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글을 쓴다고 하는 저는 인격적으로나 실력으로나 얼마나 쓰레기같은 사람인지...
많은시간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고, 차기작 플롯을 준비하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탐구하다 보니
비장함에 썼던 수많은 글들의 공허함 같은 것을 직시하게 됩니다.
그렇게 심각하게 마음먹고 쓸 것도 아닌, 유치한 언어유희였다고.
남 앞에서 제 글에 대해 자신있게 어필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 진짜 자신 있어서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자기효능감이니 낙관성이니 비루한 자기최면일 뿐이고, 사실 글이라는 것은 그런 욕구를 채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었다고.
실제로 제가 써왔던 수많은 글들이 그런것들을 부정하는 글들이기도 했고...
그리고 또 생각합니다.
보아하니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각 사람은 입체적이고, 겉으로 보기엔 아무리 활기찬 사람이라도 내면엔 입에 담을수조차 없는 어두움이 있을 겁니다.
누구나 말하는 바가 다 옳지도 않을 것이고, 다 틀리지도 않을 거에요.
서로간에 모순이 있을 것이고, 자기가 말하는 바대로 다 실천하면서 살지도 못할 겁니다.
그게 현실이고, 그게 사람이니까.
어차피 그렇게 사는 거라면, 남한테도 옳게 살으라고 강요할수 없을 거 같습니다.
자기가 말하고 다짐하는 대로 살아내라고.
장담하는 대로 살아내라고요.
누가 됐든 그럴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집구석에서 글이나 쓰는 저같은 사람도 자기가 말한만큼 조금도 살아낼 수 없는데
세상을 경험하며 사람과 섞여 사는 사람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여기 게시판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다들 부대끼며 살아가니까, 여기서조차 내 생각이나 다짐만큼 행동할수도 없어요.
생각과 말은 다르고, 말과 행동은 또 다릅니다.
아무리 신념대로 살려고 발버둥을 쳐도, 사람한테 그런 유능함은 티끌만큼도 없을겁니다.
적어도 25년 산 제겐 만나본 사람들 모두 그런 사람 없었습니다.
그 훌륭한 왕인 정조도요.
그러니까 제 말은, 관대해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설사 제가 남한테 관대하지 못하더라도, 제게 관대해 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설사 남이 말한만큼 행동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관대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비슷한 취미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로서요...
P.S
여담으로 한담에다 할 얘기는 아니지만, 저같은 사람한테도 관대히 대해주셨던 정주님한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런분한테 실력과 인격을 갖춘 분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롤모델입니다...
Comment '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