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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 길운 선협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탁목조
작품등록일 :
2022.06.18 23:43
최근연재일 :
2022.07.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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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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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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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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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2)

DUMMY

4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2)






“제가 수도계에 들어올 때의 나이가 고작 여덟이었습니다. 스승께서도 저와 같이 선업을 쌓아 도를 이루려는 뜻을 지니고 계셨지요.”

“그 스승도 돼지를 키웠나?”

“아닙니다. 스승께서는 약초를 키우셨습니다. 연단술에 쓰이는 여러 종류의 약초를 키우신 것이지요.”

“그래? 그런데 네가 익힌 수련 공법은 약초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데?”

“저피공(猪皮功)이라 합니다. 금아백저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연히 얻은 수련 공법이지요.”

“마침 딱 들어맞는 공법을 얻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더욱 그 아이를 아낄 수밖에 없습니다.”

“금아백저를 아끼는 마음에, 너의 경지 상승도 포기하고 스스로 죽어가며 모든 것을 그 돼지에게 내어 주겠다는 것이냐?”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지만, 미욱한 제 마음이 그러합니다.”

“음, 네 뜻이 그러하다면 그것을 두고 따질 생각은 없다. 모두의 가치는 다르기 마련이지.”


수도계의 수사 중에 평범치 않은 이도 있을 수 있지.

길운은 그리 생각하며 저우의 뜻을 이해해 주려 했다.


“실로 그러합니다. 이해해 주시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고, 밖에 있는 아이들은 어찌할 것이냐?”

“그야 수도계의 법도에 따라서 하극상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감히 금아백저를 노리다니.”

“그래?”

“이를 말씀입니까. 마땅히 죄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저우는 흥분하여 다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데 그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일을 꾸몄겠느냐? 마땅히 대책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 어르신께서는 이미 그 대책에 대해 아시는 모양입니다. 어찌 이 후배를 위해 조언을 해 주실 요량이 있으신지요?”

“하하하, 이를 말인가.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후배의 앞에 나설 일이 없었겠지. 후배와 나는 실로 간단치 않은 인연을 지니지 않았나.”

“그렇지요. 선배의 첫 출행에 첫 만남. 이만한 연이 어디 쉽겠습니까.”


따지고 고면 별 의미도 아닐 수 있지만, 의미 부여에 따라서는 저우와 길운의 말처럼 삼생의 깊은 연이 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저우는 그것에 기대어 길운의 도움을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가만히 살피자니, 상자명과 그 아이들이 갈립(葛立)이라는 이를 말하더군.”

“아이들이 갈립, 그를 말하다니요?”

“네가 갈립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지? 꽤나 교분이 두텁다던데?”

“그렇기는 하지만 갈립은 십여 년 전에 축기기에 도전한다며 폐관에 들었습니다. 그런 이후로 소식이 없기에 졸(卒)했다 여겼는데······.”

“축기 도전에 실패하고 큰 내상을 입었다고 하더군. 그건 몰랐던 모양이군.”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가 어찌······.”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영단을 만드는데 금아백저가 있으면 좋지 않겠나?”

“그러니까 그 갈립 놈이 상자명과 제 틈을 노리고 있단 말씀이군요?”

“그렇다더군. 특히 금아백저가 있는 우리는 후배만 열 수 있으니 그때를 기다린다지.”

“으드드드득! 감히!”


길운의 말에 저우는 어금니를 갈아 젖히며 볼 살을 떨었다.

하지만 길운의 눈엔,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그리 부들거리는 모습이 측은해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어찌 할 텐가? 갈립이란 놈이 끼어들었다고 하면, 후배가 감당할 수 있겠나?”


길운이 슬며시 저우의 대처를 물었다.

그러자 한껏 올라갔던 저우의 어깨가 추욱 처졌다.


“왜 그러나?”


길운이 물었다.


“저기, 선배께서 조금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조금 가까워졌다고 여겼는지 어르신에서 선배로 호칭을 바꾸는 저우였다.

하지만 길운은 모르는 척 뺨을 긁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길운이 저우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내겐 어려운 일도 아니지 도와주지 못할 것도 없겠지. 그러하면 내 후배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해 주겠네.”

“두 가지 길이라니요?”

“하나는 내가 후배를 도와서 후배의 근심을 해결해 주는 것이지. 내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고, 후배도 편한 방법이야.”

“그렇다면 남은 한 가지 방법은 무엇입니까?”

“그건······. 후배가 축기기에 오를 수 있도록 내가 도움을 좀 주는 것이지.”

“추, 죽기기 말씀입니까? 저를 축기기에?”


길운의 말에 저우가 깜짝 놀라며 엉덩이를 뭉기적거려 침상 끄트머리까지 나왔다.

그만큼 길운의 말에 혹한 것이다.


“반응을 보아하니 역시 두 번째 방법이 좋은 모양이군.”

“그, 그야 이를 말씀이겠습니까. 이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마당에 선배께서 새로운 삶을 주신다는데 어찌 흥분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렇다면 후배의 선택은 수련으로 경지를 올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군?”

“네, 네. 선배님. 바로 그러합니다.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다면 더 말할 것이 없겠군. 내 기꺼이 후배에게 가르침을 내리지.”

“감사합니다. 선배님.”


길운의 말에 저우는 영기를 움직여 몸을 세우고 침상에서 내려와 깊이 읍을 하며 예를 보였다.


* * *


“무슨 말이냐? 저우가 방문을 닫아걸었다니?”


마른 나뭇가지 같은 인상의 사내가 상자명을 향해 매서운 눈빛을 보내며 책하듯 물었다.

상자명의 장원에 들어와 제멋대로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그것이······. 이제 갈 때가 된 것 같다며 마지막 준비를 한다 합니다.”


탁자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상자명이 조심스럽게 갈립의 눈치를 보았다.


“마지막 준비? 설마 금아백저를 어찌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갈립은 혹시라도 저우가 금아백저를 어찌할까 안달이 난 모습으로 상자명을 노려봤다.


“금아백저가 있는 아원산(兒源山)은 저희가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혹시 무슨 일을 꾸민다 하더라도 저희의 눈을 피하진 못할 것입니다. 더구나 저우 어르신은 거처에서 한 발도 밖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상자명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에 갈립도 어느 정도 안심을 했는지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렇다면 정말로 저우 그놈이 죽을 때가 된 것인가?”

“어쨌거나 우리는 금아백저만 취할 수 있으면 그만이 아니겠습니까. 이대로 죽어 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갈립의 혼잣말에 상자명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


“옳습니다. 그저 금아백저의 우리만 철저히 지키고 있으면 될 일입니다.”

“굳이 저우 어르신과 부딪힐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이대로 상황을 지켜보시지요. 저우 어르신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굳이 피를 볼 일이 없다면 그게 좋을 거 같습니다. 어쩌면 저우 어르신도 그리 생각하시고 마지막을 준비하시는 것이 아닐지······.”

“그럴 수도······.”


그러자 함께 있던 다른 일꾼들이 모두 나서며 저들 좋을 대로의 바람을 늘어놓았다.


탕!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따위 바람 든 소리나 하는 것이냐? 상자명!”

“네! 어르신!”

“저우의 처소를 살필 방법을 찾아라!”

“네? 어떻게······.”

“이것을 먹이고 누구든 저우의 거처로 들어가게 해. 들여보낸 놈이 죽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그저 들어가서 저우를 대면하기만 하면 된다.”


갈립이 소매에서 작은 화분을 하나 꺼내어 그 나무에서 작은 순을 하나 뜯어 상자명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내가 키우는 목(目)이 겨우살이다.”

“이것을 먹여 저우 어르신의 거처에 들여보내란 말씀입니까?”

“그리 이르지 않았더냐.”

“허면 어찌 되는 것입니까?”

“복용한 이에겐 아무 탈이 없을 것이다. 그저 내가 이 겨우살이의 순이 있는 곳을 살필 수 있을 뿐이다.”

“그렇습니까?”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먹이거라. 네가 저우의 처소에 들어갈 것이라면 직접 먹어도 되고.”

“아닙니다. 저우 어르신의 명을 어기는 일인데, 어찌 화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근래에 새로 들어온 아이가 있으니 그 아이의 무지를 이용할까 합니다.”

“그래? 그럼 그리 해도 상관없겠지. 요는 지금 저우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니까.”


갈립은 겨우살이의 순을 상자명에게 넘기고 슬그머니 눈을 감아 버렸다.

이제 나가서 할 일을 하라는 의미였기에 일꾼들이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나갔다.

상자명은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며 갈립의 모습을 힐끔거렸다.


‘정말 믿을 수 있을까?’


* * *


“네게도 숨겨 둔 한 수가 있었음이구나.”

“하하하. 선배님 앞에서 부끄러운 재주일 뿐입니다.”

꾸익! 꾸이이익!


길운과 저우는 넓은 지하 공동에 있었는데, 그들의 앞에는 황금 어금니를 가진 하얀 멧돼지 한 마리가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그 돼지는 품에 안아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꾸이익! 꾸이이익!

파각! 카각! 파가각! 와득! 와득!


금아백저는 공동의 돌바닥을 파헤치더니 녹주석 하나를 찾아내어 깨물어 먹고 있었다.


“녀석, 복스럽게도 먹는구나.”


저우가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아빠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영석이 나던가?”


길운이 금아백저가 씹어 먹는 녹색의 보석을 보며 저우에게 물었다.


“하하. 아닙니다. 영석이 난다면 어찌 저와 같은 놈이 이곳을 차지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럼 저것은 무엇이냐?”


하얀 돼지가 씹어 먹은 것은 비록 최하급에도 겨우 미칠 정도긴 해도 영석이 분명했다.

영석(靈石)은 영기를 품은 돌, 즉 영기석(靈氣石)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것은 저 아이를 훈련시키기 위해서 제가 땅에 묻어 둔 것입니다. 틈나는 대로 영석을 묻어 저 아이의 본성을 잃지 않게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음? 훈련?”

“그렇습니다. 어르신. 사람의 손에 키워지다 보면 본성을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만······. 그래 그거야 내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겠구나. 그럼 이제부터 네 수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꾸나.”

“네, 어르신!”


길운의 말에 저우는 기다렸던 말이란 듯이 반색을 보였다.


쿠구구국!

“거기 앉거라.”


길운은 손바닥을 뒤집어 돌바닥에 좌대 두 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금아백저를 사이에 두고 저우와 마주앉았다.


“네 공법이 특이하더구나. 농장에서 기르는 돼지들로부터 영기를 흡수하다니. 본래 공법은 그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원래는 제가 스승의 목본흡성(木本吸性)의 공법을 배웠습니다. 그 후에 금아백저를 만나면서 공법을 수정했습니다.”

“목본흡성이면 초목으로부터 영기를 흡수하는 공법을 이르는 것이렸다?”

“그렇습니다. 어르신.”

“너는 그것을 돼지로부터 흡수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고?”

“그렇습니다. 금아백저를 얻은 후로, 목본흡성을 수정할 공법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네가 보기엔 초목으로부터 영기를 흡수하는 것보다는 금아백저가 훨씬 좋아 보였겠지. 본래부터 영물인 금아백저가 뿜어내는 영기가 초목들에 비할 바 없이 강력했을 것이니.”

“바로 보셨습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목본흡성의 공법을 수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연신기 완경에서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막혔음을 너는 모르느냐?”

“후우, 제가 그것을 깨닫는 것이 너무 늦었습니다. 새로운 공법을 익히기엔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윤회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 그런 즉, 이제 내가 너의 공법을 조금 수정해서 축기기의 벽을 넘도록 도와주마. 네 상태를 보니, 네가 수정한 공법에 문제가 있었더니라. 그 문제가······.”


길운은 금아백저를 사이에 두고 저우에게 공법의 문제점을 하나씩 꼽아주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금아백저는 제멋대로 바닥을 헤집으며 저우가 묻어둔 영석을 찾아 씹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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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복잡한 삼파전 +2 22.07.10 1,661 51 12쪽
24 24화 역시나 사혈림(死血林)과 구화문(九火門)이었다 +4 22.07.09 1,636 52 12쪽
23 23화 연단 대업과 불청객 +3 22.07.08 1,709 55 13쪽
22 22화 성단기 승경에서 보물을 얻다 +7 22.07.07 1,742 59 13쪽
21 21화 대운을 잡은 거라지요 +4 22.07.06 1,689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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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삼약문(1) +2 22.07.04 1,752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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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더듬더듬, 그래도 대충 알긴 하겠다 +4 22.07.02 1,781 60 12쪽
16 16화 기가 막힌 상황이라지요 +5 22.07.01 1,740 57 11쪽
15 15화 초전(草田)이 왜 호수(湖水)냐? +7 22.06.30 1,736 59 12쪽
14 14화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거지 +5 22.06.29 1,741 58 12쪽
13 13화 입구에서부터 발이 잡혔다 +4 22.06.28 1,753 51 12쪽
12 12화 금제 결계 진법을 뚫다 +4 22.06.27 1,793 51 12쪽
11 11화 천서미(千鼠尾)의 끌리는 제안 +4 22.06.26 1,887 51 12쪽
10 10화 천서미(千鼠尾)의 접근 +3 22.06.25 1,875 50 13쪽
9 9화 홍산호를 취하다 +2 22.06.24 1,900 46 14쪽
8 8화 평원장시(平原場市)에서 사기꾼들을 만나다 +3 22.06.23 2,036 48 13쪽
7 7화 이러면 한 십년 부려 먹을 방도가 되나? +4 22.06.22 2,145 54 13쪽
6 6화 일단 받고, 받을 구실을 또 만들고 +2 22.06.21 2,217 52 12쪽
5 5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3) +2 22.06.20 2,318 54 13쪽
» 4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2) +2 22.06.19 2,454 53 12쪽
3 3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1) +4 22.06.19 2,791 61 12쪽
2 2화 대길운, 새로운 세상으로 +3 22.06.19 3,398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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