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고양이를 죽게 만든다고 합니다.
무서운 걸까요?
그것이 판도라로 하여금 상자를 열게 만들었습니다.
이쯤이면 다들 아셨겠지.
그것이 푸른 수염 사나이의 부인들을 시체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예. 호기심입니다.
그 호기심을 적나라하게 자극하는 장르가 바로 ‘추리·미스테리’일 테고요.
이봐요, 기다려요. ‘뒤로’ 버튼을 누르려는 거기 당신.
문피아에서 이 장르가 찬밥 취급 받고 있다는 거 저도 알아요.
사실 저도 십수 년 전 전성기의 김성종님 작품을 마지막으로 국내 추리소설은 거들떠보지 않았던지라, 다시 이 장르에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보석 같은 외국 추리소설들로 높아진 눈에 국내 소설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손을 뗀 십수 년 동안 국내 추리소설도 발전하고 있었던 겁니다. 서점 가면 일본 추리소설 틈바구니에 겨우 한 두 권 발견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싹을 틔우고 있는 거지요.
여기 추리소설은 안 읽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만, 사실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 안 봤다는 분은 거의 없지 않나요?
화면 속에서 안경 쓴 꼬맹이가 “내 이름은 코난”하는 말에 마음속으로 “탐정이죠.”라고 받아준 적 있잖아요?
김전일이 사람들 죄다 모아놓고 범인의 트릭을 하나하나 해체하며 자살로 몰아넣는(...) 장면을 입 벌리고 지켜본 적 있을 거예요.
이것이 추리·미스테리의 힘입니다. 인간의 본능에는 식욕 성욕 뭐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니에요. 호기심은, 가끔 그런 것을 뛰어넘어 죽음에 이르는 길일지라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무서운 본능입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문피아에서 연재되고 있는 추리소설을 하나 소개합니다.
전부터 한 번 추천 해야지 생각하면서 연재 분량이 쌓이기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목은 ‘투시’. 최승윤님이 쓰고 계십니다.
이분의 지난 번 연재작인 ‘혀는 알고 있다.’가 이미 몇 번 추천을 받은 적 있을 거예요. 이때 추리소설이란 이유만으로 안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미 늦었습니다. 완결 후 수정하려고 비밀글로 전환되었거든요.
하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새로 연재하시는 투시도 전작에 못지않으니까요.
최승윤님의 글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놀란 건 이분의 글 다루는 솜씨였어요. 어찌나 찰지게 쓰시는지. 사실 ‘혀는 알고 있다’ 읽으면서 “이분 아무리 봐도 프로인데. 전문간데.” 이러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거든요.
정말로 ‘글을 음미’할 줄 아시는 분이라면 추리고 미스테리고 상관없이 일단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우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장르상 특징인 미스테리가 약하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보일 것을 보이고 감출 것을 감추면서 독자와 밀당하는 작가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투시’는 메인 스트림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의 미스테리 아래에서, 그것과 관련 있는 듯 없는 관련된(ㅎㅎ) 작은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글입니다.
현재 첫 번째 에피소드가 하나 끝났고, 두 번째 에피소드가 마지막을 향해 달리는 중이지요.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독특하고 남주인공의 매력이 슬슬 드러나고 있어요. 이 둘의 캐미도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추리소설 하면 뭔가 막 머리 쓰면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싫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오해십니다. 물론 작가가 던지는 팁과 미끼를 구분하면서 추리하는 것도 이 장르의 재미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그런 거 없어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어요.
자, 여러분.
오세요. 추리·미스테리의 세계로.
http://novel.munpia.com/2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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