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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 길운 선협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탁목조
작품등록일 :
2022.06.18 23:43
최근연재일 :
2022.07.15 21: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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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417

작성
22.06.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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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화 입구에서부터 발이 잡혔다

DUMMY

13화 입구에서부터 발이 잡혔다






“수련 동부라 해야겠군.”


우장구가 흘러내린 깃발을 깃대를 휘돌려 원래대로 감아 놓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처럼 다섯 수사가 들어온 곳은 규모가 큰 동부(洞府)였다.

동부는 동굴 형태의 거처를 말한다.

보통 입구에서 들어가면 넓은 전실(前室)이 있고, 그 전실에서 여러 개의 방을 갈 수 있다.

침실, 연공실, 재련실, 연단실은 물론이고 때론 약초밭이나 영수, 마수를 기르는 곳을 두기도 한다.


“그럼 들어가 봅시다.”


황후지가 들썩이는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지금 일행이 있는 곳은 동부의 입구 바로 안쪽.

앞으로는 짧은 복도가 있고, 그 끝에 나무로 된 문이 하나 있었다.

황후지는 당장이라도 그 문으로 달려가 전실로 뛰어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그런 황후지를 말린 것은 뜻밖에도 길운이었다.

그리고 길운이 황후지를 말리자 다른 수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길운에게로 향했다.

다들 축기기 후기의 경지에 있고, 그 중엔 완경의 천서미도 있는데, 감히 축기기 중기 따위가 나서다니.

우장구와 황후지의 눈빛은 영락없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소태남과 천서미는 차분히 가라앉은 표정으로 길운을 보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느냐?”


천서미가 길운을 보며 물었다.


“복도가 간단치 않습니다. 앞서 이곳의 금제 결계를 만들었던 수기(水氣)가 느껴집니다.”


길운이 복도의 좌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소태남이 옹기를 앞으로 내밀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웅웅웅웅웅웅웅!


잠시 후, 소태남의 옹기 안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리더니 새하얀 안개 같은 것이 흘러나와 복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치지지지지!

“어엇?”

“저것은?”


그리고 그 하얀 안개는 복도의 좌우 벽으로 빨려들며 섬뜩한 소리를 내었다.

길운은 그 하얀 안개가 실상은 엄청난 고열의 백염(白炎)인 것을 알아보았다.

그 백염이 동부의 복도에 깔린 결계 진법과 충돌하여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복도의 좌우 벽에는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금제 결계의 기묘한 선과 법문(法文)들이 희미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아, 역시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진법이 있었군. 길운 수사가 뜻밖에도 감이 좋구나.”


천서미가 그렇게 길운의 공을 치하했다.

하지만 길운은 천서미가 자신의 공을 우연한 것으로 덮으려는 기미를 읽었다.

무슨 이윤지 천서미는 길운이 나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이 보였다.

이에 길운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자, 그럼 이걸 어찌 할까 한 번 알아봅시다.”


소태남이 드러나게 만든 진법을 두고 수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길운은 천서미의 기색 때문에 슬쩍 뒤로 물러난 상태로 상황을 지켜봤다.


‘저거, 그리 대단한 진법은 아니군. 고작해야 영체기 초기 수준의 진법이야.’


길운은 약부와 약화천의 지식을 통해서 진법의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해냈다.


‘어디 축기기 수준의 알량한 지식으로 저 진법을 어찌 뚫어내나 한 번 보자.’


길운은 천서미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배제하려 하는지 의아했지만 일단은 그 때에 따라 주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에 황후지가 주동이 되어 복도 벽의 진법을 파혜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알아볼 만합니다. 저기 바닥의 저 부분을 넘어서면 침입자를 감지하는 작용을 합니다.”

“오오, 황 수사. 역시 견문이 뛰어납니다. 나는 진법에는 그리 능하지 못한데······.”

“우 수사야 워낙에 연체술을 주로 익히지 않았습니까. 몸을 단련하는 것을 주로 했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나 역시 화계 술법에만 몰두하여 진법이나 금제 쪽에는 약합니다.”

“소 수사까지 그리 말씀을 하시면 결국 황 수사와 제가 진법을 파훼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황후지가 먼저 진법의 일부를 읽어 낸 모양인지 잠시 수사들 사이에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로 며칠이 흐르도록 진법에 대한 연구는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물론 그것은 그 네 명의 수사들이 그러하다는 것일 뿐.


‘음, 지금 상태로 복도의 진법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불가능하다. 저 네 수사가 숨겨둔 한 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 진법을 완전히 파괴하려면 성단기 중후기 이상의 힘이 필요해.’


길운은 마침내 양쪽 벽에 있는 진법의 요체와 파훼 방법을 알아내고 말았다.

다만 지금 일행의 힘으로는 진법을 완전히 어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란 결론이 나왔다.


‘고작 축기기 따위가 영체기 수가의 수련 동부를 탐내다니. 생각해보면 참으로 간도 큰 인사들이 아닌가.’


길운은 동부의 입구 벽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천서미를 비롯한 수사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성단기도 되지 못한 이들이, 감히 영체기 수사의 안배를 어찌 뚫으려고.


‘그래도 분명 준비해 온 것이 있을 테지.’


수사들 모두가 모자란 이들이 아니라면 분명 그러할 터였다.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다시 사흘이 흐른 후, 천서미가 결국 고개를 흔들었다.

그 사이에 약간의 성과가 있긴 했지만, 그것은 벽면의 진법 전체로 생각하면 1할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 이상은 황후지의 실력으로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조금만, 더 살펴봅시다. 영체기 고인의 솜씨를 궁구하면 깨닫는 것이 많을 겁니다. 모두들 서둘지 말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면······.”


천서미가 다른 방도를 찾을 듯이 몸을 일으키자 황후지가 급히 그녀의 소매를 잡았다.


“물론 황 수사의 말이 맞습니다. 사실 저 진법 하나만 하더라도 엄청난 보물인 것은 분명하지요. 하지만.”


천서미는 잠시 말을 끊고 다른 수사들까지 한 번씩 바라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여기에 들어온 이후로 바깥 상황이 어찌 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들어온 후로 진법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긴 했겠지만, 눈썰미 좋은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가 진법과 실랑이한 흔적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으음. 그건 그렇지만 누가 그런 곳을 애써 살핀단 말입니까?”


천서미의 말에 우장구가 인상을 찌푸렸다.

천서미가 억지를 쓴다고 여긴 것이다.


“이 말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우 수사나 황 수사가 다른 이들에게 이번 탐험에 대해서 말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니, 말은 무슨. 위치나 일정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영체기 수사에 말은 입에도 담지 않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집니다. 말을 흘리고 다니다니요!”


우장구와 황후지가 천서미의 말에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어딘가 보물을 찾으러 간다거나,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거나, 기대해 보라거나. 등등. 두 분이 이런 말을 하고 다닌 것을 평원장시에서 보고 들은 이가 한 둘이 아닙니다.”

“고작 그 정도로!”

“그러게 말입니다. 천 수사, 좀 과합니다.”

“과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던 분들이 오래도록 보이지 않으면 다들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게다가 저 역시 이번 일행을 꾸리느라 몇몇 수사들에게 말을 흘린 것이 없지 않습니다.”

“으음. 그거야 사람을 모으자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소 수사의 말대로지만 어쨌거나 백에 하나라도 우리의 뒤를 쫓을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기서 진법을 연구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고.”


천서미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 황후지와 잠시 눈싸움을 벌였다.


“후우. 상황이 그렇다면 내 욕심만 부릴 수는 없겠지요. 알았습니다. 그런데 천 수사는 저 진법을 어찌할 다른 수단이 있습니까?”


황후지는 결국 깊은 한숨과 함께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황후지의 질문을 받은 천서미는 소매에서 뭔가를 꺼냈다.


“허어, 그것도 또 있었습니까?”

“도무지 저것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천서미가 꺼낸 것은 이전에 보았던 바로 그 알껍질이었다.

양쪽에 구멍이 나 있는 회색의 작은 난피(卵皮).


“그것으로 어찌 하려는 것입니까? 혹시 이번에도 저기 문에 구멍을 뚫으라는 것입니까?”


우장구가 복도 끝의 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하지만 천서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이 알 속에 들어가 저기까지 굴러가면 그만입니다.”

“알에 들어가 굴러가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장구와 황후지가 그렇게 물었지만 소태남과 길운 역시 비슷한 표정이었다.


“간다합니다. 이 서혈란피(鼠穴卵皮)는 능히 진법의 이목을 숨기고 우리를 저기 문 앞까지 데리고 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그런 대단한 것이라면 어찌 진작 꺼내지 않았습니까?”


소태남이 다른 수사들의 의문을 대표해서 물었다.


“대단한 것이지만 한 번 쓰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영체기 수사가 펼친 진법을 속이고 지나갈 수 있는 법기가 어디 흔한 것이겠어요?”


소태남에게 대답하는 천서미의 목소리에 뾰족한 바늘이 돋았다.

그만큼 귀한 것을 지금 쓰게 되어 심기가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확실히 천서미가 소태남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수사를 대할 때와 다르군. 뭔가 묘하게 간지러워.’


그런 중에 길운은 다른 수사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저 구경이나 하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급하면 찾지 않겠는가.


‘천서미가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어. 그런 여자가 나를 데리고 온 것에는 반드시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크게 써먹을 곳을 생각해 왔을 것이다.

당연히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고.


‘우리 준비도 만만한 것은 아니지. 어디 어떻게 나오나 두고 보자꾸나.’

꾸이이이이.


길운으로부터 전해진 심언(心言)에 금아백저가 귓가에서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자, 모두들 이리 모이세요. 길운 수사도 오고.”

“네, 천 선배님.”


길운은 오랜만에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얼른 대답하고 천수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천서미가 다시 소태남을 불렀다.


“밖에서 했던 것처럼 한 번 더 해 주실 수 있지요?”

“화기를 쏟아부어 진법을 경직시키란 말입니까?”

“네, 맞아요.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가능하겠는지요?”

“그야 황 수사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 수사의 화기라면 일순간은 가능할 것입니다. 저기와 저기, 두 곳이 조금 약한 듯하니 그곳에 화기를 집중하면······.”


황후지가 철관필로 양쪽 벽의 어느 지점을 가리켰는데, 철관필 끝에서 빛의 선이 나와서 가리킨 지점을 정확하게 알려 주었다.


“으음. 저기란 말이지요.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할 것은 없어요. 소 수사께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만의 하나를 생각해서 하는 것이니.”

“알았습니다. 크게 힘든 것도 아닙니다. 마음 쓰실 거 없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경직 시간이 짧을 것이니 길운 수사의 진법이 필요하겠습니다.”

“아, 그 감각을 서로 연결해 주는 진법 말씀이지요? 그거라면 제가 이미 배워 두었습니다. 제가 펼쳐 드리지요.”


소태남의 말에 황후지가 불쑥 나섰다.

이미 밖에서 길운이 펼친 진법을 제 것으로 만들었다는 소리였다.


‘남의 진법을 훔쳐 놓고 부끄러움도 없이 도리어 자랑이라니.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점잖은 사람은 아니었군.’


그런 황후지의 모습에 길운이 속으로 그에 대한 평가를 다시 내렸다.

그러는 중에 황후지는 손을 몇 번 휘저어서 천서미와 소태남을 묶어줄 진법을 완성하고 있었다.


“진이 간단하고 쉽더군요. 발사의 문제지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황후지는 진법을 완성하고는 그렇게 너스레를 떨며 뒤로 물러났다.


“1장 이상을 벗어나 있으면 서혈란피의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러니 범위 안에서 기다려라.”


천서미는 길운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그렇게 말을 하더니 소태남에게 눈짓을 했다.

이에 소태남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옹기를 앞으로 내밀며 의념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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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일단락(一段落) +3 22.07.12 1,626 53 13쪽
26 26화 동천벽가(東天碧家)의 등장 +3 22.07.11 1,635 64 12쪽
25 25화 복잡한 삼파전 +2 22.07.10 1,661 51 12쪽
24 24화 역시나 사혈림(死血林)과 구화문(九火門)이었다 +4 22.07.09 1,636 52 12쪽
23 23화 연단 대업과 불청객 +3 22.07.08 1,709 55 13쪽
22 22화 성단기 승경에서 보물을 얻다 +7 22.07.07 1,742 59 13쪽
21 21화 대운을 잡은 거라지요 +4 22.07.06 1,689 50 13쪽
20 20화 삼약문(2) +3 22.07.05 1,711 5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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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더듬더듬, 그래도 대충 알긴 하겠다 +4 22.07.02 1,781 60 12쪽
16 16화 기가 막힌 상황이라지요 +5 22.07.01 1,740 57 11쪽
15 15화 초전(草田)이 왜 호수(湖水)냐? +7 22.06.30 1,736 59 12쪽
14 14화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거지 +5 22.06.29 1,742 58 12쪽
» 13화 입구에서부터 발이 잡혔다 +4 22.06.28 1,754 51 12쪽
12 12화 금제 결계 진법을 뚫다 +4 22.06.27 1,793 51 12쪽
11 11화 천서미(千鼠尾)의 끌리는 제안 +4 22.06.26 1,887 51 12쪽
10 10화 천서미(千鼠尾)의 접근 +3 22.06.25 1,875 50 13쪽
9 9화 홍산호를 취하다 +2 22.06.24 1,900 46 14쪽
8 8화 평원장시(平原場市)에서 사기꾼들을 만나다 +3 22.06.23 2,036 48 13쪽
7 7화 이러면 한 십년 부려 먹을 방도가 되나? +4 22.06.22 2,145 54 13쪽
6 6화 일단 받고, 받을 구실을 또 만들고 +2 22.06.21 2,217 52 12쪽
5 5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3) +2 22.06.20 2,318 54 13쪽
4 4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2) +2 22.06.19 2,454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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