라고. 필이 꽂혀야 폭발적으로 쓴다고...
필이라면야 나도 한 필 했었는데...ㅡ.ㅜ
월말 전에는 무조건 완결편을 넘겨야한다.
완결이라서 더 막히는 걸까? 완결의 중압감...ㅜ.ㅜ
장르 특성상 명문장이기 보다는 강렬한 엔딩이 필요하다.
강렬한 엔딩...
과연 나는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의 10분지 1이라도 썼던가?
다시 회의가 든다...
항상 글쓸때마다 미진하다는 걸 느낀다...
저녁에 모 작가가 함께 술 한잔 할까요 묻는다.
마음은 굴뚝이나 아직 밀려있는 글이 뒷통수를 잡아당긴다.
밀린 글 만큼 비어있는 호주머니도 걸린다...
젠장...
잡념 털고 또 써 보자.
멍하니 앉았다고 해서, 방황한다고 해서 누가 대신 써주는 사람은 없으니...
어차피 내 몫이니...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