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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 길운 선협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탁목조
작품등록일 :
2022.06.18 23:43
최근연재일 :
2022.07.15 21: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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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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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8,417

작성
22.06.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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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화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거지

DUMMY

14화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거지






꽈릉! 파샥!


소태남이 청염을 피워 내는 것과 동시에 굉음이 울리고, 천서미의 손에서 서혈란피가 부서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다섯 수사는 모두 복도 끝의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신기합니다. 어찌 그리 신묘한 보물이 다 있답니까. 그런 것이 있으니 천 수사께서 이번 일을 도모하신 것이었습니다. 하하하.”


황후지가 다시 한 번, 서혈란피에 감탄하며 천서미를 칭송했다.

하지만 정작 황후지의 칭송을 듣는 천서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녀는 손에 남은 서혈란피의 가루를 망연히 바라보다가 손을 털고 동부의 전실 문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떻습니까? 저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얼마 후, 천서미가 황후지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황후지 역시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문에는 아무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듯 합니다.”


황후지도 문을 유심히 살폈던 모양인지 곧바로 그런 답을 내어 놓았다.

이에 소태남과 우장구 역시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확인한 천서미가 마지막으로 길운을 스치듯 쳐다봤다.

그 시선에 길운은 그저 말없이 서 있기만 했다.

그러자 천서미가 길운을 불렀다.


“길운 수사. 이번에는 네가 한 번 나서 보는 것이 어떠냐?”

“네?”

“네가 문을 열어 보라는 말이다. 문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으음. 결국 제 용도가 이런 것이었습니까? 보이지 않는 위험을 확인하는 용도?”


길운이 천서미를 노려보았다.


“네가 아니라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 아니더냐. 그러니 그리 섭섭하게 여길 일은 아니지. 너 다음에는 우리 중에 누군가가 할 테니까.”

“그러니까 다음이라는 것이 제가 죽고 난 이후를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전까지는 계속 이와 같은 일을 맡기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길운은 천서미의 생각을 이미 확신한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그리 생각했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러니 잔말하지 말고 어서 문이나 열거라.”


길운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는 듯이 천서미는 다시 한 번 문을 열 것을 강요했다.

이에 길운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문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다른 네 수사들이 도무 할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인지 다들 손에 무기를 꺼내 들고 있었다.

옹기와, 깃대와, 철관필.

그리고 천서미는 언제 꺼냈는지 무기가 아닌 모자가 달린 검은색의 피풍의(避風衣:바람막이 옷)를 몸에 두르고 있었다.


“하하하.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로 하신 것입니까? 천 수사, 실망이 큽니다.”

“그리 생각할 것 없다. 네가 남다른 재주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너를 앞세운 것이 아니냐. 너도 죽기 싫다면 최선을 다하지 않겠느냐?”

“이리되면 이제 동행이니 일행이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말조심하거라! 네 처지를 생각하고 입을 놀려야 하지 않겠느냐?”


이번에 나선 것은 우장구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길운을 찌를 듯이 깃대를 겨누고 있었다.


“하하하하.”


길운은 그저 맥없이 웃으며 돌아서서 문고리를 잡았다.


‘멍청한 것들.’


그렇게 네 수사를 등진 길운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분명 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에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문에도 원래 영체기 수사가 만들어 놓은 강력한 방어 진법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 드나드는 문이라 그런지 그 진법을 잠시 잠재워 둔 상태였다.

그렇게 멈춘 진법이라 축기기 수준으로선 절대 알아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길운은 이미 문짝을 유심히 살핀 끝에 숨어 있는 진법을 찾아낸 상태였다.


“이 문을 열면 진법이 발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크게 낭패를 볼 터인데······. 하긴 선배들께선 내가 어찌 되든지 상관이 없겠지요. 끄응. 당장 죽기는 싫으니 일단 열어 보기는 해야겠지요. 하하하. 신세가 참 처량하기도 합니다.”


길운은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그렇게 연막을 치고는 천천히 동부의 전실 문을 열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이!

우우우우웅 화화화화홧!


처음 반 뼘까지는 아무 일 없이 열리는 듯 했던 문이, 틈이 보이는가 싶은 순간 강력한 영기를 뿜어내더니 눈 부신 빛을 터트렸다.


“으앗!”

“허억!”

“역시! 뭔가 있었습니다.”

“조심해라!”


세 수사는 문에서 터져 나오는 빛에 잔뜩 긴장하며 영기를 가득 끌어오려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그 빛이 사라질 때까지 네 수사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그 놈! 놈이 어디로 간 것이야!”

“사라졌다. 대길운 그 놈이 사라졌어!”

“누가 혹시 놈이 어찌 되었는지 본 이가 있소?”

“나는 보지 못했어요. 그대들은 어떻습니까?”

“허어, 이런 일이. 설마 홀로 문 안쪽으로 들어간 것이겠습니까?”

“아닐 것입니다. 빛과 함께 사라졌으니 어디론가 함정에 빠져 끌려들어간 것이 분명합니다.”

“옳습니다. 그게 가장 확률이 높지요.”

“만약 우리 중에 누군가가 저 문을 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네 수사 중에 누구도 사라진 길운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자신들이 길운처럼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뿐.

하지만 그때, 길운이 문 안쪽의 전실에 들어가 있음을 알았다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얼 믿고 나에게 문을 열라고 한 건지 모르겠군. 내가 문에 숨겨져 있는 진법을 발동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겠지. 하하하하.”


전실에 들어온 길운은 주변을 살피며 크게 웃었다.

전실에는 몇 가지 진법이 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 위험해 보이는 것은 없는 듯했다.


“생활 공간에 위험한 진법을 발동시켜 두는 일은 거의 없지. 그런 것을 만들어 두면 움직일 때마다 신경을 써야 하니까. 안 그러냐?”

꾸이익! 꾸익!


길운의 물음에 무사히 함께 들어온 금아백저가 힘차게 울었다.


“자, 그럼 일단 챙겨볼까? 뭐든 영체기 수사의 물건이라면 나같은 축기기에게 보물 아닌 것이 없지. 봐라, 이 의자만 하더라도 영기를 자연스럽게 모아주며 동시에 순수하게 정화하는 정향목으로 된 것이다. 그것도 수 만 년은 된 것이구나.”


전실에 놓여 있는 의자, 탁자, 책장, 벽의 진열대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게다가 등(燈)이나 물병과 잔 따위도 모두 술법에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하하하. 좋구나 좋아!”


길운의 웃음소리와 함께 전실이 휑하니 비어갔다.

모든 물건들이 길운의 공간낭으로 던져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길운은 영체기 수사가 걸어 놓은 진법들은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천정에서 빛을 내는 보옥이나, 산정에서 아래를 굽어보는 신선을 그린 벽화나, 곳곳에 박혀 있는 영석 따위는 손도 대지 않은 것이다.


“봐라, 이곳의 주인도 꽤나 용의주도한 자였어. 여기저기 함정들이 있단 말이지.”

꾸이이익?

“평소 건드릴 일이 없는 것에는 저렇게 함정을 파 둔 거지. 잘못 움직이면 곧바로 발동되는 진법이 세 개는 된다니까? 하하하.”


길운은 그렇게 말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자그마치 영체기 수사의 수작을 한 눈에 꿰뚫어 본 것이 아닌가.

이 모두가, 운 좋게 얻은 약부와 약화천의 기억 덕분이다.

게다가 동부의 전실은 그저 생활 공간에 불과할 뿐.

진짜 보물들은 전실과 연결된 별실들에 있기 마련이다.


“여긴 그저 맛보기에 불과하지. 자, 이제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길운은 전실의 물건들을 모두 챙긴 후에, 전실과 통하는 문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곳 수련 동부의 전실은 팔괘를 본 떠 만든 듯, 여덟 개의 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길운이 들어온 입구고, 나머지 일곱은.


“연공관, 연단실, 초전(草田)? 아, 이건 약초를 키우는 곳인 모양이네. 그리고 저기는 제련을 위한 곳이군. 여긴 창고고, 다른 두 곳은 모르겠군.”


입구 위에 음각으로 글이 새겨져 있는 곳도 있고, 텅 비어 있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길운은 그 중에 다섯 곳의 쓰임새를 알아내었다.

각각의 문에 펼쳐져 있는 금제와 진법을 살펴, 안쪽의 용도를 짐작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정형화 되어 있는 틀이 있지. 약초를 키우는 곳이나 재련, 연단을 하는 곳에는 입구부터 각기 다른 진법을 써야 좋다는 것이 있으니까.”

꾸이이이?

“어디부터 갈 거냐고? 당연히 창고부터? 아니면 약초밭?”

꾸익! 꾸익!

“그래, 고인이 키우던 약초가 아직까지 살아 있다면, 수십 만 년이 된 영초가 되었겠지. 창고에 어떤 보물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수십 만 년을 자란 영초에 비할까 싶긴 하네.”

꾸이이이이!

“그래, 일단 열어보기나 하자. 문을 열지 못하면 어차피 그림의 떡에 불과하니까. 아, 수도계에선 그림의 떡도 꺼내 먹을 수 있던가? 하하하.”


길우는 흥겨운 마음에 쓸데없는 농까지 던지며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들어왔던 전실의 입구로 고개를 돌리는 길운.


터어엉! 터더덩!


뭔가를 두드리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문을 열려고 애를 쓰는 모양이네. 어쩌면 천서미가 또 다시 그 기괴한 알껍질을 써서 수를 낼지도 모르지. 그러니 그 전에.”


길운은 걸음을 옮겨 입구로 다가가 입구의 좌우 기둥을 손을 쓸었다.

그러자 길운의 손이 스치는 부분마다 푸른빛의 진법 문양과 법문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길운은 같은 동작을 몇 번 반복하면서 기둥에 펼쳐져 있는 진법을 확인했다.


“음, 이걸 발동시키면 영체기 수사가 오지 않는 이상은 누구도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겠군.”


기둥에는 강력한 방어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길운은 그 기둥을 바라보다가 소매의 공간낭에서 중급 영석 여덟 개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허공에 띄우고 의념을 불어 넣은 후, 기둥으로 보냈다.


파스스스스스스!


날아간 영석은 기둥에 닿는 순간 가루가 되면서 강력한 영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그 영기는 그대로 기둥으로 스며들었다.


후우우웅!

파지지지지직! 파지직!


이후, 기둥에서 기묘한 울림과 함께 표면으로 노란 번개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번개는 이내 기둥 안으로 모습을 감추고, 기둥은 이전과 달리 살기어린 기운을 내면에 숨겼다.


“적당히 주제를 알고 물러나는 게 좋을 텐데.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어.”


밖에 있는 수사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저 침입자를 막아내는 방어 결계만 있던 상태에, 이제는 뇌전의 기운을 더하였다.

침입자는 강력한 뇌전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진이 변한 것은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 알아서 조심을 하겠지. 그럼 나는 내 할 일이나 계속 해 볼까?”

꾸이이이이!


초전(草田)이라 적힌 문으로 향하는 길운을 금아백저가 열렬히 응원했다.

귀한 영초를 얻게 되면 어찌 한 뿌리라도 씹을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일 것이다.


“수십 만 년이나 자란 영초를 네게 줄 수는 없지만, 영초란 것이 때가 되면 씨를 뿌리고 번식을 하니 적당한 것도 있을 게다. 다 말라 죽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길운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방치된 약초밭에 아직까지 살아 있는 약초가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만 수련 동부의 진법들이 대부분 온전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약초밭에 영기를 공급하는 진법도 무사할 것이고, 그렇다면 약초 몇 뿌리 정도는 온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없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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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동천벽가(東天碧家)의 등장 +3 22.07.11 1,635 64 12쪽
25 25화 복잡한 삼파전 +2 22.07.10 1,661 51 12쪽
24 24화 역시나 사혈림(死血林)과 구화문(九火門)이었다 +4 22.07.09 1,636 52 12쪽
23 23화 연단 대업과 불청객 +3 22.07.08 1,709 55 13쪽
22 22화 성단기 승경에서 보물을 얻다 +7 22.07.07 1,742 59 13쪽
21 21화 대운을 잡은 거라지요 +4 22.07.06 1,689 50 13쪽
20 20화 삼약문(2) +3 22.07.05 1,711 54 13쪽
19 19화 삼약문(1) +2 22.07.04 1,752 56 13쪽
18 18화 와, 천서 일족의 결말이 이렇게 된다고? +6 22.07.03 1,745 56 13쪽
17 17화 더듬더듬, 그래도 대충 알긴 하겠다 +4 22.07.02 1,781 60 12쪽
16 16화 기가 막힌 상황이라지요 +5 22.07.01 1,740 57 11쪽
15 15화 초전(草田)이 왜 호수(湖水)냐? +7 22.06.30 1,736 59 12쪽
» 14화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거지 +5 22.06.29 1,741 58 12쪽
13 13화 입구에서부터 발이 잡혔다 +4 22.06.28 1,753 51 12쪽
12 12화 금제 결계 진법을 뚫다 +4 22.06.27 1,793 51 12쪽
11 11화 천서미(千鼠尾)의 끌리는 제안 +4 22.06.26 1,887 51 12쪽
10 10화 천서미(千鼠尾)의 접근 +3 22.06.25 1,875 50 13쪽
9 9화 홍산호를 취하다 +2 22.06.24 1,900 46 14쪽
8 8화 평원장시(平原場市)에서 사기꾼들을 만나다 +3 22.06.23 2,036 48 13쪽
7 7화 이러면 한 십년 부려 먹을 방도가 되나? +4 22.06.22 2,145 54 13쪽
6 6화 일단 받고, 받을 구실을 또 만들고 +2 22.06.21 2,217 52 12쪽
5 5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3) +2 22.06.20 2,318 54 13쪽
4 4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2) +2 22.06.19 2,454 53 12쪽
3 3화 수사 저우(猪友)를 만나다(1) +4 22.06.19 2,791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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