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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 길운 선협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탁목조
작품등록일 :
2022.06.18 23:43
최근연재일 :
2022.07.15 21: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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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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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5
글자수 :
168,417

작성
22.06.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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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화 초전(草田)이 왜 호수(湖水)냐?

DUMMY

15화 초전(草田)이 왜 호수(湖水)냐?






“오호라! 역시 이곳의 선배 고인은 수속성 공법을 익히신 분이었던 모양이군.”


초전이라 적힌 별실로 들어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약간의 금제 진법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저 초전의 기운이 동부의 전실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을 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막는 용도는 아니었다.

물론 고작 그런 용도의 금제 진법마저도 축기기 중기의 길운에겐 쉽게 다룰 수 없는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길운은 화신기 초기의 약부와 약화천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도 길운은 그 기억을 빌려 약전의 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눈앞에 별천지가 펼쳐져 있어, 길운은 감탄케 하는 것이다.


“동부 안에 이토록 넓은 호수를 만들어 놓았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 그렇지 않으냐?”

꿀꿀꾸우울!

“녀석, 입에 침으로 홍수가 났구나. 하하하. 잠시 기다려라.”


금아백저가 당장이라도 호수로 달려들 듯 했기에, 길운이 손을 저어 그것을 말렸다.


꾸이이이익!

“녀석, 영초가 아까운 것도 있지만, 오래 묵은 영초들은 그 자체로 영성을 지닌다는 것을 모르느냐? 자칫하면 네가 영초를 먹는 것이 아니라, 네가 잡혀먹힐 수도 있음이다. 하하하.”


길운은 자꾸만 주둥이로 귀를 들이받으며 재촉하는 금아백저를 손으로 밀어내며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의념을 퍼트려 호수를 살피기 시작했다.

지금 길운이 서 있는 곳은 나룻배가 하나 묶여 있는 선착장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곳에 십여 장 넓이의 흙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물이었다.


“하지만 이래선 배를 탈 수가 없겠구나.”


의념을 펼쳐 호수를 살피던 길운이 중얼거렸다.

그 이유는 호수를 가득 채우고 있는 개구리밥과 연잎들 때문이었다.


꾸이이익!

“물속에서 뿌리가 서로 뒤엉켜 난리법석이다. 게다가 이것들이 심상치 않아.”

꾸익?

“연과 개구리밥이 서로 영역싸움을 하는 모양이다. 커다란 연잎을 개구리밥들이 에워싸고 있지 않으냐.”

꾸이이이이!

“개구리밥 때문에 배를 탈 수는 없으니, 어쩔까? 그냥 날아갈까? 아니면 네 신세를 좀 질까?”

꾸이이이익! 꾸익! 꾸익!


길운의 말에 금아백저가 허공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무언가를 재촉했다.

이에 길운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금아(金牙) 네가 고생을 좀 해 주겠느냐?”

꾸이이이이이이이!


길운의 말에 금아백저가 길게 울음을 터트리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등에 3층 누각을 올린 거대한 멧돼지.


꾸에에에에에에엑!


제 모습을 찾은 금아백저가 호수가 떨어 울릴 정도로 크게 포효를 터트렸다.


“자, 그래. 그럼 가 보자꾸나.”


이에 길운이 훌쩍 몸을 날려 금아백저의 이마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 직하 금아백저는 하얀 둔광을 남기고 허공으로 모습을 감췄다.

오랜만에 최고 속도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 * *


“저길 봐라. 칠채서광이 비치는 것을 보니 보물이 있는 모양이다.”


넓다고 하지만 동부 안의 별실에 만든 호수일 뿐이라 금아백저의 비행으로 한 시진도 되지 않아 그 중심에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일곱 빛깔의 광채에 휩싸인 연실이 있었다.

연실(蓮實)은 곧 연의 씨앗이다.

마치 작은 벌집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안에 씨앗들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지금 휘황한 빛에 휩싸여 있는 것은 바로 그 연실이었다.


“보자, 씨앗 구멍이 모두 백여덟 개구나. 실로 오묘한 숫자로군.”


길운은 한눈에 연실에 맺힌 열매의 숫자를 알아보았다.

거기에 그 열매들도 모두 같은 것은 또 아니었다.


“그중에 아홉 개는 특별하고, 다음 스물일곱 개도 대단하다. 하지만 나머지는 평범하구나.”

꾸이이익?

“어허, 그렇다고 네게 줄 정도로 하찮다는 말은 아니지!”

꾸이이이이.


길운의 타박에 금아백저의 고개가 푹 고꾸라졌다.

길운은 흔들리는 머리에서도 전혀 균형을 잃지 않고 연실을 가만히 살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연실을 따고 싶지만, 걸리는 것이 있었다.


“저것들이 매우 사나워 보이는구나.”


길운의 눈길은 연실을 지키는 연잎을 포위한 개구리밥에 닿아 있었다.

다른 개구리밥들과 달리 특별히 검은 색을 띠고 있는 것들이 연잎을 포위하고 흉흉한 기운을 뿌려대고 있었다.


“위에서는 살기(殺氣)로 연잎을 공격하고 수면 아래에서는 뿌리를 뻗어 연의 기운을 갈취하는구나.”


길운은 의념을 통해 수면 위와 아래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선명하게 파악해 냈다.


꾸이이이이!

“아서라! 저 검은 개구리밥도 무섭지만, 연이라고 순할 것 같으냐? 분명 숨겨둔 가시 하나는 있을 것이다.”


당장 내려가자는 금아백저의 재촉을 길운이 다시 한 번 물렸다.

그렇게 금아백저를 말린 길운은 이후 호수의 상황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난 후, 길운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깝다고 해야 할까.”

꾸이익?

“호수의 연과 개구리밥 중에서 오래 묵은 것을 고작해야 3만 년 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

꾸익!?

“보아하니 서로 싸워서 죽고 죽인 모양이다. 그나마 저 칠채연실을 달고 있는 연이 9만 년을 묵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개구리밥의 먹이가 되는 상황이구나.”


길운이 가만히 살펴보니 상황이 그랬다.

개구리밥은 대부분 몇 천 년을 살 뿐인데, 수가 워낙 많아서 오래 묵은 연이라도 견디지 못하고 잡혀먹혔다.

그렇게 연이 하나 잡아먹히고 나면 그 후에 검은 개구리밥의 수가 늘어나고, 그렇게 늘어난 검은 개구리밥이 또 다른 연을 사냥한다.

물론 그런 중에 개구리밥의 수도 많이 줄어드는데, 그렇게 수가 줄어든 개구리밥은 또 작은 연들을 잡아먹으며 수를 불리는 것이다.


“결국 서로 죽고 죽이느라 수십 만 년의 세월과 영기를 허비하고 만 것이니, 이런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쯧.”

꾸이이, 꾸이이익!

“그런데 뭐가 다행이냐고? 그야 수십 만 년을 묵은 연이 있었다면 내가 감히 취할 엄두를 못 냈을 거 같으니 하는 말이지.”

꾸익!

“정말이다. 지금 저 9만 년을 묵은 연도 개구리밥이 없었다면 훨씬 강한 저항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개구리밥이 그 힘을 빼앗고 있어서 저리 맥이 빠진 것이지.”

꾸이이이이이.

“그래, 나로선 이 또한 천운이지. 개구리밥이 이곳에 있었다는 것이 말이다. 자, 그럼 수확을 해 보자꾸나. 자세히 살펴보니 결국 개구리밥이나 연이나, 주둥이를 물린 왜가리와 주둥이를 문 조개의 꼴이 아니냐. 이런 것을 두고 어부지리라 하지. 하하하하.”


길운은 호수에 대한 상황 파악이 모두 끝나자 속이 시원해지는 웃음을 터트렸다.

만약 개구리밥과 연이 서로 싸우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축기기 중기의 길운으로선 수 만 년을 묵은 영초들을 손에 쥐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약부와 약화천의 기억으로 상황을 판단해서 잠시 잘못 생각한 거지. 축기기 중기 주제에 수십 만 년을 묵은 영초를 어째보겠다니. 그건 영체기라도 만만치 않았을 것인데.’


길운은 내심 그렇게 중얼거리며 금아백저를 칠채연실이 있는 연잎 위로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연피의 크기가 워낙 거대해서 금아백저가 뒹굴어도 될 정도로 넓었다.

그런 연실은 그런 연잎 세 장이 겹치는 중앙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걸 지키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제 내가 이것을 취할 터이나, 이 중에 몇은 반드시 좋은 자리를 찾아 싹을 틔워 줄 것을 약속하겠다.”


길운이 금아백저의 머리에서 내려와 연실에 다가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러자 길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연실을 두르고 있던 칠채의 서광이 스스륵 연실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래. 좋구나! 좋아!”


그 모습에 길운이 크게 기뻐하며 영기를 두른 손으로 연실의 줄기를 잘라냈다.

한 아름에 안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큰 연실이 그렇게 길운의 손에 떨어졌다.

길운은 그 연실에 의념을 불어 넣어 크기를 줄였다.


“오호라!”


원래는 그리 쉽게 의념을 넣어 뜻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연이 길운에게 스스로 연실을 내어준 것이라, 길운의 의념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다.

어쨌거나 씨를 퍼트려 주겠다는 약속이 효과를 본 모양이었다.


“자, 그럼 이제는 다른 녀석들을 만나러 가 볼까? 너는 좀 더 수고를 하거라.”


볼 일을 마친 길운은 밟고 있는 연잎에 영기를 뿌려 인사를 하고는 훌쩍 금아백저의 머리로 돌아왔다.


“자, 서둘러라. 일을 마친 연이 검은 개구리밥들에게 복수를 할 모양이니까.”


조금 전에 연실을 받은 후, 밟고 있는 연잎을 통해 개구리밥들과 함께 죽겠다는 연의 각오가 전해졌다.

그러니 조만간 이곳에서 큰 사달이 날 터였다.


꿰에에에에엑!

스화홧!


다급한 길운의 의념을 느낀 금아백저가 서둘러 둔광을 터트리며 허공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후 호수의 중앙에선 연과 검은 개구리밥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고, 몇 시진 후에는 주위가 온통 죽은 개구리밥의 독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독은 다시 연의 뿌리와 줄기로 스며들어 연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것이 평소 연이 검은 개구리밥을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죽으면서 연에게 치명적인 독을 뿜어내기에.

하지만 씨앗을 퍼트리는데 성공한 연은 미련을 두지 않고 마지막을 불태웠다.

그렇게 9만 년을 묵은 연이, 수천 만의 검은 개구리밥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 * *


“좋아, 백팔칠채연실을 빼고도 3만 년 정도의 연실과 연꽃이 제법 많았다. 이 정도면 성단기에 오를 영단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겠어.”

꾸이이이익!

“녀석, 네가 뽑아 먹은 연근이 얼만데 투정이냐?”

꾸이이이 꾸이이익!

“그거야 네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 그런 거지. 1만 년 이상의 연근이나 연화, 연실은 네게 도리어 독이 될 뿐이야. 과욕은 스스로를 망친다는 것을 모르느냐?”

꾸이이이이.

“내가 다 챙겨 뒀으니 나중에 하나씩 꺼내서 법제(法製)를 해서 줄 테니, 그렇게 기죽을 건 없다.”

꾸익!?

“그래, 약속하마. 자, 그러니 이제는 다시 전실로 나가서 창고를 열어 보도록 하자. 사실 30만년 묵은 영초에 눈이 멀어 큰 실수를 하지 않았느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초전으로 들어왔지만, 그건 약부나 약화천에게나 가능한 일.

길운은 감당하기 어려운 보물이었다.

30만 년의 영초라면 화신기라도 약초에 능통한 수사가 아니라면 쉽게 취한 수 없을 것이었다.

초목이 금수나 충 따위 보다는 순한 편이라고 해도, 30만 년의 적공이 가벼운 것이 아니니.


“자자, 시간을 붙들어 매어 놓은 것이 아니니, 서두르자꾸나. 벌써 이곳에서만 열흘을 머무르지 않았느냐. 동부의 입구가 쉽게 열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서둘러 챙길 것을 챙기고, 빠져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꾸이익 꾸익?

“하하하. 이놈, 내가 그리 어리석은 줄 아느냐? 이미 동부의 전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도망갈 길을 찾아 뒀느니라.”

꾸이이, 꾸익!

“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별실이 있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 중에 하나에 전송진이 있느니라. 영체기 수사가 만든 전송진이니 짧아도 수백 만 리는 단번에 건너 뛸 것이다. 그것을 누가 쫓아 오겠느냐? 하하하.”


길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초전 별실의 호수를 뒤로하고 기분 좋게 동부의 전실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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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벽가의 행사가 옳지 못하지 않습니까 +5 22.07.13 1,567 6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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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동천벽가(東天碧家)의 등장 +3 22.07.11 1,635 64 12쪽
25 25화 복잡한 삼파전 +2 22.07.10 1,661 51 12쪽
24 24화 역시나 사혈림(死血林)과 구화문(九火門)이었다 +4 22.07.09 1,636 52 12쪽
23 23화 연단 대업과 불청객 +3 22.07.08 1,709 55 13쪽
22 22화 성단기 승경에서 보물을 얻다 +7 22.07.07 1,742 59 13쪽
21 21화 대운을 잡은 거라지요 +4 22.07.06 1,689 50 13쪽
20 20화 삼약문(2) +3 22.07.05 1,711 5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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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더듬더듬, 그래도 대충 알긴 하겠다 +4 22.07.02 1,781 60 12쪽
16 16화 기가 막힌 상황이라지요 +5 22.07.01 1,740 57 11쪽
» 15화 초전(草田)이 왜 호수(湖水)냐? +7 22.06.30 1,736 59 12쪽
14 14화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거지 +5 22.06.29 1,741 58 12쪽
13 13화 입구에서부터 발이 잡혔다 +4 22.06.28 1,753 51 12쪽
12 12화 금제 결계 진법을 뚫다 +4 22.06.27 1,793 51 12쪽
11 11화 천서미(千鼠尾)의 끌리는 제안 +4 22.06.26 1,887 51 12쪽
10 10화 천서미(千鼠尾)의 접근 +3 22.06.25 1,875 50 13쪽
9 9화 홍산호를 취하다 +2 22.06.24 1,900 46 14쪽
8 8화 평원장시(平原場市)에서 사기꾼들을 만나다 +3 22.06.23 2,036 48 13쪽
7 7화 이러면 한 십년 부려 먹을 방도가 되나? +4 22.06.22 2,145 54 13쪽
6 6화 일단 받고, 받을 구실을 또 만들고 +2 22.06.21 2,217 52 12쪽
5 5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3) +2 22.06.20 2,318 54 13쪽
4 4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2) +2 22.06.19 2,453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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